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
비가 쏟아지는 오후, 폭우가 학교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교실 안을 가득 채웠다. 수업이 끝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우산을 펼쳐 들고 집으로 향했지만, 리아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창밖으로 내리치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학교 현관에서 망설이다가, 결국 비가 잠시 그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하늘은 더욱 어두워질 뿐이었다. 결국 리아는 학교 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머리카락과 교복이 순식간에 젖었지만, 적어도 정류장의 작은 지붕 아래서는 잠시 비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정류장에 도착한 리아는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버스 시간표를 확인했다. 다음 버스는 15분 후에 올 예정이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벤치에 앉았다.
그때였다. 갑작스러운 발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정류장으로 뛰어들어왔다. 리아가 고개를 들어 보니, 한 소년이 숨을 헐떡이며 비를 피해 들어오는 중이었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은 빗물로 흠뻑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교복 역시 물에 젖어 어깨에 무겁게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소년의 외모보다 리아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른 무언가였다. 그녀의 눈에만 보이는 그 특별한 것—운명의 실이었다.
리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의 운명의 실 끝이 바로 이 소년에게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실은 항상 어딘가로 뻗어나가 있었지만, 그 끝이 누구에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항상 안개 속으로 사라지거나 지평선 너머로 뻗어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실의 끝은 분명하게 이 낯선 소년의 가슴에 연결되어 있었다. 실은 부드러운 은빛으로 빛나며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있었다.
소년은 리아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동자는 깊고 짙은 갈색이었으며, 그 안에는 리아가 읽을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안녕," 소년이 먼저 말을 걸었다. "이런 날씨에 우산 없이 나오다니,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리아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시선은 계속해서 그들을 연결하는 은빛 실에 고정되어 있었다.
소년은 리아의 이상한 반응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뭔가 문제라도 있어?"
리아는 정신을 차리려 노력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니... 괜찮아. 그냥 놀랐을 뿐이야."
"내가 갑자기 나타나서 미안해." 소년은 웃으며 말했다. "내 이름은 케이든이야. 이 마을에 새로 이사 왔어."
'케이든.' 리아는 그 이름을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이름만큼이나 낯선 그의 존재가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나는 리아야." 그녀는 마침내 자신을 소개했다. "여기 학생이야?"
케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일부터 다니게 될 거야. 오늘은 주변을 좀 둘러보려고 했는데, 이 비 때문에..." 그는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
리아는 그들을 연결하는 실을 계속 응시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항상 다른 사람들 사이의 실만 볼 수 있었고, 자신의 실은 볼 수 있되 그 끝을 본 적은 없었다.
"운명의 실..." 케이든이 갑자기 중얼거렸다.
리아의 눈이 커졌다. "뭐라고?"
케이든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지 못한 듯 잠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 아, 그냥...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어. '운명의 실'이라는 말이.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어."
리아는 경계심을 드러내며 몸을 뒤로 물렸다. 어떻게 그가 운명의 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그녀만의 비밀이었다. 양어머니 엘리자조차도 그녀가 실을 볼 수 있다는 것만 알 뿐, 그것을 '운명의 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리아 자신이 붙인 이름이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리아가 경계하며 물었다.
케이든은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모르겠어. 그냥... 떠올랐을 뿐이야." 그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쓸었다. "사실, 나는 내 과거에 대해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해. 몇 달 전 사고로 기억을 잃었거든."
리아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케이든의 눈에서는 거짓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의 눈에는 진정한 혼란과 상실감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운명의 실이 뭐야?" 케이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리아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이것은 그녀가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비밀이었다. 세레나에게조차 완전히 설명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낯선 소년과 그녀는 이미 운명의 실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가 그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연결된 실이야," 리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는 그것들을 볼 수 있어. 사람들 사이의 관계, 인연, 운명... 그런 것들이 실로 연결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어."
케이든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정말? 그럼 지금 우리 사이에도 그런 실이 있는 거야?"
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 사이에는... 특별한 실이 있어."
"어떤 의미에서 특별한데?" 케이든이 더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
리아는 그 순간 너무 많은 것을 말했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엘리자의 경고가 머릿속에 울렸다. '네 능력은 위험해. 절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면 안 돼.'
"그냥... 특별해." 리아는 대화를 끝내려는 듯 시선을 돌렸다.
케이든은 더 묻고 싶은 것 같았지만, 리아의 불편함을 감지하고 주제를 바꿨다. "이 마을에 대해 좀 알려줄 수 있을까? 내일부터 학교에 다니게 될 텐데,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버스가 올 때까지 마을과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케이든은 유쾌하고 친절했으며, 대화하기 쉬운 상대였다. 리아는 점점 그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하기 전, 케이든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리아에게 건넸다. "혹시 내일 학교에서 길을 잃으면 도와줄 수 있을까?"
리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번호를 받아 자신의 폰에 저장했다. "알았어. 내일 보자."
버스에 오른 리아는 창밖으로 케이든을 바라보았다. 그는 빗속에 서서 그녀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의 은빛 실은 거리가 멀어져도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져 있었다.
리아의 집은 마을 외곽에 위치한 조용한 주택가에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그녀는 여전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달려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엘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아? 이제야 오는 거니? 걱정했잖아."
엘리자는 부엌에서 나와 리아를 맞이했다. 그녀는 50대 초반의 단정한 외모를 가진 여성으로, 항상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갈색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묶여 있었고, 날카로운 눈빛은 항상 주변을 경계하는 듯했다.
"미안해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학교에서 기다렸다가 왔어요." 리아는 젖은 신발을 벗으며 대답했다.
"옷 갈아입고 빨리 내려와. 저녁 준비됐어." 엘리자는 리아의 젖은 상태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선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창문에 맺힌 빗방울들이 서로 합쳐지며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젖은 옷을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서 뻗어나가는 운명의 실을 관찰했다. 그것은 여전히 창밖 어딘가로 뻗어나가 있었고, 이제 그녀는 그 끝이 케이든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 하필 그일까?' 리아는 생각했다. '그리고 어떻게 그는 운명의 실에 대해 알고 있는 걸까?'
그녀는 손끝에서 은빛 가위를 소환했다. 그것은 그녀의 의지에 따라 나타나고 사라지는 특별한 도구였다. 리아는 가위로 자신의 실을 자르려 시도했지만, 항상 그랬듯이 실은 가위를 피해갔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운명의 실만은 자를 수 없었다.
한숨을 내쉰 리아는 가위를 사라지게 하고 방을 나섰다. 저녁 식사 테이블에서 엘리자는 평소처럼 리아의 학교생활에 대해 물었다. 리아는 대부분의 질문에 짧게 대답했지만, 케이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왜인지 그에 대한 이야기는 비밀로 하고 싶었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돕던 중, 리아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엄마, '운명의 실'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요?"
엘리자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녀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리아는 놓치지 않았다.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니?" 엘리자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날카로웠다.
"그냥... 책에서 봤어요." 리아는 거짓말을 했다. "운명이 실처럼 사람들을 연결한다는 개념이 있더라고요."
엘리자는 리아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이야기에 너무 빠져들지 마. 현실에 집중하는 게 중요해."
리아는 더 묻고 싶었지만, 엘리자의 반응으로 보아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한 의심만 살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화제를 바꿨다.
그날 밤, 리아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케이든과의 만남, 그들을 연결하는 운명의 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운명의 실'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었는지... 모든 것이 수수께끼였다.
그녀의 폰이 울렸다. 세레나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오늘 비 많이 왔는데 괜찮았어? 내일 보자!」
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내일 너한테 말해줄 게 있어. 중요한 일이 있었어.」
메시지를 보낸 후, 리아는 다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내일 세레나에게 케이든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세레나는 리아가 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친구였다. 비록 모든 세부사항을 알지는 못하지만, 세레나는 항상 리아의 비밀을 지켜주었고 그녀를 지지해주었다.
리아는 눈을 감았다. 잠에 들기 전 마지막 생각은 케이든의 얼굴과 그들을 연결하는 은빛 실이었다.
다음 날 아침, 리아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엘리자는 그녀의 서두름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특별히 질문하지는 않았다.
"오늘은 일찍 들어올 거야?" 엘리자가 현관문에서 물었다.
"아마도요. 세레나랑 잠깐 있다가 올 것 같아요." 리아는 대답했다.
학교에 도착한 리아는 교문 앞에서 세레나를 발견했다. 세레나는 밝은 미소와 함께 그녀를 반겼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엄청 궁금했다고!" 세레나가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리아는 주변을 살펴본 후 세레나에게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버스 정류장에서 한 남자애를 만났어. 그런데 내 운명의 실 끝이 그 애한테 연결되어 있더라."
세레나의 눈이 커졌다. "진짜? 와,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야? 그 애는 누구야?"
"케이든이라고 해. 오늘부터 우리 학교에 다닌대." 리아는 말했다. "근데 더 이상한 건, 그 애가 '운명의 실'이라는 말을 알고 있었어."
"뭐?" 세레나가 놀라서 소리쳤다. 몇몇 학생들이 그들을 쳐다보자 세레나는 목소리를 낮췄다. "어떻게 그게 가능해? 너 말고는 아무도 그걸 볼 수 없잖아."
"나도 모르겠어. 그 애는 자기도 왜 그 말이 떠올랐는지 모른대. 몇 달 전에 사고로 기억을 잃었다고 했어."
세레나는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이건 운명일지도 몰라! 네가 항상 궁금해했잖아, 왜 네 실만 자를 수 없는지. 어쩌면 케이든이 그 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리아는 세레나의 낙관적인 태도에 미소를 지었다. 세레나는 항상 그랬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보는 능력이 있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리아가 대답했다. "하지만 엘리자 엄마가 알면 난리 날 거야. 어제 '운명의 실'에 대해 물어봤는데, 반응이 이상했어."
"그냥 비밀로 해." 세레나가 제안했다. "우리가 케이든을 좀 더 알아보자. 네 실이 그한테 연결되어 있다면, 분명 중요한 이유가 있을 거야."
그때, 학교 복도에서 소란이 일었다. 학생들이 누군가를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 리아와 세레나는 호기심에 그쪽으로 향했다.
군중 가운데에는 케이든이 서 있었다. 그는 어제보다 더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여학생들이 그를 둘러싸고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고, 케이든은 약간 당황한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 있었다.
리아는 그들 사이에 연결된 은빛 실을 다시 확인했다. 실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고, 어제보다 더 강하게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케이든은 군중 속에서 리아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학생들 사이를 헤치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안녕, 리아. 다시 만나서 반가워." 케이든이 인사했다.
"안녕." 리아는 조용히 대답했다. 주변 학생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레나가 리아의 옆에서 케이든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 난 세레나야. 리아의 친구지."
"반가워, 세레나." 케이든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리아가 널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어. 아직 이 학교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거든."
"물론이지!" 세레나가 밝게 대답했다. "우리가 널 도와줄게."
종소리가 울리고, 학생들은 각자의 교실로 향했다. 케이든은 리아와 세레나에게 자신의 반이 어디인지 물었고, 운 좋게도 그들과 같은 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실에 들어서자, 선생님이 케이든을 소개했다. "여러분, 오늘부터 새 친구가 우리 반에 합류합니다. 케이든 윌슨입니다. 모두 잘 도와주세요."
케이든은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 후, 리아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수업 중에 케이든은 종종 리아에게 작은 미소를 보냈다. 리아는 그가 자신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이 불편하면서도 동시에 흥미롭게 느껴졌다.
점심 시간, 세 사람은 함께 식당에 앉았다. 세레나는 케이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어디서 왔어?" 세레나가 물었다.
"사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케이든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몇 달 전에 사고가 있었고, 그 후로 기억이 많이 사라졌어. 의사들은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거라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그럼 가족은?" 세레나가 계속해서 물었다.
"지금은 혼자 살고 있어. 법적 보호자가 있긴 하지만, 자주 보지는 않아." 케이든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슬픔이 묻어 있었다.
리아는 조용히 그를 관찰했다. 그의 말에는 진실성이 느껴졌지만, 동시에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운명의 실에 대해 더 생각해봤어?" 리아가 갑자기 물었다.
케이든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생각해봤어. 하지만 여전히 왜 그 말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는지 모르겠어. 그런데... 네가 말한 그 실들, 정말로 볼 수 있는 거야?"
세레나가 주변을 살펴본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리아는 특별해. 어렸을 때부터 그런 능력이 있었어."
"세레나!" 리아가 그녀를 꾸짖었다.
"괜찮아, 리아." 케이든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네 비밀을 지킬게. 사실, 나도 뭔가... 다른 것 같아. 내 기억 상실은 단순한 사고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
"무슨 뜻이야?" 리아가 궁금해했다.
케이든은 주변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더 낮췄다. "가끔... 이상한 꿈을 꿔. 그 꿈에서 나는 실들로 가득 찬 공간에 있어. 그리고 그 실들 중 하나가 너에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
리아와 세레나는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오늘 방과 후에 어디 가서 더 이야기할 수 있을까?" 케이든이 제안했다. "이건 중요한 것 같아."
리아는 잠시 망설였다. 엘리자에게 들키면 큰일 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가 항상 궁금해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학교 근처 카페에서 만나자." 리아가 마침내 결정했다. "4시에."
케이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거기서 보자."
수업이 끝난 후, 리아는 엘리자에게 세레나와 함께 공부하러 간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거짓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은 케이든과의 대화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카페에 도착한 세 사람은 구석 자리에 앉았다. 케이든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이 마을에 온 이유는 널 찾기 위해서였을지도 몰라, 리아."
"뭐?" 리아가 놀라서 물었다.
"내 꿈에서, 나는 항상 어떤 실을 따라가고 있어. 그리고 그 실의 끝에는 항상 네가 있었어. 내가 이 마을로 오게 된 것도 어떤 직감 때문이었어. 마치 누군가가 나를 이끄는 것 같았지."
"그건... 정말 이상한데." 리아가 중얼거렸다.
"더 이상한 건," 케이든이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널 처음 봤을 때,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익숙한 느낌, 알지?"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케이든을 처음 봤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누군가를 만난 것 같은 느낌.
"리아, 네가 볼 수 있는 실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을까?" 케이든이 부드럽게 물었다.
리아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그건... 사람들 사이의 연결이야. 어떤 실은 밝고 강하게 빛나고, 어떤 실은 희미하고 약해. 가족들 사이의 실은 보통 두껍고 강해. 친구들 사이의 실은 다양한 색으로 빛나지."
"그리고 넌 그 실들을 자를 수 있다고 했지?" 케이든이 물었다.
리아는 놀랐다. 그녀는 케이든에게 그 부분을 말한 적이 없었다. "어떻게 알았어?"
케이든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도... 모르겠어. 그냥 알았어."
세레나가 끼어들었다. "리아는 손끝에서 은빛 가위를 소환할 수 있어. 그걸로 실을 자르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변해. 하지만 리아는 자신의 실만은 자를 수 없어."
"세레나!" 리아가 다시 한번 그녀를 꾸짖었다.
"미안, 하지만 케이든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잖아." 세레나가 변명했다. "그리고 너희 둘은 운명의 실로 연결되어 있어. 이건 중요해!"
케이든은 생각에 잠겼다. "운명의 가위... 그것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아."
리아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케이든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이 운명의 실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네가 볼 수 있는 실은 단순한 인연이 아니라 운명 그 자체야." 케이든이 갑자기 말했다. "네 능력은 저주가 아닌 특별한 선물일 수 있어."
리아는 그의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녀는 항상 자신의 능력을 부담스럽게 여겨왔다. 특히 자신의 실만 자를 수 없다는 사실은 마치 저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케이든의 말은 그녀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때, 카페 문이 열리고 한 노인이 들어왔다. 그는 마을에서 잘 알려진 타이터스였다. 타이터스는 항상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약간 이상한 사람으로 여겼다.
타이터스는 카페를 둘러보다가 리아와 케이든을 발견하고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그는 천천히 그들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타이터스 할아버지." 세레나가 공손하게 인사했다.
타이터스는 세레나에게 짧게 고개를 끄덕인 후, 리아와 케이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깊은 지혜와 비밀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네 운명은 너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란다." 타이터스가 리아에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강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리아는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타이터스는 어떻게 그들의 대화 주제를 알았을까?
타이터스는 케이든에게도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했지만, 갑자기 마음을 바꾼 듯 입을 다물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두 사람을 바라본 후 카페를 나갔다.
"그는 누구야?" 케이든이 물었다.
"타이터스 할아버지야. 마을에서 유명한 사람이지." 세레나가 설명했다. "항상 이상한 말을 하시는데, 가끔은 정말 의미 있는 것 같아."
"그가 우리의 대화를 어떻게 알았을까?" 리아가 의아해했다.
"어쩌면 그도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걸지도 몰라." 케이든이 추측했다.
세 사람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타이터스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수수께끼 같은 말은 그들에게 더 많은 의문을 남겼다.
"우리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 리아가 마침내 말했다. "운명의 실, 내 능력, 그리고 왜 우리가 연결되어 있는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세레나가 물었다.
케이든이 생각에 잠겼다가 제안했다. "마을 도서관에 가볼까? 어쩌면 운명이나 실에 관한 책이 있을지도 몰라."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야. 내일 방과 후에 가보자."
그들이 카페를 나설 때, 리아는 주변에 누군가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주변을 살폈지만, 특별히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괜찮아?" 케이든이 그녀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
"응, 그냥... 누가 우리를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리아가 대답했다.
세 사람은 주변을 경계하며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리아는 집으로 가는 길에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그녀를 따라오지 않는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한 리아는 엘리자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선 리아는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았다. 해가 지고 있었고, 하늘은 아름다운 주황색과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생각했다. 케이든과의 만남, 타이터스의 수수께끼 같은 말, 그리고 그들을 연결하는 운명의 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동시에 리아는 이것이 그녀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무언가의 시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손끝에서 은빛 가위를 소환했다. 가위는 달빛처럼 부드럽게 빛나며 그녀의 손 위에 떠올랐다. 리아는 가위를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나의 능력은 저주가 아닌 선물일 수 있어.'
케이든의 말이 그녀의 마음에 울렸다. 그동안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부담으로 여겨왔다. 다른 사람들의 관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큰 책임감을 수반했고, 자신의 실만 자를 수 없다는 것은 불공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정말 특별한 선물이라면? 만약 그녀가 이 능력을 가진 이유가 있다면?
리아는 창밖으로 뻗어나가는 자신의 운명의 실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케이든이 있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그들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내일 더 많은 것을 알아내야지.' 리아는 결심했다. '운명의 실의 비밀, 케이든과의 연결, 그리고 내 능력의 진정한 의미.'
그녀는 가위를 사라지게 하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의 사건들로 인해 머리가 복잡했지만, 동시에 오랜만에 느끼는 흥분과 기대감이 그녀의 가슴을 채웠다.
창밖으로 마지막 햇빛이 사라지고, 밤이 찾아왔다. 리아는 눈을 감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그녀는 케이든과 함께 발견하게 될 비밀들을 상상하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꿈 속에서, 은빛 실들이 무한한 공간을 가로지르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케이든이 서 있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고 있었고, 리아는 그 손을 잡기 위해 다가가고 있었다.
운명의 실은 그들을 더욱 강하게 연결하며, 미래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