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루미나 왕국의 대성당은 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며 만들어내는 칠색 빛깔로 가득 찼다. 그 웅장한 공간 안에서 리아나 소피아 블랙우드는 자신의 결혼식 날, 제단 앞에 서 있었다. 하얀 웨딩드레스는 그녀의 창백한 피부와 대비되어 마치 달빛에 젖은 백합처럼 은은하게 빛났고, 긴 금발은 정교하게 땋아 올려 진주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리아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가슴은 불안으로 조여들었지만, 얼굴에는 평온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시선을 들어 자신의 미래 남편이 될 기사단장 카엘 알렉산더 스톰하트를 바라보았다. 그는 정장 위에 솔라리스 제국의 상징인 금빛 태양이 새겨진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어깨 너머로 그녀는 양부 빅터 국왕의 날카로운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결혼은 내 자유를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어.' 리아나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이 성벽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야.'
카엘의 얼굴은 굳어 있었지만, 그의 깊고 푸른 눈동자에서 리아나는 자신과 같은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의무감으로 이 자리에 서 있었고, 그녀는 탈출구를 찾아 이 자리에 서 있었다. 둘 다 진심으로 원한 결혼은 아니었다.
"오늘 우리는 루미나 왕국과 솔라리스 제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이 두 사람의 결합을 축복합니다." 대주교의 목소리가 성당 안에 울려 퍼졌다.
리아나는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알고 있었다. 이 결혼은 평화나 번영이 아닌, 양부 빅터 국왕의 야망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그녀의 신비로운 능력을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이 결혼을 추진했다.
"이제 신성한 서약을 교환하겠습니다." 대주교가 말했다.
카엘이 리아나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검을 다루는 전사의 손답게 거칠었지만, 놀랍게도 따뜻했다. 그가 서약을 읊기 시작했을 때, 리아나는 갑자기 등 부분에서 타오르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나, 카엘 알렉산더 스톰하트는 리아나 소피아 블랙우드를 나의 아내로..."
카엘의 목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그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고, 성당 안의 모든 이들이 숨을 들이마셨다. 리아나는 자신의 등에서 열기가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고, 주변이 갑자기 밝아지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등에 있는 천사의 표식이 강렬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빛은 그녀의 드레스를 통과해 성당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리아나는 공포와 경이로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피부 아래로 빛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때, 공기 중에 신비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사의 피를 지닌 자와 용맹한 기사의 결합이 왕국의 운명을 바꿀 것이다."
성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빅터 국왕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가 곧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리아나는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빛이 점차 사그라드는 것을 느끼며 다리에 힘이 빠졌다. 카엘이 재빨리 그녀를 받쳐주었고, 그의 강인한 팔에 의지한 채 리아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괜찮으십니까, 리아나 님?" 카엘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리아나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마음은 혼란스러웠지만, 동시에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이 예상치 못한 사건이 그녀의 삶을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계속하십시오." 빅터 국왕이 대주교에게 명령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지만, 리아나는 그의 눈에서 불안과 탐욕이 뒤섞인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의식은 계속되었고, 리아나와 카엘은 마침내 부부로 선언되었다. 그러나 성당을 나서는 순간, 리아나는 이 결혼이 단순한 정략결혼이 아닌 무언가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멀리서, 성당 밖 높은 탑 위에서 한 여인이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은빛 머리카락은 바람에 흩날렸고, 그녀의 눈은 수세기의 지혜를 담고 있었다. 세라피나 로즈 실버윙, 고대 천사족의 마지막 생존자는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시작되었구나," 그녀는 바람에 속삭였다. "기다림이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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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후 열린 연회장은 루미나 왕국의 귀족들과 솔라리스 제국의 고위 인사들로 가득 찼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빛나고, 정교하게 장식된 테이블에는 진미가 가득했다. 그러나 리아나는 이 모든 화려함 속에서도 갇힌 새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높은 테이블에 앉아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결혼식 중 일어난 일로 혼란스러웠다. 카엘은 그녀 옆에 앉아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듯했다.
"축하드립니다, 리아나 공주."
리아나는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왕국의 수석 고문관인 마커스 헨리 아이언피스트가 그녀 앞에 서 있었다. 그의 회색 머리카락과 수염은 정돈되어 있었고, 지혜로운 눈은 따뜻하게 빛났다.
"감사합니다, 마커스 경." 리아나가 공손히 대답했다.
마커스는 가까이 몸을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일어난 일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눈과 귀를 열어두십시오."
그는 더 이상의 설명 없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리아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곧 다른 축하객들이 다가왔다.
연회가 진행되는 동안, 리아나는 자신을 향한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 호기심, 두려움, 의심, 그리고 가장 불편한 것은 탐욕의 시선이었다. 특히 귀족 출신 마법사 이사벨라 루스 나이팅게일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를 따라다녔다.
이사벨라는 원래 카엘과의 정략결혼이 논의되었던 인물이었다.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녹색 눈은 질투로 빛났다. 리아나는 그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긴장했다.
"리아나 공주," 이사벨라가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말투에는 독이 묻어 있었다. "오늘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그 특별한 '빛의 쇼'도 인상적이었어요. 연습하셨나요?"
리아나는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감사합니다, 이사벨라 님. 하지만 저도 그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답니다."
"정말요?" 이사벨라의 입술이 비웃음으로 휘어졌다. "흥미롭네요. 카엘 경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특별한 능력'이 그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한에서요."
그녀가 떠난 후, 리아나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 결혼이 자신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종류의 감옥에 갇힌 것 같았다.
"그녀의 말에 신경 쓰지 마십시오."
리아나는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카엘이 그녀에게 와인 잔을 건네며 말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지만, 목소리에는 부드러움이 묻어 있었다.
"이사벨라는 항상 그렇습니다. 독설은 그녀의 두 번째 언어죠." 카엘이 말했다.
리아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알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두 사람은 서로를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했고, 이제 평생을 함께해야 했다.
"결혼식 때 일어난 일에 대해..." 카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통제할 수 없었어요." 리아나가 재빨리 말했다. "저도 놀랐어요."
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믿습니다. 하지만 그 예언의 말씀... 왕국의 운명을 바꾼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리아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 양부가 좋아할 소식은 아닐 거예요."
두 사람의 시선이 연회장 맞은편에 있는 빅터 국왕에게 향했다. 그는 겉으로는 축하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차갑게 빛났다.
"조심해야 할 것 같군요." 카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둘 다."
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카엘이 단순히 의무감에서 이 결혼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에게도 자신만의 목적이 있었다. '대륙 구원의 열쇠'를 찾는 임무라고 했던가.
연회가 끝나갈 무렵, 리아나는 자신의 시녀 엘레나 그레이스 문블룸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엘레나는 단정한 갈색 머리카락과 지혜로운 회색 눈을 가진 젊은 여성이었다.
"리아나 님, 방으로 안내해 드릴까요?" 엘레나가 공손히 물었다.
리아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내 이 지루한 연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카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오늘 하루 감사했습니다. 이제 쉬어야 할 것 같네요."
카엘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편히 쉬십시오, 리아나 님. 내일 뵙겠습니다."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이 결혼이 정략적인 것이며, 서로에게 어떤 의무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리아나는 엘레나를 따라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복도를 걷는 동안, 그녀는 마침내 긴장을 풀 수 있었다.
"힘든 하루였어요, 엘레나." 리아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엘레나는 주변을 살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 일어난 일은 정말 놀라웠어요. 천사의 표식이 그렇게 강렬하게 빛난 적은 없었잖아요."
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등에 있는 천사의 표식은 태어날 때부터 있었지만, 오늘처럼 활성화된 적은 없었다.
"무슨 의미일까요?" 리아나가 물었다.
엘레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아마도... 당신의 운명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아요."
리아나는 엘레나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항상 자신의 시녀 이상으로 느껴졌다. 엘레나는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직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는 듯했다.
"엘레나, 당신은 뭔가 알고 있죠?" 리아나가 물었다.
엘레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때가 되면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심하셔야 해요. 벽에도 귀가 있으니까요."
두 사람은 리아나의 새 거처에 도착했다. 그것은 왕궁 내에서 카엘과 함께 쓰게 될 방이었다. 엘레나는 리아나가 웨딩드레스를 벗고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는 것을 도왔다.
"오늘 밤 카엘 경은 자신의 숙소에서 지내기로 했어요." 엘레나가 말했다. "당신이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리아나는 고마움을 느꼈다. 카엘은 적어도 그녀의 감정을 존중해주는 사람인 것 같았다.
"엘레나, 내일부터 왕궁 도서관에 가고 싶어요." 리아나가 말했다. "천사의 표식과 오늘의 예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요."
엘레나는 미소 지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이제 좀 쉬세요."
엘레나가 떠난 후, 리아나는 창가로 걸어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었고, 달은 은은한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이 결혼이 정말 내 자유를 향한 길이 될 수 있을까?' 그녀는 생각했다. '아니면 더 큰 감옥이 될까?'
그녀는 자신의 등에 있는 천사의 표식을 생각했다. 오늘 그것이 빛났을 때, 그녀는 이상한 힘과 목적의식을 느꼈다. 마치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천사의 피를 지닌 자와 용맹한 기사의 결합이 왕국의 운명을 바꿀 것이다."
예언의 말씀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메아리쳤다. 리아나는 깊은 숨을 내쉬며 침대로 향했다. 내일은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찾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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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리아나는 일찍 깨어났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방 안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혼란스러워했지만, 곧 어제의 결혼식과 그 후의 일들이 기억났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엘레나가 아침 식사 트레이를 들고 들어왔다.
"잘 주무셨어요?" 엘레나가 트레이를 테이블에 놓으며 물었다.
리아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생각보다 잘 잤어요. 오늘 계획대로 도서관에 갈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하지만 먼저 아침 식사를 하세요." 엘레나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카엘 경이 아침 산책을 함께하고 싶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리아나는 놀랐다. "정말요? 언제요?"
"한 시간 후 왕궁 정원에서요." 엘레나가 말했다. "수락하시겠어요?"
리아나는 잠시 생각했다. 카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가 '대륙 구원의 열쇠'를 찾는 임무에 대해 더 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수락할게요." 리아나가 대답했다.
엘레나는 리아나가 아침 식사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도왔다. 리아나는 연한 하늘색 드레스를 선택했다. 그것은 그녀의 금발과 파란 눈을 돋보이게 했다.
"오늘은 수업이 없나요?" 리아나가 물었다.
그녀는 결혼 전까지 매일 양부가 지정한 가정교사들에게 다양한 수업을 받아왔다. 역사, 예절, 음악, 그리고 그녀의 능력을 통제하는 법 등이었다.
"빅터 국왕님께서 당신이 새 남편과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엘레나가 대답했다. "하지만 곧 정상적인 일정으로 돌아갈 거예요."
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부의 '관대함'은 항상 다른 목적을 숨기고 있었다.
준비를 마친 후, 리아나는 엘레나와 함께 왕궁 정원으로 향했다. 정원은 다양한 꽃과 나무로 가득 차 있었고, 중앙에는 아름다운 분수대가 있었다.
카엘은 이미 그곳에 와 있었다. 그는 간단한 튜닉과 바지 차림이었지만, 여전히 기사다운 위엄이 느껴졌다. 그의 옆에는 젊은 기사가 서 있었다.
"리아나 님." 카엘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오늘 아침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엘 경." 리아나가 공손히 대답했다.
카엘은 옆의 젊은 기사를 가리켰다. "제 부관 레오 다니엘 선라이트를 소개합니다."
레오는 밝은 미소를 지닌 젊은 기사였다. 그의 갈색 머리카락은 햇빛에 금빛으로 빛났고, 호박색 눈은 친근함으로 가득했다.
"리아나 공주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레오가 공손히 인사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레오 기사." 리아나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레오, 우리에게 잠시 시간을 주겠나?" 카엘이 부탁했다.
"물론입니다, 단장님." 레오가 경쾌하게 대답했다. 그는 엘레나를 향해 미소 지으며 "저기 분수대 근처에서 기다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레오와 엘레나가 떠난 후, 카엘은 리아나에게 팔을 내밀었다. "산책하실까요?"
리아나는 그의 팔을 잡았고, 두 사람은 정원의 오솔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카엘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요."
"그 예언의 말씀...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것이 제 임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엘이 말했다.
"대륙 구원의 열쇠를 찾는 임무 말인가요?" 리아나가 물었다.
카엘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것에 대해 알고 계셨군요."
"소문으로 들었어요." 리아나가 대답했다. "솔라리스 제국의 기사단장이 중요한 임무를 띠고 왔다는 이야기가 왕궁 안에 퍼졌거든요."
카엘은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 열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제 아버지가 남긴 단서를 따라 이곳에 왔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당신의 아버지요?" 리아나가 호기심을 느꼈다.
카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 아버지는 10년 전 의문의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는 죽기 전 '루미나 왕국에 대륙 구원의 열쇠가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리아나는 그의 손을 살짝 쥐었다. "유감이에요."
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 결혼에 동의했습니다. 루미나 왕국에 들어와 조사할 기회가 필요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이 성벽 밖으로 나갈 기회가 필요했죠." 리아나가 솔직하게 말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처음으로 진정한 이해의 순간이 흘렀다.
"당신의 천사 표식에 대해 말해주시겠습니까?" 카엘이 물었다.
리아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의 표식은 항상 비밀로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있었어요. 등 중앙에 날개 모양의 표식이죠." 그녀가 설명했다. "양부... 빅터 국왕은 그것을 저주라고 했지만, 저는 항상 그것이 무언가 더 의미 있는 것이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그것과 함께 특별한 능력도 있나요?" 카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치유 능력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의 상처나 질병을 치료할 수 있었죠. 하지만 양부는 제가 그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했어요. 그는 제가 통제력을 잃을까 봐 두려워했다고 했지만..."
"하지만 실제로는 당신의 능력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보존하고 싶었던 것 같군요." 카엘이 그녀의 말을 마무리했다.
리아나는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카엘은 빅터의 본성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빅터 국왕의 평판은 솔라리스 제국에도 알려져 있습니다." 카엘이 설명했다. "그의 폭정과 탐욕에 대한 소문이 퍼져 있죠."
리아나는 슬프게 미소 지었다. "그는 저를 12살 때 양녀로 삼았어요. 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요. 그때부터 저는 이 성벽 안에 갇혀 살았죠."
"이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카엘이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의 결혼이 정략적인 것으로 시작되었을지 모르지만, 이제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습니다. 서로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리아나는 그의 말에 희망을 느꼈다. 카엘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갑자기 그들은 왕궁 경비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카엘은 재빨리 리아나의 손을 놓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약간 거리를 두었다.
"리아나 공주님, 빅터 국왕께서 당신을 찾으십니다." 경비대장이 말했다.
리아나는 긴장했지만 침착함을 유지했다. "알겠습니다. 곧 가겠어요."
경비대가 물러난 후, 리아나는 카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조심하십시오." 카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오늘 밤 저녁 식사를 함께 하시겠습니까? 우리의 대화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리아나는 미소 지었다. "좋아요. 기다리겠습니다."
그녀는 엘레나를 부르고, 두 사람은 왕궁으로 돌아갔다. 리아나의 마음은 복잡했지만, 동시에 희망으로 가득 찼다. 카엘과의 대화는 그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함께한다면, 아마도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예언의 말씀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왕궁으로 향하는 길에, 리아나는 자신의 등에 있는 천사의 표식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그녀의 새로운 결심을 확인해주는 것 같았다. 그녀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