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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3**

감정의 소용돌이

하늘빛 햇살이 미스트헤이븐 고등학교의 오래된 벽돌 건물을 비추는 오후, 두 번째 트라우마클럽 모임 다음 날이었다. 지하실에서의 기이한 경험 이후 올리비아 베넷은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게 학교 복도를 걸었다. 검은 가죽 장갑으로 꽁꽁 싸맨 손을 더 꼭 쥐고, 어깨에 걸친 가방을 바싹 끌어안았다. 그녀는 다른 학생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파가 몰리는 시간을 피해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문을 열자 이미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올리비아는 빈 테이블을 찾아 구석으로 향했다. 그때 그녀의 시선이 식당 반대편에 앉아 있는 헤일리와 맥켄지에게 닿았다. 세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어제 지하실에서 일어난 일... 그들도 나처럼 혼란스러울까?' 올리비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막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혼자 앉을 계획이야?"

올리비아는 몸을 돌려 그리핀 워커를 마주했다. 학교 이사장의 아들이자 미스트헤이븐 고등학교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생인 그는 언제나처럼 완벽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어두운 갈색 머리카락은 한 올도 흐트러짐 없이 정돈되어 있었고, 깊이 있는 녹색 눈동자는 항상 무언가를 계산하는 듯한 날카로움을 품고 있었다. 그의 왼손 약지에는 워커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은반지가 빛났다.

"그냥... 조용히 있고 싶었어." 올리비아는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리핀은 그녀 앞에 앉으며 미소를 지었다. "어제 우리가 부딪쳤을 때 네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했어."

올리비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어제 그와 우연히 부딪혔을 때 그녀의 장갑이 잠시 벗겨지면서 그의 감정이 홍수처럼 밀려들어와 그녀를 압도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녀는 방어적으로 대답했다.

그리핀은 주변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넌 나와 같아, 올리비아. 나도 느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올리비아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장갑 낀 손으로 테이블을 꽉 쥐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거짓말 하지마. 어제 네가 나를 만졌을 때, 내 감정을 느꼈지. 그리고 나는 네가 느끼는 공포와 혼란을 느꼈어." 그리핀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네가 누구인지, 네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

올리비아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그리핀이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졌다면, 그는 어떻게 그것을 통제하는 걸까? 어쩌면 그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지?"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리핀은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장갑을 벗어. 내 손을 잡아봐. 내가 거짓말하는지 직접 확인해."

올리비아는 망설였다. 마지막으로 장갑 없이 누군가를 만졌을 때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리핀의 눈에서 진심이 보였다. 천천히, 그녀는 오른손 장갑의 손가락 부분을 조금씩 벗기 시작했다.

"기다려." 그리핀이 그녀를 멈춰 세웠다. "여기서 하는 건 위험해. 방과 후에 만나자. 내가 감정을 통제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게."

올리비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후 4시, 음악실에서 만나. 아무도 없을 거야." 그가 말했다.

그리핀이 떠난 후, 올리비아는 심호흡을 했다. 그녀의 시선이 다시 헤일리와 맥켄지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두 사람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

한편, 헤일리 장은 도서관에서 미스트헤이븐의 역사에 관한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그녀의 빈티지 스케치북은 언제나처럼 그녀 옆에 놓여 있었고, 에이든의 유품인 별자리 팔찌가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헤일리는 동양적인 이목구비와 긴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였다. 항상 약간 움츠러든 자세로 있는 그녀의 눈에는 깊은 슬픔과 경계심이 공존했다. 그녀의 손가락은 책장을 넘기면서도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무언가 특별히 찾고 있나요?"

부드러운 목소리에 헤일리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루나 리버스 사서가 그녀 앞에 서 있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루나는 길고 물결치는 갈색 머리카락과 따뜻한 갈색 눈을 가진 여성이었다. 그녀의 목에는 달 모양 목걸이가 항상 걸려 있었다.

"저... 미스트헤이븐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서요. 특히 100년 전에 있었던 천체 현상에 대해서요." 헤일리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루나의 눈이 잠시 반짝였다. "흥미로운 주제를 선택했네요. 미스트헤이븐은 특별한 곳이에요. 100년 전, 이곳에서는 매우 독특한 천체 정렬이 일어났죠. 당시 사람들은 그것을 '별들의 춤'이라고 불렀어요."

"별들의 춤이요?" 헤일리가 궁금해했다.

"네, 하늘의 모든 별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듯한 현상이었죠. 그 이후로 미스트헤이븐에서는 간헐적으로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목격되었어요." 루나는 잠시 주변을 살핀 후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리고 12년 전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죠. '미스트헤이븐 이상현상'이라고 불리는."

헤일리의 호흡이 빨라졌다. 그녀의 스케치북에 그려진 이미지들 중 하나가 밤하늘에서 소용돌이치는 별들이었다.

"그... 이상현상에 대해 더 알 수 있을까요?" 그녀가 물었다.

루나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요. 일반 서가에는 없는 자료들이 있어요."

그녀는 헤일리를 도서관 깊숙한 곳으로 안내했다. 오래된 목재 책장들 사이로 난 좁은 통로를 지나, 그들은 작은 문 앞에 도착했다. 루나는 달 모양 목걸이를 꺼내 문의 작은 홈에 맞추었고, 문이 조용히 열렸다.

"이곳은 미스트헤이븐의 특별 기록 보관소예요. 모든 학생에게 공개되지는 않지만, 당신이 이것에 관심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루나가 말했다.

방 안에는 오래된 문서들과 사진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루나는 한 폴더를 꺼내 헤일리에게 건넸다.

"100년 전 천체 현상과 12년 전 이상현상에 관한 기록이에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헤일리. 때로는 지식이 위험할 수 있어요."

헤일리는 폴더를 받아들고 천천히 열었다. 첫 페이지에는 100년 전 미스트헤이븐 상공에서 촬영된 놀라운 천체 현상의 흑백 사진이 있었다. 별들이 소용돌이치며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 12년 전 촬영된 유사한 현상의 사진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것은 12년 전 이상현상 직후 실종된 아이들의 명단이었다. 총 23명의 아이들이 목록에 있었고, 그들 대부분은 헤일리와 비슷한 나이였을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헤일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루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식적으로는 설명되지 않은 집단 실종 사건이에요.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그 아이들이 특별했다고 말해요.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졌다고."

헤일리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스케치북을 꽉 쥐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이미지가 떠올랐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을 가진 아이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어두운 그림자들.

"고마워요, 리버스 씨." 헤일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이걸 좀 더 살펴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하지만 여기서만 보세요. 이 자료들은 도서관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루나가 대답했다. "그리고 헤일리, 질문이 있으면 언제든 저에게 오세요."

루나가 떠난 후, 헤일리는 문서들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실종된 아이들의 명단을 따라 내려갔을 때, 갑자기 그녀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익숙한 감각이었다. 예지 능력이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눈앞에 비전이 펼쳐졌다. 어두운 방, 기이한 장치들, 그리고 울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한 남자... 닥터 레이븐 모로였다.

비전이 사라지자 헤일리는 숨을 헐떡이며 현실로 돌아왔다.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스케치북을 펼쳐 방금 본 비전을 그리기 시작했다.

---

한편, 맥켄지 테일러는 물리 수업에 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생각은 완전히 다른 곳에 있었다. 그녀의 손목에는 여러 색상의 실 팔찌들이 달려 있었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빨간색 팔찌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맥켄지는 완벽한 학생이었다. 밝은 금발 머리와 반짝이는 푸른 눈, 항상 미소 짓는 얼굴로 학교의 인기인이자 체어리더 리더였다. 하지만 그 완벽한 외모 아래에는 깊은 불안과 혼란이 숨겨져 있었다.

"에너지 파동은 우리 주변 세계의 기본 구조를 이루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엘리엇 그레이 교수의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50대 초반의 그는 약간 흐트러진 회색 머리와 지적인 파란 눈을 가진 남자였다. 그의 손에는 항상 낡은 천문학 책이 들려 있었다.

"특히 미스트헤이븐과 같은 곳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파동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100년 전 천체 현상 당시, 이곳의 에너지 파동은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맥켄지는 갑자기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엘리엇 교수의 말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건드린 것 같았다.

"이러한 에너지 파동은 때로 우리의 인식, 심지어는 기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맥켄지의 머릿속에 갑자기 이미지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그녀가 방 안에 혼자 있는 모습.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서 현실이 물결치듯 왜곡되는 모습.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빨간색 팔찌가 갑자기 조여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맥켄지는 숨을 헐떡이며 현실로 돌아왔다. 그녀의 손목을 보니 빨간색 팔찌가 약간 풀어져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 팔찌는 그녀가 변형한 기억, 아버지의 폭력에 관한 기억과 연결되어 있었다.

수업이 끝나자 맥켄지는 서둘러 엘리엇 교수에게 다가갔다.

"교수님, 잠시 시간 있으세요?" 그녀가 물었다.

엘리엇은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지만, 그의 눈에는 약간의 경계심이 보였다. "물론이죠, 테일러 양.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방금 말씀하신 에너지 파동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그것이... 기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요." 맥켄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엘리엇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그는 주변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건 일반적인 물리학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이에요, 테일러 양. 하지만 당신이 궁금해한다면..."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계속했다. "에너지 파동은 때로 현실의 구조 자체를 변형시킬 수 있어요.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파동을 조작할 수도 있죠."

맥켄지의 눈이 커졌다. "특별한 능력이요?"

"그래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테일러 양. 모든 능력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특히 기억을 다루는 능력은 더욱 위험할 수 있어요." 엘리엇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리고...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 말을 남기고 엘리엇은 서둘러 교실을 떠났다. 맥켄지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그가 어떻게 그녀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

방과 후, 올리비아는 약속대로 음악실로 향했다. 학교가 거의 비어 있었고, 복도는 조용했다. 그녀는 음악실 문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그리핀을 믿어도 될까? 하지만 그가 정말로 그녀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어쩌면 그는 그녀가 이 저주 같은 능력을 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깊은 숨을 들이마신 후, 그녀는 문을 열었다. 그리핀은 이미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건반 위를 가볍게 움직이며 부드러운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었다.

"왔구나." 그가 연주를 멈추고 말했다. "들어와. 문 잠가."

올리비아는 그의 지시에 따랐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피아노 쪽으로 걸어갔다.

"네가 정말 나와 같다면,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서 그렇게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거야?" 그녀가 물었다. "나는... 누군가를 만질 때마다 그들의 모든 감정이 나에게 쏟아져. 그건 고통스러워."

그리핀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나도 그랬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통제하는 법을 배웠지. 그리고 내 능력은 좀 달라. 나는 감정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조작할 수도 있어."

"조작한다고?" 올리비아의 눈이 커졌다.

"그래. 내가 원하면 사람들의 감정을 바꿀 수 있어. 두려움을 기쁨으로, 분노를 평온으로." 그가 설명했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배울 거야. 먼저 기본부터 시작하자."

그는 피아노 옆으로 그녀를 초대했다. "장갑을 벗어."

올리비아는 망설였지만, 천천히 오른손 장갑을 벗었다. 그녀의 손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이제 내 손을 잡아." 그리핀이 손을 내밀었다.

올리비아는 눈을 꽉 감고 그의 손을 잡았다. 즉시 그의 감정이 그녀에게 밀려들었다. 호기심, 흥미, 그리고... 무언가 더 어두운 것. 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빼려 했지만, 그리핀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버텨, 올리비아. 이건 훈련이야. 내 감정을 느끼되, 그것에 압도되지 마. 그것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봐." 그가 지시했다.

올리비아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그의 말에 집중하려 했다. 그의 감정들이 여전히 그녀에게 밀려들고 있었지만, 그녀는 천천히 그것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표면적인 호기심과 흥미 아래에는 더 복잡한 감정들이 있었다. 외로움, 분노, 그리고 깊은 상처.

"네 아버지..."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그가 너를 상처 입혔어."

그리핀의 눈이 잠시 어두워졌다. "그래, 내 감정을 꽤 잘 읽는구나. 하지만 지금은 내 이야기가 아니라 네 훈련에 집중해야 해."

그는 그녀의 손을 계속 잡은 채 설명했다. "감정을 흡수할 때, 그것을 완전히 차단하려 하지 마. 대신 그것이 너를 통과하도록 해.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그것을 붙잡지 않고 흘려보내는 거야."

올리비아는 그의 말에 집중하며 시도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점차 그리핀의 감정이 그녀를 덜 압도하는 것을 느꼈다.

"좋아, 이제 10분 동안 내 손을 잡고 있을 거야. 계속 연습해." 그리핀이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올리비아는 점점 더 편안해졌다. 그리핀의 감정이 여전히 그녀에게 전달되고 있었지만, 이제 그녀는 그것에 압도되지 않고 관찰할 수 있었다.

"잘하고 있어." 그리핀이 미소 지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내가 의도적으로 강한 감정을 느낄 거야. 준비됐어?"

올리비아는 불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핀은 눈을 감고 집중했다. 갑자기 강렬한 분노와 배신감이 그에게서 파도처럼 밀려왔다. 올리비아는 숨을 헐떡이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손을 빼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네 분노..." 그녀가 간신히 말했다.

"그래, 아주 좋아." 그리핀이 눈을 뜨며 말했다. "이제 그 감정을 흘려보내. 그것은 네 것이 아니야."

올리비아는 최대한 집중하며 그의 감정을 자신에게서 분리시키려 했다. 천천히, 그 감정의 강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훌륭해, 올리비아." 그리핀이 그녀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첫 번째 수업치고는 정말 잘했어."

올리비아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피곤함을 느꼈지만, 동시에 작은 성취감도 느꼈다.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통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고마워, 그리핀." 그녀가 진심으로 말했다.

그리핀은 미소 지었지만, 그의 눈에는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내일 같은 시간에 다시 만나자. 그리고 올리비아... 닥터 모로를 조심해. 그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인물이야."

올리비아는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닥터 모로? 왜?"

"지금은 말할 수 없어. 하지만 곧 알게 될 거야." 그리핀이 대답했다. "그리고... 네 친구들 헤일리와 맥켄지에 대해서도 알아. 그들도 특별해. 너희 셋은 함께 있을 때 더 강해질 거야."

올리비아는 혼란스러웠지만, 그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묻기도 전에 그리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봐야 해.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가 말했다. "조심해, 올리비아."

그리핀이 떠난 후, 올리비아는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수많은 질문으로 가득 찼다. 그리핀은 어떻게 그녀와 헤일리, 맥켄지에 대해 알고 있는 걸까? 닥터 모로는 정말 위험한 인물일까? 그리고 그리핀이 말한 "함께 있을 때 더 강해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

헤일리는 도서관에서 나와 학교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루나 사서에게서 얻은 정보와 그녀가 본 비전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스케치북을 꽉 안은 채 걸었다.

복도 모퉁이를 돌다가 그녀는 갑자기 누군가와 부딪혔다. 스케치북이 바닥에 떨어지며 몇 페이지가 펼쳐졌다.

"미안해, 내가..." 헤일리의 말이 목구멍에 걸렸다. 그녀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루카스 포스터였다. 에이든의 쌍둥이 형제.

루카스는 에이든과 똑같은 얼굴을 가졌지만, 그의 눈에는 형제에게 없었던 날카로움이 있었다. 그는 헤일리의 스케치북을 바라보았고, 그녀가 그린 닥터 모로와 어두운 방의 그림이 보였다.

"이게 뭐지?" 루카스가 스케치북을 집어 들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줘!" 헤일리가 당황하며 스케치북을 잡으려 했지만, 루카스는 그것을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들어올렸다.

"이건... 닥터 모로야." 루카스가 그림을 자세히 보며 말했다. "왜 그를 이런 식으로 그린 거야?"

헤일리는 공황 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호흡이 빨라지고,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제발... 그냥 돌려줘."

루카스는 그녀의 상태를 보고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스케치북을 내려놓았다.

"미안해,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 그가 말했다. "하지만... 네가 에이든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해. 그가 자살하기 전에 뭔가 있었어, 그렇지?"

헤일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에이든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 다시 그녀를 덮쳤다. 그녀는 그의 자살을 예견했지만 막지 못했다.

"나... 나는 아무것도 몰라."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짓말 하지마!" 루카스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에이든이 죽기 전 몇 주 동안, 그는 계속 너에 대해 얘기했어. 너와 함께 뭔가를 발견했다고. 그리고 그는 계속 이상한 그림을 그렸어, 네가 그리는 것과 비슷한 그림들을."

헤일리는 충격을 받았다. 에이든이 그녀와 같은 예지 능력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었던 걸까?

"나... 나는 정말 몰라." 그녀가 다시 말했다. "에이든과 나는 그냥 친구였어."

루카스는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언젠가는 진실을 말해줬으면 해. 내 동생은 그럴 자격이 있어."

그는 돌아서서 걸어가려 했지만,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고... 닥터 모로를 조심해. 에이든이 죽기 전에 그에 대해 경고했어."

루카스가 떠난 후, 헤일리는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려 했다. 에이든이 닥터 모로에 대해 경고했다니. 그리고 그도 이상한 그림을 그렸다니.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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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켄지는 학교 체육관에서 체어리더 연습을 마치고 탈의실로 향했다. 그녀는 여전히 엘리엇 교수의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그녀는 계속 궁금해했다.

탈의실에서 샤워를 마친 후, 그녀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완벽해 보이는 외모 아래에는 깊은 혼란과 불안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의 손목에 있는 실 팔찌들이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빨간색 팔찌가 약간 풀어져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 팔찌를 만졌다. 그 순간, 갑자기 기억의 파편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모습, 그리고 어린 맥켄지가 방 한구석에서 울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순간, 현실이 왜곡되기 시작하는 모습.

맥켄지는 숨을 헐떡이며 현실로 돌아왔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항상 자신의 기억 속 공백이 단순한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것이 그녀의 능력과 관련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둘러 옷을 입고 탈의실을 나왔다. 학교는 이미 거의 비어 있었고, 복도는 어두웠다. 그녀가 출구로 향하던 중, 갑자기 올리비아와 헤일리가 모퉁이에서 나타났다.

세 소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 그들은 모두 지하실에서의 경험 이후 서로를 피해 왔지만, 이제는 무언가 그들을 다시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너희도 느끼니?" 올리비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뭔가... 우리를 연결하는 것 같은 느낌."

헤일리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비전을 봤어. 우리 셋이 함께 있는 모습. 그리고 우리가 무언가와 맞서 싸우는 모습."

맥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뭔가를 기억하기 시작했어. 내가... 현실을 변형시킬 수 있다는 것."

세 소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처음으로 그들이 정말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핀이 말했어, 우리가 함께 있을 때 더 강해진다고." 올리비아가 말했다.

"그리핀을 믿어?" 헤일리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그는... 나와 같아. 그도 감정을 느낄 수 있어. 그리고 그는 닥터 모로를 조심하라고 경고했어." 올리비아가 대답했다.

"루카스도 같은 말을 했어." 헤일리가 놀라서 말했다. "에이든이 죽기 전에 모로에 대해 경고했대."

맥켄지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엘리엇 교수도 뭔가 알고 있어. 그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말했어."

세 소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그들 사이에 형성되기 시작한 연결을 느꼈다. 그들은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함께 있을 때 그 능력이 어떤 식으로든 강화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올리비아가 불안하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해."

헤일리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해."

맥켄지는 잠시 생각하더니 결심한 듯 말했다. "내일 방과 후에 만나자. 우리가 각자 알게 된 것을 공유하고, 다음 단계를 계획하자."

세 소녀는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아직 자신들의 능력이나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함께라면 진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 닥터 모로는 그의 사무실에서 CCTV를 통해 그들의 만남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검은색 가죽 수첩에 무언가를 적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시작되는군." 그가 중얼거렸다. "예상대로 그들은 서로에게 끌리고 있어. 이제 곧 실험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군."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워커씨, 저예요. 그들이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의 아들이 올리비아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했고요. 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곧 크리스탈 공명기 실험을 위한 준비가 완료될 것입니다."

전화를 끊은 닥터 모로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미스트헤이븐의 밤하늘에는 이상하게 빛나는 별들이 보였다. 마치 100년 전 '별들의 춤'이 다시 시작되려는 것처럼.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을 거야." 그가 중얼거렸다. "이클립스 프로젝트는 마침내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