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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 창가에 앉은 소녀의 모습은 마치 투명인간처럼 존재감이 희미했다. 이메아리, 열여덟 살의 그녀는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색 생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외모와 달리, 그녀의 눈빛은 어딘가 공허했다. 교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대화는 마치 다른 세계의 소리처럼 그녀의 귀에 흘러들어왔다.

'오늘이 아빠가 떠난 지 49일째구나...'

메아리는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무의식적으로 두드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손가락은 마치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것처럼 리듬감 있게 움직였다. 한때 성악을 전공했던 그녀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작곡으로 전향했다. 무대에 서는 것,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두려워졌기 때문이었다.

"메아리야, 수업 끝나고 같이 카페 갈래?"

옆자리의 수아가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단발머리에 통통한 볼이 사랑스러운 수아는 학교에서 몇 안 되는 메아리의 친구였다.

"미안, 오늘은 좀 급한 일이 있어."

메아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수아의 표정이 살짝 실망으로 바뀌었지만, 곧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음에 가자."

수업이 끝나고 메아리는 서둘러 가방을 챙겨 교실을 빠져나왔다. 복도를 걸어 내려가는 동안, 그녀는 자신이 지나가는 것을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학교에서 그녀는 그저 '존재하는' 학생일 뿐이었다. 특별히 눈에 띄지도,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는 평범한 학생. 하지만 그녀의 내면에는 아무도 모르는 꿈이 숨겨져 있었다.

'언젠가는 내가 작곡한 노래가 무대에서 울려 퍼지는 날이 올까?'

학교를 빠져나온 메아리는 익숙한 길을 따라 걸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아버지가 떠난 지 49일, 불교에서는 영혼이 다음 세계로 완전히 떠나는 날이라고 했다. 그녀는 아버지를 기리는 마음으로 특별한 것을 찾고 싶었다.

도심의 번잡함을 벗어나 조금 한적한 거리로 접어들자, 메아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간판 하나가 보였다. '영혼의 쉼터 - 고미술상'. 그녀는 이전에 이 가게를 본 적이 없었지만, 무언가에 이끌리듯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골동품과 미술품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었다. 공간은 어둡고 신비로웠으며, 희미한 조명 아래 다양한 물건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했다. 메아리는 천천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무엇을 찾고 있나요, 젊은 영혼이여?"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메아리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은빛 머리카락과 깊은 주름이 있는 얼굴의 노인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마치 그녀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듯한 깊이가 있었다.

"아... 아니요. 그냥 둘러보고 있었어요."

메아리가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오늘이 특별한 날인가 보군요. 당신의 눈에서 그리움이 보이는군요."

노인의 말에 메아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알았을까?

"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49일이 되는 날이에요."

"아, 49일. 영혼이 이 세계와 작별하는 날이지요.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물건이 필요합니다."

노인은 천천히 유리 진열장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작은 상자를 꺼내 메아리 앞에 내려놓았다. 상자 안에는 붉은 보석이 박힌 은색 반지가 있었다. 반지의 보석은 마치 살아있는 불꽃처럼 빛났다.

"이것은 '영혼의 쉼터'라 불리는 반지입니다. 진정한 자신을 찾고 싶다면, 이 반지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메아리는 반지를 바라보며 이상한 끌림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오래전부터 그녀를 기다려왔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얼마인가요?"

"당신에게는 특별 가격으로 드리지요. 49,000원입니다."

숫자의 의미를 알아차린 메아리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녀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노인에게 건넸다. 노인은 반지를 작은 보라색 주머니에 넣어 메아리에게 건넸다.

"오늘 밤, 잠들기 전에 이 반지를 끼고 진정한 소망을 마음속으로 말해보세요. 당신이 찾는 답을 얻게 될 것입니다."

메아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가게를 나서며 그녀는 왠지 모를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

같은 날,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 단지. 화려한 펜트하우스의 창문을 통해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방 안에는 한 소녀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소희, 예명 '세이렌'으로 더 잘 알려진 국민 아이돌이었다.

세이렌의 얼굴은 완벽한 비율과 매끄러운 피부로 마치 인형처럼 아름다웠다. 긴 갈색 머리카락은 부드러운 웨이브를 그리며 베개 위에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완벽한 외모 뒤에는 깊은 피로와 공허함이 숨겨져 있었다.

"소희야, 내일 스케줄 확인했어? 아침 7시 라디오 출연이야."

문 밖에서 매니저 손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알고 있어요."

세이렌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았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완벽했지만, 그 눈빛은 생기가 없었다.

'오늘이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49일째구나...'

세이렌은 화장대 위에 놓인 작은 사진틀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그녀와 외할머니의 사진이 있었다. 외할머니는 그녀가 어릴 때부터 가장 가까운 존재였다. 연예계에 데뷔한 후 바쁜 일정 속에서도 외할머니만은 그녀를 진정한 '소희'로 대해주었다.

세이렌은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들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그저 차갑고 무의미한 빛일 뿐이었다. 데뷔 이후 5년, 그녀는 국민 아이돌로 사랑받았지만 점점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가고 있었다.

"소희야, 저녁 식사 가져왔어."

문이 열리고 매니저가 식사 트레이를 들고 들어왔다. 손현우는 30대 초반의 남자로, 세이렌의 데뷔 때부터 그녀를 담당해온 매니저였다.

"배고프지 않아요."

세이렌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조금은 먹어야지. 내일 중요한 스케줄이 많아."

손현우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이렌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외출할 일이 있어요.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지금? 이미 늦었는데. 팬들이 알아볼 수도 있어."

"걱정 마세요. 변장할게요."

세이렌의 단호한 태도에 손현우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하지만 오래 있지 말고 빨리 돌아와. 내일 일정 생각해서."

세이렌은 검은색 후드티와 마스크, 모자로 완벽하게 변장한 후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그녀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걷기 시작했다. 이런 자유로운 순간이 그녀에게는 드물고 소중했다.

한적한 거리를 걷던 중, 세이렌의 시선을 사로잡는 간판이 보였다. '영혼의 쉼터 - 고미술상'. 그녀는 이전에 이 가게를 본 적이 없었지만, 무언가에 이끌리듯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골동품과 미술품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었다. 공간은 어둡고 신비로웠으며, 희미한 조명 아래 다양한 물건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했다. 세이렌은 천천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무엇을 찾고 있나요, 지친 영혼이여?"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세이렌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은빛 머리카락과 깊은 주름이 있는 얼굴의 노인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마치 그녀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듯한 깊이가 있었다.

"저를 알아보셨나요?"

세이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변장을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외면이 아닌 내면을 봅니다. 당신의 영혼이 지쳐 있군요."

노인의 말에 세이렌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이 특별한 날인가 보군요. 당신의 눈에서 그리움이 보이는군요."

"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49일이 되는 날이에요."

"아, 49일. 영혼이 이 세계와 작별하는 날이지요.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물건이 필요합니다."

노인은 천천히 유리 진열장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작은 상자를 꺼내 세이렌 앞에 내려놓았다. 상자 안에는 붉은 보석이 박힌 은색 반지가 있었다. 반지의 보석은 마치 살아있는 불꽃처럼 빛났다.

"이것은 '영혼의 쉼터'라 불리는 반지입니다. 진정한 자신을 찾고 싶다면, 이 반지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이렌은 반지를 바라보며 이상한 끌림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오래전부터 그녀를 기다려왔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얼마인가요?"

"당신에게는 특별 가격으로 드리지요. 49,000원입니다."

숫자의 의미를 알아차린 세이렌은 살짝 미소 지었다. 그녀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노인에게 건넸다. 노인은 반지를 작은 보라색 주머니에 넣어 세이렌에게 건넸다.

"오늘 밤, 잠들기 전에 이 반지를 끼고 진정한 소망을 마음속으로 말해보세요. 당신이 찾는 답을 얻게 될 것입니다."

세이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가게를 나서며 그녀는 왠지 모를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

그날 밤, 메아리는 침대에 누워 고미술상에서 산 반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붉은 보석은 어둠 속에서도 미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녀는 노인의 말을 떠올리며 천천히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웠다.

'진정한 나를 찾고 싶어. 내 목소리로 다시 노래하고 싶어.'

메아리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소망을 말했다. 그녀는 반지가 손가락에서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것이 실제인지 상상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곧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같은 시간, 세이렌도 침대에 누워 고미술상에서 산 반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붉은 보석은 어둠 속에서도 미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녀는 노인의 말을 떠올리며 천천히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웠다.

'진정한 나를 찾고 싶어. 자유롭게 살고 싶어.'

세이렌은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소망을 말했다. 그녀는 반지가 손가락에서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것이 실제인지 상상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곧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 날 아침, 메아리는 낯선 느낌에 천천히 눈을 떴다. 뭔가 달랐다. 침대가 너무 부드럽고 넓었다. 천장도 낯설었다. 그녀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어디지?'

메아리는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그녀가 있는 방은 넓고 고급스러웠다.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에 디자이너 가구들이 놓여 있었다. 창문 밖으로는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이건... 펜트하우스?'

더 큰 혼란 속에서 메아리는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화면에는 '매니저 현우 오빠'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희야, 일어났어? 30분 후에 차 보낼게. 오늘 라디오 출연 있잖아."

"네...?"

메아리는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와 방 안에 있는 전신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메아리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거울 속에는 그녀가 아닌, 국민 아이돌 세이렌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메아리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거울 속 세이렌도 똑같이 움직였다. 이것은 꿈이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로 세이렌의 몸 안에 있었다.

'반지... 그 반지 때문이야!'

메아리는 왼손을 확인했다. 그녀가 어제 낀 '영혼의 쉼터' 반지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붉은 보석은 아침 햇살 아래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세이렌! 라디오 출연! 오, 맙소사..."

메아리는 공포에 질려 중얼거렸다. 그녀는 이제 국민 아이돌의 몸에 갇혀 있었고, 곧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야 했다. 무대 공포증이 있는 그녀에게 이보다 더 끔찍한 상황은 없었다.

---

같은 시간, 세이렌은 낯선 느낌에 천천히 눈을 떴다. 뭔가 달랐다. 침대가 너무 좁고 딱딱했다. 천장도 낯설었다. 그녀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어디지?'

세이렌은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그녀가 있는 방은 작고 소박했다. 파스텔 톤의 벽지와 간단한 가구들, 책상 위에는 악보와 노트들이 놓여 있었다.

'이건... 누구의 방?'

더 큰 혼란 속에서 세이렌은 문 밖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메아리야, 일어났니? 아침 먹고 학교 가야지."

"네...?"

세이렌은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와 방 안에 있는 작은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세이렌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거울 속에는 그녀가 아닌, 낯선 소녀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검은 생머리에 맑은 눈을 가진 평범한 고등학생의 모습이었다.

"이게... 어떻게..."

세이렌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거울 속 소녀도 똑같이 움직였다. 이것은 꿈이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로 낯선 소녀의 몸 안에 있었다.

'반지... 그 반지 때문이야!'

세이렌은 왼손을 확인했다. 그녀가 어제 낀 '영혼의 쉼터' 반지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붉은 보석은 아침 햇살 아래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메아리? 이 소녀의 이름이 메아리인가 봐..."

세이렌은 혼란에 빠져 중얼거렸다. 그녀는 이제 평범한 고등학생의 몸에 갇혀 있었고, 곧 학교에 가야 했다. 연예계에서만 살아온 그녀에게 이것은 완전히 낯선 세계였다.

"메아리야, 빨리 내려와. 아침 식사 준비됐어."

문 밖에서 다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이렌은 깊은 숨을 내쉬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그녀는 메아리라는 소녀의 몸에 있었고, 이제 그녀의 삶을 살아야 했다.

'일단 침착하자. 이게 무슨 일인지 알아내야 해.'

세이렌은 방을 둘러보며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는 학교 교과서와 함께 작곡 노트가 놓여 있었다. 노트를 펼쳐보니 악보와 가사가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이 메아리라는 소녀는 작곡가가 되고 싶은 건가?'

세이렌은 방 구석에 놓인 기타를 발견했다. 그리고 벽에 걸린 사진 한 장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진 속에는 메아리로 보이는 소녀와 중년 남성이 함께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마도 아버지인가 보네.'

세이렌은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섰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야 했다. 국민 아이돌 세이렌의 화려한 삶과는 전혀 다른, 평범한 고등학생 메아리의 삶을.

---

메아리는 세이렌의 펜트하우스에서 완전한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세이렌의 휴대폰을 들고 자신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내 몸에 있는 사람은 누구지? 세이렌인가?'

그녀는 방 안을 서성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30분 후면 매니저가 차를 보낸다고 했다. 그녀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야 했다. 무대 공포증이 있는 메아리에게 이것은 악몽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진정해, 메아리. 이건 분명 꿈일 거야. 곧 깨어날 거야."

하지만 아무리 자신을 꼬집어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이것은 현실이었다.

메아리는 세이렌의 옷장을 열어보았다. 화려한 디자이너 옷들이 가득했다. 그녀는 가장 평범해 보이는 청바지와 티셔츠를 골라 입었다.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을 바라보며, 그녀는 세이렌의 완벽한 얼굴을 만져보았다.

'어쩌면... 이것도 기회일지도 몰라.'

메아리는 문득 생각했다. 그녀는 항상 아이돌의 꿈을 꾸었지만, 무대 공포증 때문에 그 꿈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국민 아이돌의 몸 안에 있었다. 이것이 그녀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문득 휴대폰이 울렸다. 메아리는 화면을 확인했다. '자신의' 번호였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당신이 메아리죠? 저는 세이렌이에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 메아리 자신의 목소리였지만, 말투는 완전히 달랐다.

"네, 맞아요. 저는 메아리예요. 어떻게 된 거죠?"

"저도 모르겠어요. 아마 우리가 어제 산 반지 때문인 것 같아요."

"그 고미술상... 다시 찾아가봐야 할 것 같아요."

"네, 그래요. 하지만 지금은 각자의 일정을 소화해야 할 것 같아요. 제 매니저가 곧 당신을 데리러 갈 거예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야 해요."

메아리는 공포에 질려 대답했다.

"저... 저는 무대 공포증이 있어요. 방송에 나갈 수 없어요."

전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걱정 마세요. 라디오는 그냥 대화하듯이 하면 돼요. 매니저 오빠가 다 도와줄 거예요. 그냥 제가 평소에 하는 말투를 따라하세요."

세이렌의 조언에 메아리는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그럼 당신은 제 학교에 가야 해요. 오늘 중요한 시험이 있어요."

"시험이요? 저는 학교를 다닌 적이 없는데..."

이번엔 메아리가 조언을 해주었다.

"제 가방 안에 노트가 있어요. 거기 시험 범위 정리해둔 게 있으니까 참고하세요. 그리고 제 친구 수아가 도와줄 거예요."

두 사람은 서로의 상황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나누었다. 통화를 마치며, 그들은 오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메아리는 깊은 숨을 내쉬며 거울 속 세이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제 국민 아이돌로서의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이게 정말 현실이라면... 내 소원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 건가?'

그녀는 반지를 바라보았다. 붉은 보석은 여전히 미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인터폰이 울렸다. 매니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었다. 메아리는 깊은 숨을 내쉬며 세이렌의 가방을 들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이상하고 도전적인 하루가 시작되었다.

---

세이렌은 메아리의 집 주방에서 어색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메아리의 어머니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닌 40대 여성이었다. 그녀는 세이렌(메아리의 몸)에게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를 내밀었다.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 무슨 좋은 일 있니?"

세이렌은 당황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하려 했다.

"아... 네. 그냥 좋은 꿈을 꿨어요."

"그래? 어떤 꿈인데?"

세이렌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제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꿈이었어요."

메아리의 어머니는 잠시 표정이 굳었다가 곧 미소를 되찾았다.

"그래... 아버지가 계셨다면 좋아하셨을 텐데."

세이렌은 어머니의 반응에 의문이 들었지만,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그녀는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메아리의 가방을 챙겼다.

"학교 갔다 올게요."

"조심히 다녀와. 오늘 늦게 온다고 했지? 음악 동아리 활동인가?"

세이렌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요."

그녀는 집을 나서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녀는 평범한 고등학생의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연예계에서만 살아온 세이렌에게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학교로 가는 길, 세이렌은 주변 환경을 유심히 관찰했다. 평범한 주택가의 모습, 등교하는 학생들, 출근하는 직장인들... 이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낯설었다. 그녀는 항상 매니저의 차를 타고 이동했고, 대중들의 시선을 피해 다녔다.

'이런 평범한 일상도 나쁘지 않네.'

세이렌은 문득 자유로움을 느꼈다. 아무도 그녀를 알아보지 않았고, 사진을 찍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일 뿐이었다.

학교 정문에 도착하자, 한 소녀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메아리야! 여기 있었구나. 오늘 시험 준비 다 했어?"

세이렌은 당황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하려 했다.

"아... 네. 준비했어."

"어제 내가 보내준 노트 봤어? 선생님이 강조하신 부분 다 표시해뒀는데."

"응, 봤어. 고마워."

세이렌은 이 소녀가 메아리의 친구 수아라고 짐작했다. 그녀는 수아를 따라 교실로 향했다. 교실 안은 시험을 앞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학생들은 각자 책을 펼쳐놓고 마지막 복습을 하고 있었다.

세이렌은 메아리의 자리로 추정되는 창가 쪽 책상에 앉았다. 그녀는 가방에서 메아리의 노트를 꺼내 시험 범위를 확인했다. 다행히 그녀는 학창 시절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과목들은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 한 남학생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메아리야, 어제 보내준 악보 봤어. 정말 좋더라. 네 작곡 실력이 점점 늘고 있어."

세이렌은 당황했지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고마워."

"오늘 방과 후에 음악실에서 연습할 거지? 내가 기타 파트 연습해 올게."

"응, 그래."

남학생은 미소 지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세이렌은 그가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시험에 집중해야 했다.

'메아리는 작곡을 하는구나. 그리고 음악 동아리 활동도 하고...'

세이렌은 메아리의 삶에 대해 점점 더 궁금해졌다. 그녀는 메아리의 노트를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노트에는 섬세하게 작성된 악보와 가사들이 가득했다. 그중 한 곡의 제목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진정한 나의 목소리'

세이렌은 그 제목에 이끌려 가사를 읽기 시작했다. 가사는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찾고 싶지만, 두려움에 갇혀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 노래는 메아리 자신의 이야기인 걸까?'

세이렌은 메아리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그녀는 왜 무대 공포증이 있는지, 왜 작곡가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왜 그녀의 어머니는 노래 이야기에 미묘한 반응을 보였는지.

종소리가 울리고, 선생님이 시험지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세이렌은 깊은 숨을 내쉬며 시험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녀는 이제 메아리의 삶을 살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메아리에 대해, 그리고 어쩌면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메아리는 라디오 스튜디오 앞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세이렌의 매니저 손현우는 그녀에게 마지막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있었다.

"오늘은 신곡 홍보가 주요 목적이니까, 그 부분 잘 강조해줘. 그리고 다음 주 쇼케이스 이야기도 꼭 언급하고."

메아리는 긴장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은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소희야, 괜찮아? 얼굴이 안 좋아 보여."

손현우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네... 조금 긴장됐어요."

"너 언제부터 방송 긴장했어? 그냥 평소처럼 하면 돼."

메아리는 억지로 미소 지었다. 그녀는 세이렌이 방송에 완벽하게 적응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무대 공포증이 있는 그녀에게 이것은 큰 도전이었다.

'진정해, 메아리. 넌 세이렌이야. 국민 아이돌이야. 할 수 있어.'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문득 그녀는 자신이 항상 꿈꿔왔던 상황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두려움이면서도 동시에 기회였다.

라디오 PD가 다가와 인사했다.

"세이렌 씨,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5분 후에 시작할게요."

메아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붉은 '온에어' 등이 꺼져 있는 동안,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DJ가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오늘도 멋진 목소리 들려주세요, 세이렌 씨."

메아리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헤드폰을 쓰고 마이크 앞에 앉았다. 5, 4, 3, 2, 1... 붉은 등이 켜지고, 방송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의 스페셜 게스트를 소개합니다. 신곡 '별빛 아래'로 돌아온 국민 아이돌, 세이렌입니다!"

메아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세이렌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이렌 씨, 이번 신곡 '별빛 아래'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메아리는 잠시 당황했지만, 세이렌이 보내준 문자 메시지에 있는 내용을 기억해내려 노력했다.

"'별빛 아래'는 제가 팬 여러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감사의 마음을 담은 곡입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언제나 저를 빛나게 해주시는 팬 여러분들께 드리는 선물이에요."

메아리는 자신의 말에 놀랐다. 그녀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역시 세이렌 씨는 팬 사랑이 남다르네요. 이번 곡의 작사에도 참여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네, 맞아요. 제 진심을 전하고 싶어서 직접 가사를 썼어요."

메아리는 조금씩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그녀는 세이렌의 문자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대화를 이어나갔지만, 점점 자신의 생각과 감정도 섞어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음악은 제게 있어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방법이에요. 무대 위에서는 완벽해 보이지만, 저도 불안하고 두려울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음악을 통해 제 진심을 표현하려고 해요."

DJ는 메아리의 진솔한 대답에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세이렌 씨가 평소보다 더 진솔하게 이야기해주시는 것 같아요. 팬들이 이 모습을 좋아할 것 같은데요."

메아리는 미소 지었다. 그녀는 세이렌의 몸으로 있지만, 자신의 진심을 조금씩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방송이 계속되는 동안, 메아리는 점점 더 편안함을 느꼈다. 그녀는 세이렌의 신곡에 대해, 다가오는 쇼케이스에 대해, 그리고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는 라이브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자, 이제 세이렌 씨의 라이브 무대를 들어보겠습니다. '별빛 아래', 부탁드립니다."

메아리는 순간 공포에 질렸다. 그녀는 무대 공포증 때문에 오랫동안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세이렌이었다. 세이렌의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었다.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노래를 시작했다.

세이렌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맑고 청아한 음색이 스튜디오를 가득 채웠다. 메아리는 자신이 세이렌의 몸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에 황홀함을 느꼈다. 그녀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순간을 경험하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DJ는 감동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네요. 오늘 세이렌 씨의 목소리에 특별한 감정이 더해진 것 같아요."

메아리는 미소 지었다. 그녀는 세이렌의 목소리로 노래했지만, 그 안에는 자신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방송이 끝나고, 메아리는 스튜디오를 나왔다. 손현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오늘 정말 좋았어. 평소보다 더 진솔한 느낌이 들었어. 팬들의 반응도 좋을 것 같아."

메아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첫 번째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삶일까?'

그녀는 문득 생각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서는 것,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 자신의 목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 그녀는 항상 이런 삶을 꿈꿔왔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그 꿈 속에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진짜 모습, 자신의 진짜 목소리가 그리웠다. 그녀는 세이렌의 목소리로 노래했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하고 싶었다.

메아리는 손현우를 따라 다음 일정으로 향하며, 세이렌과의 약속된 만남 시간을 기다렸다. 그녀는 이 이상한 상황이 어떻게 해결될지, 그리고 이 경험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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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은 메아리의 학교에서 시험을 마치고 점심 시간을 맞이했다. 그녀는 수아와 함께 급식실로 향했다.

"메아리야, 오늘 좀 달라 보여. 무슨 일 있어?"

수아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아니, 그냥... 기분이 좋아서 그래."

세이렌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하려 했다. 그녀는 평범한 학교 급식을 받아들고 수아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연예계에서 엄격한 식단 관리를 해왔던 그녀에게 학교 급식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와, 오늘 김치찌개 정말 맛있다."

세이렌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수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너 김치찌개 싫어하잖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한 번도 먹는 거 본 적 없는데."

세이렌은 당황했지만 곧 대답했다.

"아... 그래? 오늘은 갑자기 먹고 싶어서..."

수아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세이렌은 메아리의 아버지에 대해 더 알고 싶었지만, 지금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점심을 먹은 후, 그들은 교실로 돌아왔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아까 그녀에게 말을 걸었던 남학생이 다시 다가왔다.

"메아리야, 방과 후에 음악실에서 보자. 내가 작곡한 곡도 있는데 네 의견 듣고 싶어."

세이렌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학생이 자리로 돌아간 후, 수아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민준이 너한테 관심 있는 거 같은데? 어때?"

세이렌은 당황했지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음악적으로 잘 맞는 것 같아."

"음악적으로만? 정말?"

수아의 장난스러운 질문에 세이렌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오랜만에 이렇게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다. 연예계에서는 항상 조심해야 했고, 모든 말과 행동이 기사화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었다.

오후 수업이 끝나고, 세이렌은 메아리와의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서둘러 짐을 챙겼다.

"수아야, 나 먼저 가볼게. 중요한 약속이 있어."

"음악 동아리 연습 아니었어?"

"그건... 조금 늦게 갈 거야.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수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일 봐."

세이렌은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왔다. 그녀는 메아리와 약속한 카페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몸에 있는 메아리를 만나고, 이 이상한 상황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다.

카페에 도착하자, 그녀는 창가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세이렌의 몸에 있는 메아리였다. 그녀는 선글라스와 모자로 변장한 채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세이렌은 깊은 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메아리 씨."

메아리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몸에 있는 세이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놀라움과 혼란이 가득했다.

"세이렌 씨... 정말 저예요?"

세이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 앞에 앉았다.

"네, 맞아요. 정말 이상한 상황이네요."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몸을 마주하는 것은 매우 기이한 경험이었다.

"라디오 방송은 어땠어요?"

세이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처음에는 너무 긴장했지만, 점점 적응했어요."

메아리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당신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은 어땠나요?"

세이렌의 질문에 메아리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 놀라웠어요. 당신의 목소리는 정말 아름다워요.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제 진짜 목소리가 그리웠어요."

세이렌은 메아리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래요. 학교생활은 새롭고 재미있었지만, 역시 제 몸이 그리워요."

두 사람은 각자의 하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메아리는 라디오 방송과 팬미팅에 대해, 세이렌은 학교 시험과 친구들에 대해 말했다.

"메아리 씨, 당신이 작곡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노트에 있는 곡들이 정말 좋더라고요."

메아리는 부끄러운 듯 미소 지었다.

"그건... 그냥 취미예요."

"취미라기에는 너무 훌륭해요. 특히 '진정한 나의 목소리'라는 곡이 인상적이었어요."

메아리의 눈이 커졌다.

"그 곡을 보셨어요?"

"네. 가사가 정말 마음에 와닿았어요. 당신의 이야기인가요?"

메아리는 잠시 침묵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 이야기예요. 저는 원래 성악을 전공했었어요.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무대 공포증이 생겼어요. 그 이후로 작곡으로 전향했죠."

세이렌은 메아리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데뷔 초기에 실수로 무대에서 넘어져서 전국적인 조롱의 대상이 된 적이 있어요. 그 후로 매번 무대에 오를 때마다 극심한 불안을 느꼈죠. 하지만 계속해서 무대에 서야 했어요."

메아리는 세이렌의 이야기에 놀랐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어떻게 그 불안을 극복하셨어요?"

"완전히 극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지금도 가끔 불안해요. 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팬들의 응원이 저를 지탱해주었죠."

두 사람은 서로의 경험과 감정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비록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과 내면의 불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래 몸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해요."

메아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우선 그 고미술상을 다시 찾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반지가 원인인 것 같으니까요."

세이렌은 자신의 손, 즉 메아리의 손에 있는 반지를 바라보았다. 붉은 보석은 여전히 미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아요. 내일 저는 중요한 인터뷰가 있고, 당신은 음악 경연대회 예선이 있잖아요."

메아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음악 경연대회요? 저는 참가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수아가 그러던데요? 학교 음악 경연대회에 참가한다고..."

메아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는 무대 공포증 때문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어요. 수아가 계속 권유했지만..."

세이렌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제가 대신 참가하면 어떨까요?"

"네?"

"제가 당신의 몸으로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거예요. 당신이 작곡한 곡으로요."

메아리는 놀란 표정으로 세이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건..."

"걱정 마세요. 저는 무대 경험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당신의 재능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예요."

메아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하지만 조심해주세요. 그리고... 제 노래 중에서 '진정한 나의 목소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다른 곡을 선택해주세요."

세이렌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당신의 노트에 있는 완성된 곡 중에서 고를게요."

두 사람은 서로의 일정과 주의사항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각자의 삶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나누었다.

대화를 마치며, 그들은 다음 날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함께 고미술상을 찾아가기로 했다.

카페를 나서며, 메아리는 잠시 멈춰 서서 세이렌에게 물었다.

"세이렌 씨... 당신은 이 상황이 두렵지 않으세요?"

세이렌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물론 두려워요.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서로의 삶을 경험함으로써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을 거예요."

메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오늘 당신의 몸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정을 다시 느꼈어요. 그리움 같은 거요."

세이렌은 메아리의 말에 공감하며 미소 지었다.

"저도 오늘 학교에서 평범한 일상을 경험하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자유로움을 느꼈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들은 이 이상한 상황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것이 그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내일 봐요, 메아리 씨."

"내일 봐요, 세이렌 씨."

그들은 각자의 길로 향했다. 메아리는 세이렌의 몸으로, 세이렌은 메아리의 몸으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진정한 모습과 꿈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가락에 끼워진 '영혼의 쉼터' 반지는 여전히 미묘한 빛을 발하며, 그들의 여정을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