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루나리스 가문의 저택은 웅장한 첨탑과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한때 대륙을 지배했던 가문의 영화로움이 건축 양식 곳곳에 남아있었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 화려함은 조금씩 바래가고 있었다.
테사 루나리스는 자신의 17번째 생일 아침, 창가에 서서 저택 너머로 펼쳐진 안개 낀 풍경을 바라보았다. 창문을 타고 내려오는 이슬방울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었다. 가녀린 체구에 길게 내려오는 은빛 머리카락, 그리고 루나리스 가문의 특징인 보랏빛 눈동자를 가진 소녀는 자신의 생일에 대한 기대보다는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또 다른 실망의 날이 되겠지.'
테사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방은 가문의 위상에 걸맞게 넓고 화려했지만, 다른 가족들의 방과 달리 마법의 흔적이 거의 없었다. 벽에 걸린 그림들은 움직이지 않았고, 천장의 수정 샹들리에도 다른 방들처럼 저절로 빛을 발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평범했다. 마법이 없는 그녀의 삶처럼.
"테사, 준비됐니?"
문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테사는 흠칫 놀라 돌아섰다. 그녀의 시녀이자 유일한 친구인 피타였다. 문이 열리고 활기찬 미소를 지닌 갈색 머리의 소녀가 들어왔다. 피타는 테사와 비슷한 나이였지만, 그녀와는 달리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생일 축하해, 테사!" 피타가 환하게 웃으며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테사는 미소를 지으며 상자를 받아들었다. 피타의 존재는 그녀의 삶에서 몇 안 되는 위안이었다.
"고마워, 피타. 네가 유일하게 내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것 같아."
상자를 열자 작은 은색 머리핀이 나왔다. 달 모양의 장식이 달린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머리핀이었다.
"직접 만든 거야. 달빛이 비칠 때 특별한 빛을 내도록 설계했어." 피타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테사는 감동하여 머리핀을 머리에 꽂았다. "정말 예뻐. 고마워."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어. 아침 식사 시간이야." 피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테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생일이라고 해서 가족들의 태도가 달라질 리 없었다.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용기를 내어 방을 나섰다.
저택의 거대한 식당은 높은 천장과 긴 창문들로 가득했다. 아침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며 바닥에 다채로운 빛의 무늬를 만들어냈다. 테사가 들어서자 테이블에 앉아있던 가족들이 고개를 들었다.
테이블 상석에는 아버지 세바스찬이 앉아 있었다. 한때 잘생겼을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깊게 패인 그는 테사를 보자 형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테사, 생일 축하한다."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정치적 수완으로 가문을 유지해온 아버지에게 마법력 없는 딸은 그저 가문의 약점일 뿐이었다.
테이블 반대편에는 어머니 아이리스가 앉아 있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은 항상 엄격한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는 테사를 평가하듯 바라보았다.
"17살이 되었구나. 성인이 되어가는 중요한 시기야." 어머니의 말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었다. '아직도 마법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구나.'
그리고 테이블 한쪽에는 테사의 언니 엘리자가 앉아 있었다. 완벽한 루나리스 가문의 후계자로, 가문에 남은 마법력을 물려받은 그녀는 테사보다 5살 많았다. 엘리자의 손가락 끝에서는 미세한 보랏빛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그녀의 마법력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모습이었다.
"생일 축하해, 동생." 엘리자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
테사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식탁 위에는 화려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지만, 그녀의 입맛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선물이 있단다." 아버지가 테이블 아래에서 낡은 책 한 권을 꺼내 테사에게 건넸다. "우리 가문의 역사가 담긴 책이야. 읽어보면 도움이 될 거야."
테사는 책을 받아들었다. 가죽 표지가 닳아 있었고, 제목은 거의 지워져 있었다. 그녀는 실망을 감추려 노력했다. 매년 생일마다 받는 것은 낡은 책이나 가문의 역사에 관한 물건들뿐이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테사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오늘 오후에는 엘리자가 마을 귀족들에게 마법 시연을 할 예정이야." 어머니가 말했다. "네 생일이지만, 가문의 의무가 우선이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테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그랬다. 그녀의 생일은 항상 다른 중요한 일들에 가려졌다.
"물론이에요, 어머니."
아침 식사는 무거운 침묵 속에서 진행되었다. 테사는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고, 식사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받은 책을 들고 저택의 깊숙한 곳에 있는 비밀 서재로 향했다. 그곳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조용한 공간에서 그녀는 책을 읽으며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서재는 천장까지 닿는 책장들과 오래된 양피지 지도, 그리고 마법 유물들로 가득했다. 대부분은 작동하지 않는 것들이었지만, 테사는 그것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었다. 그녀는 창가 옆 낡은 안락의자에 앉아 아버지에게 받은 책을 펼쳤다.
'루나리스 가문의 계보와 마법의 역사'
테사는 한숨을 쉬었다. 이미 수십 번 읽었던 내용이었다. 한때 대륙을 지배했던 가문의 영광스러운 역사와 강력한 마법사들의 이야기. 그러나 세대를 거치며 마법력이 쇠퇴하고, 지금은 엘리자에게만 희미하게 남아있는 상황.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항상 그녀의 이름이 있었다 - '테사 루나리스, 마력 결핍자'.
책을 덮은 테사는 서재를 둘러보았다. 오래된 책장 사이로 그녀가 전에 보지 못했던 작은 책장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에 이끌려 그녀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책장 깊숙한 곳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책 한 권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테사는 조심스럽게 그 책을 꺼냈다. 표지에는 '잔향의 서'라는 제목이 흐릿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상하네... 전에는 본 적 없는 책인데." 테사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책을 펼치자 페이지는 거의 빈 상태였다. 희미한 문자들이 간간이 보였지만 읽을 수 없을 정도로 흐려져 있었다. 테사는 실망감을 느끼며 책에 손가락을 대었다.
바로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테사의 손가락이 페이지에 닿자, 책에서 부드러운 보랏빛 빛이 솟아올랐다. 흐릿했던 문자들이 선명해지기 시작했고, 페이지 전체가 생명을 얻은 듯 빛나기 시작했다. 테사는 놀라 책을 떨어뜨릴 뻔했지만, 무언가가 그녀의 손을 책에 붙들어 두는 듯했다.
"이게... 이게 무슨 일이지?" 테사는 경이로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책의 빛이 점점 강해지며 서재 전체를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테사는 자신의 손가락 끝에서도 같은 빛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몸 안에서 전에 느껴본 적 없는 따뜻한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공기가 진동하더니, 테사 앞에 형체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빛의 덩어리였지만, 점차 형태를 갖추어 한 생명체의 모습이 되었다. 그것은 사자의 몸에 독수리의 날개를 가진 그리폰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 피부는 마치 별이 박힌 밤하늘처럼 깊은 남색이었다.
"마침내 깨어났구나, 테사 루나리스." 그 생명체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여러 목소리가 동시에 울리는 것 같았다.
테사는 놀라 뒤로 물러섰다. "당신은... 누구시죠?"
"나는 오리온. 루나리스 가문의 수호자이자, 너희 조상들이 창조한 마법 생명체지." 오리온이 대답했다. "수백 년 동안 잠들어 있었어. 네가 나를 깨운 거야."
"제가요? 하지만 저는 마법이 없어요." 테사가 혼란스러워하며 말했다.
오리온은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눈은 마치 별들이 담긴 것처럼 빛났다.
"아니, 테사. 너는 특별한 마법을 가지고 있어. 다른 루나리스 가문 사람들과는 다른 종류의 마법이지." 오리온이 설명했다. "너는 '마법의 잔해'를 감지하고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어. 방금 네가 이 책에 한 것처럼 말이야."
테사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희미한 보랏빛이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어요. 17년 동안 마법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는데요."
"네 능력은 일반적인 마법과 달라. 직접적으로 마법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지만 잠들어 있거나 사라진 마법을 되살리는 거야." 오리온이 설명했다. "이 책, '잔향의 서'는 루나리스 가문의 가장 오래된 마법서 중 하나야. 마법이 거의 사라져 아무도 읽을 수 없었지. 하지만 네가 그 마법을 되살렸어."
테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책을 바라보았다. 이제 페이지는 선명한 문자들로 가득 차 있었고, 삽화들도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 사실이라면... 제가 정말 마법을 가지고 있다면..." 테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의 마음은 혼란스러웠지만, 동시에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찼다.
"그래, 테사. 너는 마력 결핍자가 아니야. 오히려 매우 특별하고 희귀한 능력을 가진 마법사지." 오리온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네 꿈에 자주 나타나는 '은빛 숲'... 그것은 단순한 꿈이 아니야. 그것도 네 능력과 연결되어 있어."
테사는 놀라서 오리온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제 꿈을 아시죠?"
"나는 루나리스 가문과 연결되어 있어. 특히 진정한 마법의 계승자와는 더욱 그렇지." 오리온이 말했다. "테사, 네 앞에는 중요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어. 네 능력을 발전시키고, 가문의 잃어버린 마법을 되찾는 여정이야."
테사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17년 동안 그녀는 자신이 가문의 실패작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녀에게도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가슴은 새로운 결의로 가득 찼다.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테사가 물었다.
오리온은 부드럽게 웃었다. "우선, 이 책을 읽어. 그리고 네 능력을 비밀로 유지해. 아직은 때가 아니야."
테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책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 창문 밖으로 비치는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고, 테사는 처음으로 진정한 희망을 느꼈다.
그녀의 17번째 생일은 예상과 달리 운명의 전환점이 되었다. 마력 결핍자라는 낙인에서 벗어나, 테사 루나리스는 이제 자신만의 특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서재의 문이 갑자기 열리고 피타가 들어왔다. "테사, 여기 있었구나! 엘리자가 널 찾고 있어."
피타는 방안의 보랏빛 빛과 테사 앞에 떠 있는 오리온을 보고 놀라 입을 벌렸다. "이... 이게 뭐지?"
테사는 피타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피타, 내가 말해줄 이야기가 있어. 믿기 힘들겠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새로운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테사 루나리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인생을 영원히 바꿀 것이었다.
"오, 이런..." 피타는 입을 가리며 놀란 눈으로 테사와 오리온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정말 네가 마법을...?"
"그래, 피타. 내가 마법을 가지고 있어." 테사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렸다. "특별한 종류의 마법이야. 잠들어 있거나 사라진 마법을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이래."
피타는 천천히 다가와 테사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맺혔다. "항상 네가 특별하다고 말했잖아. 내 말이 맞았네!"
오리온은 두 소녀를 지켜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테사, 이 친구를 신뢰할 수 있겠군."
테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피타는 내 유일한 진짜 친구예요. 그녀를 완전히 신뢰해요."
"좋아.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직 비밀로 해야 해." 오리온이 경고했다. "특히 가족들에게는. 네 능력이 완전히 발전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피타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을 지킬게. 약속해."
테사는 '잔향의 서'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이제 선명해진 페이지에는 루나리스 가문의 잊혀진 마법들과 역사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여기 보면," 테사가 한 페이지를 가리켰다, "루나리스 가문이 원래 '마법의 잔해'를 다루는 가문이었대. 우리 조상들은 사라진 마법을 되살리고 보존하는 역할을 했어."
"그렇다. 그러나 세대를 거치며 그 능력은 점차 사라졌고, 일반적인 마법 사용 능력만 남게 되었지." 오리온이 설명했다. "테사, 너는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그 원초적 능력을 가진 루나리스야."
테사는 경외감을 느끼며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그녀의 손가락이 페이지에 닿을 때마다, 삽화들이 더욱 선명해지고 때로는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이건... 믿을 수 없어." 테사가 속삭였다.
갑자기 멀리서 엘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테사! 어디 있니?"
테사와 피타는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리온은 즉시 반응했다.
"걱정 마. 나는 네가 부를 때만 나타날 거야." 그의 형체가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책을 안전하게 보관해. 그리고 내일, 네 능력을 시험해볼 첫 번째 대상을 찾아보자."
오리온이 완전히 사라지자마자, 서재의 문이 열리고 엘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테사와 피타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여기서 뭐하고 있었니? 온 저택을 다 뒤졌다고." 엘리자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묻어 있었다.
테사는 재빨리 '잔향의 서'를 다른 책들 사이에 숨겼다. "그냥... 아버지께서 주신 책을 읽고 있었어."
엘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방금 전까지 이상한 빛이 보였는데."
"빛?" 테사는 최대한 무심한 척 물었다. "아마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반사된 거겠지."
엘리자는 여전히 의심스러워 보였지만, 더 추궁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어머니께서 널 찾으셔. 오후에 있을 내 마법 시연에 참석하라고 하셔."
"알았어, 곧 갈게." 테사가 대답했다.
엘리자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주변을 둘러본 후 서재를 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테사와 피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위험했어." 피타가 속삭였다.
테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잔향의 서'를 다시 꺼내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피타, 이제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뀔 것 같아."
"그래, 테사. 네가 항상 꿈꿔왔던 일이잖아." 피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 너도 진정한 루나리스야."
테사는 책을 가슴에 안았다. 그녀의 눈에는 결의와 희망이 빛났다. 17년 동안의 소외와 조롱, 그리고 자기 의심이 모두 사라지는 듯했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찾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가자, 피타. 엘리자의 마법 시연을 봐야지." 테사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두 소녀는 서재를 나서며, 테사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발견했고, 새로운 여정의 시작점을 찾았다. 테사 루나리스, 마력 결핍자가 아닌, '마법의 잔해'를 되살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마법사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테사와 피타는 저택의 넓은 복도를 따라 걸었다. 벽에 걸린 루나리스 가문의 초상화들이 그들을 지켜보는 듯했다. 테사는 이제 그 그림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그들도 한때 '마법의 잔해'를 다루는 능력을 가졌을까? 그녀의 능력이 어떻게 다시 나타나게 된 것일까?
"테사, 너무 티 내지 마." 피타가 작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어."
테사는 깜짝 놀라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그녀는 너무 들떠 있었다. "미안, 노력할게."
그들이 저택의 중앙 정원으로 향하는 동안, 테사는 주변의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는 것을 느꼈다. 복도에 전시된 오래된 마법 유물들, 움직이지 않는 그림들, 꺼진 마법 등불들...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능력으로 다시 생명을 얻을 수 있을까?
정원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지역 귀족들과 가문의 동맹들이 엘리자의 마법 시연을 보기 위해 왔다. 테사의 부모님은 앞자리에 앉아 있었고, 엘리자는 정원 중앙의 작은 무대 위에 서 있었다.
테사와 피타는 조용히 뒷자리에 앉았다. 테사는 자신의 발견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평소처럼 행동하려 노력했지만, 그녀의 가슴은 여전히 흥분으로 뛰고 있었다.
"친애하는 손님 여러분, 오늘 저는 루나리스 가문의 전통 마법인 '달의 춤'을 선보이겠습니다." 엘리자가 우아하게 인사하며 말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올렸고,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보랏빛 빛이 흘러나왔다. 빛은 공중에서 춤추듯 움직이며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 달, 별, 그리고 루나리스 가문의 문장인 달과 별이 어우러진 모습.
관중들은 감탄의 탄성을 내뱉었다. 테사의 부모님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엘리자를 바라보았다.
테사는 예전에는 이런 장면에서 질투와 열등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다른 감정이 들었다. 그녀는 엘리자의 마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에너지의 흐름을 이전과는 다르게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그녀의 새로운 능력이 다른 마법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았다.
'나도 곧 내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야.' 테사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다르지만 똑같이 중요한 방식으로.'
시연이 끝나고 귀족들이 엘리자를 축하하기 위해 모여들 때, 테사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정원의 한적한 구석으로 가서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테사."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테사는 놀라 돌아섰다. 그녀의 어머니 아이리스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 테사는 긴장하며 인사했다. 어머니가 무언가 눈치챘을까봐 두려웠다.
아이리스는 딸을 평가하듯 바라보았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는 항상 테사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오늘 다른 것 같구나."
테사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다르다니요?"
"뭔가... 변화가 있어 보여." 아이리스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의심과 함께 미묘한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테사는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그저... 생일이라 그런가 봐요. 17살이 되니 뭔가 달라진 것 같아요."
아이리스는 잠시 테사를 더 관찰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어쨌든, 엘리자의 시연은 어땠니?"
"훌륭했어요." 테사가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언니는 정말 재능이 있어요."
"그래, 그녀는 가문의 자랑이지." 아이리스의 말에는 숨겨진 비교가 있었다. "테사, 너도 언젠가는 가문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테사는 작게 미소 지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비밀스러운 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네, 어머니. 저도 그렇게 되길 바라요."
아이리스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테사를 바라본 후 다른 귀족들에게로 돌아갔다. 테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만간 어머니도 알게 될 거야. 모두가 알게 될 거야.' 테사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오리온이 말한 대로, 아직은 때가 아니야.'
저녁이 되어 모든 손님들이 떠난 후, 테사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잔향의 서'를 침대 밑에 조심스럽게 숨겼다. 창문 밖으로는 달이 떠오르고 있었고, 피타가 선물한 머리핀이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테사는 창가에 서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이 그녀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이제 그녀의 앞에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그녀는 더 이상 가문의 실패작이 아니었다. 그녀는 특별한 목적을 가진 마법사였다.
"내일, 내 능력을 시험해볼 거야." 테사는 결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모두에게 내가 진정한 루나리스임을 증명할 거야."
달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고, 테사 루나리스의 눈에는 새로운 결의와 희망의 빛이 반짝였다. 그녀의 17번째 생일은 끝이 아닌, 진정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