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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3**

어둠의 그림자

왕궁 지하 깊숙한 곳, 빅터 국왕의 비밀 연구실에는 촛불 하나만이 불안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방 안에는 수백 년이 넘은 듯한 고대 서적들이 가득했고, 벽에는 알 수 없는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 중앙에는 검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제단이 놓여 있었다.

빅터는 창백한 얼굴로 제단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눈은 오랜 시간 어둠에 노출된 탓인지 비정상적으로 확장되어 있었고, 한때는 강인했을 그의 손가락은 이제 마치 거미의 다리처럼 길고 가늘어져 있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제단 위에 놓인 수정구를 어루만졌다.

"곧... 곧 모든 것이 내 것이 될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동굴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처럼 공허했다. 수정구 안에서는 붉은 안개가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그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리아나의 모습이 비쳤다. 천사의 표식을 가진 그녀의 등에서는 미약한 빛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빅터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내가 찾던 열쇠를 얻었구나. 천사의 피... 그리고 그 능력."

그때 연구실 문이 열리고 이사벨라가 들어왔다. 그녀는 우아한 자주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그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표정은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빅터를 마주한 그녀의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경외심이 공존했다.

"폐하, 부르셨습니까?" 이사벨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빅터는 천천히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자 이사벨라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

"이사벨라, 내 충실한 마법사여. 어떤가, 네가 원하던 카엘과의 결혼은 물 건너갔지만, 내가 약속한 대로 더 큰 힘을 주겠다."

이사벨라의 눈이 순간 욕망으로 번쩍였다.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이 촛불 아래서 마치 살아있는 불꽃처럼 일렁였다.

"감사합니다, 폐하. 제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빅터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걸음마다 바닥에서 어둠이 소용돌이쳤다.

"리아나와 카엘을 감시해라. 그들이 서로 가까워지고 있다. 이것은 내 계획에 도움이 될 수도, 방해가 될 수도 있어."

그는 잠시 멈추더니 이사벨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접촉에 이사벨라는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관통하는 것을 느꼈다.

"특히 리아나의 능력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주시해라. 그리고... 그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도 좋겠지. 네가 카엘을 원했던 것은 알고 있다. 어쩌면 아직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

이사벨라의 눈이 빛났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올라가며 미소를 지었다.

"네, 폐하.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빅터가 다시 수정구로 돌아가자, 이사벨라는 조용히 연구실을 나왔다. 문이 닫히자 그녀는 잠시 서서 깊은 숨을 내쉬었다. 빅터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고, 그의 곁에 있으면 항상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카엘... 네가 내 것이 되었어야 했는데.' 그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 시골 출신 천사 표식 가진 여자가 아니라...'

이사벨라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복도를 걸어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단단했고,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

---

같은 시간, 카엘은 충직한 부관 레오와 함께 기사단 본부에서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있었다. 기사단 본부는 왕궁의 서쪽 날개에 위치해 있었으며, 높은 천장과 웅장한 기사들의 초상화로 장식되어 있었다. 벽에 걸린 횃불들이 방을 따뜻하게 밝히고 있었다.

카엘은 테이블 위에 펼쳐진 문서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의 짙은 갈색 머리는 약간 헝클어져 있었고, 강인한 턱선은 긴장으로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그의 푸른 눈동자는 피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리하게 빛났다.

"드레이크 부단장의 행적이 수상해. 최근 그가 빅터 국왕과 비밀리에 만난 기록이 여러 번 있어." 카엘이 문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레오는 카엘의 맞은편에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카엘보다 약간 젊어 보였고, 밝은 금발과 항상 미소 짓는 듯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단장님. 드레이크가 지휘하는 기사들이 최근 민간인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징수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특히 북부 지역에서요."

카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사단이 이렇게 부패해서야... 내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결코 허락하지 않으셨을 거야."

레오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단장님의 부친께서... 그 사고가 정말 사고였을까요?"

카엘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레오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지?"

"제가 최근에 들은 소문인데... 빅터 국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 여러 반대파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중에는..."

"내 아버지도 포함되어 있다는 거지." 카엘이 레오의 말을 마무리했다.

둘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카엘은 천천히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빛나고 있었고, 멀리 도시의 불빛들이 보였다.

"내가 이 임무를 받아들인 것은 단순히 대륙 구원의 열쇠를 찾기 위해서만이 아니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해서이기도 해."

레오는 카엘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말씀하세요, 단장님."

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레오. 하지만 조심해야 해. 빅터의 눈과 귀는 어디에나 있으니까."

그때 문이 열리고 한 기사가 급하게 들어왔다. "단장님, 죄송합니다. 급한 보고가 있습니다."

카엘은 즉시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무슨 일이지?"

"북부 국경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움브라 연합의 정찰대로 추정되는 인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카엘의 눈이 좁아졌다. "움브라 연합? 그들이 여기서 무엇을 원하는 거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단장님. 하지만 그들이 우리 영토를 침범한 것은 확실합니다."

카엘은 결단력 있게 말했다. "레오, 즉시 정예 기사 10명을 모아. 내일 새벽에 직접 국경을 확인하러 가겠다."

레오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네, 단장님."

기사가 떠나자 카엘은 다시 창가로 돌아갔다. 그의 표정은 더욱 심각해졌다.

"움브라 연합... 왜 하필 지금인가?"

---

리아나는 자신의 방에서 불안한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의 방은 왕궁의 동쪽 탑에 위치해 있었으며, 창문으로는 광활한 정원과 그 너머로 펼쳐진 산맥이 보였다. 방 안은 우아한 가구들로 꾸며져 있었지만, 어딘가 차갑고 삭막한 느낌이 들었다.

리아나는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긴 은빛 머리카락은 달빛 아래서 마치 물결처럼 흘러내렸고, 연한 보라색 눈동자는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등을 만지며 천사의 표식이 있는 부분을 어루만졌다.

"또 따끔거리네..."

그녀의 시녀 엘레나가 차를 들고 방에 들어왔다. 엘레나는 리아나보다 약간 나이가 많아 보였고, 단정한 갈색 머리와 지혜로워 보이는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밤이 깊었는데 아직 주무시지 않으셨군요, 아가씨." 엘레나가 차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리아나는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그 미소는 그녀의 눈까지 닿지 못했다. "잠이 오지 않아. 계속 이상한 꿈을 꾸는 것 같아."

엘레나는 리아나 옆에 앉았다. 그녀는 평범한 시녀라기에는 너무 당당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꿈인가요?"

리아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불타는 도시... 그리고 울부짖는 사람들... 그리고 항상 마지막에는 거대한 날개를 가진 존재가 나타나."

엘레나의 눈이 순간 빛났지만, 그녀는 곧 평온한 표정을 되찾았다. "그저 꿈일 뿐입니다, 아가씨. 최근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요."

리아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엘레나. 이건 단순한 꿈이 아니야. 마치... 기억 같아. 아니면 예지몽이라고 해야 할까?"

엘레나는 리아나의 손을 잡았다. "아가씨, 제가 한 가지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리아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뭔데?"

"왕궁 도서관 깊숙한 곳에 천사족에 관한 고대 서적들이 있습니다. 제가... 우연히 발견했어요."

리아나의 눈이 커졌다. "정말? 내 표식에 대한 정보가 있을까?"

엘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에요. 빅터 국왕조차도 거의 가지 않는 장소죠."

리아나의 눈에 결의가 서렸다. "내일 밤에 가보자. 카엘이 북부 국경으로 떠난다고 했으니, 궁에는 감시의 눈이 줄어들 거야."

엘레나는 놀란 듯 물었다. "어떻게 카엘 단장님이 북부로 간다는 것을 아셨나요?"

리아나는 살짝 미소 지었다. "오늘 정원에서 우연히 마주쳤어. 그는... 생각보다 친절한 사람이더라."

엘레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단장님은 평판이 좋은 분이죠."

리아나는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엘레나, 너는 내가 12살 때부터 함께 있었지? 내가 빅터의 양녀가 되기 전에 대해 기억나는 게 있어?"

엘레나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가 이내 부드러워졌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저는 아가씨가 왕궁에 오신 직후에 시녀로 배정받았어요. 그 이전의 일은..."

리아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나도 잘 기억나지 않아. 마치 그 이전의 기억이 지워진 것 같아."

엘레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때로는 마음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기억을 봉인하기도 합니다."

리아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자, 그녀의 피부는 마치 진주처럼 빛났다.

"내가 누구인지, 이 표식이 무엇인지... 모든 답을 찾을 거야."

---

다음 날 아침, 카엘은 북부 국경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왕궁 마당에는 그와 함께 갈 기사들이 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그들의 갑옷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났다.

카엘은 마지막으로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의 검은 왕국 최고의 대장장이가 만든 것으로, 손잡이에는 그의 가문 문장인 날개 달린 사자가 새겨져 있었다.

레오가 다가와 보고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단장님."

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출발하자."

그때 마당 한쪽에서 이사벨라가 나타났다. 그녀는 우아한 녹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은 아침 햇살 아래서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카엘 단장님, 떠나시기 전에 잠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이사벨라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카엘은 잠시 망설이다가 레오에게 말했다. "먼저 가 있어. 곧 따라갈게."

레오는 이사벨라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지만, 명령에 따라 다른 기사들과 함께 마당을 빠져나갔다.

카엘이 이사벨라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입니까, 이사벨라 양?"

이사벨라는 미소를 지으며 카엘의 팔을 살짝 잡았다. "위험한 임무에 가시는 것 같아 걱정됩니다. 제가 보호 마법을 걸어드리고 싶어요."

카엘은 공손하게 거절했다. "감사합니다만, 필요 없습니다. 저는 기사의 검과 방패로 충분합니다."

이사벨라의 눈에 실망감이 스쳤지만, 그녀는 곧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리아나와의 결혼 생활은 어떠신가요? 쉽지 않으시겠죠?"

카엘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저희 부부 관계에 대해 논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이사벨라는 한 발 더 다가와 속삭였다. "그녀가 당신에게 모든 것을 말했다고 생각하세요? 그녀의 표식이 무엇인지, 그녀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카엘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이사벨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단지 조심하라는 충고일 뿐이에요. 모든 것이 보이는 그대로는 아니니까요."

그녀는 카엘의 팔에서 손을 떼고 한 걸음 물러섰다. "안전한 여정 되시길 바랍니다, 단장님."

이사벨라가 떠난 후, 카엘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 그는 이사벨라가 단순히 질투심에서 한 말인지, 아니면 정말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리아나의 진짜 정체라...'

그는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정리하고, 기사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지금은 임무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

그날 밤, 리아나와 엘레나는 왕궁 도서관의 금지된 구역으로 향했다. 그들은 어두운 복도를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리아나는 평소의 화려한 드레스 대신 어두운 색의 단순한 옷을 입고 있었고, 엘레나도 마찬가지였다.

"이쪽이에요, 아가씨." 엘레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거대한 도서관 중앙 홀을 지나 뒤편의 작은 문으로 향했다. 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어떻게 열지?" 리아나가 물었다.

엘레나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머리핀을 꺼냈다. "모든 시녀가 알아야 할 기술 중 하나죠."

그녀는 능숙하게 자물쇠를 조작했고, 몇 초 후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디서 그런 기술을..." 리아나가 놀라서 물었지만, 엘레나는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완전히 어두웠고, 오래된 책들의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엘레나는 작은 랜턴을 켰고, 그 불빛이 방 안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여기는 왕궁의 가장 오래된 문서들이 보관된 곳입니다. 수백 년의 역사가 이곳에 있죠."

리아나는 경외심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면 전체가 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 중앙에는 오래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천사족에 관한 책은 어디 있지?" 리아나가 물었다.

엘레나는 한쪽 벽으로 다가갔다. "이쪽이에요. 고대 종족에 관한 서적들이 이 섹션에 있습니다."

그들은 함께 책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책은 오래되어 페이지가 바스러질 것 같았고, 일부는 이해할 수 없는 고대 언어로 쓰여 있었다.

"이건 뭐지?" 리아나가 금색 장식이 있는 두꺼운 책을 발견했다.

엘레나는 그 책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것은... '천사의 서'라고 불리는 고대 문헌입니다. 천사족의 역사와 능력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리아나는 조심스럽게 책을 열었다. 페이지는 오래되었지만 놀랍도록 보존 상태가 좋았다. 그 안에는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존재들의 그림과 함께 고대 언어로 쓰인 텍스트가 있었다.

"이 언어를 읽을 수 있어?" 리아나가 물었다.

엘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는 가능합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고대 언어를 공부해왔어요."

리아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묻지 않았다. 그녀는 페이지를 넘기다가 갑자기 멈췄다. 한 페이지에는 등에 표식이 있는 인물의 그림이 있었는데, 그 표식은 리아나의 것과 놀랍도록 유사했다.

"이건... 내 표식이야!" 리아나가 놀라서 외쳤다.

엘레나는 텍스트를 읽기 시작했다. "천사의 표식은 고대 천사족의 왕가 혈통에게만 나타나는 특별한 징표이다. 이 표식을 가진 자는 천사족의 모든 능력을 계승할 수 있으며, 빛과 치유의 힘을 다룰 수 있다."

리아나는 충격을 받은 듯 책을 바라보았다. "왕가 혈통? 그럼 내가..."

그때 갑자기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리아나와 엘레나는 즉시 랜턴을 끄고 숨을 곳을 찾았다.

"누군가 오고 있어!" 리아나가 속삭였다.

그들은 서가 뒤로 몸을 숨겼다. 문이 열리고 빅터 국왕이 들어왔다. 그는 손에 촛불을 들고 있었고, 그 뒤로 드레이크 부단장이 따라왔다.

"확실합니까, 폐하? 카엘 단장이 반역을 꾸미고 있다고요?" 드레이크가 물었다.

빅터는 차갑게 웃었다. "확실하지. 그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너무 정의롭고 순수해. 그런 사람들은 항상 위험하지."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빅터는 테이블로 다가가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일단 그를 감시해. 그리고 적절한 때가 오면... 그의 아버지처럼 처리하도록 해."

리아나는 숨을 죽이며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카엘의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 그리고 빅터가 카엘에게도 같은 일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빅터는 계속해서 책들을 뒤적였다. "이상하군. '천사의 서'가 없어. 분명 여기 있어야 하는데..."

드레이크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누군가 이미 가져갔을 수도 있습니다."

빅터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누구든 내 허락 없이 이곳에 들어온 자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전 궁을 수색해!"

그들이 방을 나서자, 리아나와 엘레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우리도 빨리 나가야 해." 엘레나가 속삭였다. "책을 가지고 가죠."

리아나는 '천사의 서'를 품에 안고 엘레나를 따라 조심스럽게 방을 빠져나왔다. 그들은 어두운 복도를 따라 서둘러 리아나의 방으로 돌아갔다.

방에 도착한 후, 리아나는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았다. 왕궁 마당에는 경비병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빅터가 정말 카엘의 아버지를 죽였을까?" 리아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엘레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빅터 국왕이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많은 귀족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고 합니다. 카엘 단장의 아버지도 그중 한 명이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리아나는 책을 바라보았다. "이 책에서 더 많은 것을 알아내야 해. 내가 누구인지, 이 표식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빅터가 나를 양녀로 삼았는지."

엘레나는 리아나의 손을 잡았다. "조심해야 합니다, 아가씨. 이제 빅터 국왕이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이 책을 가져갔다는 것을 알게 되면..."

리아나의 눈에 결의가 서렸다. "알아. 하지만 더 이상 숨어 있을 수만은 없어. 진실을 알아내야 해."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카엘... 너도 위험에 처해 있구나. 빨리 돌아와야 할 텐데...'

---

북부 국경에서, 카엘과 그의 기사들은 움브라 연합의 흔적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들은 숲 속 작은 야영지를 발견했지만, 이미 버려진 상태였다.

카엘은 무릎을 꿇고 땅을 살펴보았다. "최근에 떠난 것 같아. 아마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도망친 듯해."

레오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하지만 왜 움브라 연합이 여기까지 온 걸까요? 우리와는 수십 년간 접촉이 없었는데."

카엘은 생각에 잠겼다. "모르겠어. 하지만 좋은 일은 아닐 거야."

그때 한 기사가 달려왔다. "단장님! 무언가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기사를 따라 조금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바위에 새겨진 이상한 문양이 있었다. 문양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건..." 카엘이 문양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레오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천사의 표식이군요! 리아나 아가씨의 것과 비슷합니다."

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약간 다르군. 이건 마치... 왜곡된 버전 같아."

그는 문양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그 순간, 강렬한 비전이 그의 마음을 스쳤다. 불타는 도시, 울부짖는 사람들, 그리고 거대한 날개를 가진 존재...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아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등에 있는 표식이 빛나고 있었다.

카엘은 숨을 헐떡이며 바위에서 손을 뗐다. "이건... 예지몽인가?"

레오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단장님?"

카엘은 천천히 일어섰다. "레오, 우리 즉시 왕궁으로 돌아가야 해. 리아나가 위험할지도 몰라."

레오는 놀랐지만 질문하지 않고 명령을 따랐다. "네, 단장님.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카엘은 마지막으로 바위의 문양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여전히 어둠 속에서 불길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것이 대륙 구원의 열쇠와 관련이 있는 걸까? 그리고 리아나는...'

그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에 올랐다. 이제 그는 단순히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리아나를 보호해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이상의 감정도.

---

왕궁 지하 연구실에서, 빅터는 분노에 차 있었다. 그는 테이블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누가 감히 '천사의 서'를 가져갔지?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그 방에 들어갈 수 없어!"

이사벨라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폐하, 제가 조사해보겠습니다."

빅터는 그녀를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리아나를 감시하고 있지 않았나?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었지?"

이사벨라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실제로 리아나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다. 대신 카엘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녀는... 평소처럼 자신의 방에 있었습니다, 폐하."

빅터의 눈이 의심스럽게 좁아졌다. "정말? 직접 확인했나?"

이사벨라는 불편하게 몸을 움직였다. "시녀에게 물어봤습니다."

빅터는 비웃었다. "시녀라... 그 엘레나라는 여자를 말하는 건가? 그녀도 의심스러워. 너무 똑똑해 보이지."

그는 수정구를 향해 걸어갔다. "내가 직접 확인해보겠다."

빅터는 수정구 위에 손을 올리고 주문을 외웠다. 수정구 안에 안개가 소용돌이치더니 리아나의 방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고, 엘레나는 그녀 옆에 서 있었다.

"저 책..." 빅터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저것이 '천사의 서'다!"

이사벨라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리아나가 가져갔군요."

빅터는 분노로 떨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능력과 출신에 대해 알게 되면 위험해질 수 있어. 아직은 그녀의 능력이 필요해..."

그는 이사벨라를 향해 돌아섰다. "즉시 그 책을 가져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이사벨라는 고개를 숙였다. "네, 폐하."

빅터는 다시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카엘이 돌아오면 알려줘. 그와 대화할 필요가 있어."

이사벨라는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폐하, 카엘 단장을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요?"

빅터는 차갑게 미소 지었다. "걱정 마. 아직은 그를 해치지 않을 거야. 그는 리아나의 능력을 완전히 깨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테니까."

이사벨라는 안도했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느꼈다. 그녀는 카엘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빅터에 대한 충성심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빅터는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그가 너무 많이 알게 되면... 그의 아버지처럼 처리해야 할 거야."

이사벨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아버지는... 정말 폐하께서..."

빅터는 냉소적으로 웃었다. "그는 내 계획을 방해했어. 천사족의 마지막 혈통을 찾으려는 내 계획을... 그리고 카엘도 같은 실수를 하고 있지."

이사벨라는 충격을 받았지만, 표정을 감추려 노력했다. 그녀는 이제 빅터의 진정한 모습과 의도를 보기 시작했다.

"가서 임무를 수행해라." 빅터가 명령했다.

이사벨라는 고개를 숙이고 연구실을 나왔다. 복도에 나온 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빅터를 계속 따를 것인가, 아니면...

그녀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에게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리아나의 방에서, 그녀와 엘레나는 '천사의 서'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많은 페이지를 읽었고, 충격적인 사실들을 발견했다.

"천사족은 수백 년 전에 거의 멸망했다고 해요." 엘레나가 책의 내용을 설명했다. "어둠의 세력과의 전쟁에서 대부분이 죽고, 일부만이 인간 세계로 도망쳐 숨어 살았다고 합니다."

리아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럼 내 부모는... 천사족의 후예였던 거야?"

엘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표식은 왕가의 혈통을 증명하는 것이고요."

리아나는 자신의 표식을 만졌다. "그래서 빅터가 나를 양녀로 삼은 거야? 내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서?"

엘레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도요. 책에 따르면 천사의 표식을 가진 자는 빛과 치유의 능력뿐만 아니라, 특별한 의식을 통해 더 강력한 힘을 발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리아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내 진짜 부모는 어떻게 된 걸까?"

엘레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아가씨... 제가 모든 것을 말씀드릴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리아나는 놀라서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야?"

엘레나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저는 단순한 시녀가 아닙니다. 제 가문은 수세기 동안 천사족의 비밀을 보호해온 학자 가문이에요. 저는 당신을 보호하고 돕기 위해 이곳에 온 거예요."

리아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럼 네가 내 과거에 대해 알고 있는 거야?"

엘레나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부모님은 천사족의 마지막 순수 혈통이었어요. 빅터가 그들을 찾아내 당신의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 그들을 살해했습니다."

리아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럼 내 기억이 없는 건..."

"빅터가 당신에게 마법을 걸어 기억을 지운 거예요. 당신이 진실을 알게 되면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리아나는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감정으로 떨고 있었다. "빅터가... 내 부모를 죽였어..."

엘레나는 리아나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이제 당신은 진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당신의 능력을 통제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리아나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내 능력을 완전히 깨워야 해. 빅터를 막기 위해서."

엘레나는 책의 한 페이지를 가리켰다. "이 의식을 통해 당신의 천사 능력을 깨울 수 있어요.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리아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해보자. 더 이상 숨어 있을 수 없어."

그들은 의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엘레나는 방의 중앙에 특별한 문양을 그리고, 리아나는 그 안에 앉았다. 그녀의 표식이 미약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음을 비우고, 당신의 내면에 있는 빛을 찾으세요." 엘레나가 지시했다.

리아나는 눈을 감고 깊은 명상에 빠졌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기억의 조각들이 서서히 모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행복한 순간들, 부모님의 얼굴, 그리고... 그 끔찍한 밤. 빅터가 그들의 집을 습격한 밤.

리아나의 표식이 더욱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방 안의 공기가 진동하고, 창문이 흔들렸다.

"계속하세요, 아가씨! 당신의 진정한 힘을 받아들이세요!" 엘레나가 외쳤다.

리아나의 내면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등에서 빛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고, 그녀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때 방문이 갑자기 열리고 이사벨라가 들어왔다.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리아나를 바라보았다.

"멈춰!" 이사벨라가 외쳤다.

엘레나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 "당신은 빅터의 명령으로 왔군요."

이사벨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래, 하지만... 모든 것이 변했어. 빅터가 계획하고 있는 일을 알게 되었어."

리아나는 여전히 공중에 떠 있었고, 그녀의 주변에는 빛의 기운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사벨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빅터는 카엘을 죽이려고 해. 그의 아버지처럼. 그리고 당신의 능력을 이용해 어둠의 마법을 완성하려고 해."

엘레나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왜 우리를 돕지? 당신은 항상 리아나를 질투했잖아."

이사벨라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맞아. 하지만 빅터의 계획은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거야. 나도 그를 막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

그때 리아나가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녀의 눈은 이제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그녀의 피부는 마치 내면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처럼 반짝였다.

"내 기억이 돌아왔어." 리아나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강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빅터가 내 부모를 죽였어. 그리고 나를 이용하려고 해."

이사벨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암흑의 심장'이라는 유물을 찾고 있어. 그것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당신의 천사 능력이 필요한 거야."

리아나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를 막아야 해. 하지만 먼저 카엘을 경고해야 해. 그가 위험해."

이사벨라는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카엘이 북부 국경에서 돌아오고 있어. 빅터는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어."

리아나는 창가로 다가갔다. 그녀의 눈으로 왕궁 마당을 살펴보니, 기사들이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중앙에 카엘이 있었다.

"너무 늦었어..." 리아나가 속삭였다.

엘레나는 결단력 있게 말했다. "아직 늦지 않았어요. 우리가 빅터보다 먼저 카엘에게 도달할 수 있어요."

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야 해. 카엘의 목숨이 위험해."

그들은 서둘러 방을 나섰다. 리아나는 이제 자신의 정체성과 능력을 알게 되었고, 빅터의 계획을 막기 위한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없었다. 오직 결단력과 용기만이 있었다.

그들이 복도를 서둘러 내려가는 동안, 왕궁의 다른 한편에서는 카엘이 막 도착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위험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리고 리아나는 그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었다.

빅터의 어둠의 계획과 리아나의 각성된 천사 능력 사이의 대결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왕국의 운명이 이제 그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