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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아르카디아 왕국의 마법 학교는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로, 수백 년의 역사가 담긴 첨탑과 아치형 창문들이 특징이었다.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오후, 도서관의 한적한 구석에 자리 잡은 엘리나는 마법 이론 책을 펼쳐놓고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의 갈색 머리카락은 햇빛에 반짝이며 어깨까지 내려왔고, 옅은 주근깨가 뿌려진 얼굴에는 진지함이 서려 있었다. 창백한 피부와 대조적인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그녀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이었다.

엘리나는 책에 집중하던 중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주변의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 같았다. 그녀의 눈에 책장 위의 마법 에너지가 보였다. 보통 때라면 푸른빛으로 맥동하며 흐르는 에너지가, 지금은 마치 물이 증발하듯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이게 뭐지?' 엘리나는 눈을 깜빡였다. 다른 학생들은 평소처럼 책을 읽거나 과제에 몰두하고 있었다. 아무도 이 이상한 현상을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그녀는 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내 연필로 보이는 현상을 빠르게 그려내기 시작했다. 엘리나의 손가락이 종이 위를 춤추듯 움직였고, 마법 에너지의 흐름과 그것이 사라지는 패턴이 정확하게 기록되었다. 그녀의 그림 솜씨는 평범한 학생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마법 에너지 자체가 그림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듯한 생동감이 있었다.

"흥미로운 그림이군요, 엘리나 양."

깊고 차분한 목소리에 엘리나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학교 사서인 머린 선생님이 그녀의 테이블 앞에 서 있었다. 수염이 덮인 노인의 얼굴에는 평소의 온화함 대신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그의 깊게 파인 주름 사이로 지혜와 경험이 묻어났고, 푸른 눈동자는 마치 수세기를 지켜본 것처럼 깊고 통찰력이 있었다.

"선생님." 엘리나는 스케치북을 가리려다 멈췄다. "이상한 것이 보여서..."

머린은 그녀의 옆에 앉으며 스케치북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의 긴 손가락이 그림 위를 맴돌았지만, 종이에 닿지는 않았다. "이것은... 마법 소멸의 시작이군요."

"마법 소멸이요?" 엘리나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머린은 주변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여기서 이야기하기엔 적절하지 않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내 연구실로 오세요. 당신의 눈이 보는 것... 그것은 매우 특별한 능력입니다."

엘리나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머린이 자리를 뜨자, 그녀는 다시 주변의 책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녀의 눈에는 더 많은 책에서 마법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마치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빨대로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오후 수업이 끝난 후, 엘리나는 도서관 깊숙한 곳에 위치한 머린의 연구실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문이 저절로 열리며 머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엘리나 양."

연구실 내부는 엘리나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들, 천장까지 닿는 사다리, 빛나는 수정구들과 이상한 장치들로 가득했다. 공중에 떠 있는 작은 별들이 방 안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머린은 커다란 책상 앞에 앉아 고대 마법서를 읽고 있었다. 그는 엘리나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당신이 오늘 그린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머린이 말했다. "당신은 마법의 근원, 그 에너지의 흐름을 볼 수 있군요. 이것은 매우 희귀한 능력입니다. '빛의 눈'이라고 불리죠."

엘리나는 눈을 깜빡였다. "저는... 항상 이런 것들을 볼 수 있었어요. 다른 학생들은 못 보는 줄 알았지만, 그냥 제가 마법에 둔감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요."

머린은 쓴웃음을 지었다. "반대입니다. 당신은 너무 민감해서 마법의 가장 근본적인 층위를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 본 것, 그 마법 에너지의 소멸은 오래된 예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그는 책상에서 오래된 마법서를 꺼내 펼쳤다. 페이지에는 엘리나가 그린 것과 유사한 패턴의 그림이 있었다.

"이것은 '시간의 문'이라는 고대 마법서입니다. 수백 년 전, 마법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정확히 당신이 그린 패턴과 같습니다."

엘리나의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럼... 마법이 정말 사라진다는 건가요?"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언에는 또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머린은 페이지를 넘겼다. "빛의 눈을 가진 자가 나타나 마법의 흐름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엘리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녀의 머릿속에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머린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먼저, 당신의 능력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잊혀진 마법의 세계'와 '시간의 수정'에 대한 정보를 찾아야 합니다."

그들의 대화는 갑작스러운 소음에 중단되었다. 창문 밖에서 붉은 빛이 번쩍였다.

"이런," 머린이 중얼거렸다. "우리의 시간이 생각보다 짧은 것 같군요."

그는 서둘러 몇 권의 책을 가방에 넣었다. "엘리나 양, 당신의 능력은 세계를 구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노리는 자들이 있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엘리나는 공포와 혼란으로 몸을 떨었다. "누가 저를 노린다는 거죠? 왜요?"

"마법 의회의 수장인 아델라가 마법 소멸 현상의 배후에 있다고 의심됩니다. 그녀는 당신의 능력이 자신의 계획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위험한 행동을 할 것입니다."

창문 밖의 붉은 빛이 더 강해졌다. 머린은 엘리나의 손을 잡았다.

"내일, 금지된 숲 가장자리에서 만납시다. 해질 무렵에요. 더 많은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은 평소처럼 행동하고, 아무에게도 이 일을 말하지 마세요. 단, 당신의 친구 올리비아는 신뢰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도움이 필요할 겁니다."

엘리나는 떨리는 손으로 스케치북을 가방에 넣었다. "알겠어요, 선생님."

그녀가 연구실을 나서려 할 때, 머린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엘리나 양, 당신의 그림은 단순한 기록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의 마법입니다. 잊지 마세요."

엘리나는 복도로 나와 급히 기숙사로 향했다. 그녀의 마음은 혼란스러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그녀의 평범한 삶은 오늘로 끝났다는 것.

다음 날 아침, 엘리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르카디아 마법 학교의 정원은 평소와 같이 평화로워 보였다. 학생들이 수업을 향해 서두르고, 작은 마법 생물들이 꽃밭 사이를 뛰어다녔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공기 중의 마법 에너지가 어제보다 더 희미해 보였다.

'정말 마법이 사라지고 있는 걸까?' 엘리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교복을 입고 가방을 챙겼다. 스케치북을 확인하니 어제 그린 그림이 더 선명해져 있었다. 마치 종이에 그려진 마법 에너지가 실제로 맥동하는 것 같았다.

기숙사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엘리나는 친구 올리비아를 찾았다. 올리비아는 붉은 곱슬머리와 밝은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인 활기찬 소녀였다. 그녀는 치유 마법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고, 엘리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엘리! 여기야!" 올리비아가 손을 흔들었다.

엘리나는 그녀 옆에 앉으며 주변을 살폈다. 다른 학생들은 평소처럼 대화하고 웃고 있었다. 아무도 마법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올리, 너에게 말해야 할 게 있어," 엘리나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안 돼. 수업 후에 만나자."

올리비아는 엘리나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무슨 일이야? 괜찮아?"

"나중에 설명할게. 지금은 그냥... 평소처럼 행동하자."

수업 시간 내내 엘리나는 집중하기 어려웠다. 마법 실습 시간에는 간단한 불 마법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그녀는 마법 근원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눈을 가졌지만, 실제 마법 사용에는 항상 서툴렀다. 오늘은 특히 더 그랬다.

"하퍼 양, 집중하세요," 마법 실습 교수가 말했다. "당신의 불꽃이 거의 보이지 않네요."

엘리나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수업이 끝난 후, 엘리나와 올리비아는 학교 뒤편 정원의 한적한 벤치에 앉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엘리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올리비아의 눈이 점점 커졌다. "마법이 사라진다고? 그리고 네가 '빛의 눈'을 가졌다고? 와, 이건 정말..."

"미쳤지, 맞아," 엘리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아직 믿기지 않아. 하지만 올리, 내 눈에는 보여. 마법 에너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올리비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머린 선생님이 오늘 저녁에 너를 만나자고 했구나. 내가 뭘 도와줄 수 있을까?"

"만약 내가... 학교를 떠나야 한다면, 내 부재를 커버해 줄 수 있을까? 부모님께 편지도 보내야 하고..."

올리비아는 엘리나의 손을 꼭 잡았다. "물론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할게. 하지만 조심해야 해, 엘리. 아델라가 정말 마법 의회의 수장인데 이런 일을 꾸미고 있다면, 너무 위험해."

엘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하지만 머린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내가 이 일에 관여하지 않을 선택지는 없어 보여."

해가 지기 시작하자, 엘리나는 금지된 숲 가장자리로 향했다. 그녀는 평소보다 두꺼운 망토를 걸치고, 스케치북과 몇 가지 필수품을 가방에 챙겼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손바닥에는 땀이 배어 나왔다.

숲은 해질녘의 그림자로 가득했다.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기묘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엘리나는 숲 가장자리에 서서 머린을 기다렸다. 주변의 마법 에너지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맥동하는 것이 보였다.

"여기 있었군요."

엘리나는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곳에 서 있던 것은 머린이 아니었다. 젊은 남성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단순한 기사 견습생의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자세와 눈빛에서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짙은 갈색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턱선, 그리고 깊이 있는 갈색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당신은 누구죠?" 엘리나가 경계하며 물었다.

젊은 남성은 한 걸음 다가왔다. "테오입니다. 저도 마법 에너지의 이상 현상을 조사하고 있어요."

엘리나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여기 있는지 알았죠?"

"우연이라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테오가 미소 지었다. "저는 며칠 전부터 이 숲 주변의 마법 에너지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누군가가 이곳에 올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죠."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나무들 사이에서 어둠이 더 짙어지는 것 같았다. 엘리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뭔가 이상해요," 그녀가 속삭였다.

테오는 경계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의 손은 이미 허리춤의 단검에 가 있었다. "숨으세요,"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나무들 사이에서 검은 형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마치 그림자가 실체를 얻은 것처럼 움직였다. 형체의 윤곽이 점점 또렷해지며 한 남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검은 망토를 입은 그는 왼팔에 이상한 그림자 문양을 가지고 있었다.

"빛의 눈을 가진 소녀와 변장한 왕자," 그림자 남자가 차갑게 웃었다. "아델라 님께서 기뻐하실 만한 수확이군."

테오는 단검을 꺼내들었다. "렉스, 이곳에서 물러나라."

엘리나는 놀란 눈으로 테오를 바라보았다. '왕자라고? 이 사람이 왕자라고?'

렉스라 불린 남자는 손을 들어올렸고, 그의 주변에 더 많은 그림자가 모여들었다. "테오, 너의 검술 실력은 항상 인정했지만, 오늘은 네가 이길 수 없어."

그림자들이 엘리나와 테오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테오는 단검으로 그림자를 가르려 했지만, 그것들은 마치 연기처럼 다시 모여들었다. 엘리나는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마법을 시도했지만, 늘 그렇듯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도망치세요!" 테오가 외쳤다. "제가 그를 막을 테니!"

하지만 그림자들이 이미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렉스는 천천히 다가오며 손을 뻗었다. "빛의 눈을 가진 소녀, 네 능력은 우리에게 필요하다."

엘리나의 공포가 절정에 달했을 때, 갑자기 그녀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깨어났다. 그녀의 눈이 강렬한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주변의 마법 에너지가 그녀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쳤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스케치북을 꺼내 펼쳤고, 손가락이 종이 위를 춤추듯 움직였다.

그림이 그려지는 순간, 종이에서 빛이 폭발했다. 그 빛은 그림자들을 밀어내며 렉스를 뒤로 물러나게 했다. 렉스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이럴 수가..." 그가 중얼거렸다.

그때, 갑자기 작은 붉은 빛이 나타나 엘리나와 테오 사이를 날아다녔다. 그 빛은 점점 커지더니 작은 요정의 형태를 갖추었다. 긴 은빛 날개와 반짝이는 피부를 가진 요정은 렉스를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그림자 마법사여, 물러나라!" 요정의 목소리는 작지만 강력했다. "이들은 내 보호 아래 있다."

렉스는 잠시 요정을 노려보다가 한 걸음 물러섰다. "페이지, 네가 이 일에 관여하다니 놀랍군.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야."

그는 마지막으로 엘리나와 테오를 노려보고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주변의 어둠이 조금씩 물러가기 시작했다.

요정 페이지는 엘리나에게 다가와 그녀의 눈을 자세히 살폈다. "정말이구나. 너는 '빛의 눈'을 가졌어."

엘리나는 여전히 충격과 혼란 속에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스케치북에는 방금 그린 그림이 있었다. 빛의 소용돌이가 그림자를 밀어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그림은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엘리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테오는 단검을 다시 허리춤에 꽂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당신의 능력이 발현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네, 저는 테오도르 알렉산더 라이트, 아르카디아의 왕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페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맞아. 지금 중요한 건 너의 능력과 마법 소멸을 막는 일이야. 머린은 어디 있니?"

그 말에 엘리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머린 선생님이 여기서 만나자고 하셨는데... 아직 오지 않으셨어요."

테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것은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렉스가 머린을 가로챘을 가능성도 있어요."

페이지는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해. 렉스가 다시 그림자 마법사들을 이끌고 올 거야. 머린의 비밀 연구실로 가자. 그곳이 지금으로선 가장 안전할 거야."

엘리나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테오와 페이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하루 만에 그녀의 삶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마법 소멸, 빛의 눈, 왕자, 요정, 그림자 마법사...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니.

"저... 따라갈게요,"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하지만 제 친구 올리비아에게 먼저 알려야 해요."

페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녀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내자. 그리고 서둘러야 해. 시간이 많지 않아."

엘리나는 작은 마법 쪽지에 올리비아에게 보낼 메시지를 적었다. '계획이 바뀌었어. 걱정하지 마. 안전해. 곧 연락할게.' 쪽지는 공기 중으로 날아가 사라졌다.

테오는 엘리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함께 가시죠. 이제부터는 서로를 믿어야 합니다."

엘리나는 잠시 망설이다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이 그의 손 안에서 작게 느껴졌지만, 이상하게도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페이지는 그들 앞에서 빛을 내며 길을 인도했다.

밤의 어둠 속에서, 세 사람은 학교를 향해 조용히 움직였다. 엘리나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있었지만, 동시에 이상한 결의가 생겨났다. 그녀가 세계를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만 했다.

머린의 비밀 연구실로 향하는 길은 예상보다 복잡했다. 페이지는 그들을 도서관의 평소와 다른 입구로 안내했고, 숨겨진 통로를 통해 연구실의 뒷문으로 들어갔다. 연구실은 어두웠지만, 페이지의 빛으로 충분히 볼 수 있었다.

"머린?" 페이지가 불렀다. "여기 있니?"

잠시 후, 책장 뒤에서 움직임이 있었고 머린이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고, 망토에는 그을음 자국이 있었다.

"다행이군요, 무사하셨군요," 머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렉스의 그림자 마법사들이 학교 주변을 순찰하고 있어서 약속 장소에 갈 수 없었습니다."

그는 테오를 보고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왕자님, 이렇게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테오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머린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제 신분은 지금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법 소멸 현상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엘리나 양과 마주쳤습니다."

머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엘리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엘리나 양, 당신의 능력이 발현되었군요. 빛의 눈의 진정한 힘을 느꼈나요?"

엘리나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공포 속에서 무언가가 터져 나왔어요. 제 스케치북이..."

그녀는 스케치북을 펼쳐 보여주었다. 그림은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머린은 감탄하며 그림을 살폈다. "놀랍군요. 당신은 그림을 통해 마법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독특한 마법의 형태입니다."

페이지가 끼어들었다. "머린, 시간이 없어. 그들에게 '잊혀진 마법의 세계'와 '시간의 수정'에 대해 알려줘야 해."

머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큰 책상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책상 위에는 오래된 마법서 '시간의 문'이 펼쳐져 있었다.

"이 책에서 중요한 정보를 발견했습니다," 머린이 설명했다. "'잊혀진 마법의 세계'는 우리 세계와 평행하게 존재하는 차원입니다. 한때는 마법의 근원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잊혀진 곳이죠. 그곳에 '시간의 수정'이라는 고대 유물이 있습니다. 이 수정은 마법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엘리나는 책의 그림을 자세히 살폈다. 거대한 수정이 마법 에너지의 소용돌이 중심에 있는 모습이었다.

"그럼 우리가 이 수정을 찾아서 마법 소멸을 막을 수 있다는 건가요?" 그녀가 물었다.

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잊혀진 마법의 세계'로 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포털을 찾아야 하고, 그곳은 위험으로 가득 차 있을 겁니다."

테오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포털을 찾는 방법이 있나요?"

"엘프우드 숲에 마법 상인 다리오가 있습니다," 페이지가 대답했다. "그는 차원의 나침반 파편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이 포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먼저 엘리나 양의 능력을 더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학교를 안전하게 떠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엘리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모든 상황이 꿈처럼 느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녀는 평범한 마법 학생이었다. 마법 사용에 서툴러 자신감이 부족했지만,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았다. 이제 그녀는 세계의 운명을 짊어진 듯한 무게를 느꼈다.

"저... 정말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녀가 불안하게 물었다. "저는 마법 사용에 항상 서툴렀어요. 다른 학생들은 쉽게 하는 마법도 저는..."

테오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당신은 특별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엘리나 양. 그리고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함께합니다."

페이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가 도울 거야. 네 능력은 다른 형태의 마법일 뿐이야. 그림을 통해 마법을 구현하는 것, 그것이 네 방식이야."

머린은 책장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엘리나에게 건넸다. "이것은 특별한 마법 잉크와 붓입니다. 당신의 그림 마법에 도움이 될 겁니다."

엘리나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다양한 색상의 빛나는 잉크병과 섬세한 붓들이 있었다. 그녀는 감사의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합니다," 머린이 말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세요. 이 연구실은 보호 마법으로 가려져 있어 안전합니다."

테오는 창문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저는 여동생 루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그녀는 왕실 내부에서 아델라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올리비아 양에게도 자세한 상황을 알려야 합니다. 그녀의 도움이 필요할 겁니다."

엘리나는 피로와 혼란 속에서도 이상한 결의를 느꼈다. 그녀의 평범한 삶은 끝났지만,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여정은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하고 위험할 것이다.

그날 밤, 엘리나는 머린의 연구실에 마련된 작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공중에 떠 있는 작은 별들이 부드럽게 빛나며 방을 밝혔다. 테오는 다른 방에서 쉬고 있었고, 페이지는 창가에 작은 둥지를 만들어 앉아 있었다.

엘리나는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려 보았다. 오늘 그녀는 자신도 몰랐던 능력을 발견했다. 그림을 통해 마법을 구현하는 능력. 그것은 그녀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깨닫지 못했던 재능이었다.

'내가 정말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그럴 만한 사람일까?'

두려움과 의심이 그녀의 마음을 채웠지만, 동시에 이상한 확신도 있었다. 그녀는 이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테오, 페이지, 머린, 올리비아... 그들이 함께할 것이다.

엘리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일은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