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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3**

달빛이 희미하게 비추는 루나리스 영지의 온실은 신비로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유리 천장을 통해 스며드는 달빛은 다양한 식물들 위에 은은한 광채를 드리웠고, 오래된 나무 선반들은 수십 년의 세월을 간직한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온실 한가운데에는 테사가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이 낡은 마법 화분의 테두리를 조심스럽게 더듬고 있었다.

"정말 확실한 거예요? 이것이 정말 달빛 꽃의 씨앗이 담긴 화분인가요?" 테사의 목소리에는 의심과 호기심이 뒤섞여 있었다.

마틴은 주름진 얼굴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거친 손등에는 수십 년간 흙을 만져온 흔적이 깊게 패여 있었다. 회색빛 머리카락은 이마 위로 흘러내려 그의 지혜로운 눈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틀림없소, 아가씨.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우리 가문이 보관해온 보물이오. 수백 년 전 멸종된 달빛 꽃의 마지막 씨앗이 이 화분에 담겨 있다고 전해져 왔소. 하지만 아무도 그 마법을 다시 깨울 수 없었지..."

테사는 입술을 깨물며 화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오래된 도자기로 만들어진 화분 표면에는 달과 별의 문양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었지만, 세월의 흔적으로 거의 지워져 있었다. 화분 안의 흙은 메마르고 생기가 없어 보였다.

피타가 테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격려했다. 그녀의 따뜻한 미소는 항상 테사에게 용기를 주었다.

"할 수 있어, 테사. 음악 상자도 되살렸잖아. 이것도 할 수 있을 거야."

테사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화분에 양손을 올려놓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온실 안은 고요했고, 오직 바람이 유리창을 스치는 소리만이 들렸다.

'제발, 깨어나줘. 네 안에 남아있는 마법을 느낄 수 있어. 아주 희미하지만...'

테사의 내면에서 간절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더욱 깊이 집중했다. 갑자기, 그녀의 의식이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끌려가는 듯한 감각이 밀려왔다.

눈앞이 환해지더니, 테사는 자신이 전혀 다른 장소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그곳은 지금의 온실보다 훨씬 넓고 화려했으며, 달빛이 가득한 정원이었다. 정원 곳곳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그 꽃들은 달빛을 받아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듯했고, 그 광경은 너무나 아름다워 테사의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이게... 달빛 꽃이구나.'

테사는 경이로움에 사로잡혀 한 송이 꽃에 다가갔다. 꽃잎은 반투명한 은빛이었고, 중심부에서는 푸른빛이 은은하게 퍼져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꽃에 손을 뻗자, 주변의 모든 달빛 꽃들이 마치 그녀를 인식하기라도 한 듯 더욱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때 테사는 정원 한가운데 서 있는 한 여인을 발견했다. 긴 은빛 드레스를 입은 그 여인은 테사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그녀의 얼굴은 달빛처럼 환했고, 그 눈동자에는 별이 담겨 있는 듯했다.

"누구세요?" 테사가 물었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여인은 말없이 손을 뻗어 테사에게 한 송이 달빛 꽃을 건넸다. 테사가 그 꽃을 받아들자, 여인은 천천히 흐려지기 시작했고, 주변의 정원도 함께 사라져갔다.

"테사! 테사!"

피타의 다급한 목소리에 테사는 현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눈을 떴고, 자신이 여전히 온실에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 그녀의 손 아래 화분에서는 푸른빛이 솟아오르고 있었고, 메마른 흙 위로 작은 새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놀라워..." 마틴이 경이로운 표정으로 속삭였다.

새싹은 눈앞에서 빠르게 자라나, 가느다란 줄기를 뻗고 잎을 펼쳤다. 그리고 마침내, 줄기 끝에서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꽃봉오리는 천천히 벌어져 테사가 환영 속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달빛 꽃을 피워냈다. 반투명한 은빛 꽃잎과 중심부의 푸른 빛이 온실 전체를 환하게 밝혔다.

마틴은 눈물을 글썽이며 무릎을 꿇었다. "루나리스 가의 축복이로군... 수백 년 만에 다시 피어난 달빛 꽃이야."

테사는 자신이 해낸 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달빛 꽃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그러나 갑자기 온몸에 극심한 피로감이 밀려왔고,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

피타가 재빨리 테사를 부축했다. "괜찮아? 너무 무리한 것 같아."

"괜찮아, 피타." 테사는 약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조금 지친 것뿐이야."

마틴은 경외의 눈빛으로 테사를 바라보았다. "아가씨, 당신은 기적을 일으키셨소. 이 소식이 퍼지면 모두가 놀랄 거요."

테사는 그의 말에 불안함을 느꼈다. 그녀는 아직 자신의 능력에 완전히 익숙하지 않았고,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동시에, 처음으로 자신이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성취감도 느꼈다.

온실을 나오는 길에, 테사는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을 느꼈다. 그녀가 주변을 둘러보자, 온실 입구 근처에 서 있는 엘리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언니는 차가운 표정으로 테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자매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엘리자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놀라움이었을까, 아니면 질투였을까?

엘리자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저택 방향으로 걸어갔다. 테사는 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하지 마," 피타가 테사의 손을 꼭 잡았다. "네가 특별하다는 걸 모두가 곧 알게 될 거야."

테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이 새로운 관심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

달빛 꽃의 부활 소식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퍼져나갔다. 불과 이틀 만에 루나리스 영지 전체가 그 소식으로 떠들썩했고, 주변 귀족들까지 이 놀라운 소식을 듣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테사는 자신의 방 창가에 앉아 정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정원에는 여러 마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화려한 옷차림의 귀족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달빛 꽃을 보기 위해, 그리고 그 꽃을 되살린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소녀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이렇게 될 줄 몰랐어..." 테사는 창문에 이마를 기대며 중얼거렸다.

방문이 열리고 오리온이 들어왔다. 그는 테사의 어깨에 앉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 테사. 당신의 능력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거예요."

테사는 오리온을 바라보았다. 그의 형태는 오늘따라 더 선명해 보였다. 푸른빛을 띤 반투명한 몸체와 날카로운 눈, 그리고 작은 날개가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전설 속 요정 같았다.

"하지만 난 준비가 안 됐어, 오리온. 모두가 나에게 기대하는데... 내가 실망시키면 어쩌지?"

오리온은 지혜로운 눈빛으로 테사를 바라보았다.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이미 불가능한 일을 해냈어요. 자신을 믿으세요."

그때 피타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표정은 흥분과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테사, 아래층이 완전히 미쳐버렸어! 모든 귀족들이 너에 대해 물어보고 있어. 그리고..." 피타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엘리자가 널 찾고 있어."

테사는 긴장된 표정으로 일어섰다. 엘리자가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그녀의 언니는 항상 가문의 후계자로서 완벽함을 추구했고, 테사의 갑작스러운 주목은 그녀에게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었다.

"어디서 만나자고 했어?" 테사가 물었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부모님도 함께 계시다고 해."

테사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가족 전체가 모인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자신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함께 가줄까?" 피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테사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이건 내가 혼자 해결해야 할 문제야."

그녀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창백한 피부와 긴 갈색 머리카락, 그리고 불안하게 빛나는 회색 눈동자가 그녀를 마주 보았다. 테사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 방을 나섰다.

루나리스 저택의 복도는 평소보다 훨씬 분주했다. 하인들이 오가며 손님들을 접대하느라 바빴고, 멀리서는 귀족들의 웃음소리와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테사는 그들을 피해 조용히 아버지의 서재로 향했다.

서재 문 앞에 도착한 테사는 잠시 망설였다. 문 너머에서 조용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아버지의 깊고 권위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테사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세 쌍의 눈이 그녀를 향했다. 아버지 세바스찬은 책상 뒤에 앉아 있었고, 어머니 아이리스는 창가의 의자에 우아하게 앉아 있었다. 엘리자는 책장 앞에 서서 테사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세바스찬은 손짓으로 테사에게 다가오라고 했다. 그의 얼굴은 평소처럼 엄격했지만, 눈빛에는 테사가 본 적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호기심? 아니면 기대?

"테사, 달빛 꽃을 되살렸다고 들었다." 세바스찬의 목소리는 감정을 읽기 어려웠다.

테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 마틴의 화분에 있던 씨앗이었어요."

"수백 년 동안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네가 해냈다는 거지." 세바스찬이 말했다.

테사는 불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버지의 다음 말이 질책일지 칭찬일지 예측할 수 없었다.

"이제 모든 귀족들이 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엘리자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갑자기 마법 능력이 생겼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테사는 언니를 바라보았다. 엘리자의 완벽한 외모는 항상 테사를 위축시켰다. 그녀의 금발은 햇빛을 받아 빛났고, 푸른 눈동자는 차갑게 빛났다. 루나리스 가문의 마법 능력을 가장 강하게 물려받은 엘리자는 가문의 자랑이었다.

"그건... 내가 의도한 게 아니야." 테사가 조용히 대답했다.

"의도했든 아니든, 이제 모두의 관심이 너에게 쏠리고 있어." 엘리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가문의 명예가 걸린 문제야. 네가 정말 그런 능력이 있는지, 아니면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인지 확인해야 해."

아이리스가 부드럽게 개입했다. "엘리자, 진정하렴. 테사를 다그치지 마."

테사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아이리스의 얼굴은 항상 평온했지만, 그 눈빛 속에는 깊은 지혜와 슬픔이 공존했다. 그녀는 테사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테사, 네 능력은 놀라운 것이란다. 하지만 엘리자의 말도 일리가 있어. 우리는 네 능력을 더 이해해야 해."

세바스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키 큰 체구는 서재를 더욱 좁아 보이게 만들었다. "엘리자가 제안이 있다고 하더구나."

엘리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표정에는 도전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내 제안은 간단해. 테사가 진정한 능력이 있다면, 더 어려운 것도 되살릴 수 있어야 해."

그녀는 책상 위에 작은 상자를 올려놓았다. 테사가 다가가 보니, 그것은 오래된 보석함이었다. 엘리자가 상자를 열자, 안에는 깨진 루나리스 가문의 마법 장신구가 들어있었다. 그것은 달과 별 모양의 브로치로, 중앙의 보석은 금이 가 있었고 빛을 잃은 상태였다.

"이건 루나리스 가문의 상징이자 강력한 마법이 깃든 물건이야." 엘리자가 설명했다. "수십 년 전에 손상되어 아무도 고치지 못했지. 네가 이것을 되살릴 수 있다면, 네 능력을 모두가 인정할 거야."

테사는 브로치를 바라보며 불안감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음악 상자나 화분과는 차원이 다른 마법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도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언제 해야 하지?" 테사가 물었다.

"오늘 저녁, 가문의 정기 모임에서." 엘리자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든 가족들 앞에서."

테사의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족들 앞에서 실패하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이기도 했다.

"알았어. 해볼게." 테사는 결심한 듯 말했다.

세바스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저녁 모임에서 보자."

테사는 서재를 나와 자신의 방으로 빠르게 돌아왔다. 그녀의 마음은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찼다. 피타와 오리온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어떻게 됐어?" 피타가 물었다.

테사는 한숨을 내쉬며 상황을 설명했다. "엘리자가 나를 시험하려고 해. 오늘 저녁, 모든 가족들 앞에서 가문의 마법 장신구를 되살려야 해."

오리온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 장신구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에요. 루나리스 가문의 강력한 마법이 깃든 물건이죠. 매우 조심해야 해요."

테사는 창가에 앉아 멀리 보이는 산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은 두려움과 결의로 가득 찼다.

"나도 알아. 하지만 이건 내가 피할 수 없는 시험이야. 엘리자는 내가 실패하길 바라겠지만, 난 그럴 수 없어. 이건 내 가치를 증명할 유일한 기회야."

피타는 테사의 옆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너는 할 수 있어, 테사. 달빛 꽃도 되살렸잖아. 이것도 할 수 있을 거야."

테사는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저녁이 다가오면서, 그녀는 자신의 운명이 오늘 밤 결정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거워졌다.

---

루나리스 가문의 연회장은 화려한 촛불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천장의 크리스탈 샹들리에는 수백 개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벽에 걸린 거울들은 그 빛을 반사하여 공간을 더욱 환하게 만들었다. 가문의 모든 구성원들이 모여 있었고, 테사의 부모님은 연회장 상단의 주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테사는 연회장 입구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그녀는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차려입었다. 은빛 자수가 놓인 푸른 드레스는 그녀의 창백한 피부와 대비되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테사는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걸으려 노력했지만, 내면에서는 불안감이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그녀는 부모님이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테사, 이리 오너라." 세바스찬이 손짓했다.

테사가 주 테이블에 도착하자, 엘리자가 일어섰다. 그녀는 화려한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목에는 루나리스 가문의 마법 보석이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가족 여러분," 엘리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우리는 특별한 순간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제 동생 테사가 최근 보여준 놀라운 능력에 대해 모두 들으셨을 겁니다."

연회장은 조용해졌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테사에게 향했다.

"그 능력이 진정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테사에게 중요한 시험을 부탁했습니다." 엘리자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상자를 들어 올렸다. "이것은 루나리스 가문의 오래된 마법 장신구로, 수십 년간 아무도 복원하지 못했습니다. 테사가 이것을 되살릴 수 있는지 보겠습니다."

엘리자는 상자를 열고 깨진 브로치를 꺼냈다. 그녀는 테사에게 건네며 도전적인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지켜보고 있어. 실패해도 괜찮아." 엘리자가 작게 속삭였지만, 그 말에는 뼈가 있었다.

테사는 브로치를 받아들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연회장 중앙으로 걸어나갔다. 그곳에서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브로치를 들어 올렸다.

"이 브로치는 루나리스 가문의 상징입니다." 테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이것을 되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녀는 브로치를 양손으로 감싸고 눈을 감았다. 테사는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브로치는 차갑고 생명 없는 물건처럼 느껴졌다.

'제발, 깨어나줘. 네 안에 있는 마법을 보여줘.'

테사는 더욱 깊이 집중했다. 갑자기, 그녀는 브로치에서 약한 진동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테사는 희미한 마법의 흔적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갑자기, 강력한 저항이 느껴졌다. 브로치에서 예상치 못한 강한 마법의 파동이 테사를 밀어내려 했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비틀거렸지만, 브로치를 놓지 않았다.

'이건... 엘리자가 의도적으로...'

테사는 브로치가 단순히 손상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마법이 봉인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함정이었다. 하지만 테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모든 집중력을 모아 브로치의 봉인된 마법을 풀기 시작했다.

연회장의 모든 사람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엘리자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테사가 계속 버티자 점차 불안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테사의 손에서 희미한 빛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점점 강해져 브로치 전체를 감쌌다. 브로치의 금이 간 보석이 천천히 복구되기 시작했고, 잃어버렸던 빛을 되찾아갔다.

"불가능해..." 누군가가 놀라움에 찬 목소리로 속삭였다.

테사는 마지막 힘을 다해 브로치에 마법을 불어넣었다. 갑자기, 브로치에서 강렬한 빛이 폭발하듯 솟아올랐다. 그 빛은 연회장 천장까지 올라가 루나리스 가문의 문장—달과 별이 교차하는 모양—을 공중에 투영했다.

모든 사람들이 놀라움과 경외심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테사는 힘이 빠져 무릎을 꿇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승리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브로치를 들어 올렸고, 이제 그것은 완전히 복원되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엘리자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사라졌다. 그녀는 테사가 자신의 함정을 뚫고 브로치를 되살린 것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세바스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테사에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테사가 본 적 없는 표정이 있었다—자부심.

"테사, 넌 오늘 진정한 루나리스의 후예임을 증명했다." 세바스찬이 테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연회장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테사는 아버지의 인정에 감격하여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그녀는 엘리자를 바라보았다. 언니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 분노와 질투, 그리고 어쩌면 약간의 존중까지.

테사는 브로치를 들고 엘리자에게 다가갔다. "이걸 돌려줄게. 네가 의도적으로 어렵게 만들었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난 그래도 해냈어."

엘리자는 차갑게 브로치를 받아들었다. "운이 좋았을 뿐이야. 다음번에는 이렇게 쉽지 않을 거야."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경계심이었다. 엘리자는 이제 테사를 단순한 '마력 결핍자' 여동생이 아닌, 잠재적인 경쟁자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테사는 연회장을 떠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지쳤지만, 가슴 속에는 새로운 자신감이 피어나고 있었다. 피타와 오리온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냈구나!" 피타가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오리온은 테사를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놀라운 성과였어요, 테사. 당신의 능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어요."

테사는 지친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앉았다. "엘리자가 의도적으로 어렵게 만들었어. 브로치에 봉인이 걸려 있었어."

"그녀는 네가 실패하길 바랐던 거야." 피타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테사는 창밖의 달을 바라보았다. "그래, 하지만 난 해냈어. 이제 모두가 내 능력을 인정할 거야."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가문 내에서 주목받는 존재가 되었고, 그것은 새로운 책임과 위험을 의미했다. 특히 엘리자와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 분명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오리온?" 테사가 물었다.

오리온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대답했다. "당신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어요, 테사. 더 많은 도전과 비밀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테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가져올 모든 것—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에 준비해야 했다. 달빛이 그녀의 방을 은은하게 비추는 가운데, 테사는 자신의 운명이 이제 막 펼쳐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