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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실의 소녀

창밖으로 내리쬐는 오후의 햇살이 교실 안을 따스하게 물들였다. 16세 소녀 리아는 수업 시간에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 사이에 연결된 가느다란 실들, 그녀가 '운명의 실'이라 부르는 것들이 햇살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교실 안에서도 학생들 사이에 얽혀 있는 수많은 실들이 그녀의 시야를 채웠다. 어떤 실은 밝고 강하게 빛났고, 어떤 실은 희미하게 깜박이며 끊어질 듯 위태로웠다. 리아는 그 실들이 사람들의 관계와 운명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세레나가 리아의 멍한 표정을 발견하고 살짝 그녀의 팔을 쿡 찔렀다.

"또 보이는 거야?" 세레나가 작은 목소리로 귓속말을 했다.

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세레나는 리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친구였다. 그녀만이 리아가 왜 종종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지, 왜 때때로 갑자기 불안해하는지 이해했다.

"괜찮아?" 세레나가 다시 물었다.

"응, 그냥... 오늘은 실들이 더 선명해." 리아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교실 앞에서 수학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아, 집중하고 있니? 8번 문제 풀어볼래?"

리아는 화들짝 놀라며 교과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난 10분간 선생님의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가..." 리아가 말을 더듬었다.

세레나가 재빨리 그녀의 노트를 밀어주었다. 리아는 고마운 눈빛을 보내며 세레나의 노트를 참고해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난 후, 리아는 복도를 걸어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능력은 때로 축복이라기보다는 저주처럼 느껴졌다. 사람들 사이의 실을 보는 것은 그녀가 원해서 얻은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그녀의 일부였고, 그녀는 그것을 통제할 수 없었다.

복도를 지나가던 중, 리아는 두 학생이 심하게 다투는 모습을 목격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었는데, 둘 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난 널 믿었다고!" 여학생이 소리쳤다.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넌 항상 오해하고 난리야!" 남학생이 반박했다.

리아는 두 사람 사이의 실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실은 평소에는 분명 밝고 강한 빛을 내는 실이었을 텐데, 지금은 심하게 뒤틀리고 늘어나 있었고, 끊어질 듯 위태롭게 떨고 있었다. 그 실이 끊어지면, 두 사람의 관계는 영원히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리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알고 있었다. 손끝에서 은빛 가위를 소환해 그 실을 자르면, 두 사람은 더 이상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그들의 관계를 영원히 끝내는 것을 의미했다.

'난 이럴 권리가 없어. 다른 사람의 운명을 바꿀 권리가...' 리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다툼이 점점 격해지고, 그들 사이의 실이 더욱 위태롭게 떨리는 것을 보며, 리아는 충동적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손끝에서 은빛 빛이 모여들더니, 섬세하고 아름다운 가위가 형성되었다. 아무도 그것을 볼 수 없었다. 오직 리아만이 그 가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한 순간의 망설임 후, 리아는 가위로 두 사람 사이의 실을 잘랐다. 실이 끊어지는 순간, 묘한 떨림이 공기 중에 퍼졌다. 두 학생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리가 뭐 하고 있었지?" 남학생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모르겠어. 그냥... 난 이만 가볼게." 여학생이 무심하게 대답하며 돌아섰다.

두 사람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각자의 길로 떠났다. 더 이상 분노도, 상처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의 따스한 감정도 사라졌다.

리아는 자신이 한 일에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두 사람의 고통을 끝냈지만, 동시에 그들의 관계도 끝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리아의 마음은 복잡했다. 그녀의 능력은 강력했지만, 그 책임감은 때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양어머니 엘리자의 경고가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

"네 능력은 위험해, 리아. 절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면 안 돼. 그리고 함부로 사용하지 마. 운명을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리아는 엘리자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언제인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어린 시절부터 엘리자는 그녀의 능력을 알고 있었고, 항상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집에 도착한 리아는 조용히 현관문을 열었다. 엘리자가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리아, 왔니?" 엘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엄마." 리아가 대답했다.

"오늘 학교는 어땠어?" 엘리자가 부엌에서 나와 리아를 바라보았다.

엘리자는 40대 중반의 여성으로, 단정하게 묶은 갈색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항상 긴장감이 감돌았고, 특히 리아를 바라볼 때면 그 눈빛에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평소처럼요." 리아가 짧게 대답했다. 그녀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방에 가서 숙제하렴. 저녁은 30분 후에 준비될 거야."

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을 올라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녀의 방은 단정하고 소박했다. 벽에는 몇 장의 사진과 그림이 걸려 있었고, 책상 위에는 책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리아는 가방을 내려놓고 거울 앞에 섰다.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내려왔고, 창백한 피부와 깊은 갈색 눈동자가 그녀를 응시했다. 평범해 보이는 외모였지만, 그녀의 눈에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비밀을 간직한 사람의 눈빛이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너머로, 리아는 자신에게서 뻗어나가는 운명의 실들을 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강하고 밝은 실은 아래층에 있는 엘리자에게 연결되어 있었다. 또 다른 실은 세레나에게 이어졌다. 그리고 수많은 실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리아는 손끝에서 은빛 가위를 소환했다. 가위는 그녀의 손 위에서 부드럽게 빛났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가위를 자신에게서 뻗어나가는 실 중 하나에 가져갔다. 그것은 그녀가 별로 친하지 않은 학교 친구에게 연결된 희미한 실이었다.

리아는 가위를 실에 대고 살짝 눌렀지만, 가위는 마치 그 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냥 통과해버렸다. 그녀는 다시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녀는 다른 실에도 시도해보았지만, 모든 실이 그녀의 가위를 피해갔다.

리아는 좌절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실은 자를 수 있었지만, 자신의 실만은 절대 자를 수 없었다. 이것이 그녀가 안고 있는 저주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지만, 자신의 운명만은 바꿀 수 없었다.

"왜 나는 내 실을 자를 수 없는 거지? 이게 정말 저주라면, 왜 나한테 이런 능력이 있는 거야?" 리아는 거울 속 자신에게 속삭였다.

그녀의 질문에 대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엘리자는 항상 그녀의 능력에 대해 경계하고 조심하라고만 했을 뿐, 그 이유나 기원에 대해서는 결코 말하지 않았다.

리아는 침대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되새겼다. 그녀가 두 학생의 실을 자른 것이 정말 옳은 일이었을까? 그들의 관계는 끝났지만, 적어도 더 이상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그들이 원했던 것일까?

'난 그들의 고통을 끝냈어.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행복의 가능성도 끝냈어.' 리아는 생각했다.

운명의 실을 자르는 능력은 큰 책임감을 동반했다. 그녀는 그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리아의 생각은 갑자기 창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중단되었다. 그녀는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리아는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가 창문을 닫으려는 순간,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그녀에게서 뻗어나가는 실 중 하나가 평소와 달리 매우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실은 그녀가 본 어떤 실보다도 밝고 강렬했으며, 지평선 너머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저 실은 누구에게 연결된 거지?' 리아는 궁금해했다.

그녀는 그 실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실은 그녀의 운명과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리아, 저녁 준비됐어!" 엘리자의 목소리가 아래층에서 들려왔다.

리아는 한 번 더 창밖을 바라본 후, 천천히 방을 나섰다.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그 밝게 빛나는 실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었다. 그 실의 끝에는 누가 있을까? 그리고 그 사람은 그녀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저녁 식사 시간, 리아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엘리자는 그녀의 상태를 눈치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항상 말로 표현하지 않는 이해가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리아는 설거지를 도왔다. 부엌에서 일하는 동안, 그녀는 엘리자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녀의 능력에 대해, 왜 그녀만 자신의 실을 자를 수 없는지, 그리고 오늘 본 그 이상하게 빛나는 실에 대해. 하지만 그녀는 침묵을 지켰다. 엘리자가 그런 질문에 답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아," 엘리자가 갑자기 말했다. "네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기억해. 네 능력은 위험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해."

리아는 놀라서 엘리자를 바라보았다. 엘리자는 마치 그녀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네... 알아요, 엄마." 리아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엘리자는 잠시 리아를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녀의 얼굴에 드물게 보이는 표정이었다.

"넌 특별한 아이야, 리아. 언젠가 네가 왜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될 거야. 하지만 지금은 그저 조심하는 것이 중요해."

리아는 엘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더 많은 질문이 생겨났다. 엘리자는 그녀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날 밤, 리아는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오늘 본 그 밝게 빛나는 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 실의 끝에는 누가 있을까? 그리고 그 사람은 그녀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창밖으로 보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리아는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했다. 그녀는 자신의 실을 자를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운명이 완전히 정해져 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들이 그녀의 운명을 형성할 것이다.

'내일은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리아는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리아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어제 본 그 밝게 빛나는 실에 대한 생각이 여전히 그녀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었다.

리아는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학교로 향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른 날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학교 정문에 도착한 리아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시선이 낯선 소년에게 고정되었다. 그는 교문 앞에 서 있었고, 리아가 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아마도 새로운 전학생일 것이다.

하지만 리아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소년의 외모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와 그녀 사이에 연결된 밝게 빛나는 실이었다. 바로 어제 저녁 그녀가 본 그 실이었다.

리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 소년은 그녀의 운명의 실 끝에 연결된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소년이 고개를 돌려 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이 마주쳤고, 리아는 그의 눈에서 무언가 특별한 것을 느꼈다. 마치 그도 그녀와 같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년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안녕," 그가 말했다. "내 이름은 케이든이야. 넌?"

리아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녀는 그들 사이에 연결된 실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어떤 실보다도 강하고 밝게 빛나고 있었다.

"리아," 그녀가 마침내 대답했다. "내 이름은 리아야."

케이든이 미소를 지었다. "만나서 반가워, 리아. 난 오늘부터 이 학교에 다니게 됐어."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케이든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그는 누구였고, 왜 그들의 운명이 연결되어 있는지. 하지만 지금은 그저 "반가워"라고 말하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벨 소리가 울리고, 리아와 케이든은 각자의 교실로 향했다. 하지만 리아는 그날 하루 종일 케이든과 그들 사이에 연결된 실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그들의 만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했다.

운명의 실은 그녀를 케이든에게 인도했다. 이제 그녀는 그 실을 따라가며 자신의 운명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