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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4**

저녁 노을이 루나리스 가문의 웅장한 연회장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연회장의 높은 천장에 달린 수정 샹들리에가 노을빛을 받아 마치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가문의 정기 모임이 열리는 이 저녁, 테사는 평소보다 더 긴장한 상태로 연회장 입구에 서 있었다. 오늘 밤은 그녀에게 중요한 시험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테사의 검은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묶여 있었고, 루나리스 가문의 전통적인 은빛과 남색 드레스가 그녀의 창백한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손가락으로 드레스 주름을 매만지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그녀는 마침내 연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회장 안으로 들어서자 가족들과 가문의 관계자들이 작은 무리를 지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테사가 나타나자 몇몇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지만, 곧 무관심하게 다시 대화로 돌아갔다. 그녀는 이미 이런 반응에 익숙해져 있었다. '마력 결핍자'로 낙인찍힌 루나리스 가문의 막내딸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직 한 사람만이 테사의 등장을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연회장 중앙에서 몇몇 귀족들과 대화를 나누던 엘리자가 테사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테사의 가슴이 불안하게 뛰었다. 언니의 미소에는 항상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엘리자는 테사와는 달리 루나리스 가문의 마법력을 온전히 물려받은 자랑스러운 후계자였다. 그녀의 긴 금발은 마치 태양의 광선처럼 빛났고, 우아한 자태와 날카로운 지성은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엘리자가 대화 중이던 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테사를 향해 걸어오자, 주변의 대화 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우리의 소중한 막내가 드디어 나타났군," 엘리자가 테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꿀처럼 달콤했지만, 테사는 그 아래 숨겨진 날카로움을 놓치지 않았다.

"늦어서 미안해요, 언니." 테사가 조용히 대답했다.

엘리자는 테사의 팔을 부드럽게 잡아끌며 연회장 중앙으로 이끌었다. "늦은 것은 중요하지 않아. 오히려 네가 마침 적절한 타이밍에 도착했다고 할 수 있지."

테사는 언니의 말에 의문을 품었지만, 곧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엘리자가 그녀를 데리고 간 곳에는 아버지 세바스찬과 어머니 아이리스가 서 있었다. 그들 옆에는 루나리스 가문의 원로들도 함께했다.

"아버지, 어머니," 엘리자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테사가 최근 보여준 놀라운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테사는 언니의 말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엘리자의 눈에는 도전적인 빛이 어려 있었다.

세바스찬은 딸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을에서 들려오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구나. 네가 오래된 마법 물건들을 되살릴 수 있다고."

테사는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의심과 함께 희미한 기대감을 느꼈다. 그녀의 가슴이 조금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아이리스는 평소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차가운 푸른 눈동자는 마치 겨울 호수처럼 깊고 불가해했다. "흥미로운 소식이구나, 테사."

"감사합니다, 어머니." 테사가 공손히 대답했다. 그녀는 어머니의 표정에서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엘리자가 갑자기 손뼉을 쳤다. "그래서 생각했어요. 테사의 새로운 능력을 우리 모두 앞에서 시험해보면 어떨까요?"

테사의 얼굴에서 혈색이 빠져나갔다. 엘리자의 의도가 명확해졌다. 언니는 그녀를 공개적으로 시험하여 실패하게 만들려는 것이었다.

세바스찬이 관심을 보였다. "어떤 시험을 생각하고 있는 거지, 엘리자?"

엘리자는 미소를 지으며 허리에 달린 작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오래된 은색 장신구였다. 루나리스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이 장신구는 가문의 중요한 상징물 중 하나였다.

"이것이죠," 엘리자가 장신구를 들어 보였다. "우리 가문의 달빛 브로치입니다. 수백 년 동안 가문의 중요한 의식에서 사용되었지만, 최근 몇 세대 동안 그 마법이 사라져 단순한 장식품으로 남아있었죠."

테사는 즉시 그것이 함정임을 알아차렸다. 엘리자가 들고 있는 브로치는 분명 고의로 손상된 것이었다. 루나리스 가문의 마법이 깃든 물건을 고의로 손상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엘리자는 이것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연회장의 모든 시선이 테사에게 집중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함정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가문 앞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시도해 볼게요," 테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더 단단하게 들렸다.

엘리자의 눈이 잠시 놀라움으로 커졌다가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로 바뀌었다. 그녀는 브로치를 테사에게 건넸다. "여기, 우리 모두가 지켜보고 있단다."

테사는 브로치를 받아들고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브로치의 표면은 차갑고 매끄러웠지만, 그 안에 깃든 마법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오리온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그녀는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법은 사라지지 않아. 단지 잠들어 있을 뿐이야. 네 임무는 그것을 깨우는 거야.'

테사가 브로치에 의식을 집중하자, 주변의 소음이 점차 사라지고 깊은 고요함만이 남았다. 그녀는 브로치 안에 남아있는 희미한 마법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더 깊이 집중하자, 아주 희미한 빛줄기가 그녀의 의식에 닿았다.

갑자기 강한 저항이 느껴졌다. 테사는 고통스럽게 인상을 찌푸렸다. 엘리자가 브로치에 어떤 방해 마법을 걸어둔 것이 분명했다. 이것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의도적인 방해였다.

'포기하지 마, 테사. 네 안에는 그들이 모르는 힘이 있어.'

테사는 오리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를 꽉 물고 더욱 깊이 집중했다. 브로치의 저항이 점점 강해졌지만, 테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고, 손가락이 브로치를 꽉 쥐고 있었다.

연회장의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엘리자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테사가 계속 저항하자 점차 불안한 기색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테사는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새로운 힘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그녀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강렬한 에너지였다. 그녀는 그 힘을 끌어올려 브로치에 흘려보냈다.

순간, 브로치에서 강한 빛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연회장 전체를 환하게 밝혔고, 모든 사람들이 눈을 가릴 정도로 강렬했다. 빛이 점차 안정되자, 브로치에서 루나리스 가문의 문장이 공중에 투영되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초승달과 별들이 연회장 천장에 아름답게 펼쳐졌다.

"불가능해..." 엘리자가 충격에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테사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손에 들린 브로치는 이제 밝은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그 안에 깃든 마법이 완전히 되살아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성공했다.

연회장은 잠시 완전한 침묵에 휩싸였다가, 곧 놀라움과 감탄의 소리로 가득 찼다. 가족들과 귀족들이 서로 속삭이며 테사를 가리켰다. 그들의 눈에는 이제 경이로움과 존경의 빛이 어려 있었다.

세바스찬은 딸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진정한 인정의 눈빛을 보냈다. "놀랍구나, 테사."

아이리스조차 미세하게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차가운 눈에 잠시 따뜻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엘리자의 얼굴은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찼다. 그녀의 계획은 실패했고, 오히려 테사의 능력을 모두에게 증명하는 결과를 낳았다. 엘리자는 강제로 미소를 지으며 테사에게 다가갔다.

"축하해, 테사."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 "네가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졌을 줄은 몰랐어."

테사는 언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고마워, 언니. 이런 기회를 준 것도 고마워."

두 자매의 시선이 공중에서 만나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테사는 처음으로 언니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고, 가문 내에서의 위치가 변화하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연회는 계속되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에는 테사를 무시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녀에게 다가와 대화를 시도했고, 그녀의 능력에 대해 질문했다. 테사는 갑작스러운 관심의 중심에 선 것이 어색했지만, 동시에 처음으로 자신이 이 가문의 진정한 일원으로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다.

연회장 구석에서 피타가 테사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친구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듯했다. 테사는 피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피타는 항상 그녀의 편이었고, 이 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다행이었다.

연회가 끝나갈 무렵, 테사는 잠시 발코니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고, 초승달이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치 브로치에 새겨진 루나리스 가문의 문장처럼.

"인상적인 실력이었어."

테사는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아버지 세바스찬이 발코니 입구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평소처럼 엄격했지만, 눈빛에는 새로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테사가 공손히 대답했다.

세바스찬은 천천히 다가와 테사 옆에 섰다. "네 능력이 어떻게 발현된 건지 궁금하구나. 루나리스 가문의 역사에서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어."

테사는 잠시 고민했다. 오리온의 존재를 아버지에게 밝히는 것이 현명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몇 주 전부터 갑자기 마법의 잔해를 감지하고 되살릴 수 있게 되었어요."

세바스찬은 딸을 관찰하듯 바라보았다. "네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구나. 하지만 지금은 묻지 않겠다. 때가 되면 네가 말해주리라 믿는다."

테사는 놀랐지만 감사함을 느꼈다. 아버지가 이렇게 그녀를 신뢰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네 능력이 가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구나," 세바스찬이 계속해서 말했다. "루나리스 가문은 오랫동안 그 영광을 잃어왔지만, 네 능력을 통해 우리의 유산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테사는 아버지의 말에 담긴 기대감을 느꼈다. 그것은 압박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녀에게 목표를 제시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버지." 테사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세바스찬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서려 했지만, 잠시 망설이다가 테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것은 짧은 접촉이었지만, 테사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아버지가 그녀에게 이런 친밀한 제스처를 보인 것은 오랜만이었다.

"네 어머니도 네가 자랑스럽다고 생각하실 거야. 비록 표현하지는 않지만." 세바스찬이 마지막으로 말하고는 발코니를 떠났다.

테사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아버지의 말을 곱씹었다. 그녀의 마음은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찼다. 기쁨, 자부심, 그리고 새로운 책임감이 뒤섞여 있었다.

발코니에서 연회장을 바라보니, 엘리자가 몇몇 귀족들과 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언니의 표정은 여전히 우아했지만, 그 아래에는 불편함이 숨겨져 있었다. 테사는 오늘 밤의 사건이 그녀와 엘리자의 관계를 영원히 바꿔놓았음을 알았다. 이제 그들은 단순한 자매가 아니라 가문 내에서 경쟁자가 되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해,' 테사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내 진정한 여정은 이제부터야.'

밤하늘의 별들이 그녀의 결심을 지켜보는 듯했다. 테사는 브로치를 꽉 쥐고 내일을 위한 힘을 모았다. 오늘 밤, 그녀는 단순히 시험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연회장으로 돌아가기 전, 테사는 마지막으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초승달이 마치 그녀에게 미소 짓는 것 같았다. 루나리스 가문의 상징인 달빛처럼, 테사의 능력도 이제 막 빛나기 시작했다.

"테사!" 피타의 목소리가 발코니로 들려왔다. "다들 너를 찾고 있어."

테사는 미소를 지으며 친구를 향해 돌아섰다. "가자, 피타. 오늘은 긴 밤이 될 것 같아."

두 사람은 나란히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테사의 걸음은 이전보다 더 당당했고, 그녀의 눈빛에는 새로운 결의가 빛나고 있었다. 루나리스 가문의 막내딸은 더 이상 '마력 결핍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가문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희망의 빛이었다.

연회장에 들어서자 모든 시선이 다시 한번 테사에게 집중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시선들이 무시와 조롱이 아닌 존경과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테사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날 밤, 루나리스 가문의 연회장에서는 새로운 별이 떠올랐다. 그 별의 이름은 테사 루나리스였다. 그리고 그녀의 빛은 앞으로 더욱 밝게 빛날 것이다.

연회가 끝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테사는 창가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의 성공이 가져온 기쁨 속에서도, 그녀는 이것이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능력이 가져올 변화와 책임, 그리고 위험까지도.

"잘했어, 테사." 오리온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그는 창틀 위에 앉아 테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테사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의 가르침 덕분이에요, 오리온."

오리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모두 네 힘이야. 네 안에 있던 진정한 루나리스의 피가 깨어난 거지."

테사는 손에 들린 브로치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여전히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엘리자가 이 브로치에 방해 마법을 걸어놓았어요. 그녀는 제가 실패하길 바랐던 거예요."

"그리고 넌 그 방해를 뚫고 성공했지," 오리온이 말했다. "이것은 네 능력이 단순한 재능을 넘어섰다는 증거야. 넌 진정한 루나리스의 후계자야, 테사."

테사는 오리온의 말에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루나리스 가문의 진정한 후계자라니.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말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테사가 물었다.

오리온은 창밖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 능력을 더 발전시켜야 해. 그리고 루나리스 가문의 진정한 유산을 찾아야 해. 오늘 밤의 성공은 그저 시작일 뿐이야."

테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루나리스 가문의 진정한 후계자로서, 그녀는 가문의 영광을 되찾고 숨겨진 비밀을 밝혀낼 것이다.

방 안에 달빛이 스며들며 테사의 결의에 찬 얼굴을 비추었다. 오늘 밤, 그녀의 인생은 영원히 바뀌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