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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3**

안개가 짙게 내려앉은 미스트 헤이븐의 저녁 하늘은 붉은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항구는 다양한 시간선에서 온 선원들과 모험가들로 북적였고, 갑판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와 바다의 짠 내음이 공기 중에 가득했다. 타임리스호로 돌아가던 아리엘과 엘리아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항구 끝자락에 정박한 거대한 배 한 척이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검은 돛과 붉은 선체가 특징적인 그 배는 안갯바다에서 가장 악명 높은 해적선 '블랙 타이드'였다. 그 모습은 마치 바다 위의 포식자처럼 위협적이었고, 선체에 새겨진 황금빛 장식들은 저녁 노을 아래 불길하게 빛나고 있었다.

"세레나 블랙우드..." 아리엘의 입에서 이름이 새어 나왔다. 그녀의 에메랄드 녹색 눈동자가 경계심으로 가늘어졌다.

엘리아는 아리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 달빛처럼 창백한 피부와 대조적인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녀가 여기 있다는 건 좋은 징조가 아니에요. 시간 유물을 수집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해적이죠."

아리엘은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찬 나침반을 손으로 감쌌다. 그녀의 불꽃같은 붉은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춤추듯 흩날렸다. "서둘러야 해. 타임리스호로 돌아가자."

두 사람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미스트 헤이븐의 좁은 골목길을 통과하며, 아리엘은 주변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살폈다. 이곳은 시간이 불규칙하게 흐르는 특이한 장소였다. 어떤 골목은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채 낡은 목재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고, 또 다른 골목은 미래에서 온 듯한 이상한 금속 구조물들로 가득했다.

타임리스호에 도착한 아리엘은 즉시 선원들을 소집했다. 갑판 위에 모인 선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출항 준비를 서둘러주세요. 세레나 블랙우드가 항구에 있어요." 아리엘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담긴 긴박함은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수석 항해사 토비아스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풍파에 거칠어진 얼굴과 소금기로 하얗게 변한 수염이 그의 오랜 항해 경력을 증명했다. "선장, 밤 항해는 위험합니다. 안갯바다는 밤에 더 변덕스러워지죠."

"알고 있어요, 토비아스. 하지만 블랙우드가 우리를 쫓고 있다면, 더 큰 위험에 처할 거예요."

토비아스는 잠시 침묵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선장님. 출항 준비를 하겠습니다."

선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아리엘은 선미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미스트 헤이븐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손목의 문신이 희미하게 따끔거렸다. 마치 무언가를 경고하는 듯했다.

'왜 세레나가 나를 쫓고 있지? 나침반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생각은 갑작스러운 외침 소리에 중단되었다.

"선장님! 블랙 타이드가 항구를 떠났습니다! 우리를 향해 오고 있어요!"

아리엘은 재빨리 돌아섰다. 멀리서 검은 돛을 단 거대한 배가 안개를 가르며 타임리스호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죽음의 전령처럼 불길했다.

"모두 전투 태세! 출항 서두르세요!" 아리엘의 명령이 갑판 전체에 울려 퍼졌다.

엘리아가 아리엘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서는 희미한 푸른빛이 맴돌고 있었다. "제 시간 마법으로 도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고마워요, 엘리아. 하지만 조심해요. 당신의 마법은 아직 불안정하니까."

타임리스호의 선원들이 필사적으로 출항 준비를 서두르는 동안, 블랙 타이드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이제 그 배의 선수에 서 있는 인물의 실루엣이 보였다. 세레나 블랙우드였다. 그녀의 긴 검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휘날렸고, 그녀가 입은 진홍색 코트는 마치 피처럼 어둠 속에서 빛났다.

갑자기 블랙 타이드의 측면에서 대포 불빛이 번쩍였다. 아리엘은 본능적으로 소리쳤다. "엎드려요!"

대포알이 타임리스호 근처 바다를 강타하며 거대한 물기둥을 일으켰다. 배가 격렬하게 흔들렸고, 선원 몇 명이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대포를 준비하세요! 하지만 내 신호 없이는 발사하지 마세요!" 아리엘이 명령했다. 그녀는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 싶었지만, 동시에 선원들의 안전을 지켜야 했다.

블랙 타이드가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두 배 사이의 거리는 급격히 좁혀졌다. 이제 세레나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날카로운 턱선과 차가운 회색 눈동자, 입가에 머무는 잔인한 미소가 그녀의 특징이었다.

"아리엘 스톰!" 세레나의 목소리가 바다를 가로질러 울려 퍼졌다. "그 나침반을 내게 넘기면, 너와 네 선원들을 살려주지!"

아리엘은 허리에 찬 나침반을 꽉 쥐었다. 그것은 따뜻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절대 안 돼!" 그녀는 외쳤다.

세레나의 미소가 더 넓어졌다. "그럼 어쩔 수 없군."

그녀가 손을 들어올리자, 블랙 타이드의 선원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그들은 로프를 타고 타임리스호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공중을 가로지르는 해적들의 모습은 마치 검은 그림자 같았다.

"방어 태세!" 아리엘이 외쳤다. 그녀는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들었다. 은빛 검날이 달빛 아래 차갑게 빛났다.

첫 번째 해적이 갑판에 착지하자마자, 전투가 시작되었다.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외침 소리가 밤공기를 가득 채웠다. 아리엘은 검을 휘두르며 선원들을 지휘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우아하면서도 치명적이었다. 마치 춤을 추듯 적들 사이를 누비며, 그녀는 여러 해적을 물리쳤다.

엘리아는 갑판 한쪽에서 푸른 빛의 마법 에너지를 조작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짓에 따라 시간이 국소적으로 느려지거나 빨라졌다. 해적 한 명이 그녀를 향해 돌진했지만, 갑자기 그의 움직임이 느려졌고, 토비아스가 재빨리 다가가 그를 제압했다.

"선장님!" 토비아스의 외침이 들렸다. "블랙 타이드가 우리 배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아리엘은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블랙 타이드는 이제 타임리스호의 옆에 바짝 붙어 있었고, 더 많은 해적들이 계속해서 넘어오고 있었다. 그들의 수는 타임리스호의 선원들보다 훨씬 많았다.

갑자기 세레나 자신이 타임리스호의 갑판으로 뛰어올랐다. 그녀는 두 자루의 곡선형 검을 들고 있었고, 그 검날은 이상하게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아리엘 스톰," 세레나가 느릿하게 말했다. "마침내 만나는군. 네 아버지의 딸."

아리엘은 눈을 가늘게 떴다. "내 아버지를 알아?"

세레나는 냉소적으로 웃었다. "알다마다. 그는 나의 멘토였지. 크로노스 섬을 찾아 떠나기 전까지는."

그 말에 아리엘은 충격을 받았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네 아버지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궁금하지 않아? 그는 크로노스 섬의 비밀을 찾다가 시간의 저주에 걸려 사라졌어. 그리고 이제 네가 그 나침반을 가지고 있군. 운명이란 참 아이러니해."

아리엘은 세레나의 말에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세레나가 갑자기 공격해 왔기 때문이다. 두 검이 공기를 가르며 아리엘을 향해 날아왔다.

아리엘은 재빨리 몸을 피하고 자신의 검으로 방어했다. 금속이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두 여성의 검이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그 나침반을 내놔," 세레나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것은 내 것이야."

"절대 안 돼," 아리엘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두 사람은 갑판 위에서 치열한 검술 대결을 벌였다. 세레나의 공격은 거칠고 강력했지만, 아리엘의 움직임은 더 민첩하고 정확했다. 그러나 점점 아리엘은 지치기 시작했고, 세레나의 공격은 더욱 맹렬해졌다.

주변에서는 타임리스호의 선원들과 블랙 타이드의 해적들 사이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었다. 타임리스호의 선원들은 용감하게 싸웠지만, 해적들의 수적 우세에 점점 밀리고 있었다.

아리엘은 세레나의 강력한 공격을 간신히 피했지만, 균형을 잃고 갑판에 넘어졌다. 그녀의 검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세레나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 위에 서서 검을 들어올렸다.

"이제 끝이야, 아리엘 스톰."

그 순간, 아리엘은 본능적으로 나침반을 꽉 쥐었다. 갑자기 그녀의 손목 문신이 강렬한 붉은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나침반도 함께 빛나기 시작했다. 아리엘은 갑자기 시간이 느려지는 것을 느꼈다. 세레나의 움직임, 주변의 전투 소리, 심지어 바다의 파도 소리까지 모든 것이 점점 느려지다가 마침내 완전히 멈추었다.

아리엘은 놀라움에 눈을 크게 떴다. 그녀 주변의 모든 것이 정지해 있었다. 세레나는 검을 내리치는 자세로 얼어붙어 있었고, 공중에 튄 물방울들도 허공에 멈춰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리엘은 생각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세레나 옆을 지나갔다.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 그녀만이 움직일 수 있었다.

아리엘은 재빨리 자신의 검을 찾아 들었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선원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안전한 위치로 옮겼다. 그녀는 이 이상한 능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알 수 없었기에, 최대한 빨리 행동했다.

그러나 점점 나침반의 빛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아리엘은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할 것임을 느꼈다. 그녀는 재빨리 세레나 앞에 자리를 잡고, 검을 준비했다.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자, 세레나의 검이 빈 공간을 가르며 내려왔다. 그녀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 어떻게...?"

아리엘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했다. 그녀의 검이 세레나의 팔을 스쳐 지나갔고, 세레나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게 무슨 마법이지?" 세레나가 분노와 놀라움이 뒤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리엘 자신도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능력이 그녀와 나침반, 그리고 손목 문신 사이의 연결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세레나는 자신의 부상된 팔을 붙잡고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과 경외심이 뒤섞여 있었다. "네가 정말 그의 딸이구나..." 그녀가 중얼거렸다.

갑자기 블랙 타이드에서 경고 신호가 울렸다. "안갯바다 순찰대다! 미스트 헤이븐에서 출발했어!"

세레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단을 내렸다. "물러나라!" 그녀가 자신의 선원들에게 명령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해적들은 재빨리 로프를 타고 블랙 타이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세레나는 마지막으로 아리엘을 노려보았다. "이게 끝이 아니야, 아리엘 스톰. 우리는 다시 만날 거야. 그리고 다음번에는 그 나침반이 내 것이 될 거야."

그녀도 로프를 타고 블랙 타이드로 돌아갔고, 배는 재빨리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전투가 끝나자, 타임리스호의 갑판은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부상당한 선원들이 여기저기 누워 있었고, 배의 일부는 손상되어 있었다.

엘리아가 아리엘에게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멈췄어요."

"당신이 그렇게 한 거예요," 엘리아가 경외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침반의 힘을 통해 시간을 잠시 멈추게 했어요. 그건 매우 강력한 시간 마법이에요."

아리엘은 자신의 손목 문신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그것은 다시 평범한 문양으로 돌아와 있었다. "세레나가 내 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그가 크로노스 섬을 찾다가 사라졌다고 했어요."

토비아스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상처가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단호했다. "선장님, 이야기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리엘은 토비아스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에요, 토비아스?"

토비아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레나의 말이 사실입니다. 당신의 아버지는 크로노스 섬을 찾다가 사라졌어요. 그리고 그 나침반... 그것은 섬으로 가는 유일한 열쇠입니다."

아리엘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항상 자신의 과거와 가족에 대해 알고 싶어했지만, 이런 방식으로 알게 될 줄은 몰랐다.

"왜 이제서야 말해주는 거죠?" 그녀가 마침내 물었다.

"당신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토비아스가 대답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이 나침반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아마도 당신은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아리엘은 나침반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이제 평범한 나침반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그 안에 숨겨진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크로노스 섬에 대해 더 알려주세요," 그녀가 토비아스에게 요청했다.

토비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장실에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우선은 부상자들을 돌보고, 배의 손상을 확인해야 합니다."

아리엘은 동의했다. 그녀는 선원들에게 부상자 치료와 배 수리를 지시했다. 그리고 그녀는 갑판 끝에 서서 안개 속으로 사라진 블랙 타이드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당신은 어디 있나요? 그리고 나는 왜 이런 힘을 가지게 된 걸까요?'

그녀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질문이 맴돌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과 가족의 비밀을 찾기 위해 크로노스 섬을 향한 위험한 여정을 시작해야 했다. 그리고 그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나침반이 그녀의 손 안에서 희미하게 맥동했다. 마치 앞으로의 여정을 예고하는 듯했다. 아리엘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결심을 굳혔다.

"준비하세요," 그녀가 엘리아와 토비아스에게 말했다. "우리는 크로노스 섬을 찾을 거예요."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안갯바다는 그들의 앞에 무한한 미스터리를 품은 채 펼쳐져 있었다. 아리엘 스톰의 운명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