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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5**

안개가 자욱한 아침, 타임리스호는 이전과는 다른 이상한 해역으로 진입했다. 배 주변으로 안개는 평소보다 더 짙게 깔렸지만, 그 색채가 달랐다. 일반적인 회백색이 아닌, 옅은 청록색을 띠는 안개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배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갑판 위에 선 아리엘 스톰은 깊은 녹색 눈동자로 주변을 경계하며 살폈다.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은 이상하게도 바람이 없는데도 천천히 공중에 떠오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왼쪽 손목의 문신이 미약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토비, 이 해역은 뭔가 다른데." 아리엘이 수석 항해사 토비아스에게 말했다.

토비아스는 주름진 이마 위로 흘러내린 회색빛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오랜 경험이 담긴 눈빛은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바다입니다, 선장님. 안갯바다에서도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죠."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판 위의 모래시계가 이상한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던 모래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아래에서 위로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선원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모두 침착하게!" 아리엘이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배를 떠나지 마라."

그때 한 젊은 선원이 비명을 질렀다. 그의 손에 들고 있던 나무 컵이 갑자기 원래 형태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깎여 있던 나무가 자라나며 다시 나뭇가지의 형태로 변하고 있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어요!" 시간 마법사 엘리아 문라이트가 갑판으로 뛰어올라왔다. 그녀의 은빛 머리카락은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천천히 공중에 떠올랐다. "이 지역에서는 물체와 생명체가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경험할 수 있어요. 조심해야 해요!"

아리엘은 허리춤에 매달린 나침반을 꺼내 들었다. 저주받은 나침반의 바늘은 미친 듯이 빙글빙글 돌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러나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은 북쪽이 아니었다. 바늘은 위쪽이 아닌 시계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선장님, 선원들이..." 토비아스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리엘이 고개를 들어 선원들을 바라보자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일부 선원들의 모습이 변하고 있었다. 나이 든 선원들은 점점 젊어지고, 젊은 선원들은 노화되어 가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과 몸은 마치 시간이 앞뒤로 흐르는 것처럼 변화했다.

"이사벨라! 이사벨라!"

갑자기 들려온 날카로운 목소리에 아리엘은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작은 붉은 새 한 마리가 그녀의 머리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내 이름은 아리엘이야." 그녀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붉은 새는 잠시 멈춰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의 작은 눈에 의심이 가득했다.

"넌 이사벨라가 아니야? 하지만 네 안에 그녀의 기운이 느껴져. 이상하군..." 새가 중얼거렸다.

아리엘은 이 상황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기억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사벨라라는 이름이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마치 오래된 꿈을 기억해내려고 애쓰는 것처럼.

"넌 누구지?" 아리엘이 물었다.

"난 위대한 불의 상급 정령 이그니스라고, 전지전능하신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 님의 충실한 종이지!" 새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엘리아가 아리엘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시간의 혼란이 당신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의 여러 가능성이 뒤섞일 수 있어요. 아마도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다른 시간선의 조각일 거예요."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그니스라는 새는 계속해서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이사벨라를 찾았다.

"나침반을 사용해 이 지역의 시간 흐름을 안정화시켜야 해요," 엘리아가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시간 마법의 기초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리엘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나침반을 두 손으로 꼭 쥐었다. 엘리아는 그녀의 뒤에 서서 마법의 주문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가락에서는 은빛 실과 같은 마법의 기운이 흘러나와 아리엘의 손을 감쌌다.

"시간은 강물과 같아요. 통제하려 하지 말고, 그 흐름을 느끼세요. 당신의 나침반은 시간의 흐름을 가리키고 있어요. 그것을 따라가되, 억지로 방향을 바꾸려 하지 마세요."

아리엘은 눈을 감고 엘리아의 지시를 따랐다. 그녀는 나침반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수천 개의 실이 얽혀 있는 거대한 직물 같았다. 어떤 실은 앞으로, 어떤 실은 뒤로, 또 어떤 실은 나선형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당신의 의지로 그 흐름을 부드럽게 인도하세요. 강제로 바꾸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안내하는 거예요."

아리엘은 집중하며 나침반의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자신의 의식을 확장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점차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그것을 조금씩 안정화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강렬한 빛이 나침반에서 뿜어져 나왔다. 아리엘은 눈앞에 펼쳐지는 환영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크로노스 섬으로 보이는 곳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 주위로는 거대한 수정 기둥들과 시간의 상징들로 장식된 신전이 있었다. 한 남자와 여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아리엘의 부모임이 분명했다.

"아리엘, 네가 안전하게 자랄 때까지 너를 안갯바다 밖으로 보내야 해." 여자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하지만 네 운명은 언젠가 너를 이곳으로 다시 데려올 거야." 남자가 덧붙였다. "크로노스 섬의 시간 수호자로서의 네 역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

어린 아리엘의 왼쪽 손목에 문신이 새겨지는 의식이 진행되었다. 그녀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문신이었다.

환영은 갑자기 어둠에 휩싸였고, 혼란과 파괴의 장면이 이어졌다. 크로노스 섬이 무너지고, 시간의 균열이 모든 곳에 생기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부모가 그녀를 작은 배에 태우고 안갯바다 밖으로 보내는 모습이 보였다.

"기억하렴, 아리엘. 네 안에는 시간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있어. 하지만 그 힘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것이란다."

환영이 사라지고 아리엘은 현실로 돌아왔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단순한 환영이 아니라 그녀의 진짜 기억의 조각이었다.

"선장님, 괜찮으세요?" 토비아스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 나는 크로노스 섬에서 왔어. 내 부모님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안갯바다 밖으로 보냈던 거야."

엘리아는 놀란 표정으로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크로노스 섬의 시간 수호자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이군요."

그때 12세 소년 핀 에코가 갑판으로 뛰어올라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에는 빛나는 회중시계를 쥐고 있었다.

"아리엘, 조심해!" 핀이 외쳤다. "내 시계가 경고하고 있어. 이 지역에서 너무 오래 머물면 위험해. 그리고... 크로노스 섬에서 너는 큰 위험에 처할 거야."

아리엘은 핀을 바라보며 그의 경고가 자신이 본 환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원들과 배를 안전하게 지켜야 했다.

"엘리아, 나를 도와 이 지역의 시간 흐름을 안정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줘. 우리는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엘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리엘의 손을 잡았다. "나침반에 집중하세요. 그것은 단순히 방향을 가리키는 도구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열쇠예요."

아리엘은 다시 나침반에 집중했다. 이번에는 더 자신감 있게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조절할 수 있었다. 나침반의 바늘이 천천히 정상적인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배 주위의 시간 왜곡 현상이 점차 안정되었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시 정상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시작했고, 선원들의 비정상적인 노화와 젊어짐도 멈췄다. 하지만 일부 선원들은 이미 영향을 받아 원래보다 나이가 들거나 젊어진 상태로 남게 되었다.

"잘했어요, 선장님!" 엘리아가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타고난 재능이 있어요. 크로노스 섬의 혈통답게."

아리엘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조각을 발견했지만, 그것은 더 많은 질문을 낳았다.

"이사벨라! 이사벨라!"

아리엘은 다시 그 목소리를 들었다. 붉은 새 이그니스가 여전히 그녀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난 아리엘이야, 이그니스. 이사벨라가 아니라고."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그니스는 잠시 그녀를 살펴보더니 갑자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네가 아리엘이라고? 하지만 네 안에 이사벨라의 기운이 있어.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야. 시간의 혼란이 너무 심한가 봐."

"이사벨라는 누구지?" 아리엘이 물었다.

"이사벨라는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와 계약을 맺은 인간이야. 12살 때 계약을 맺고 북부 깊은 오두막에서 약초를 캐며 사는 약제사지. 내가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어."

아리엘은 이그니스의 말을 듣고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자신이 이사벨라라는 인물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이 이상한 바다에서는 어떤 일도 가능할 것 같았다.

"이그니스, 네가 보는 이사벨라는 지금 어디에 있지?" 아리엘이 물었다.

"그녀는 북부 깊은 숲속 오두막에 있어. 하지만... 네가 그녀처럼 느껴져. 마치 그녀의 영혼이 네 안에 있는 것 같아."

엘리아가 아리엘의 옆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이 바다에서는 다른 시간선, 심지어 다른 세계의 존재들과 접촉할 수도 있어요. 이 새가 보는 이사벨라라는 인물은 아마도 다른 세계나 시간선에 존재하는 사람일 거예요."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그니스의 말이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건드린 것 같았다. 마치 오래된 기억이나 꿈의 조각 같은 것이.

"토비, 우리가 안전한 해역으로 나갈 수 있는 경로를 찾아." 아리엘이 명령했다.

토비아스는 즉시 해도를 펼치고 경로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정상적으로 흐르는 해역까지는 약 반나절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선장님."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선원들에게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 그녀는 갑판 난간에 기대어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청록색 안개 사이로 이상한 현상들이 보였다. 물고기들이 거꾸로 헤엄치고, 물방울이 바다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었다.

이그니스는 계속해서 아리엘의 주위를 맴돌았다. "네가 정말 아리엘이라면, 왜 내가 이사벨라의 기운을 느끼는 걸까? 이건 정말 이상해."

"나도 모르겠어, 이그니스. 하지만 지금은 이 위험한 바다를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야."

이그니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결심한 듯 말했다. "좋아, 내가 너를 도울게. 불의 상급 정령으로서 내 능력이 제한되어 있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 거야."

아리엘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이그니스."

이그니스는 아리엘의 어깨 위에 앉았다. "하지만 내가 완전히 믿는 건 아니야. 넌 여전히 수상해."

그때 핀이 다시 다가왔다. 그의 회중시계는 여전히 이상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리엘, 내 시계가 너의 나침반과 공명하고 있어. 이건 전에 없던 일이야."

아리엘은 핀의 회중시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시계의 문양과 그녀의 나침반, 그리고 그녀의 손목 문신이 모두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핀, 네 시계는 어디서 온 거야?"

핀은 잠시 망설이더니 대답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내가 기억하는 한 항상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가끔 꿈에서 크로노스 섬을 봐. 마치 내가 그곳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

엘리아가 핀의 시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시계는 크로노스 섬의 시간의 심장에서 나온 파편으로 만들어진 것 같아요. 매우 강력한 유물이에요."

아리엘은 점점 더 많은 수수께끼에 직면하고 있었다. 크로노스 섬, 그녀의 과거, 핀의 시계, 그리고 이제 이그니스가 말하는 이사벨라까지. 모든 것이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지만, 그 연결고리를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아직 많은 조각이 부족했다.

그때 갑자기 배가 크게 흔들렸다. 아리엘은 균형을 잡으려 난간을 붙잡았다.

"무슨 일이야?" 그녀가 외쳤다.

토비아스가 망원경으로 앞쪽을 살펴보고 있었다. "시간의 소용돌이입니다, 선장님! 바로 우리 앞에 형성되고 있어요!"

아리엘은 앞쪽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소용돌이가 바다 위에 형성되고 있었다. 그것은 물이 아닌 시간 자체가 소용돌이치는 것 같았다. 청록색 안개가 소용돌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고, 그 중심에서는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방향을 바꿀 수 있어?" 아리엘이 물었다.

토비아스는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합니다. 조류가 우리를 소용돌이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어요."

아리엘은 결단력 있는 표정으로 나침반을 꺼냈다. "그럼 우리는 그것을 통과해야 해."

엘리아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너무 위험해요! 시간의 소용돌이는 배와 선원들을 다른 시간대로 보낼 수도 있어요."

"다른 선택이 없어." 아리엘이 단호하게 말했다. "엘리아, 나를 도와 나침반으로 소용돌이를 안정화시키자."

엘리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하지만 이건 정말 위험한 시도예요."

두 사람은 함께 나침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엘리아는 아리엘에게 더 복잡한 시간 마법의 기술을 가르쳤다. 아리엘은 빠르게 배우며 나침반의 힘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소용돌이의 패턴을 느끼세요. 그것은 무작위가 아니라 특정한 리듬을 가지고 있어요. 그 리듬에 맞춰 나침반의 에너지를 흘려보내세요."

아리엘은 엘리아의 지시를 따랐다. 그녀는 소용돌이의 패턴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것이 마치 거대한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침반의 바늘이 소용돌이의 회전과 동일한 속도로 돌기 시작했다.

"좋아요, 이제 소용돌이의 중심을 향해 안정화 에너지를 보내세요. 하지만 너무 많이 보내지 마세요.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해요."

아리엘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나침반을 통해 에너지를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보냈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점차 소용돌이의 회전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계속해요, 잘하고 있어요!" 엘리아가 격려했다.

이그니스도 도움을 주기 위해 아리엘의 주위를 날아다녔다. "내 불의 기운을 네게 나눠줄게. 이것이 네 힘을 강화시킬 거야."

작은 붉은 새는 아리엘의 머리 위에서 날개를 활짝 펼치고 붉은 불꽃 같은 에너지를 방출했다. 그 에너지가 아리엘을 감싸자 그녀는 추가적인 힘을 느꼈다.

핀도 자신의 회중시계를 들어 올렸다. "내 시계도 도울 수 있어. 이건 크로노스 섬의 시간의 심장과 연결되어 있어."

세 사람의 힘이 합쳐지자 소용돌이는 점점 더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배가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잠잠해졌다.

"토비, 지금이야!" 아리엘이 외쳤다.

토비아스는 즉시 키를 돌려 타임리스호를 소용돌이 쪽으로 향하게 했다. 배는 천천히 소용돌이를 향해 나아갔다. 선원들은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숨을 죽이고 있었다.

배가 소용돌이의 가장자리에 도달하자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아리엘은 나침반을 더욱 단단히 쥐고 집중했다. 그녀의 왼쪽 손목의 문신이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엘리아가 외쳤다.

타임리스호는 천천히 소용돌이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배 주위로 시간이 왜곡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일부 선원들은 잠시 투명해지거나 여러 개의 잔상으로 분열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리엘의 나침반, 엘리아의 마법, 핀의 시계, 그리고 이그니스의 불의 기운이 함께 작용하여 배와 선원들을 보호했다.

마침내 타임리스호는 소용돌이의 중심을 통과했다. 그곳에서 아리엘은 잠시 모든 시간선이 교차하는 지점을 보았다. 과거, 현재, 미래의 무수한 가능성들이 그녀 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크로노스 섬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또 다른 환영을 보았다. 그녀 자신이 검은 안개로 이루어진 몸체와 황금색 눈을 가진 존재로 변해가는 모습이었다. 캡틴 오블리비온이었다.

'이것이 내 미래인가?' 아리엘은 충격과 두려움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환영은 곧 사라졌고, 타임리스호는 소용돌이의 반대편으로 나왔다. 배 주위의 안개가 걷히고, 정상적인 바다가 나타났다.

"우리가 해냈어!" 토비아스가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

선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아리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침반을 다시 허리춤에 매달았다. 그녀는 엘리아와 핀, 그리고 이그니스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냈다.

"네가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겠어," 이그니스가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네 안에 이사벨라의 기운이 느껴져. 이건 정말 이상한 일이야."

아리엘은 미소를 지었다. "이그니스, 네가 말하는 이사벨라에 대해 더 알고 싶어. 그녀는 어떤 사람이야?"

이그니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이사벨라는 12살 때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와 계약을 맺었어. 그녀는 북부 깊은 숲속 오두막에서 혼자 살며 약초를 캐고 약을 만드는 약제사야. 이프리트가 바쁠 때는 내가 그녀의 곁을 지켰지."

"그녀는 왜 그렇게 어린 나이에 혼자 살게 된 거야?" 아리엘이 물었다.

이그니스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건... 복잡한 이야기야. 이사벨라의 가족은 그녀가 불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두려워했어. 그들은 그녀를 마녀라고 부르며 마을에서 쫓아냈지. 이프리트는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계약을 제안했어. 그 대가로 그녀는 이프리트의 힘을 빌릴 수 있게 되었고, 불을 다루는 능력을 얻었지."

아리엘은 이사벨라의 이야기에 깊은 연민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그녀 역시 자신의 과거와 가족으로부터 분리되어 있었으니까.

"이프리트는 지금 어디 있어?" 아리엘이 물었다.

이그니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게 문제야. 이프리트가 갑자기 사라졌어. 소멸된 게 아니라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갑자기 사라져 버렸어. 지금 이 세계에는 불의 정령왕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야. 차라리 소멸이라면 다음 세대 불의 정령왕이 탄생하겠지만, 그게 아니니 불의 정령들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야."

아리엘은 이그니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더 궁금해졌다. 이프리트의 실종, 이사벨라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 자신의 과거와 크로노스 섬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았다.

엘리아가 아리엘에게 다가왔다. "선장님, 오늘 당신이 보여준 시간 조작 능력은 정말 놀라웠어요. 당신은 분명 크로노스 섬의 시간 수호자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이에요."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본 환영... 그것은 내 기억의 조각이었어. 내 부모님은 나를 크로노스 섬에서 안갯바다 밖으로 보냈어. 하지만 왜 그랬는지, 그리고 크로노스 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직 완전히 기억나지 않아."

"우리가 크로노스 섬을 찾으면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엘리아가 말했다.

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내 시계는 여전히 경고하고 있어. 크로노스 섬에서 너는 큰 위험에 처할 거야, 아리엘."

아리엘은 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걱정하지 마, 핀. 우리는 함께 이 모험을 헤쳐나갈 거야. 내 과거와 정체성을 찾는 것은 중요해. 그리고 만약 내가 정말 크로노스 섬의 시간 수호자라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고 바로잡아야 해."

이그니스는 아리엘의 머리 위에 앉았다. "나도 너와 함께 갈게. 네가 이사벨라는 아니지만, 네 안에 그녀의 기운이 있는 이유를 알아내고 싶어."

아리엘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이그니스."

토비아스가 다가와 보고했다. "선장님, 우리는 이제 안전한 해역에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선원들은 시간 왜곡의 영향으로 나이가 변했습니다. 다행히 심각한 상태는 아닙니다."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선원들을 돌봐주고, 휴식을 취하게 해. 오늘은 모두가 힘든 경험을 했어."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아리엘은 갑판의 난간에 기대어 서서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많은 질문으로 가득했지만, 이제 그녀는 자신의 과거와 운명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 크로노스 섬, 시간 수호자의 혈통,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사벨라라는 인물과의 연관성까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 운명이 무엇인지 알아낼 거야,' 아리엘은 결심했다. '그리고 내가 오블리비온이 되는 미래는 바꿀 수 있을 거야.'

저녁 노을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가운데, 타임리스호는 계속해서 크로노스 섬을 향한 여정을 이어갔다. 아리엘 스톰의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