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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 숲속의 만남**

해질녘의 붉은 빛이 금지된 숲의 가장자리를 물들이고 있었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살은 숲바닥에 황금빛 반점들을 만들어내며, 마치 마법의 흔적처럼 반짝였다. 이 시간, 숲은 낮의 활기찬 소리들이 잦아들고 밤의 생명체들이 깨어나는 경계에 서 있었다.

테오 왕자는 기사 견습생의 낡은 가죽 튜닉과 검소한 망토로 변장한 채, 조심스럽게 숲속을 걸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매는 주변을 경계하며 끊임없이 움직였고, 단단한 턱선은 그의 결의를 드러냈다. 어깨에 걸친 가방 속에는 여동생 루나가 전달한 비밀 편지가 있었다. 그는 가방 속에서 작은 나침반을 꺼내 확인했다. 나침반의 바늘이 미세하게 떨리며 숲 깊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법 에너지의 이상 현상... 루나가 말한 대로 이 숲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어.'

테오는 왕실에서의 형식적인 삶에 지쳐 있었다. 언제나 완벽한 왕자로서의 역할, 끝없는 예절 교육과 정치적 책임감. 그는 기사 견습생으로 변장하여 이렇게 홀로 임무를 수행할 때만 진정한 자유를 느꼈다. 그의 손은 자연스럽게 허리춤에 찬 단검으로 향했다. 왕실 문장이 새겨진 이 단검은 그가 감히 버리지 못하는 유일한 왕자의 흔적이었다.

그때,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테오는 즉시 몸을 숨기고 소리의 방향을 주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소녀가 나타났다. 소녀는 붉은 빛을 머금은 숲속에서 마치 그림 속 요정처럼 보였다. 엘리나였다. 그녀의 갈색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내려와 부드럽게 흘러내렸고, 큰 눈은 호기심과 지혜로 빛났다. 그녀는 작은 스케치북을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테오는 그녀가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조심스럽게 그는 숨겨진 곳에서 나와 그녀에게 다가갔다.

"안녕," 테오가 부드럽게 말했다.

엘리나는 놀라 펜을 떨어뜨렸다. 그녀의 눈이 경계심으로 커졌다.

"누구세요? 이 숲은 학생들에게 금지된 구역인데요."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살짝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테오는 양손을 들어 자신이 위협적이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나도 알아. 하지만 넌 여기 있잖아."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사 견습생 테오야. 이 주변에서 이상한 현상을 조사하고 있어."

엘리나는 여전히 경계하는 눈빛이었지만, 그의 솔직한 태도에 경계심이 조금 누그러졌다. "이상한 현상이요?"

"그래, 마법 에너지가 변하고 있어. 마치..." 테오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마치 사라지는 것처럼요?" 엘리나가 말을 이었다.

테오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정확해! 어떻게 알았지?"

엘리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스케치북을 들어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숲의 풍경이 그려져 있었지만, 보통의 그림과는 달랐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시각화한 듯한 선들과 패턴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리고 그 패턴들 중 일부는 마치 천천히 소멸되는 것처럼 희미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내가 볼 수 있어요... 마법의 흐름을."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볼 수 없는 것들을 보는 특별한 시력이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 마법 에너지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테오는 그녀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림 속에는 그가 나침반으로만 감지할 수 있었던 에너지의 흐름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놀랍군," 그가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런 능력은 처음 봐. 넌 마법 학교 학생이지?"

엘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나예요. 하지만 이런 말 아무에게나 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테오는 그녀의 불안감을 이해했다. 특별한 능력은 때로 부러움보다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걱정 마, 네 비밀은 안전해. 사실, 네 능력이 지금 내가 조사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두 사람은 숲속 작은 공터에 앉아 서로의 발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엘리나는 마법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마법 에너지의 이상 현상을 발견한 순간부터, 학교 사서 머린과 나눈 대화까지 모든 것을 설명했다. 테오는 루나로부터 받은 비밀 임무와 마법 에너지의 변화가 아르카디아 왕국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조심스럽게 공유했다. 물론, 자신이 왕자라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머린 선생님은 이것이 '마법 소멸'의 시작일 수 있다고 했어요," 엘리나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깊은 걱정이 담겨 있었다. "모든 마법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테오는 그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르카디아는 마법을 기반으로 번영해 온 왕국이었다. 마법 없이는 그들의 문명 자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함께 이 문제를 더 조사해야 할 것 같아," 테오가 제안했다. "네 능력과 내가 가진 정보를 결합하면..."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나뭇잎들이 바람 없이 떨리기 시작했고, 숲속의 모든 소리가 일순간에 멈췄다. 엘리나와 테오는 동시에 위험을 감지하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뭔가 잘못됐어," 테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손은 이미 단검의 손잡이를 꽉 쥐고 있었다.

엘리나의 눈이 커졌다. "마법 에너지가... 뒤틀리고 있어요!"

그 순간, 그림자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일렁이더니 한 인물이 그 속에서 나타났다. 키가 크고 마른 남자는 검은 망토를 입고 있었고, 그의 얼굴은 반쯤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마치 불꽃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렉스..." 테오가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렉스는 천천히 박수를 쳤다. 그 소리는 죽음의 종소리처럼 숲에 울려 퍼졌다. "테오,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왕자님께서 기사 놀이를 하고 계시는군."

엘리나는 놀라서 테오를 바라보았다. "왕자...?"

테오는 엘리나의 놀란 표정을 볼 겨를도 없이 그녀를 자신의 뒤로 보호하듯 밀었다. "렉스, 네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렉스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나와 같은 질문이군. 하지만 내 질문은 그 소녀에 관한 것이야." 그는 엘리나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마법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눈... 흥미롭군. 아델라 님께서 아주 관심을 가지실 만한 능력이야."

테오는 단검을 꺼내들었다. "그녀에게서 물러서."

렉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언제나 그렇게 고귀하군, 테오. 하지만 네 단검으로는 나를 막을 수 없어."

그가 손을 들어올리자 주변의 그림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림자들은 점점 더 커지더니 엘리나와 테오를 향해 달려들었다.

테오는 재빨리 단검으로 그림자를 가르려 했지만, 그것은 마치 연기를 베는 것처럼 소용없었다. 그림자는 그의 다리를 감아 움직임을 제한했고, 더 많은 그림자가 엘리나를 향해 다가갔다.

"엘리나, 도망쳐!" 테오가 외쳤다.

하지만 엘리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두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눈은 마치 별빛을 담은 것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건... 이게 뭐지?" 렉스가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엘리나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점점 더 강렬해졌다. 그 빛은 마치 액체처럼 흘러내려 그녀의 손끝으로 모여들었다. 그녀는 그 빛을 그림자를 향해 내뿜었고, 순간 그림자들은 마치 태양 앞의 안개처럼 흩어졌다.

렉스는 갑작스러운 빛에 팔로 눈을 가리며 뒤로 물러섰다. "이런, 예상치 못한 발견이군. '빛의 눈'... 전설이 사실이었어."

테오는 그림자의 속박에서 벗어나 엘리나 곁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힘의 분출로 지쳐 보였고, 그녀의 눈에서 나오던 빛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렉스는 다시 공격을 준비하는 듯했다. 그의 손에 어둠의 에너지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델라 님께서는 너희 둘 다 원하실 거야. 특히 그 눈..."

갑자기 숲속에서 밝은 빛이 번쩍였고, 작은 형체가 빠른 속도로 날아와 렉스의 얼굴 주위를 맴돌았다. 그것은 마치 작은 불꽃처럼 빛나는 요정이었다.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마!" 요정의 목소리는 작지만 강인했다.

렉스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요정을 쫓아내려 했지만, 요정은 너무 빨랐다. 요정은 렉스의 얼굴 주위를 계속 맴돌며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페이지, 조심해!" 엘리나가 외쳤다.

테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엘리나를 부축해 일으키고 요정이 만든 혼란을 이용해 숲속 깊은 곳으로 달아났다. 요정 페이지도 곧 그들을 따라 날아왔다.

렉스의 분노에 찬 외침이 뒤에서 들려왔다. "도망쳐봐야 소용없어! 아델라 님께서는 결국 너희를 찾아낼 거야!"

안전한 거리까지 달려온 세 사람은 숨을 고르며 멈춰 섰다. 테오는 엘리나가 쓰러지지 않도록 계속 부축하고 있었다.

"괜찮아?" 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엘리나는 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냥 갑자기 그런 힘이 나온 적이 없어서..."

페이지는 엘리나의 어깨에 앉았다. 이제 가까이서 보니, 그녀는 작은 인간 형태의 요정이었다. 그녀의 피부는 옅은 푸른빛을 띠고 있었고, 투명한 날개는 무지개 빛으로 반짝였다.

"드디어 찾았어, '빛의 눈'을 가진 자!" 페이지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이름은 페이지, 실버윙 요정족의 일원이야. 너를 찾고 있었어!"

"나를?" 엘리나는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테오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건 위험해. 렉스가 다시 올 거야. 안전한 곳으로 가야 해."

페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머린의 비밀 연구실로 가야 해. 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머린 선생님이요?" 엘리나가 놀라서 물었다.

"그래, 그는 단순한 학교 사서가 아니야," 페이지가 설명했다. "그는 고대 마법사의 영혼이며, '빛의 눈'에 관한 예언을 알고 있어. 그리고 네가 그 예언의 중심이야, 엘리나."

엘리나는 갑작스러운 모든 일에 압도된 듯했다. 그녀의 평범했던 삶이 단 하루 만에 완전히 뒤바뀌고 있었다. 마법의 소멸, 그림자 마법사의 공격, 자신도 몰랐던 '빛의 눈'의 힘, 그리고 테오가 왕자라는 사실까지...

테오는 그녀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고 부드럽게 말했다. "많이 놀랐을 거야. 나도... 내가 왕자라는 사실을 숨겨서 미안해.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우리가 함께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해."

엘리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이제 결의가 담겨 있었다. "머린 선생님께 가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내야겠어요."

페이지는 기쁘게 날갯짓을 하며 앞장섰다. "따라와! 내가 안전한 길로 안내할게."

테오는 엘리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함께 가자."

엘리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들의 손이 맞닿는 순간, 미세한 빛이 두 사람 사이에서 반짝였다. 그것은 마치 운명의 실이 그들을 연결한 것 같았다.

해가 완전히 저물고, 숲은 어둠에 잠겼다. 하지만 페이지의 은은한 빛과 엘리나의 '빛의 눈'이 그들의 길을 밝혀주었다. 세 사람은 마법 학교를 향해 조용히 걸어갔다. 그들은 아직 알지 못했지만, 이것은 거대한 모험의 시작에 불과했다.

뒤에서는 렉스가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며 아델라에게 보고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탐욕과 분노가 섞인 빛이 있었다. "'빛의 눈'과 아르카디아의 왕자... 아델라 님께서는 매우 기뻐하실 거야."

밤하늘에는 별들이 하나둘 빛나기 시작했고, 그중 하나가 특별히 붉은 빛을 내며 깜박였다. 마치 다가올 운명을 예고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