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4**
해질녘의 빛이 아스트라 왕국의 성벽을 붉게 물들이는 시간, 릴리안과 테오는 도시 외곽 경계선 근처의 좁은 골목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도시를 빠져나가기 위한 모든 출구는 왕실 기사단의 엄격한 통제 아래 있었고, 그들의 얼굴은 이미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릴리안의 보라색 눈동자가 불안하게 출구를 살폈다. 그녀의 긴 갈색 머리카락은 평민의 복장에 어울리도록 단정하게 묶여 있었지만, 특유의 보라색 눈동자는 가릴 수 없었다. 그 눈동자는 마치 황혼의 하늘처럼 신비로운 빛을 품고 있었고, 가끔 그녀의 감정에 따라 미세하게 빛의 강도가 변하는 듯했다.
"정문은 불가능해. 기사단이 너무 많아." 테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짙은 갈색 머리는 어깨 길이로 자라 있었고, 한때 자랑스럽게 입었던 기사단 제복 대신 낡은 가죽 조끼와 헐렁한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자세와 움직임에서는 엄격한 기사 훈련의 흔적이 엿보였다.
릴리안은 입술을 깨물며 대안을 생각했다. '스승님을 찾으려면 반드시 도시를 빠져나가야 해. 하지만 어떻게...'
"서쪽 담벼락 근처에 오래된 하수구 입구가 있어. 그걸 통해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테오가 제안했다.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하수구는 지난달에 봉쇄됐어."
두 사람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골목 입구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화려한 옷차림을 간소화했지만, 그 기품과 자태는 숨길 수 없었다. 마르코스 왕자였다.
테오는 즉시 경계 태세를 취하며 몸을 낮추었다. 그의 손은 이미 허리춤의 검에 가 있었다.
"왕자님." 릴리안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마르코스는 조용히 손짓하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표면적으로는 차분했지만, 깊은 눈에는 걱정과 불안이 서려 있었다. 짙은 금발 머리는 단정하게 뒤로 넘겨져 있었고, 왕실의 혈통을 드러내는 날카로운 턱선과 높은 광대뼈가 황혼의 빛에 드러났다.
"소리 낮춰요, 오르테가 양.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우리 모두에게 좋지 않을 테니까." 그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테오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았다. "무슨 용건이십니까, 왕자님? 우리를 체포하러 오셨습니까?"
마르코스의 입가에 쓴웃음이 스쳤다. "그랬다면 혼자 오지 않았겠지."
릴리안은 테오의 팔을 살짝 잡아 그를 진정시키려 했다. 그녀의 직감은 마르코스가 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왜 여기 오셨어요?" 릴리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르코스는 한숨을 내쉬며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이제 그의 얼굴에는 표면적인 평온함마저 사라지고, 진지한 걱정이 드러났다.
"에오스의 실종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에요."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블랙손이 왕실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요. 아버지... 왕께서는 그의 조언을 전적으로 신뢰하시고, 나의 경고는 귀담아 듣지 않으세요."
테오의 눈이 의심스럽게 좁아졌다. "왜 우리를 돕고 싶으신 겁니까? 특히 당신의 아버지의 신임을 받는 기사단장에게 반하는 행동을요."
마르코스는 잠시 침묵했다. 그의 시선이 릴리안의 보라색 눈동자에 머물렀다. 그 순간 릴리안은 왕자의 눈에서 무언가 익숙한, 마치 오래된 기억 같은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균형을 잃고 있어요." 마르코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에오스가 없는 지금, 왕국은 위험에 처해 있어요. 블랙손은 이 혼란을 이용하고 있고... 나는 그가 에오스의 실종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요."
릴리안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그런 의심을..."
마르코스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시간이 없어요. 당신들이 도시를 빠져나갈 수 있는 비밀 통로가 있어요. 북쪽 성벽 근처의 오래된 양조장 지하실에 숨겨진 터널이에요. 그 터널은 성벽 너머 숲까지 이어져 있어요."
테오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이었지만, 릴리안은 왕자의 말이 진실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남아있었다.
"왜 우릴 돕는 거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마르코스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그는 잠시 주변을 살핀 후, 목소리를 더 낮추었다.
"어린 시절, 나는 에오스를 만났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오래된 경외감이 묻어났다. "그것은... 내 인생을 바꾼 경험이었어요. 에오스는 나에게 예언을 했어요.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자가 왕국의 운명을 바꿀 것'이라고."
릴리안은 숨을 멈췄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커졌다.
마르코스는 망토 안에서 작은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작은 부적이었다. 부적 중앙에는 드래곤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이 신호를 사용하세요." 그가 부적을 릴리안에게 건넸다. "이것을 불 위에 올려놓으면, 나에게 메시지가 전달될 거예요."
릴리안은 조심스럽게 부적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만졌을 때 이상하게 따뜻했고, 희미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그녀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마르코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요. 양조장은 여기서 세 블록 북쪽에 있어요. 붉은 지붕의 건물이에요. 뒷문으로 들어가세요."
그가 떠나려 할 때, 테오가 그를 불러세웠다.
"왕자님, 만약 이것이 함정이라면..."
마르코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당신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싶었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대화하고 있지 않았을 거요, 하이윈드."
그 말을 남기고 마르코스는 골목 밖으로 사라졌다. 그의 존재감은 마치 그림자처럼 도시의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릴리안과 테오는 잠시 침묵 속에 서 있었다. 테오의 얼굴에는 여전히 의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를 믿어도 될까?" 테오가 물었다.
릴리안은 손에 쥔 부적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녀의 손바닥에서 미세하게 맥동치는 듯했다.
"다른 선택지가 있나요?" 그녀가 조용히 대답했다. "스승님을 찾으려면 도시를 빠져나가야 해요. 그리고... 그의 눈에서 진실을 봤어요."
테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하지만 경계를 늦추지는 말자. 왕자라고 해도 그의 진짜 의도는 알 수 없으니까."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골목을 빠져나와 북쪽으로 향했다. 도시는 해가 완전히 지면서 점점 어둠에 잠기고 있었고, 거리의 가로등이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따라 움직이며, 순찰 중인 기사단을 피해 나갔다.
마침내 그들은 마르코스가 말한 양조장에 도착했다. 붉은 지붕의 낡은 건물은 외관상으로는 평범해 보였지만, 뒷문은 묘하게 새로운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어떻게 열지?" 테오가 자물쇠를 살펴보며 물었다.
릴리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마르코스가 준 부적을 자물쇠에 가까이 가져갔다. 놀랍게도 자물쇠가 딸깍 소리와 함께 열렸다.
"마법 자물쇠군." 릴리안이 작게 속삭였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양조장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어둡고 먼지가 가득했지만, 바닥에는 최근에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 있었다. 그들은 그 흔적을 따라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실은 오래된 술통과 장비들로 가득했다. 테오가 주변을 살피던 중, 벽에 숨겨진 레버를 발견했다. 그가 레버를 당기자, 바닥의 일부가 소리 없이 미끄러지며 열렸고,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드러났다.
"왕자가 정말 말한 대로군." 테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횃불을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은 좁고 가파른 통로로 이어졌고, 그 통로는 도시의 지하를 가로질러 뻗어 있었다. 습한 공기와 이끼 냄새가 그들의 코를 찔렀지만, 통로 자체는 놀라울 정도로 견고했다.
"이건 최근에 만들어진 게 아니야." 테오가 벽을 살피며 말했다. "아주 오래된 통로야. 아마도 왕국 초기에 만들어진 비상 탈출로일 거야."
릴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왕자가 이런 통로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건 흥미롭네요."
그들은 약 30분 동안 통로를 따라 걸었다. 통로는 점점 좁아지다가 마침내 작은 문으로 이어졌다. 테오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신선한 밤공기가 그들을 맞이했다. 그들은 성벽 외부, 숲의 가장자리에 있었다.
릴리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가 밤하늘의 별빛에 반사되어 신비롭게 빛났다.
"해냈어요." 그녀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들의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멀리서 말발굽 소리와 횃불 빛이 보였다. 세바스찬 크로우가 이끄는 기사단이 그들의 흔적을 발견하고 추격을 시작한 것이었다.
"서둘러!" 테오가 릴리안의 손을 잡아끌었다. "숲으로 들어가야 해!"
그들은 숲의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뒤에서는 세바스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을 찾아라! 살아서 데려와야 한다! 블랙손 대장의 명령이다!"
숲은 점점 더 깊고 어두워졌다. 나무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들 주위로 모여들었고, 달빛조차 거의 스며들지 않았다. 테오는 방향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곧 그들이 길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숲... 평범하지 않아." 테오가 주변을 경계하며 말했다. "마법의 기운이 느껴져."
릴리안도 그것을 느꼈다. 숲 전체가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명체처럼 느껴졌고, 나무들 사이로 흐르는 에너지가 그녀의 피부를 간질였다.
"이곳은 '잊혀진 숲'이에요." 릴리안이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고대 마법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라고 들었어요. 환각과 착시를 일으킨다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 앞에 이상한 빛이 나타났다. 파란 빛이 마치 작은 별처럼 공중에 떠 있었다. 그 빛은 마치 그들을 부르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따라가야 할까요?" 릴리안이 물었다.
테오는 망설였다. "함정일 수도 있어."
그러나 그들의 뒤에서 기사단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빛을 따라가요." 릴리안이 결심했다.
그들은 신비로운 빛을 따라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빛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움직이며 그들을 인도했다. 주변의 나무들은 점점 더 크고 오래된 것들로 바뀌었고, 공기 중에는 고대의 마법이 더 짙게 느껴졌다.
갑자기 빛이 사라지고, 그들은 작은 숲 속 빈터에 도착했다. 달빛이 이곳만큼은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빈터 중앙에는 한 인물이 서 있었다.
그것은 키가 크고 날씬한 여성이었다. 은빛에 가까운 금발 머리가 달빛에 반짝이고, 날카로운 귀 끝이 그녀의 정체를 드러냈다. 반 엘프였다.
여성은 활을 당긴 채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 그녀의 날카로운 녹색 눈동자가 경계심으로 빛났다.
"한 걸음만 더 움직이면, 이 화살이 네 심장을 관통할 거야, 인간."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테오는 즉시 검을 뽑아들었지만, 릴리안은 그의 팔을 잡아 제지했다.
"우리는 적이 아니에요." 릴리안이 조심스럽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우리는 단지 기사단을 피해 도망치고 있을 뿐이에요."
반 엘프 여성의 시선이 릴리안의 얼굴로 향했고,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를 보는 순간 여성의 표정이 변했다. 놀라움과 의심, 그리고 희미한 희망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보라색 눈동자..." 그녀가 중얼거렸다. "예언의 아이?"
릴리안은 혼란스러웠다. 이것은 마르코스가 언급한 예언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내 이름은 릴리안 오르테가예요." 그녀가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쪽은 테오 하이윈드고요. 우리는 에오스의 실종과 관련된 정보를 찾고 있어요."
반 엘프 여성은 천천히 활을 내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의심이 남아있었지만, 적어도 즉각적인 위협은 느끼지 않는 듯했다.
"에오스..." 그녀가 그 이름을 마치 오래된 기도문처럼 읊조렸다. "내 이름은 엘라 스톰하트. 이 숲의 수호자지."
멀리서 기사단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엘라의 귀가 소리에 반응해 꼿꼿이 세워졌다. "왕실 기사단이군. 그들이 너희를 쫓고 있다면, 너희는 내 적의 적이야." 그녀가 결심한 듯 말했다. "나를 따라와. 안전한 곳으로 데려갈게."
테오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이었지만, 릴리안은 엘라를 신뢰하기로 했다. 그들은 엘라를 따라 다시 숲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엘라는 놀라운 속도로 나무 사이를 움직였다. 그녀는 마치 숲과 하나가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길을 찾아갔고, 릴리안과 테오는 그녀를 따라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당신이 말한 '예언의 아이'가 무슨 뜻이죠?" 릴리안이 숨을 고르며 물었다.
엘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릴리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녹색 눈동자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엘프 공동체에는 오래된 예언이 있어."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자가 드래곤의 심장을 되찾고, 에오스를 깨울 것이라는 예언."
릴리안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것은 그녀가 꿈에서 들은 에오스의 메시지, 그리고 마르코스의 말과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드래곤의 심장..." 릴리안이 중얼거렸다.
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야. 실제로 존재하는 강력한 마법 유물이지. 그리고 네가 정말 예언의 아이라면..." 그녀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다. "너는 우리 모두의 운명을 바꿀 수 있어."
테오가 끼어들었다. "그런데 왜 당신이 우리를 도와주는 거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를 죽이려고 했잖아요."
엘라의 얼굴에 쓴웃음이 스쳤다. "나는 반 엘프야. 인간 세계에서도, 엘프 세계에서도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아. 하지만 에오스... 그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지." 그녀의 눈에 슬픔이 스쳤다. "그가 사라진 후, 이 숲은 균형을 잃기 시작했어. 만약 네가 에오스를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나에게도 중요한 일이야."
그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엘라는 그들을 숲속 깊은 곳의 거대한 나무 아래로 인도했다. 나무의 뿌리 사이에는 작은 동굴 같은 공간이 있었고, 그곳은 놀랍도록 아늑했다.
"여기서 밤을 보내는 게 좋을 거야." 엘라가 말했다. "기사단은 이곳까지 오지 못할 거야. 숲이 그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테니까."
릴리안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지친 몸을 나무 뿌리에 기대고 앉았다. 테오도 그녀 옆에 자리를 잡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검의 손잡이 위에 있었다.
엘라는 작은 불을 피웠다. 불빛이 그들의 얼굴을 비추자, 릴리안은 엘라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는 깊은 고독과 상처가 숨겨져 있었다. 은빛 금발 아래로 보이는 날카로운 귀 끝은 그녀의 혼혈 정체성을 상징하는 듯했고, 그녀의 녹색 눈동자는 마치 숲의 깊은 곳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내일 아침, 나는 너희를 고대 드래곤 사원으로 안내할 수 있어." 엘라가 불꽃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곳에는 드래곤의 심장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있을지도 몰라."
릴리안의 눈이 희망으로 빛났다. "정말요? 그럼 스승님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까요?"
엘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알 수 없어. 하지만 드래곤 사원은 에오스와 깊은 연관이 있는 곳이야. 만약 네 스승이 에오스를 찾고 있었다면, 그도 그곳에 갔을 가능성이 높아."
테오는 여전히 엘라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이 우리를 도와주는 진짜 이유가 뭐죠? 단지 에오스 때문만은 아닐 것 같은데."
엘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한동안 침묵했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는 어린 시절 인간들에게 버림받았어."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단했다. "엘프 공동체는 나를 받아들였지만, 완전히는 아니었지. 항상 이방인으로 취급받았어." 그녀의 눈에 오래된 상처가 비쳤다. "에오스만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어. 그는 나에게 '너의 두 세계 사이의 다리가 되어라'라고 말했지. 그리고 지금... 네가 나타났어,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인간이."
그녀는 릴리안을 깊이 바라보았다. "네가 정말 예언의 아이라면, 너는 단순히 에오스를 되찾는 것 이상의 일을 할 수 있어. 너는 이 세계의 균형을 회복시킬 수 있어."
릴리안은 엘라의 말에 압도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런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왕립 마법 아카데미의 평범한 견습 마법사였을 뿐인데, 갑자기 모든 것이 바뀌고 있었다.
"나... 나는 그저 스승님을 찾고 싶을 뿐이에요." 릴리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예언이나 운명 같은 것들은... 너무 버거워요."
엘라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거야. 중요한 건 그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야."
테오는 릴리안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한 번에 한 걸음씩 나아가면 돼. 우선은 스승님을 찾는 데 집중하자."
릴리안은 감사의 미소를 지었다. 테오의 지지는 그녀에게 큰 힘이 되었다.
불빛이 그들의 얼굴에 따뜻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가운데, 세 사람은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릴리안은 마르코스가 준 부적을 꺼내 살펴보았다. 드래곤의 형상이 새겨진 부적은 불빛에 반사되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스승님, 당신을 꼭 찾을게요.' 릴리안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리고 에오스... 당신이 내게 보낸 메시지의 의미를 알아내겠어요.'
밤이 깊어갔다. 숲은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무언가 살아 숨 쉬는 듯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릴리안은 이상하게도 이 숲에서 안전함을 느꼈다. 마치 숲 자체가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 같았다.
테오는 첫 번째 경계 근무를 자처했고, 릴리안과 엘라는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릴리안은 나무 뿌리 사이의 부드러운 이끼 위에 몸을 뉘었다.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수많은 의문으로 가득했지만, 육체적인 피로가 그녀를 서서히 잠의 세계로 이끌었다.
잠들기 직전, 릴리안은 희미하게 은빛 드래곤의 형상을 보는 듯했다. 그것은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한 환영이었지만, 그녀에게 이상한 평온함을 가져다주었다.
'드래곤의 심장을 찾으라...' 에오스의 목소리가 그녀의 의식 속에서 메아리쳤다. '네 안에 있는 진정한 힘을 찾아라...'
그렇게 릴리안은 신비로운 '잊혀진 숲' 속에서, 두 명의 새로운 동료와 함께, 자신의 운명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그녀가 알지 못하는 사이,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는 잠시 은빛으로 빛났다가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멀리, 아스트라 왕국의 왕궁에서는 블랙손이 어둠 속에서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분노에 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