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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

왕립 도서관의 돌계단을 올라가는 릴리안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밤하늘에 떠오른 초승달이 창문을 통해 희미한 빛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서관의 어둠을 밝히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그녀는 손끝에서 작은 마법의 빛을 만들어 앞을 비췄다. 별처럼 빛나는 푸른 광채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왔다.

'스승님이 연락이 없으신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어.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어.'

릴리안은 자신의 보라색 눈동자를 깜빡이며 주변을 살폈다. 왕립 도서관은 밤이 되면 출입이 금지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에오스의 실종과 꿈에서 들은 "드래곤의 심장을 찾으라"는 메시지, 그리고 스승 아서의 실종은 그녀가 규칙을 어길 만큼 중대한 문제였다.

복도 끝에 도서관 관리인 이사벨라 그레이스톤의 사무실이 보였다. 릴리안은 심호흡을 한 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안에서 조용하지만 경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사벨라 씨, 저예요. 릴리안 오르테가입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문이 살짝 열렸다. 이사벨라의 날카로운 회색 눈동자가 틈새로 릴리안을 살폈다. 그녀는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단정하게 묶은 은빛 머리카락과 우아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항상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이었다.

"릴리안?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이사벨라가 문을 완전히 열며 물었다.

"도움이 필요해요." 릴리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비밀 서고에 들어가야 해요."

이사벨라의 눈이 커졌다. "비밀 서고라고? 그곳은 왕실의 허가 없이는 누구도 출입할 수 없는 곳이야."

"알아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릴리안은 간절한 눈빛으로 이사벨라를 바라보았다. "에오스가 사라졌어요. 그리고 스승님도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해요."

이사벨라는 잠시 릴리안을 관찰하더니, 문을 닫고 그녀를 안으로 초대했다. 사무실 내부는 오래된 책들과 양피지, 그리고 다양한 필기도구로 가득했다. 벽에는 아스트라 왕국의 고대 지도가 걸려 있었고, 창가에는 작은 천문 관측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앉으렴." 이사벨라가 책상 앞 의자를 가리켰다. "무슨 일인지 자세히 말해보렴."

릴리안은 의자에 앉아 지난 며칠간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에오스의 실종, 꿈에서 받은 메시지, 그리고 스승 아서가 연락이 두절된 사실까지. 이사벨라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표정 변화 없이 집중했다.

이야기를 마치자 이사벨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갑자기 릴리안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네 눈동자의 색은 평범한 것이 아니다."

릴리안은 놀라 눈을 깜빡였다. "제 눈동자요?"

"그래." 이사벨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라색 눈동자는 아스트라 왕국에서 매우 희귀해. 수백 년 동안 몇 명 안 되는 사람들만이 그런 눈을 가졌지."

릴리안은 불편함을 느끼며 자리에서 꼼지락거렸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는 항상 다른 학생들의 호기심과 때로는 의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것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이사벨라는 잠시 더 생각하더니 결심한 듯 일어섰다. "따라와."

그녀는 책장 뒤에 숨겨진 작은 문으로 릴리안을 인도했다. 문 앞에 서서 이사벨라는 주머니에서 오래된 열쇠를 꺼냈다. 열쇠는 은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고, 손잡이 부분에는 용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이 열쇠는 내게 매우 소중한 것이야." 이사벨라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밀 서고로 들어가는 몇 안 되는 열쇠 중 하나지.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네 스승 아서와 나는 오랜 친구였기 때문이야."

릴리안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승님과 아는 사이였어요?"

"단순히 아는 사이 이상이었지." 이사벨라의 눈에 잠시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같은 목적을 위해 일했어. 하지만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자."

이사벨라는 열쇠를 문에 꽂고 돌렸다. 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가 밀려나왔다. 그녀는 손에 마법의 불빛을 만들어 앞을 비추며 릴리안을 안으로 인도했다.

"이곳은 아스트라 왕국의 가장 오래된 지식이 보관된 곳이야." 이사벨라가 설명했다. "왕실의 비밀, 고대 마법의 기록, 그리고 에오스에 관한 모든 것이 여기 있지."

비밀 서고는 릴리안의 상상을 뛰어넘는 광경이었다. 천장은 밤하늘처럼 검푸른 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그 위에는 수많은 별자리가 그려져 있었다. 벽면을 따라 높이 쌓인 책장들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고대의 유물들이 유리 케이스 안에 보관되어 있었다.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릴리안이 압도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사벨라는 미소를 지으며 서고 중앙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그곳에는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아스트라 왕국의 입체적인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드래곤의 심장에 관한 정보를 찾고 있다면, 이 섹션을 살펴봐." 이사벨라가 동쪽 책장을 가리켰다. "나는 입구를 지키고 있을게. 누가 오는지 감시해야 해."

릴리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사벨라가 가리킨 책장으로 향했다. 책장에는 '드래곤학'이라는 제목의 섹션이 있었고, 그 안에는 수십 권의 고서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녀는 책들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생태와 습성', '아스트라의 드래곤 전설', '에오스의 기원'...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릴리안의 눈에 특별히 들어온 것은 검은 가죽 표지에 금색 문자로 '드래곤의 심장: 아스트라의 수호 유물'이라고 쓰인 책이었다.

릴리안은 조심스럽게 책을 꺼내 테이블로 가져갔다. 책은 예상보다 무거웠고, 오래된 가죽에서는 시간의 흔적이 느껴졌다. 그녀는 책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첫 페이지에는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서문이 적혀 있었다.

"드래곤의 심장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아스트라 왕국의 존립과 직결된 실체이다. 이 유물은 왕국의 첫 번째 수호자인 에오스가 인간들에게 맡긴 신성한 물건으로, 그의 힘과 지혜의 일부를 담고 있다..."

릴리안은 숨을 죽이며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겼다. 책에는 드래곤의 심장이 실제로 존재하는 마법 유물이며, 아스트라 왕국의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발견은 다음 구절이었다.

"위기의 시대가 오면, 드래곤의 심장은 일곱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왕국 곳곳에 숨겨질 것이다. 오직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자만이 드래곤의 심장의 진정한 수호자가 될 수 있으며, 이 조각들을 다시 모을 수 있는 운명을 지닌다."

릴리안의 손이 떨렸다.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자. 그것은 바로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책을 읽었고, 드래곤의 심장의 첫 번째 조각이 왕국 외곽의 고대 마법 봉인지에 숨겨져 있다는 단서를 발견했다.

그녀가 더 읽으려던 순간,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릴리안은 긴장하며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 오고 있어!" 이사벨라가 급히 서고로 들어오며 속삭였다. "세바스찬 크로우와 그의 부하들이야. 도서관을 수색하고 있어."

릴리안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세바스찬 크로우는 왕실 기사단의 정보책임자로, 그의 차갑고 계산적인 성격은 아카데미 내에서도 악명 높았다.

"어떻게 해야 해요?" 릴리안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사벨라는 재빨리 책을 닫아 릴리안에게 건넸다. "이 책을 가져가. 그리고 저 뒤편 비상 통로로 나가. 그 통로는 도서관 뒤쪽 정원으로 연결돼 있어."

"하지만 이 책은 도서관의 소중한 자료잖아요.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

"지금은 그 책이 네 손에 있는 것이 더 중요해." 이사벨라가 단호하게 말했다. "어서 가. 그리고 조심해. 왕실 기사단이 널 찾고 있다면, 그들은 이미 네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의심하는 거야."

릴리안은 책을 자신의 가방에 넣고 이사벨라가 가리킨 비상 통로로 향했다. 통로는 좁고 어두웠지만, 그녀의 마법 빛이 길을 밝혀주었다. 통로 끝에 다다르자 작은 문이 보였고, 그 너머로는 도서관 뒤쪽의 조용한 정원이 있었다.

릴리안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밤하늘에는 더 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고, 차가운 밤공기가 그녀의 뺨을 스쳤다. 그녀는 가방 안의 책을 확인하고 주변을 살폈다. 정원은 비어 있었지만, 멀리서 기사단의 횃불이 보였다. 그들이 도서관을 수색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릴리안은 고민했다. 아카데미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그녀는 도시 밑바닥의 정보상인 가렛 스모크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왕국의 거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다고 소문난 인물이었다. 어쩌면 그가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심을 한 릴리안은 정원의 담벼락을 따라 도시의 하층부로 향하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별처럼 빛났고, 가방 속의 책은 그녀의 운명을 바꿀 비밀을 품고 있었다.

---

아스트라 왕국의 하층부는 상층부의 화려함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낮게 드리워진 처마, 그리고 희미한 등불만이 이곳의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릴리안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걸었다. 그녀의 마법 아카데미 복장은 이곳에서 너무 눈에 띄었기 때문에, 도중에 헌 옷 가게에서 낡은 망토를 구입해 그 위에 걸쳤다.

'가렛 스모크를 어떻게 찾지?' 릴리안은 걸으며 고민했다. 그에 대해 들은 것이라곤 그가 '붉은 까마귀' 여관 근처에서 정보를 거래한다는 소문뿐이었다.

그녀는 지나가는 노점상에게 '붉은 까마귀' 여관의 위치를 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래된 목조 건물 앞에 도착했다. 건물의 간판에는 붉은 색으로 까마귀가 그려져 있었고, 내부에서는 시끄러운 웃음소리와 음악 소리가 새어 나왔다.

릴리안은 심호흡을 한 뒤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담배 연기와 술 냄새로 가득했고, 다양한 사람들이 테이블에 모여 술을 마시고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카운터로 다가가 바텐더에게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가렛 스모크를 찾고 있어요."

바텐더는 릴리안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가렛? 그런 사람 모르는데."

릴리안은 망토 아래로 손을 뻗어 작은 은화 몇 개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바텐더의 눈이 은화에 고정되었다.

"뒷방에 있을지도 모르지."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가 널 만나고 싶어할지는 모르겠다."

릴리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텐더가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여관 뒤쪽의 좁은 복도 끝에 낡은 나무문이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누구지?" 안에서 경계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렛 스모크를 찾고 있어요. 중요한 정보가 필요해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문이 살짝 열렸다. 문틈으로 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40대 초반으로 보였고, 왼쪽 눈 위에는 길게 패인 흉터가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갈색 눈은 릴리안을 위아래로 살폈다.

"넌 아카데미 학생이군." 그가 릴리안의 복장을 알아보고 말했다. "왕립 마법 아카데미의 학생이 이런 곳에서 뭘 원하지?"

"에오스와 드래곤의 심장에 대한 정보요." 릴리안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가렛의 눈이 커졌고, 그는 주변을 살핀 뒤 릴리안을 안으로 재빨리 끌어들였다. 방 안은 의외로 정갈했다. 벽면에는 아스트라 왕국의 다양한 지역 지도가 붙어 있었고, 책상 위에는 여러 문서와 편지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다양한 약초와 물약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런 위험한 주제에 대해 왜 알고 싶은 거지?" 가렛이 문을 잠그며 물었다.

릴리안은 잠시 망설였지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그녀는 후드를 벗고 가렛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가 방 안의 희미한 불빛 아래서 빛났다.

가렛은 그녀의 눈을 보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보라색 눈동자... 흥미롭군."

"제 이름은 릴리안 오르테가입니다." 그녀가 자신을 소개했다. "에오스가 실종됐어요. 그리고 제 스승 아서 브라이트우드도요. 저는 꿈에서 에오스의 메시지를 받았어요. '드래곤의 심장을 찾으라'고요."

가렛은 릴리안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점점 더 관심을 보였다. 그는 책상 뒤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오르테가라..." 그가 중얼거렸다. "네 부모님에 대해 아는 게 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다."

릴리안은 놀라서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제 부모님을 아세요? 저는 그들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어요. 어릴 때 그들을 잃었고, 마법사 길드의 보호 아래 자랐거든요."

가렛은 한숨을 쉬었다. "지금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니야. 더 중요한 문제가 있어. 왕실 기사단이 널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히 세바스찬 크로우가 직접 수색을 지휘하고 있지."

릴리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왜 저를 찾는 거죠?"

"아마도 네가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야." 가렛이 설명했다. "블랙손과 그의 부하들은 드래곤의 심장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어. 그들은 그것을 이용해 왕국을 장악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해."

"블랙손이요?"

"로렌 블랙손. 왕실 기사단장이지." 가렛의 눈에 증오의 빛이 스쳤다. "그는 겉으로는 충성스러운 기사단장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움직이는 위험한 인물이야."

릴리안은 가방에서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을 꺼냈다. "이 책에서 드래곤의 심장이 일곱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첫 번째 조각이 왕국 외곽의 고대 마법 봉인지에 있다고 해요."

가렛은 책을 받아 빠르게 훑어보았다. "이건 매우 귀중한 정보야. 블랙손도 이 정보를 찾고 있을 거야. 넌 이제 정말 위험한 상황에 처했어."

"도움이 필요해요." 릴리안이 간절히 말했다. "스승님을 찾고, 드래곤의 심장에 대해 더 알아야 해요."

가렛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결심한 듯 일어섰다.

"내가 널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주지." 그가 말했다. "테오 하이윈드라는 이름의 기사야. 그는 블랙손의 부패를 목격한 후 기사단을 탈영했어. 그는 네가 필요로 하는 정보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그를 어디서 만날 수 있나요?"

"그는 도시 외곽의 '잊혀진 숲' 근처에 은신하고 있어." 가렛이 작은 지도를 꺼내 릴리안에게 건넸다. "이 지도를 따라가. 그리고 이 신호를 사용해. 그러면 테오가 널 찾을 거야."

가렛은 작은 나무 호루라기를 릴리안에게 주었다. "이것을 세 번 불면 테오가 그 소리를 알아들을 거야."

릴리안은 지도와 호루라기를 받아 가방에 넣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 가지 더." 가렛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능력을 조심해. 네 보라색 눈동자와 손끝에서 빛나는 별빛 같은 에너지는 평범한 마법이 아니야. 그것은 더 깊은 의미가 있어.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릴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망토를 다시 쓰고 떠날 준비를 했다.

"아, 그리고 도시를 빠져나갈 때 조심해." 가렛이 경고했다. "모든 출구가 기사단에 의해 감시되고 있어. 동쪽 성벽 근처에 비밀 통로가 있어. 이 지도에 표시해 두었으니 그걸 이용해."

릴리안은 가렛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방을 나섰다. 여관을 빠져나와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서며, 그녀는 자신이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모험을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동쪽 성벽으로 향하는 길은 예상보다 복잡했다. 릴리안은 좁은 골목길과 지하 통로를 통해 기사단의 순찰을 피해 이동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도시는 더욱 고요해졌고, 간간이 들리는 기사단의 발소리만이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침내 그녀는 가렛의 지도에 표시된 동쪽 성벽 근처에 도착했다. 그곳은 오래된 창고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었고, 대부분의 건물은 버려진 상태였다. 지도에 따르면 비밀 통로는 가장 큰 창고 뒤편에 있었다.

릴리안이 창고 뒤편으로 가려던 순간, 갑자기 어둠 속에서 한 형체가 나타났다. 그녀는 놀라 뒤로 물러섰고, 본능적으로 손끝에 마법의 빛을 만들어냈다.

"누구세요?" 그녀가 경계하며 물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인물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그는 기사의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낡고 더러워져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녹색 눈동자가 릴리안을 살폈다.

"마법 아카데미 학생이 이런 시간에 이곳에서 뭘 하고 있지?" 그가 경계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릴리안은 가렛이 준 호루라기를 생각해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세 번 불었다. 날카로운 소리가 고요한 밤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남자의 표정이 변했다. "가렛이 널 보냈군."

"당신이 테오 하이윈드인가요?" 릴리안이 물었다.

"그렇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넌 아마도 릴리안 오르테가겠지? 가렛이 네가 올 거라고 전해왔어."

릴리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움이 필요해요. 에오스의 실종과 드래곤의 심장에 대해 알아야 해요."

테오는 주변을 살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건 위험해. 기사단의 순찰이 곧 이 지역을 지나갈 거야. 먼저 도시를 빠져나가자."

그는 릴리안을 창고 뒤편으로 인도했다. 그곳에는 오래된 하수도 입구가 있었고, 테오는 무거운 철제 뚜껑을 들어올렸다.

"이 통로는 도시 외곽으로 연결돼 있어." 그가 설명했다. "냄새가 좀 나지만,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릴리안은 망설임 없이 하수도로 내려갔다. 테오가 뒤따라 내려와 철제 뚜껑을 다시 닫았다. 하수도 내부는 예상대로 악취가 났지만, 다행히 물은 거의 없었다. 테오는 작은 랜턴을 켜 앞을 비췄다.

"이쪽으로 따라와." 그가 말했다. "그리고 조용히 움직여. 소리가 위로 전달될 수 있어."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하수도 터널을 따라 걸었다. 터널은 미로처럼 복잡했지만, 테오는 길을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다. 약 30분 정도 걸은 후, 그들은 다른 출구에 도달했다.

테오가 조심스럽게 위를 살핀 후 릴리안에게 올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들이 지상으로 올라오자, 릴리안은 이제 도시 외곽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변에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고, 멀리 도시의 불빛이 보였다.

"이제 안전해." 테오가 말했다. "하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어. 블랙손은 끈질기거든."

그들은 숲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작은 개울가에 도착했다. 테오는 개울가의 바위 아래에서 작은 가방을 꺼냈다. 그 안에는 식량과 물, 그리고 기본적인 생존 도구들이 들어 있었다.

"여기서 잠시 쉬자." 그가 제안했다. "그리고 네가 알고 있는 것과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자."

릴리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위에 앉았다. 그녀는 자신이 알게 된 모든 것을 테오에게 이야기했다. 에오스의 실종, 꿈에서 받은 메시지,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의 내용, 그리고 드래곤의 심장의 일곱 조각에 대한 정보까지.

테오는 그녀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었다. 그의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네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상황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해." 그가 마침내 말했다. "블랙손은 드래곤의 심장을 이용해 아스트라 왕국을 장악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그는 이미 왕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기사단의 대부분은 그의 명령에 충성하고 있지."

"왜 당신은 기사단을 떠났나요?" 릴리안이 물었다.

테오의 눈에 슬픔이 스쳤다. "나는 블랙손의 진짜 모습을 보았어. 그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 내가 반대 의견을 표현했을 때, 그는 나를 반역자로 몰아 처형하려 했지. 나는 간신히 탈출했고, 그 이후로 숨어 지내고 있어."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가족 대대로 내려온 단검을 꺼냈다. 단검의 손잡이에는 용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이것은 우리 가문의 유산이야." 그가 단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조상들은 드래곤 수호자회와 연결되어 있었어. 그들은 에오스와 함께 아스트라 왕국을 수호했지."

릴리안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드래곤 수호자회라고요?"

"그래." 테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 수호자회는 에오스와 직접적인 계약을 맺은 가문들의 모임이었어. 그들은 드래곤의 심장을 보호하고, 왕국의 평화를 유지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지. 하지만 블랙손은 수십 년 전에 그들을 배신하고 대부분을 몰살시켰어."

"그럼 제 부모님도..." 릴리안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테오는 그녀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네 보라색 눈동자는 드래곤 수호자회의 혈통을 이어받은 증거일 수 있어. 가렛이 네 부모님에 대해 언급했다면, 그들도 드래곤 수호자회와 연결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릴리안은 충격에 빠졌다. 그녀는 항상 자신의 부모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이런 진실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녀가 물었다.

"드래곤의 심장의 첫 번째 조각을 찾아야 해." 테오가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말한 고대 마법 봉인지로 가야 해. 하지만 그곳은 매우 위험해. 강력한 마법으로 보호되어 있고, 블랙손도 이미 그곳을 찾고 있을 거야."

"혼자서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릴리안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테오는 미소를 지었다. "혼자가 아니야. 내가 도울 거야. 내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블랙손의 계획을 막아야 해."

릴리안은 감사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테오의 도움으로 이 위험한 여정을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럼 내일 아침에 출발하자." 테오가 제안했다. "지금은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내일부터는 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릴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가방에서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을 꺼내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책의 페이지를 넘기던 중, 그녀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삽화를 발견했다. 그것은 일곱 개의 크리스탈 조각이 하나로 합쳐져 형성된 심장 모양의 유물을 묘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인물과 거대한 은빛 드래곤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이 내 운명인가?' 릴리안은 삽화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정말 드래곤의 심장의 수호자가 될 수 있을까?'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있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제 그녀는 돌이킬 수 없는 여정을 시작했고,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맞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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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릴리안과 테오는 일찍 일어나 봉인지로 향하는 여정을 준비했다. 테오는 릴리안에게 기본적인 검술을 가르쳐 주었고, 그녀는 자신의 마법 능력을 최대한 통제하는 방법을 연습했다.

"네 마법은 보통의 마법사들과는 달라." 테오가 릴리안의 손끝에서 빛나는 별빛 같은 에너지를 관찰하며 말했다. "이건 드래곤의 힘과 연결된 것 같아. 더 강력하지만, 더 불안정하기도 해."

릴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항상 자신의 마법이 다른 학생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제 그것이 자신의 혈통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숲을 빠져나와 넓은 평원을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테오에 따르면, 고대 마법 봉인지는 평원 너머의 산맥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까지는 하루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평원을 걷는 동안, 릴리안은 테오에게 더 많은 질문을 했다. "드래곤 수호자회에 대해 더 알려주세요.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테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드래곤 수호자회는 아스트라 왕국이 설립될 때부터 존재했어. 전설에 따르면, 첫 번째 왕이 에오스와 계약을 맺었을 때, 일곱 가문이 그 계약을 증인으로 참여했지. 그들은 에오스로부터 특별한 축복을 받았고, 드래곤의 심장을 수호하는 임무를 맡았어."

"그 일곱 가문 중 하나가 당신의 가문인가요?"

"그래." 테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윈드 가문은 일곱 가문 중 하나였어. 우리는 주로 전사로서 드래곤의 심장을 물리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지. 다른 가문들은 각자 다른 역할을 가지고 있었어. 마법사, 학자, 치유사 등등..."

"그리고 제 가문도 그중 하나였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네 보라색 눈동자를 보면 거의 확실해." 테오가 진지하게 말했다. "오르테가 가문은 일곱 가문 중 가장 강력한 마법 능력을 가진 가문이었어. 그들은 에오스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었고, 드래곤의 힘을 일부 사용할 수 있었지. 그리고 그들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보라색 눈동자였어."

릴리안은 이 정보를 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녀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흥미로우면서도 부담스러웠다.

"그럼 블랙손은 왜 드래곤 수호자회를 배신한 거죠?"

테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블랙손의 가문은 원래 왕실과 가까웠어. 그들은 항상 더 많은 권력을 원했지. 약 20년 전, 블랙손은 드래곤의 심장을 이용해 왕국을 장악하려는 계획을 세웠어. 그는 드래곤 수호자회를 배신하고, 그들을 반역자로 몰아 대부분을 몰살시켰지."

"그런데 어떻게 드래곤의 심장이 일곱 조각으로 나뉘게 된 거죠?"

"그것은 마지막 생존자들의 결정이었을 거야." 테오가 설명했다. "그들은 블랙손이 드래곤의 심장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그것을 일곱 조각으로 나누어 각자 다른 장소에 숨겼을 거야. 그리고 네 부모님은 아마도 그 마지막 생존자들 중 일부였을 거야."

릴리안은 자신의 부모님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더 알고 싶었지만, 지금은 더 시급한 문제가 있었다.

두 사람이 평원의 절반쯤 걸었을 때, 테오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는 주변을 살피며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에요?" 릴리안이 물었다.

"누군가 우리를 따라오고 있어." 테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동안 느끼고 있었어. 아마도 블랙손의 스파이일 거야."

릴리안은 불안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원은 넓고 개방되어 있어 숨을 곳이 거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죠?"

"계속 걸어." 테오가 말했다. "하지만 경계를 늦추지 마. 내가 신호를 주면, 준비한 대로 행동해."

두 사람은 계속 걸었지만, 이제 그들의 걸음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릴리안은 자신의 마법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고, 테오는 손을 단검 가까이에 두었다.

한 시간 정도 더 걸었을 때, 갑자기 그들 앞에 한 인물이 나타났다. 그것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녹색과 갈색의 가죽 옷을 입고 있었고, 등에는 활과 화살통을 메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그녀의 귀였다. 그것은 일반적인 인간의 귀보다 약간 더 길고 뾰족했다.

"더 이상 가지 마." 여성이 경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들은 위험한 지역으로 들어가고 있어."

테오는 즉시 단검을 꺼내 방어 자세를 취했다. "넌 누구지? 블랙손이 보낸 자인가?"

여성은 코웃음을 쳤다. "나를 그 인간과 비교하지 마. 나는 엘라 스톰하트야. 이 지역을 지키는 레인저지."

릴리안은 엘라의 외모를 자세히 살폈다. "당신은... 엘프인가요?"

"반 엘프야." 엘라가 약간 불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버지는 인간이었고, 어머니는 엘프였어. 그래서 두 세계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지."

테오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어떻게 널 믿을 수 있지? 네가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잖아."

엘라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따라온 건 맞아. 하지만 그건 너희가 '잊혀진 숲'을 통과한 후부터야. 그 숲은 내가 지키는 영역이거든. 그리고 너희가 봉인지로 향하는 것 같아서 경고하러 온 거야. 그곳은 위험해."

릴리안은 테오의 팔을 잡았다. "테오, 잠시만요. 그녀의 말을 들어보죠."

테오는 마지못해 단검을 내렸지만, 여전히 경계하는 표정이었다.

"봉인지에 대해 뭘 알고 있나요?" 릴리안이 엘라에게 물었다.

엘라는 잠시 릴리안을 관찰했다. 그녀의 시선이 릴리안의 보라색 눈동자에 고정되었을 때, 그녀의 표정이 변했다.

"보라색 눈동자..." 그녀가 중얼거렸다. "예언의 아이."

릴리안은 놀라서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예언이요? 어떤 예언인가요?"

엘라는 주변을 살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건 안전하지 않아. 기사단의 순찰대가 이 지역을 자주 지나다녀. 내 은신처로 가자. 그곳에서 더 이야기할 수 있어."

테오와 릴리안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테오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릴리안은 엘라를 믿어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당신을 따라갈게요." 릴리안이 결정했다.

엘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을 평원의 가장자리로 인도했다. 그곳에는 작은 숲이 있었고, 엘라는 거의 보이지 않는 좁은 길을 따라 그들을 안내했다. 길은 점점 더 깊은 숲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그들은 거대한 나무 아래에 만들어진 작은 오두막에 도착했다.

"들어와." 엘라가 문을 열며 말했다. "여기서는 안전해."

오두막 내부는 놀라울 정도로 아늑했다. 벽면에는 다양한 약초와 식물들이 말려 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작은 침대와 책상이 있었다. 중앙에는 작은 화로가 있었고, 그 주위에 몇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앉아." 엘라가 의자를 가리켰다. "먼저 내가 너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말해줄게."

그녀는 작은 주전자에 물을 넣고 화로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희는 드래곤의 심장을 찾고 있지? 그리고 너," 그녀가 릴리안을 가리켰다. "너는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마지막 오르테가야. 에오스와 연결된 마지막 혈통이지."

릴리안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그걸 알고 있죠?"

"엘프 공동체에는 오래된 예언이 있어." 엘라가 설명했다.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자가 왕국의 어둠을 물리치고, 에오스를 되돌릴 것이라는 예언이지. 그리고 그 예언은 드래곤의 심장과 연결되어 있어."

"그럼 당신도 드래곤 수호자회에 대해 알고 있나요?" 테오가 물었다.

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야. 엘프들은 드래곤 수호자회와 오랫동안 동맹 관계였어. 사실, 엘프 공동체는 드래곤의 심장이 일곱 조각으로 나뉘었을 때 그중 한 조각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지."

"정말요?" 릴리안이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그 조각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나요?"

엘라는 한숨을 쉬었다. "안타깝게도, 그 조각은 더 이상 엘프 공동체에 없어. 약 10년 전, 블랙손의 부하들이 엘프 마을을 습격했고, 그 과정에서 조각이 도난당했어. 많은 엘프들이 목숨을 잃었고, 나의 어머니도 그중 하나였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깊은 슬픔이 묻어 있었다. 릴리안은 동정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 미안해요."

엘라는 약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서 나는 인간 세계와 엘프 세계 사이에서 살고 있어. 두 세계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나에게 유리할 때도 있지."

주전자에서 물이 끓기 시작했고, 엘라는 일어나 차를 준비했다. 그녀는 세 개의 컵에 허브 차를 따르고 릴리안과 테오에게 건넸다.

"이 차는 너희의 피로를 풀어줄 거야. 그리고 마음을 맑게 해주지."

릴리안은 감사히 차를 받아 한 모금 마셨다. 차는 상쾌하고 달콤한 맛이 났으며, 실제로 그녀의 피로가 조금 풀리는 듯했다.

"엘라, 봉인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말해주세요." 릴리안이 부탁했다.

엘라는 차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봉인지는 아스트라 왕국이 설립되기 전부터 존재했던 고대의 장소야. 그곳은 강력한 마법 에너지가 모이는 곳으로, 다양한 차원과 연결되어 있다고 해. 에오스가 처음 이 세계에 나타난 곳이기도 하지."

"드래곤의 심장의 첫 번째 조각이 그곳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테오가 물었다.

"그럴 가능성이 높아." 엘라가 대답했다. "하지만 봉인지는 강력한 마법 장벽으로 보호되어 있어. 오직 특별한 열쇠나 주문을 가진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지."

"어떤 종류의 열쇠인가요?" 릴리안이 궁금해했다.

엘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전설에 따르면, 드래곤 수호자회의 일곱 가문은 각자 고유한 열쇠를 가지고 있었대. 그것은 물리적인 열쇠일 수도 있고, 특별한 주문이나 능력일 수도 있어."

테오는 자신의 단검을 꺼냈다. "이것이 내 가문의 열쇠일까?"

엘라는 단검을 자세히 살폈다. "가능성이 있어. 그 단검의 손잡이에 새겨진 용의 형상은 분명 드래곤 수호자회의 상징이야."

릴리안은 자신의 보라색 눈동자를 생각했다. "그리고 제 눈동자가 저희 가문의 열쇠일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 있어." 엘라가 동의했다. "하지만 봉인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해. 그곳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마법과 영적인 에너지가 복잡하게 얽힌 곳이야."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릴리안이 물었다.

"우선, 너의 마법 능력을 더 잘 통제할 수 있어야 해." 엘라가 말했다. "봉인지 내부의 마법 에너지는 불안정해. 그곳에서 네 능력이 통제를 벗어나면 위험할 수 있어."

그녀는 일어나 책상에서 작은 상자를 가져왔다. 상자 안에는 보라색 크리스탈이 있었다.

"이것은 엘프 공동체에서 가져온 집중 크리스탈이야." 그녀가 크리스탈을 릴리안에게 건넸다. "이것을 사용해 마법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연습을 하면, 네 능력을 더 잘 통제할 수 있을 거야."

릴리안은 감사히 크리스탈을 받았다. 그것을 손에 쥐자 크리스탈이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와 같은 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와, 즉시 반응하네." 엘라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네 안의 드래곤 혈통의 힘이 생각보다 강한 것 같아."

"그럼 당신도 우리와 함께 가나요?" 테오가 물었다.

엘라는 잠시 망설였다. "원래는 그럴 생각이 없었어. 하지만..." 그녀는 릴리안의 보라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예언의 아이를 만난 이상, 나도 이 여정에 동참해야 할 것 같아. 엘프 공동체를 대표해서."

릴리안은 기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당신의 도움이 있으면 봉인지에 더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내일 아침에 출발하자." 엘라가 제안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 봉인지로 향하기 전에 필요한 준비를 마치자."

테오와 릴리안은 동의했다. 그들은 엘라의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고, 엘라는 그들에게 간단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했다.

밤이 깊어가는 동안, 릴리안은 엘라가 준 집중 크리스탈을 사용해 자신의 마법 능력을 연습했다. 그녀는 크리스탈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자신의 마법 에너지를 그 안으로 흘려보냈다. 크리스탈은 점점 더 밝게 빛났고, 릴리안은 자신의 에너지가 더 안정적으로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정말 예언의 아이일까?' 그녀는 생각했다. '내가 정말 에오스를 되돌리고 왕국을 구할 수 있을까?'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있었지만, 이제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테오와 엘라가 그녀의 곁에 있었고, 그들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릴리안은 크리스탈을 내려놓고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고, 그중 하나가 특별히 밝게 빛나는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에오스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에오스, 당신을 찾을게요.' 릴리안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드래곤의 심장을 찾고, 모든 진실을 밝혀낼 거예요.'

그녀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내일은 더 험난한 여정이 시작될 것이지만, 그녀는 이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