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
차가운 새벽 공기가 루나리스 영지의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테사는 오리온의 지도 아래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해 마을로 향했다.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이 긴장으로 떨리고 있었지만, 어제의 놀라운 발견 이후 가슴 속에서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요?" 테사가 오리온에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불안과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
오리온은 테사의 어깨에 앉아 있었다. 그는 은빛과 푸른빛이 교차하는 작은 새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수백 년의 지혜가 담겨 있었다.
"당신의 능력은 진정한 루나리스의 유산입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오리온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당신이 어제 '잔향의 서'를 되살린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테사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아침 바람에 살짝 흩날렸고, 창백한 얼굴에는 결연한 표정이 어렸다. 17년 동안 '마력 결핍자'라는 낙인과 함께 살아온 그녀에게, 어제의 발견은 인생을 뒤바꿀 만한 사건이었다.
마을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테사를 보고 수군거렸다. 루나리스 가문의 막내딸이 마을에 내려오는 일은 드물었다. 특히 그녀가 마법적 재능이 없다는 소문이 퍼진 후로는 더욱 그랬다.
"저기 로즈 할머니 집이에요." 테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돌과 나무로 지어진 아담한 집 앞에 그들이 멈춰 섰다.
로즈 할머니는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주민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테사가 어렸을 때부터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문을 두드리자 주름진 얼굴의 노부인이 문을 열었다. 로즈 할머니의 눈이 테사를 보고 반짝였다.
"테사 아가! 이렇게 아침 일찍 웬일이니?" 로즈 할머니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테사는 긴장된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 제가... 혹시 도울 일이 있을까 해서요."
로즈 할머니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테사를 안으로 초대했다. 작지만 아늑한 집 안으로 들어서자 허브와 말린 꽃의 향기가 테사의 코를 간지럽혔다.
"어떤 도움을 말하는 거니, 아가?" 로즈 할머니가 물었다.
테사는 오리온과 눈을 마주쳤고, 오리온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가 가지고 계신 음악 상자요. 작동하지 않는 그 상자를 고쳐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로즈 할머니의 눈이 커졌다. "그 음악 상자라고? 어떻게 알았니?"
"오리온이... 아니, 제가 들었어요." 테사는 급히 말을 바꿨다. 오리온의 존재를 설명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다.
로즈 할머니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테사를 바라보았지만, 곧 작은 서랍장으로 가서 오래된 나무 상자를 꺼냈다. 상자는 먼지와 세월의 흔적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표면에 새겨진 섬세한 달과 별 문양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내 젊은 시절 남편이 선물해준 거란다. 50년 넘게 작동하지 않았지만, 너무 소중해서 버릴 수가 없었어." 로즈 할머니의 목소리에 그리움이 묻어났다.
테사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받아들었다. 손가락으로 표면을 쓰다듬자 희미한 마법의 잔향이 느껴졌다. 마치 오래 전 연주되었던 멜로디가 그녀를 부르는 것 같았다.
"시도해봐도 될까요?" 테사가 물었다.
로즈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테사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음악 상자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테사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고,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제발, 작동해 줘.' 테사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오리온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당신 안에 있는 마법을 느껴보세요. 그것을 상자로 흘려보내세요."
테사는 눈을 감고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을 탐색했다. 어제 '잔향의 서'를 만졌을 때 느꼈던 그 따뜻한 기운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마침내, 가슴 한구석에서 작은 빛이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테사는 그 빛을 상자로 인도하려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희미한 은빛이 흘러나와 상자를 감쌌다.
"보세요!" 로즈 할머니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테사가 눈을 떴을 때, 음악 상자가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먼지가 마치 마법에 쓸려나가듯 사라지고, 나무의 색이 되살아났다. 상자의 표면에 새겨진 달과 별 문양이 실제로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테사의 손에서 은빛 기운이 더욱 강하게 흘러나왔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상자 안에 잠들어 있던 마법을 깨우고, 그것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상자의 뚜껑이 열렸다. 그리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방 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테사가 들어본 어떤 음악보다도 맑고 순수했다. 마치 별빛이 소리가 되어 흐르는 것 같았다.
로즈 할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오, 테사... 이게 정말..."
테사도 자신의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해냈다. 정말로 해냈다. 마법의 잔해를 감지하고 되살린 것이다.
음악이 계속 흐르는 동안, 로즈 할머니는 젊은 시절의 추억에 잠겨 미소 지었다. "내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 이 노래가 연주되고 있었단다. 그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해."
테사는 따뜻한 행복감에 휩싸였다.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의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17년 동안 가족의 실망과 사회의 조롱을 받아온 그녀에게, 이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고마워, 테사 아가." 로즈 할머니가 테사의 손을 꼭 잡았다. "네가 특별한 아이라는 걸 항상 알고 있었단다."
테사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별말씀을요, 할머니. 제가 도울 수 있어서 기뻐요."
그들이 작별 인사를 나누고 집을 나설 때, 테사는 가슴이 한껏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진정한 미소가 피어났다.
"잘 했어요, 테사." 오리온이 그녀의 어깨에서 속삭였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당신의 능력은 앞으로 더 강해질 거예요."
테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작은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새로운 능력이 가져올 책임과 기대가 그녀를 짓누르는 듯했다.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테사는 자신을 주시하는 낯선 눈길을 느꼈다. 그녀가 돌아보았을 때, 어두운 망토를 입은 남자가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에 테사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누구죠?" 테사가 오리온에게 속삭였다.
"도리안 그레이, 왕실 마법 고문이오." 오리온의 목소리가 긴장으로 팽팽해졌다. "그가 당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테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첫 번째 성공이 이렇게 빨리 주목받을 줄은 몰랐다. 도리안이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조심해야 해요." 오리온이 경고했다. "당신의 능력은 축복이지만, 동시에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당신의 성공을 기뻐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테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더 이상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마력 결핍자'가 아니었다. 이제 그녀는 루나리스 가문의 진정한 유산을 이어받은 사람으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고 있었다.
루나리스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에, 테사는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가족들에게 어떻게 알릴지 고민했다. 특히 항상 그녀를 무시하던 언니 엘리자의 반응이 걱정되었다.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됩니다." 오리온이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 "오늘은 작은 시작이었지만, 이것이 당신의 운명의 첫 장이 될 것입니다."
테사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아침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고, 처음으로 그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은빛 마법의 잔향이 여전히 맴돌고 있었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마을을 떠나기 전, 테사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로즈 할머니의 집에서 여전히 음악 상자의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소리는 테사에게 그녀가 해낸 일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나도 드디어...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었어.' 테사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만으로도 그녀의 가슴은 따뜻한 기쁨으로 가득 찼다.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에 테사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더 깊이 생각했다. 오리온의 말에 따르면, 그녀의 능력은 '마법의 잔해'를 감지하고 되살리는 것이었다. 한때 마법이 깃들었던 물건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능력을 가질 수 있나요?" 테사가 오리온에게 물었다.
오리온은 잠시 침묵했다. "매우 드문 능력입니다. 루나리스 가문의 역사에서도 몇 명 없었죠."
"그럼 왜 하필 저에게..." 테사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운명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오리온이 답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마음이 순수하고, 다른 이들을 돕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에."
테사는 그 말에 약간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평생 '결핍'과 '부족함'으로 정의되어 왔다. '특별하다'는 말은 그녀에게 낯설었다.
저택이 가까워질수록 테사의 긴장감이 커졌다.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그들이 믿어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특히 엘리자는 항상 테사를 '가문의 약점'으로 여겨왔다.
저택의 정문에 도착했을 때, 테사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오늘 그녀가 경험한 것은 그녀의 인생을 영원히 바꿀 것이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루나리스 가문의 실망스러운 막내딸이 아니었다. 그녀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가문의 진정한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이었다.
"준비됐나요?" 오리온이 물었다.
테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준비됐어요. 제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어요."
그리고 그녀는 자신감 있는 발걸음으로 저택의 문을 열었다. 새로운 장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