**에피소드 5**
늦은 저녁,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리아는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학교에서 마르코를 만났던 일, 그리고 케이든과 나눈 대화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운명의 실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이 가진 진정한 의미에 대한 생각들이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집 앞에 도착한 리아는 잠시 멈춰 서서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엘리자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디까지 털어놓아야 할지 고민되었다. 결국 그녀는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리아? 너 어디 있었니?"
거실에서 들려오는 엘리자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리아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거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창가에 서 있는 엘리자를 발견했다. 평소와 달리 엘리자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녀의 갈색 눈동자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있었어요," 리아가 반쯤 거짓말을 했다.
엘리자는 리아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그녀의 긴 회색빛 머리카락은 어깨 위에서 부드럽게 흔들렸지만, 그녀의 표정은 단단한 화강암처럼 굳어 있었다.
"거짓말하지 마, 리아. 네가 어디 있었는지 알아. 마르코를 만났지?"
리아는 놀라서 엘리자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알았을까? 그녀가 말문을 열기도 전에 엘리자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그 소년... 케이든이라고 했나? 그 아이도 만났겠지."
리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부정할 수 없었다. 엘리자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짓말을 계속하는 것은 소용없어 보였다.
"네, 만났어요. 하지만 어떻게 아셨어요?"
엘리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어깨가 무겁게 처졌다.
"이 마을은 생각보다 작아, 리아. 사람들이 이야기를 해. 특히 낯선 소년과 함께 다니는 너 같은 소녀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지."
엘리자는 리아에게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단단히 잡았다. 그녀의 손가락은 리아의 살을 파고들 정도로 강하게 움켜쥐었다.
"들어봐, 리아. 마르코도, 케이든도 위험할 수 있어. 절대 그들을 다시 만나지 마."
리아는 엘리자의 손을 뿌리치며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청록색 눈동자에 분노가 번쩍였다.
"왜요? 왜 그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세요? 마르코는 나에게 운명의 실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줬어요. 그리고 케이든은..." 리아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케이든은 나와 연결되어 있어요. 내 운명의 실 끝에 연결된 사람이에요."
엘리자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그녀는 마치 유령을 본 것처럼 보였다.
"그게 무슨 말이니? 네 실 끝에...? 불가능해..." 엘리자는 중얼거렸다.
리아는 엘리자의 반응에 더욱 의아해졌다. 그녀는 엘리자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 항상 경계하고 숨기라고 했던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의 반응은 단순한 보호본능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 보였다.
"엄마, 제발 진실을 말해주세요. 왜 이렇게 두려워하세요? 왜 마르코와 케이든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세요?"
엘리자는 창가로 돌아가 밖을 내다보았다. 비는 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고,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해, 리아. 네 능력은...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야.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그것을 좋은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거야."
리아는 엘리자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질문이 맴돌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부터 물어보기로 했다.
"운명의 수호자들에 대해 알고 계셨어요? 마르코가 말했어요. 운명의 가위를 가진 사람들이 그들에게 추적당했다고요."
엘리자는 갑자기 리아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의 눈에는 공포와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마르코가 뭐라고 했니? 운명의 수호자들? 그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리아는 엘리자의 격렬한 반응에 놀랐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운명의 가위를 가진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여겨져서 추적당했다고 했어요."
엘리자는 갑자기 방 안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입술은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듯 움직였다.
"이럴 수가... 마르코가 어떻게... 그가 네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
리아는 엘리자의 이상한 행동에 점점 더 불안해졌다. 그녀는 엘리자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엄마, 제발 말해주세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왜 이렇게 불안해하세요?"
엘리자는 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리아, 넌 이해하지 못할 거야. 난 단지 널 보호하려는 거야. 항상 그래왔어."
리아는 답답함을 느꼈다. 항상 같은 대답이었다. 보호, 보호, 보호. 그녀는 더 이상 그런 모호한 대답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저는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엄마. 저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어요."
엘리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소파로 걸어가 앉았고, 리아에게도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리아는 엘리자 옆에 앉았다.
"리아, 네가 알아야 할 것들이 있어.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네가 준비되면..."
리아는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벌떡 일어섰다.
"항상 그래요! '네가 준비되면', '때가 되면'. 저는 지금 준비되어 있어요! 저는 알아야 해요!"
그 순간, 리아의 시선이 엘리자의 서랍에 반쯤 보이는 이상한 물건에 고정되었다. 그것은 특이한 문양이 새겨진 펜던트였다. 리아는 그 문양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마르코의 책에서... '네메시스'라는 조직의 상징과 유사했다.
"그게 뭐예요?" 리아가 펜던트를 가리키며 물었다.
엘리자의 시선이 서랍으로 향했고,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급히 일어나 서랍으로 다가가 펜던트를 감추려 했지만, 리아가 먼저 움직였다. 리아는 서랍에서 펜던트를 꺼내들었다.
"이건... 마르코의 책에서 봤어요. 네메시스의 상징이에요, 맞죠?"
엘리자는 리아에게서 펜던트를 빼앗으려 했지만, 리아는 뒤로 물러섰다.
"그것을 내려놔, 리아. 지금 당장."
엘리자의 목소리는 차갑고 위협적이었다. 리아는 한 번도 엘리자가 이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엄마가... 네메시스와 관련이 있었어요?" 리아가 충격에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엘리자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했다.
"그것은... 과거의 일이야, 리아. 지금은 중요하지 않아."
리아는 펜던트를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은빛으로 빛났고, 중앙에는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문양은 마치 얽힌 실들처럼 보였다.
"이건 중요해요. 제가 알아야 할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어요. 제 능력, 운명의 실, 케이든... 모든 것이요."
엘리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다시 소파에 앉았고, 이번에는 완전히 패배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앉아라, 리아. 네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해주마. 하지만 약속해. 내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케이든과 마르코를 다시 만나지 않겠다고."
리아는 망설였다. 그녀는 진실을 알고 싶었지만, 그런 약속을 할 수는 없었다. 특히 케이든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 그녀의 운명의 실 끝에 연결된 사람을 그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약속할 수 없어요. 하지만 엄마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 신중하게 생각해볼게요."
엘리자는 그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앉아라."
리아는 엘리자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는 펜던트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은빛 펜던트는 희미한 램프 빛 아래에서 신비롭게 빛났다.
"모든 것은 내가 너를 입양하기 전부터 시작되었어..." 엘리자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는 갑자기 중단되었다. 집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가 창문을 긁는 것 같은 소리였다.
리아와 엘리자는 동시에 창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밖은 어두웠고,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곧, 창문 밖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작고 붉은 형체였다.
"이프리트..." 엘리자가 숨을 들이켰다.
창문 밖의 형체는 갑자기 더 선명해졌다. 그것은 작은 붉은 새였다. 새는 창문을 향해 날아와 부리로 유리를 톡톡 쪼았다.
"이프리트? 그게 뭐예요?" 리아가 물었다.
엘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창문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었다. 붉은 새는 즉시 방 안으로 날아들어왔다. 그것은 리아의 머리 주위를 빙빙 돌다가 그녀의 어깨 위에 앉았다.
"이사벨라! 이사벨라!" 새가 갑자기 말했다.
리아는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새는 균형을 잃고 짧게 날아올랐다가 다시 그녀의 머리 위에 앉았다.
"이게 뭐예요? 왜 저를 이사벨라라고 부르는 거죠?" 리아가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
엘리자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창백해졌다. 그녀는 마치 유령을 본 것처럼 보였다.
"이프리트... 불의 정령... 하지만 어떻게...?"
새는 다시 리아의 주위를 날아다녔다.
"이사벨라! 드디어 돌아왔구나! 난 네가 돌아올 줄 알았어!"
리아는 완전히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엘리자를 바라보았다.
"엄마, 이게 무슨 일이에요? 이사벨라가 누구죠?"
엘리자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이사벨라는... 네가 아니야, 리아. 하지만 이프리트가 너를 그렇게 부른다면..."
새, 아니 이프리트는 리아의 눈앞에 날아와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넌 이사벨라가 아니야. 하지만 이사벨라의 몸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리아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이프리트를 향해 손을 뻗었고, 이프리트는 그녀의 손가락 위에 앉았다. 그 순간, 리아는 강한 열기를 느꼈다. 이프리트의 작은 몸에서 열이 뿜어져 나왔다.
"당신은... 불의 정령인가요?" 리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프리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작은 눈은 불꽃처럼 빛났다.
"난 위대한 불의 상급 정령 이그니스라고, 전지전능하신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 님의 충실한 종이지!"
리아는 이그니스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는 작은 참새만큼의 크기였고, 전체가 붉은 깃털로 덮여 있었다. 그의 꼬리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듯 보였고, 작은 눈은 호박색으로 빛났다.
"하지만 왜 저를 이사벨라라고 부르세요? 제 이름은 리아에요."
이그니스는 혼란스러운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몸은 이사벨라의 것이야. 하지만 네 영혼은... 다른 누군가의 것이구나. 흥미롭군."
엘리자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그니스, 무슨 일이야? 왜 여기 온 거지? 이프리트는 어디 있니?"
이그니스는 엘리자를 향해 날아갔다.
"엘리자! 오랜만이야! 이프리트 님이... 이프리트 님이 사라지셨어. 갑자기, 아무런 이유 없이! 그래서 난 계약자인 이사벨라를 찾아온 거야. 하지만..."
이그니스는 다시 리아를 바라보았다.
"이건 이사벨라가 아니야. 적어도 완전히는 아니지."
리아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이사벨라? 계약자? 이프리트? 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누가 제대로 설명해주실래요? 이사벨라가 누구죠? 그리고 이프리트는 뭐고, 계약이라는 건 또 뭐예요?"
엘리자와 이그니스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 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망설이는 듯했다.
"리아," 엘리자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상황이야. 이그니스가 말한 이사벨라는... 네가 아니야. 하지만 네가 그녀의 몸에 있다면..."
리아는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 손이... 그녀의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
"제가... 다른 사람의 몸에 있다는 말씀이세요?" 리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엘리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이그니스는 리아의 머리 위에 다시 앉았다.
"흥미로운 상황이군. 이사벨라의 몸, 하지만 다른 영혼. 이런 일은 처음 보는군."
리아는 갑자기 현기증을 느꼈다. 그녀는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운 생각들로 가득 찼다. 자신이 누구인지, 이 몸이 진짜 자신의 것인지, 이사벨라는 누구인지... 수많은 질문들이 그녀를 압도했다.
"이사벨라는 누구였어요?" 리아가 마침내 물었다.
이그니스가 대답했다.
"이사벨라는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와 12살에 계약을 맺은 소녀였어. 그 후로 그녀는 북부 깊은 오두막에서 살며 약초를 캐며 사는 약제사가 되었지."
리아는 이그니스의 말을 듣고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엘리자와 함께 살았어요. 제 기억에는..."
그녀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녀의 기억... 그것이 진짜 그녀의 기억일까? 아니면 이사벨라의 기억일까? 아니면 완전히 다른 무언가?
엘리자는 리아의 손을 잡았다.
"리아, 네 기억은 네 것이야. 하지만 네가 지금 있는 이 몸은... 이사벨라의 것일 수 있어."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리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그니스가 대답했다.
"운명의 실, 운명의 가위... 그리고 이프리트 님의 사라짐.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을 거야."
리아는 갑자기 케이든을 떠올렸다. 그녀의 운명의 실 끝에 연결된 소년... 그리고 이제 그녀는 다른 사람의 몸에 있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걸까?
"케이든... 그는 이 모든 것과 관련이 있을까요?" 리아가 물었다.
엘리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케이든... 그 아이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하지만 그가 네 운명의 실 끝에 연결되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중요한 의미가 있을 거야."
이그니스는 갑자기 흥분한 듯 날아올랐다.
"케이든? 그 이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리아는 이그니스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케이든을 알아요?"
이그니스는 고개를 저었다.
"직접적으로는 아니야. 하지만 그 이름이 어딘가 익숙해. 마치 이프리트 님이 언급했던 것 같은..."
리아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지만, 동시에 이 모든 것이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능력, 케이든, 이사벨라, 이프리트... 모든 것이 하나의 큰 그림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이그니스, 이사벨라에 대해 더 말해주세요. 그녀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리아가 물었다.
이그니스는 리아의 어깨 위에 다시 앉았다.
"이사벨라는 강인한 소녀였어. 12살 때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와 계약을 맺은 후, 그녀는 혼자 북부 깊은 숲속 오두막에서 살기 시작했지. 그녀는 약초를 수집하고 연구하며 약제사가 되었어.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두려워하면서도 존경했지. 그녀의 약은 어떤 병도 치료할 수 있다고 했거든."
리아는 이사벨라의 삶에 대해 상상해보았다. 12살의 어린 나이에 혼자 숲속에서 살기 시작한 소녀... 그것은 분명 쉽지 않은 삶이었을 것이다.
"왜 그녀는 이프리트와 계약을 맺었나요?" 리아가 물었다.
이그니스는 잠시 침묵했다.
"그것은... 복잡한 이야기야. 이사벨라의 가족은 대대로 불의 정령과 관계가 있었어. 그녀의 어머니도 이프리트와 계약을 맺었었지.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사벨라는 어쩔 수 없이 그 계약을 이어받게 되었어."
엘리자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이그니스, 그건 중요하지 않아.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왜 이프리트가 사라졌는지, 그리고 왜 리아가 이사벨라의 몸에 있는지야."
이그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게 더 중요하지. 이프리트 님은 갑자기 사라지셨어. 소멸된 게 아니라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갑자기 사라져 버리셨어. 지금 이 세계에는 불의 정령왕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야."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리아가 물었다.
이그니스는 날개를 퍼덕였다.
"차라리 소멸이라면 다음 세대 불의 정령왕이 탄생하겠지만 그게 아니니, 불의 정령들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야. 나 같은 상급 정령들은 힘을 잃어가고 있어. 봐봐, 난 원래 엄청 멋지고 거대한 날개를 가진 불새의 외형을 가졌다고."
리아는 이그니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분명 그가 말한 것과는 거리가 먼, 손바닥만큼 작고 시끄러운 붉은 새일 뿐이었다.
"그렇군요..." 리아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말했다.
이그니스는 리아의 어깨에서 날아올라 방 안을 빙빙 돌았다.
"이프리트 님의 사라짐, 이사벨라의 몸에 다른 영혼이 들어온 것, 그리고 네가 말한 케이든...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을 거야."
리아는 이그니스의 말에 동의했다. 그녀도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녀가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이그니스, 당신은 이프리트를 찾기 위해 여기 온 건가요?" 리아가 물었다.
이그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프리트 님이 사라지신 후, 난 계약자인 이사벨라를 찾아왔어. 하지만 이사벨라 대신 너를 만났지."
리아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이 모든 상황이 어떻게 자신의 운명의 실과 케이든, 그리고 오라클과 네메시스와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엘리자," 리아가 갑자기 말했다. "네메시스에 대해 말해주세요. 그리고 그 펜던트가 무엇인지도요."
엘리자는 테이블 위의 펜던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네메시스는... 운명의 질서에 반대하는 조직이야. 그들은 운명이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어. 반면 오라클과 운명의 수호자들은 운명의 질서를 유지하려 해."
리아는 엘리자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그녀는 이미 마르코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엘리자의 관점에서 듣는 것은 새로웠다.
"그리고 엄마는... 네메시스의 일원이었어요?"
엘리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어. 오래전에. 하지만 난 그들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게 되었고, 결국 떠났어."
리아는 펜던트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것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엘리자의 과거와 그녀가 내린 선택들의 증거였다.
"그리고 이 펜던트는...?"
"네메시스의 상징이야. 모든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었지. 난 떠날 때 그것을 반납했어야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간직하게 되었어."
리아는 이제 조금씩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엘리자는 네메시스의 일원이었고, 그녀는 운명의 질서에 반대했다. 그리고 이제 리아는 운명의 가위를 가진 능력자로서, 오라클과 네메시스 모두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엄마가 저를 항상 숨기려 했던 이유가 그거였군요. 오라클로부터 저를 보호하려고."
엘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라클은 네 능력을 위험하다고 여길 거야. 그들은 운명의 가위 소유자들을 제거하려 해왔어."
리아는 갑자기 케이든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만약 오라클이 그녀를 노리고 있다면, 케이든도 위험할 수 있었다.
"케이든... 그도 위험할 수 있어요. 제가 그에게 경고해야 해요."
엘리자는 리아의 손을 잡았다.
"리아, 케이든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그가 네 운명의 실 끝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을 거야. 하지만 그것이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는 아직 모르겠어."
이그니스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케이든... 그 이름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이프리트 님이 언급했던 것 같은데..."
리아는 이그니스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무엇을 말씀하셨나요?"
이그니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하지 않아. 이프리트 님은 종종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셨거든. 하지만 '케이든'이라는 이름과 '운명의 실'이라는 단어가 함께 언급된 것 같아."
리아는 이 정보를 곰곰이 생각했다. 이프리트, 불의 정령왕이 케이든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그것은 분명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그니스, 당신은 이사벨라와 함께 살았나요?" 리아가 물었다.
이그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프리트 님은 용무가 바쁘셔서 자주 오지 못하셨어. 대신 내가 이사벨라 곁에 늘 함께 있었지."
"그럼 이사벨라의 오두막으로 저를 데려갈 수 있나요? 거기에 이프리트나 케이든에 대한 단서가 있을 수도 있어요."
이그니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하지만 그곳은 여기서 멀어. 북부 깊은 숲속에 있거든."
엘리자가 갑자기 일어섰다.
"안 돼, 리아. 너무 위험해. 오라클이 너를 찾고 있을 거야. 밖으로 나가는 것은 너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야."
리아는 엘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엘리자의 걱정을 이해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엄마, 저는 이 모든 것의 의미를 알아내야 해요. 왜 제가 이사벨라의 몸에 있는지, 왜 케이든이 제 운명의 실 끝에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왜 이프리트가 사라졌는지...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요."
엘리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리아의 결심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내가 함께 가겠어. 너 혼자 가게 할 수는 없어."
리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엘리자가 자신을 지지해주는 것에 감사했다.
"고마워요, 엄마."
이그니스는 흥분해서 날아올랐다.
"좋아! 우리 셋이서 북부로 가자! 이사벨라의 오두막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리아는 갑자기 케이든이 생각났다.
"하지만 먼저 케이든을 찾아야 해요. 그에게 경고해야 해요."
엘리자는 망설였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조심해야 해. 오라클의 추종자들이 이미 마을에 있을 수도 있어."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이 모든 것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내일 아침 일찍 케이든을 찾아가겠어요. 그리고 나서 우리는 북부로 향할 거예요."
엘리자와 이그니스는 동의했다. 그들은 내일의 여정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리아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는 이제 그쳤고, 구름 사이로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이 이제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사벨라, 이프리트, 케이든... 그리고 그녀 자신, 리아.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녀가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그녀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그날 밤, 리아는 꿈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억을 보았다. 북부 깊은 숲속 오두막에서 약초를 다루는 소녀, 이사벨라의 기억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그녀는 이프리트와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그들은 '운명의 실'과 '케이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대화의 정확한 내용은 기억 속에서 흐릿하게 사라져갔다. 리아는 그 대화가 자신의 현재 상황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더 깊이 기억 속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그녀는 곧 잠에서 깨어났다.
밖은 아직 어두웠지만, 리아는 더 이상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그녀의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동시에 그녀는 이제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케이든을 찾고, 이사벨라의 오두막으로 가서 단서를 찾는 것. 그것이 그녀의 다음 단계였다.
리아는 창밖의 별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이 이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자신이 발견하게 될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진실이 무엇이든,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것이다.
"내 운명은 내가 선택해," 리아는 별들을 향해 속삭였다. '이사벨라의 몸에 있든, 운명의 가위를 가지고 있든, 나는 내 선택에 의해 정의될 거야.'
그녀의 결심은 밤하늘의 별들처럼 단단하고 빛났다. 내일, 그녀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