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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아스트라 왕국의 하늘은 오후의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왕립 마법 아카데미의 고풍스러운 첨탑들이 그 빛을 받아 마치 불꽃처럼 빛나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중앙 강의실에서는 고급 마법 이론 수업이 한창이었다.

릴리안 오르테가는 창가 자리에 앉아 교수의 설명을 열심히 필기하고 있었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는 수업 내용에 집중할 때마다 미세하게 빛을 발했다. 검은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어깨까지 내려왔고, 마법 아카데미의 푸른색 견습생 로브는 그녀의 가녀린 체구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릴리안은 펜을 움켜쥐고 있는 손끝에서 가끔 별빛 같은 작은 에너지가 반짝이는 것을 느꼈지만, 다른 학생들의 시선이 두려워 재빨리 다른 손으로 가렸다.

"자, 오늘은 원소 마법의 상호작용에 대해 배우겠습니다," 벤자민 교수가 말했다. 그의 긴 회색 수염이 말할 때마다 살짝 흔들렸다. "불의 마법과 물의 마법이 만날 때—"

갑자기 강의실 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교수의 말이 끊겼다. 아카데미 교장인 마리안 여사가 창백한 얼굴로 들어섰다.

"수업을 방해해 죄송합니다, 벤자민 교수,"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긴급한 소식이 있습니다. 왕국의 수호자인 드래곤 에오스가... 사라졌습니다."

순간 강의실은 충격적인 침묵에 휩싸였다가, 곧 학생들의 놀란 목소리로 가득 찼다.

"에오스가 사라졌다고?" "그게 가능한 일이야?" "왕국은 어떻게 되는 거지?"

릴리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에오스는 단순한 드래곤이 아니었다. 수백 년간 아스트라 왕국을 지켜온 전설적인 존재였다. 그의 부재는 왕국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일이었다.

마리안 여사가 손을 들어 학생들을 진정시켰다. "아직 상황을 완전히 파악한 것은 아닙니다. 아서 브라이트우드 대마법사께서 에오스의 실종을 조사하기 위해 떠나셨습니다. 모두 침착하게 일상을 유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릴리안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아서 브라이트우드는 그녀의 스승이었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마법사 길드의 보호 아래 자랄 때부터 아서는 그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릴리안의 보라색 눈동자를 처음 봤을 때 이상하게 놀란 표정을 지었던 것을 그녀는 아직도 기억했다.

수업이 일찍 끝난 후, 릴리안은 아카데미 도서관으로 향했다.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나 식당으로 모여들어 에오스의 실종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었지만, 릴리안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왕립 도서관은 고대 서적들의 향기로 가득했다. 높은 천장에서 내려오는 창문들로 황혼의 빛이 스며들어 책장들 사이로 황금빛 먼지가 흩날렸다. 릴리안은 역사 섹션으로 향했다. 그녀는 에오스에 관한 책을 찾아 읽으며 스승의 안전을 걱정했다.

'아서 스승님, 어디 계신 거죠?'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왜 저에게 아무 말도 없이 떠나셨어요?'

릴리안은 '아스트라의 수호자: 에오스의 전설'이라는 두꺼운 책을 꺼내 들었다. 그녀는 오래된 가죽 표지의 책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눈이 점점 무거워졌다. 도서관의 조용한 분위기와 책의 오래된 향기가 그녀를 나른하게 만들었다.

릴리안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더 이상 도서관에 있지 않았다.

무한한 별들이 빛나는 공간 속에 그녀는 홀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 앞에, 거대한 은빛 드래곤이 나타났다. 그의 비늘은 달빛처럼 빛났고, 거대한 날개는 마치 은하수를 품은 듯 별들로 가득했다. 그의 눈은... 릴리안은 숨을 들이켰다. 에오스의 눈은 그녀와 같은 보라색이었다.

"릴리안 오르테가," 에오스의 목소리는 그녀의 마음속에 직접 울려 퍼졌다. "드래곤의 심장을 찾으라."

"드래곤의 심장이요? 그게 무엇인가요? 어디서 찾을 수 있죠?" 릴리안이 물었지만, 에오스의 형상은 이미 흐려지고 있었다.

"찾으라... 네 안에 있는 진정한 힘을..."

"기다려요! 더 알려주세요!" 릴리안이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빈 공기만 움켜쥐었다.

"릴리안? 릴리안 오르테가?"

릴리안은 놀라 눈을 떴다. 도서관 관리인 이사벨라 그레이스톤이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흔들고 있었다. 이사벨라는 40대 중반의 단정한 외모를 가진 여성으로, 항상 엄격해 보였지만 학생들에게는 친절했다.

"미안해요, 잠이 들었나 봐요," 릴리안이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사벨라는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하지만 도서관이 곧 닫을 시간이야. 그리고..."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서 브라이트우드 대마법사에 대한 소식이 있어."

릴리안은 즉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슨 소식이요? 스승님이 돌아오셨나요?"

이사벨라는 주변을 살피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게... 그분의 연락이 완전히 끊겼어. 왕실에서는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아카데미 교수진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돌고 있어."

릴리안의 가슴이 무거워졌다. 먼저 에오스가 사라지고, 이제 스승마저... 그녀는 방금 꾼 꿈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이사벨라 선생님," 릴리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드래곤의 심장'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이사벨라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그녀는 릴리안의 보라색 눈동자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위험한 질문이야, 릴리안. 네 눈동자의 색은 평범한 것이 아니란다."

릴리안은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눈동자 색깔에 대해 언급한 사람은 그동안 아서 대마법사뿐이었다.

"무슨 뜻이세요?" 릴리안이 물었지만, 이사벨라는 이미 자세를 바로하고 공식적인 어조로 돌아와 있었다.

"도서관은 이제 닫을 시간이다. 책은 제자리에 돌려놓고 나가렴."

릴리안은 더 묻고 싶었지만, 이사벨라의 단호한 표정에 더 이상 질문할 수 없었다. 그녀는 책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도서관을 나왔다.

아카데미의 복도는 이미 저녁의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아스트라 왕국의 밤하늘에는 별들이 빛나고 있었지만, 릴리안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작은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앉았다. 책상 위에는 아서가 그녀에게 준 마지막 선물인 작은 수정 구슬이 놓여 있었다. 릴리안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구슬을 손에 쥐자 그녀의 손끝에서 별빛 같은 에너지가 반짝였고, 구슬은 부드러운 보라색 빛을 내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심장을 찾으라.' 에오스의 목소리가 그녀의 기억 속에서 울려 퍼졌다.

릴리안은 결심했다. 스승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녀가 직접 그를 찾아 나서야 했다. 그리고 에오스의 메시지를 해독해야 했다. 비록 그것이 아카데미의 규칙을 어기는 일이 될지라도.

창문 너머로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릴리안은 자신의 평범한 일상이 이제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미지의 모험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는 그녀의 진정한 정체성과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

다음 날 아침, 릴리안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그녀는 작은 가방에 필수품들을 챙겼다. 아서가 가르쳐 준 기본적인 마법 도구들, 약간의 식량, 그리고 그가 준 수정 구슬.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아카데미 제복 대신 평범한 여행복으로 갈아입었다.

아카데미를 빠져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에오스의 실종 이후, 경비가 강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릴리안은 아서가 가르쳐 준 간단한 은폐 마법을 사용해 정문을 통과했다. 그녀의 손끝에서 별빛 같은 에너지가 흘러나와 그녀의 존재를 희미하게 만들었다.

아스트라 왕국의 수도는 아침의 활기로 가득했다. 상인들이 가게 문을 열고, 어부들이 신선한 물고기를 들고 시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에는 미묘한 불안감이 감돌고 있었다. 에오스의 실종 소식은 이미 도시 전체에 퍼진 듯했다.

릴리안은 도시의 하층부로 향했다. 그곳은 귀족들과 마법사들이 거의 가지 않는 곳이었지만, 그녀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그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서는 종종 "진정한 지식은 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경험 속에도 있다"고 말했었다.

하층부 시장은 상층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좁고 구불구불한 거리, 낡은 건물들, 그리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 있는 사람들. 릴리안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가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했다.

시장을 지나 더 깊숙한 골목으로 들어서자, 릴리안은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아서가 한 번 언급했던 정보상을 찾고 있었다. '가렛 스모크'라는 이름의 그 남자는 도시의 모든 소문과 비밀을 알고 있다고 했다.

좁은 골목 끝에 있는 낡은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릴리안은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이런 곳에 와본 적이 없었다. 마법 아카데미의 보호된 환경에서 자란 그녀에게 이곳은 완전히 낯선 세계였다. 하지만 스승을 찾고 에오스의 메시지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릴리안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문을 두드렸다.

"누구냐?" 문 뒤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가렛 스모크를 찾고 있습니다," 릴리안이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문이 살짝 열렸다. 한쪽 눈 위에 흉터가 있는 마른 체구의 남자가 그녀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누가 보냈지?" 그가 물었다.

릴리안은 잠시 망설였다. "아서 브라이트우드 대마법사의... 제자입니다."

그 이름을 듣자 남자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주변을 살피더니 문을 더 넓게 열었다.

"빨리 들어와."

릴리안은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예상과 달리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벽면에는 지도와 문서들이 붙어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아서의 제자라..." 가렛이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후드를 벗어보게."

릴리안은 조심스럽게 후드를 내렸다. 가렛의 눈이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를 보자 놀라움으로 커졌다.

"이런, 이런..." 그가 중얼거렸다. "네가 그 소문의 소녀로군.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제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 릴리안이 말을 끊었다. "그리고 '드래곤의 심장'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요."

가렛은 갑자기 경계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건 위험한 질문이야, 소녀. 그런 것을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오래 살지 못했지."

"제발요," 릴리안이 간절하게 말했다. "에오스가 제 꿈에 나타났어요. 그가 저에게 드래곤의 심장을 찾으라고 했습니다."

가렛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는 테이블로 가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네 부모님에 대해 아는 게 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네가 정말 에오스의 메시지를 받았다면, 네가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그는 상자에서 작은 지도를 꺼내 릴리안에게 건넸다.

"이 지도를 따라가. 도시 외곽의 '잊혀진 숲' 근처에 있는 오두막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곳에서 테오 하이윈드라는 남자를 만날 수 있어. 그는 왕실 기사단 출신이지만, 지금은 탈영병이야. 그가 네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왜 그가 저를 도와주겠어요?" 릴리안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렛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기사단장 로렌 블랙손의 부패를 목격한 후 정의를 위해 싸우기로 결심한 사람이야. 그리고... 그의 가문은 드래곤 수호자회와 연결되어 있지."

"드래곤 수호자회요?"

"더 이상의 질문은 없다," 가렛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가라. 그리고 조심해. 왕실 기사단이 도시 전체를 감시하고 있어."

릴리안은 지도를 받아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녀가 떠나려 할 때, 가렛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릴리안," 그의 목소리에는 진지함이 묻어 있었다. "네 눈동자의 색... 그건 운명의 표식이야. 조심하게."

릴리안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 후드를 깊게 눌러썼다. 그녀는 가렛의 집을 나와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도시 외곽의 '잊혀진 숲'으로 가기 위해서는 도시의 정문을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에오스의 실종 이후, 모든 출구는 왕실 기사단에 의해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다.

릴리안은 정문 근처의 골목에 숨어 상황을 살폈다. 기사단원들이 모든 출입자를 철저히 검문하고 있었다. 그녀의 은폐 마법은 그런 직접적인 검문을 피하기에는 너무 약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릴리안은 초조하게 생각했다. 그때, 그녀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마법 아카데미의 학생이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지?"

릴리안은 놀라 돌아섰다. 그녀 앞에는 화려한 왕실 복장을 한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금발은 햇빛에 반짝였고, 푸른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릴리안은 즉시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마르코스 왕자, 아스트라 왕국의 왕위 계승자.

"왕자님..." 릴리안은 당황하여 인사를 했다.

마르코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놀라지 마. 나는 종종 변장을 하고 도시를 돌아다니곤 해. 백성들의 실제 삶을 보기 위해서지."

그는 릴리안의 보라색 눈동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흥미로운 눈동자 색이군," 그가 말했다. "네가 아서 브라이트우드의 제자 릴리안 오르테가구나?"

릴리안은 더욱 놀랐다. "저를 아세요?"

마르코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서는 왕실의 중요한 조언자였어. 그가 자신의 특별한 제자에 대해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 그런데 넌 왜 도시를 빠져나가려고 하는 거지?"

릴리안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왕자에게 진실을 말해야 할까? 하지만 가렛은 왕실 기사단이 도시를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왕실의 명령일 수도 있었다.

마르코스는 그녀의 망설임을 눈치챈 듯했다. "걱정하지 마. 나는 네 편이야. 에오스의 실종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야. 그리고 블랙손이 왕실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그의 눈에는 깊은 걱정과 불안이 서려 있었다. 릴리안은 직감적으로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느꼈다.

"스승님을 찾으러 가는 중입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에오스가 제 꿈에 나타났어요. 그가 저에게 '드래곤의 심장'을 찾으라고 했습니다."

마르코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드래곤의 심장... 내가 어릴 때, 에오스를 직접 만난 적이 있어. 그는 나에게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자가 왕국의 운명을 바꿀 것'이라고 예언했지."

릴리안은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눈동자 색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마르코스는 주변을 살피더니 작은 마법 부적을 꺼내 릴리안에게 건넸다.

"이것을 사용해. 도시 서쪽 성벽 아래에 비밀 통로가 있어. 이 부적이 통로의 마법 봉인을 일시적으로 해제할 거야. 그리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이 신호를 사용해."

릴리안은 감사하게 부적을 받았다. "왜 저를 도와주시는 거죠?"

마르코스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빛났다. "나는 에오스의 예언을 믿어. 그리고 내 아버지 왕이 블랙손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왕국의 진정한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는 때로는 규칙을 어겨야 할 때도 있지."

그는 릴리안의 어깨를 가볍게 짚었다. "조심해, 릴리안. 그리고 기억해. 네 안에 있는 힘은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해."

마르코스는 그렇게 말하고 골목 속으로 사라졌다. 릴리안은 잠시 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가, 부적을 꼭 쥐고 서쪽 성벽으로 향했다.

성벽 아래에 도착했을 때, 릴리안은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부적을 꺼냈다. 부적을 성벽에 가까이 가져가자, 부적이 푸른 빛을 내며 반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성벽의 일부가 흐려지더니 통로가 나타났다.

릴리안은 망설임 없이 통로로 들어섰다. 통로는 어둡고 좁았지만, 그녀의 손끝에서 나오는 별빛 같은 에너지가 길을 밝혀주었다. 얼마 후, 그녀는 도시 외곽으로 나왔다. 뒤돌아보니 통로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앞으로는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었고, 그 너머로 '잊혀진 숲'의 어두운 윤곽이 보였다. 릴리안은 가렛이 준 지도를 확인하고 숲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돌아갈 수 없는 여정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와 그녀의 운명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릴리안은 결연한 표정으로 '잊혀진 숲'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뒤로, 아스트라 왕국의 수도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앞에는 미지의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

'잊혀진 숲'은 이름 그대로 잊혀진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수백 년 된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 숲 내부는 항상 어스름한 황혼 상태였다. 이끼가 덮인 바위들과 안개가 자욱한 지면은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릴리안은 조심스럽게 숲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아카데미에서 '잊혀진 숲'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곳은 고대 마법의 흔적이 남아있어 환각과 착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숲을 피했다.

"가렛의 지도에 따르면 오두막은 숲 중심부 근처에 있어야 해," 릴리안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지도를 따라 걸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방향 감각을 잃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모두 비슷해 보였고, 안개는 점점 더 짙어졌다. 릴리안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침착해야 해,' 그녀는 자신에게 말했다. '아서 스승님이 항상 말씀하셨지. 마법적 환경에서는 감정이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그녀는 잠시 멈춰 서서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아서가 가르쳐 준 간단한 명상 기법을 시도했다. 그녀의 마음이 차분해지자, 주변의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 듯했다.

다시 걷기 시작한 릴리안은 숲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무들 사이로 희미한 빛이 비치기 시작했고, 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작은 개울에 도착했고, 그 물소리를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개울을 따라 얼마간 걷자, 릴리안은 작은 공터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작은 오두막이 있었다. 오두막은 낡았지만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듯했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고, 창문에서는 따뜻한 빛이 새어 나왔다.

릴리안은 조심스럽게 오두막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문 앞에 서려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차가운 금속이 그녀의 목에 닿았다.

"움직이지 마,"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누구지? 왜 여기 왔지?"

릴리안은 숨을 멈췄다. "테오 하이윈드를 찾고 있어요. 가렛 스모크가 저를 보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목에 닿아있던 금속이 사라졌다. 릴리안은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 앞에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키가 크고 단단한 체격을 가졌으며, 짙은 갈색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회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작은 흉터가 몇 개 있었고, 그는 여전히 검을 손에 들고 있었다.

"가렛이 너를 보냈다고?" 그가 의심스럽게 물었다. "증명해봐."

릴리안은 가렛이 준 지도를 꺼냈다. 테오는 지도를 자세히 살펴본 후, 마침내 검을 완전히 내렸다.

"가렛의 표식이 맞군," 그가 말했다. "하지만 왜 그가 너 같은 어린 소녀를 이런 위험한 곳에 보냈지?"

릴리안은 후드를 내리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제 이름은 릴리안 오르테가입니다. 아서 브라이트우드 대마법사의 제자예요."

테오의 눈이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를 보자 놀라움으로 커졌다.

"보라색 눈동자..." 그가 중얼거렸다. "전설이 사실이었군."

"어떤 전설이요?" 릴리안이 물었지만, 테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오게," 그가 마침내 말했다. "밖은 안전하지 않아. 특히 네게는."

오두막 내부는 외관과 달리 깔끔하고 실용적으로 정돈되어 있었다. 벽에는 검과 다른 무기들이 걸려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지도와 문서들이 펼쳐져 있었다. 벽난로에서는 불이 타오르고 있어 실내는 따뜻했다.

테오는 릴리안에게 의자를 권했다. "이제 말해봐. 왜 여기 왔지?"

릴리안은 모든 것을 그에게 말했다. 에오스의 실종, 그녀의 꿈에 나타난 에오스의 메시지, 스승 아서의 연락 두절, 그리고 마르코스 왕자와의 만남까지.

테오는 그녀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다가, 마르코스 왕자의 이름이 나오자 표정이 굳어졌다.

"마르코스 왕자를 조심해," 그가 경고했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야심 찬 왕자로 보이지만, 그의 진정한 의도는 알 수 없어."

"하지만 그는 저를 도와줬어요," 릴리안이 반박했다.

테오는 한숨을 쉬었다. "정치는 복잡해, 릴리안. 특히 왕실의 정치는. 마르코스가 너를 도운 것은 그 자신의 목적이 있을 거야."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네가 정말 에오스의 메시지를 받았다면, 그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어. '드래곤의 심장'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야. 그것은 아스트라 왕국의 안정을 유지하는 핵심 유물이야."

"그게 정확히 무엇인가요?" 릴리안이 물었다.

테오는 테이블로 가서 오래된 가죽 파우치를 꺼냈다. 그는 파우치에서 가족 대대로 내려온 듯한 단검을 꺼냈다. 단검의 손잡이에는 드래곤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이것은 내 가문의 유산이자 드래곤 수호자의 증표야," 그가 단검을 보여주며 말했다. "내 조상들은 드래곤 수호자회의 일원이었어. 우리는 에오스와 드래곤의 심장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지."

"드래곤 수호자회요?" 릴리안이 물었다. "가렛도 그것에 대해 언급했어요."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 수호자회는 고대부터 에오스와 함께 아스트라 왕국을 지켜온 비밀 조직이야. 하지만 로렌 블랙손이 기사단장이 된 후, 그는 드래곤 수호자회를 배신하고 몰락시켰어. 내 가족도 그의 희생양 중 하나였지."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분노와 슬픔이 묻어 있었다.

"블랙손은 왜 그런 짓을 했나요?" 릴리안이 물었다.

"권력 때문이야," 테오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는 드래곤의 심장을 이용해 아스트라 왕국을 지배하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드래곤의 심장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조각은 다른 장소에 숨겨져 있어. 블랙손은 아직 모든 조각을 찾지 못했어."

릴리안은 이 모든 정보를 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녀가 알고 있던 세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그럼 제 스승님은요? 아서 대마법사는 어디 있을까요?" 그녀가 물었다.

테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내 정보망에 따르면, 아서는 블랙손에게 붙잡혔어. 그는 아마도 드래곤의 심장의 첫 번째 조각을 찾으러 갔다가 함정에 빠진 것 같아."

릴리안의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럼 우리는 그를 구해야 해요!"

"그래," 테오가 동의했다. "하지만 그전에, 우리는 도움이 필요해. 혼자서는 블랙손과 그의 기사단을 상대할 수 없어."

"누구의 도움을요?"

테오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이미 어둠이 깊게 내려앉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 출발할 거야," 그가 말했다. "숲 깊은 곳에 엘라 스톰하트라는 반 엘프 레인저가 있어. 그녀는 이 숲을 누구보다 잘 알고, 엘프 공동체와 에오스 사이의 오래된 연결고리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 그녀의 도움이 필요해."

릴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피곤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루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테오는 그녀의 피곤함을 눈치챈 듯했다. "저쪽 방에서 쉬게. 내일은 긴 여정이 될 거야."

릴리안은 감사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테오가 가리킨 방으로 향했다. 방은 작았지만 깔끔했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가방에서 아서가 준 수정 구슬을 꺼냈다.

구슬을 손에 쥐자 그녀의 손끝에서 별빛 같은 에너지가 흘러나왔고, 구슬은 보라색 빛을 내기 시작했다. 릴리안은 그 빛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정체성과 운명에 대한 더 많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 에오스의 메시지, 드래곤 수호자회...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스승님, 어디 계신 거예요?' 그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저는 당신이 필요해요.'

릴리안은 구슬을 가슴에 안고 눈을 감았다. 그녀는 내일 더 많은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모르지만, 그녀의 진정한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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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릴리안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눈을 떴다. 잠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혼란스러워했지만, 곧 전날의 사건들이 기억났다. 그녀는 빠르게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오두막의 주방에서는 테오가 이미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간단한 빵과 치즈, 그리고 허브 차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잘 잤어?" 그가 물었다.

릴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사합니다."

그들은 조용히 식사를 마쳤다. 테오는 여행 가방을 꾸리며 말했다.

"엘라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거야. 그녀는 인간들을 신뢰하지 않아. 특히 왕실과 관련된 사람들은."

"왜요?" 릴리안이 물었다.

테오는 한숨을 쉬었다. "엘라는 반 엘프야. 인간 아버지와 엘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 하지만 인간 사회에서는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엘프 공동체에서도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그녀는 양쪽 세계 사이에서 고립된 채 살아왔지."

릴리안은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그녀 역시 부모 없이 자라며 때로는 외로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그녀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릴리안이 물었다.

테오는 릴리안을 바라보았다. "네 눈동자가 도움이 될 거야. 엘프들은 보라색 눈동자에 대한 고대 예언을 가지고 있어.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자가 세계의 균형을 회복할 것'이라는."

릴리안은 자신의 눈동자 색에 대한 또 다른 언급에 놀랐다.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는 분명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준비를 마친 후, 그들은 오두막을 나와 숲 깊은 곳으로 향했다. 테오는 앞장서서 길을 인도했다. 그는 숲에서의 생존 기술이 뛰어났고, 자연스럽게 길을 찾았다.

"기사단 훈련의 일부였어," 그가 설명했다. "우리는 모든 지형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웠지."

그들은 몇 시간 동안 걸었다. 숲은 점점 더 깊어졌고, 나무들은 더욱 거대해졌다. 이끼가 덮인 바위들과 고사목들 사이로 그들은 조심스럽게 길을 찾아갔다.

"여기서부터는 조심해야 해," 테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지역은 환각 마법의 영향이 강해. 네가 보는 것이 실제가 아닐 수도 있어."

릴리안은 긴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서가 가르쳐 준 마법 감지 기술을 사용해 주변의 마법적 에너지를 살폈다. 그녀의 손끝에서 별빛 같은 에너지가 미세하게 반짝였다.

"마법의 흔적이 느껴져요," 그녀가 말했다. "오래된 마법이에요. 아주 강력한..."

그때, 갑자기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테오는 릴리안의 손을 잡아 그녀가 길을 잃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해, 그들은 서로를 놓치고 말았다.

"테오!" 릴리안이 불렀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녀는 혼자 남겨졌다. 안개 속에서 방향 감각을 완전히 잃었다. 릴리안은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지만, 아서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감정이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그녀는 자신에게 상기시켰다. '침착해야 해.'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자신의 마법적 감각에 집중했다. 그녀의 손끝에서 별빛 같은 에너지가 흘러나와 주변을 밝혔다. 그 빛을 따라, 릴리안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안개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릴리안은 작은 공터에 도착했다. 공터 중앙에는 거대한 나무가 서 있었다. 그 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달리 은빛 잎사귀를 가지고 있었고,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릴리안은 호기심에 이끌려 나무로 다가갔다. 그녀가 나무에 손을 대려는 순간, 날카로운 화살 하나가 그녀의 머리 바로 옆 나무에 꽂혔다.

"한 걸음만 더 움직이면, 다음 화살은 네 심장을 관통할 거야,"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릴리안은 천천히 돌아섰다. 나무 위에는 한 여성이 활을 들고 서 있었다. 그녀는 가녀린 체구에 길고 은빛 머리카락을 가졌으며, 녹색과 갈색의 가죽 옷을 입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녀의 귀였다. 그것은 인간의 귀보다 조금 더 뾰족했다. 반 엘프의 특징이었다.

"당신이 엘라 스톰하트인가요?" 릴리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성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누가 너를 보냈어?"

"테오 하이윈드가 저를 당신에게 데려오고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안개 속에서 서로를 잃어버렸어요."

엘라는 여전히 활을 겨누고 있었다. "테오? 그가 왜 너 같은 소녀를 이런 위험한 숲에 데려왔지?"

"제 이름은 릴리안 오르테가입니다. 아서 브라이트우드 대마법사의 제자예요. 에오스가 제 꿈에 나타나 '드래곤의 심장'을 찾으라고 했어요. 그리고 제 스승님은 지금 블랙손에게 붙잡혀 있어요."

엘라의 표정이 변했다. 그녀는 활을 조금 내렸다. "네 눈동자를 보여줘."

릴리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엘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가 희미하게 빛났다.

엘라는 숨을 들이켰다. "예언의 아이..."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재빨리 나무에서 뛰어내려 릴리안 앞에 섰다. 가까이서 보니 그녀의 눈은 황금빛 갈색이었고, 그 안에는 오랜 세월의 지혜가 담겨 있는 듯했다.

"네가 정말 에오스의 메시지를 받았다면," 엘라가 말했다. "그것은 고대 예언의 시작을 의미해.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자가 드래곤의 심장을 모아 세계의 균형을 회복할 것'이라는."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테오를 찾아보자. 그리고 네가 말한 '드래곤의 심장'에 대해 더 이야기하자."

엘라는 릴리안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녀는 숲을 마치 자신의 집처럼 자유롭게 움직였다. 릴리안은 그녀의 뒤를 따르며, 이 신비로운 반 엘프 여성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테오를 찾았다. 그는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엘라는 특유의 휘파람 소리로 그의 주의를 끌었다.

"엘라!" 테오가 안도의 표정으로 말했다. "릴리안을 찾았군."

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동자를 보았어. 그녀가 예언의 아이가 맞아."

테오는 릴리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말했잖아. 네 눈동자가 도움이 될 거라고."

엘라는 그들을 자신의 거처로 안내했다. 그것은 거대한 나무 위에 지어진 작은 오두막이었다. 나무 줄기를 따라 만들어진 계단을 통해 그들은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소박하지만 아늑했다. 말린 허브와 식물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고, 벽에는 활과 화살, 그리고 다양한 도구들이 걸려 있었다. 창문에서는 숲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앉아," 엘라가 말했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자."

그녀는 허브 차를 준비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어떻게 이 숲에서 살게 되었는지 궁금할 거야. 내 어머니는 엘프 공동체의 일원이었어. 그녀는 인간 세계로 나와 내 아버지를 만났지.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양쪽 세계 모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엘라의 목소리에는 오래된 상처가 묻어 있었다. "내가 태어난 후, 아버지는 인간 사회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우리를 떠났어.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엘프 공동체로 돌아갔지만, 그곳에서도 우리는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그녀는 차를 따르며 계속했다. "결국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나는 이 숲으로 와서 혼자 살기 시작했어. 여기서 나는 자연과 교감하는 법을 배웠고, 엘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마법적 능력을 발견했지."

릴리안은 엘라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했다. 그녀 역시 부모 없이 자라며 때로는 소속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당신은 에오스와 엘프 공동체 사이의 연결고리에 대해 알고 있나요?" 릴리안이 물었다.

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 공동체에는 에오스와의 오래된 맹약이 있어. 수천 년 전, 아스트라 왕국이 형성되기 전, 엘프들과 드래곤들은 이 땅을 공유했어. 에오스는 엘프 왕과 맹약을 맺었지. 드래곤들은 엘프들을 보호하고, 엘프들은 드래곤들의 비밀을 지키기로 한 거야."

그녀는 차를 홀짝이며 계속했다. "그 맹약의 일부로, 엘프들은 '드래곤의 심장'의 일부를 보관하게 되었어. 그것은 에오스의 힘의 일부를 담고 있는 유물이야.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들이 이 땅을 지배하게 되었고, 엘프들은 숨어 살게 되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약은 여전히 유효해."

테오가 말을 이었다. "드래곤의 심장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어. 각 조각은 다른 장소에 숨겨져 있지. 블랙손은 그 조각들을 모아 에오스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해."

"그리고 제 스승님은 그 조각 중 하나를 찾으러 갔다가 블랙손에게 붙잡힌 거군요," 릴리안이 말했다.

엘라와 테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아서를 구하고 드래곤의 심장의 첫 번째 조각을 찾아야 해," 테오가 말했다. "내 정보망에 따르면, 아서는 왕국 외곽의 고대 마법 봉인지에 갇혀 있어. 그곳은 드래곤의 심장의 첫 번째 조각이 숨겨진 곳이기도 해."

엘라는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봉인지는 강력한 마법으로 보호되어 있어. 우리 셋만으로는 들어가기 어려울 거야."

"그래서 우리에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거예요," 릴리안이 말했다. "당신은 엘프 혈통의 마법을 알고 있잖아요. 그것이 봉인을 해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엘라는 릴리안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네가 정말 예언의 아이라면, 네 안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이 있을 거야. 하지만 그 힘을 어떻게 끌어낼지는 네가 스스로 알아내야 해."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도 너희와 함께 가겠어. 에오스와의 맹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드래곤의 심장은 블랙손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돼."

릴리안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엘라."

"하지만 먼저," 엘라가 말했다. "너희는 이 숲의 시험을 통과해야 해. 이 숲은 단순한 숲이 아니야. 고대 마법의 흔적이 남아있어 환각과 착시를 일으키지. 그리고 때로는... 우리의 가장 깊은 두려움을 보여주기도 해."

테오와 릴리안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미 안개 속에서 길을 잃는 경험을 했지만, 엘라의 말에 따르면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우리는 준비되어 있어요," 릴리안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스승님을 구하고 드래곤의 심장을 찾기 위해서라면, 어떤 시험도 통과할 거예요."

엘라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그녀의 차가운 표정에서 처음 보이는 진정한 미소였다. "그럼 내일 아침에 출발하자.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의 여정을 위해 체력을 비축해."

그날 밤, 릴리안은 엘라의 오두막에서 작은 방을 배정받았다. 그녀는 창문으로 보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여정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과 운명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에오스, 당신의 메시지를 따라가고 있어요,' 그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드래곤의 심장을 찾고, 스승님을 구하겠습니다.'

그녀는 아서가 준 수정 구슬을 손에 쥐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다시 한번 에오스의 환영을 꿈에서 보았다. 이번에는 더 선명하게 나타난 에오스가 그녀에게 말했다.

"첫 번째 시험을 통과했지만, 진정한 시험은 이제 시작이다. 네 혈통의 비밀을 받아들이고, 드래곤의 심장의 첫 번째 조각을 찾아라."

릴리안은 꿈에서 깨어나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손끝에서는 별빛 같은 에너지가 평소보다 더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곧 그 답을 찾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