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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 미스트 헤이븐의 비밀**

안개가 자욱한 아침, 타임리스호는 안갯바다의 유일한 정착지 '미스트 헤이븐'의 항구에 천천히 접근하고 있었다. 배의 선두에 서 있는 아리엘 스톰의 붉은 머리카락이 안개 사이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을 받아 불꽃처럼 일렁였다. 그녀의 깊은 녹색 눈동자는 안개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는 기이한 도시를 날카롭게 응시하고 있었다.

미스트 헤이븐은 마치 꿈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다양한 시대의 건축 양식이 뒤섞인 건물들이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냈고, 어떤 건물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항구에는 각양각색의 배들이 정박해 있었는데, 어떤 것은 고대의 갤리선 같았고, 또 어떤 것은 아리엘이 본 적 없는 미래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미스트 헤이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선장님." 수석 항해사 토비아스가 아리엘의 곁에 다가서며 말했다. 그의 풍화된 얼굴에는 이 도시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이곳은 시간이 제멋대로 흐르는 곳입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아리엘은 왼쪽 손목의 문신을 무의식적으로 만지작거렸다. 어제 밤 폭풍우 속에서 만난 소년 핀이 건네준 나침반의 문양과 똑같은 이 문신은 미스트 헤이븐에 가까워질수록 따뜻하게 맥동하는 것 같았다.

"토비, 이 도시에 대해 아는 것을 모두 말해줘." 아리엘이 조용히 말했다.

토비아스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미스트 헤이븐은 다양한 시간선에서 온 사람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시간이 불규칙하게 흐르죠. 어떤 거리에서는 하루가 일주일처럼 느리게 흐르고, 또 다른 곳에서는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이유가 있습니다 - 도망치는 자, 숨는 자, 찾는 자..."

"그리고 우리는 찾는 자군." 아리엘이 중얼거렸다.

선원들이 배를 안전하게 정박시키는 동안, 아리엘은 핀을 불렀다. 소년은 배의 그림자에서 나타났다. 그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얼굴과 시간의 무게를 품은 듯한 눈동자는 여전히 아리엘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미스트 헤이븐에 왔던 적이 있니?" 아리엘이 물었다.

핀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시간은 상대적입니다, 선장님. 제가 여기 온 적이 있는지, 앞으로 올 것인지, 지금 처음인지... 누가 알겠어요?"

아리엘은 인상을 찌푸렸다. 핀의 수수께끼 같은 말들은 항상 그녀를 짜증나게 했다. 하지만 그가 그녀에게 건네준 나침반이 그녀의 잃어버린 과거와 연결되어 있다는 직감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토비, 너와 잭은 배를 지켜. 나머지는 필요한 물자를 구해오도록 해. 나는 핀과 함께 정보를 좀 모아볼 테니까."

토비아스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십시오, 선장님. 미스트 헤이븐에는 항상 눈과 귀가 있습니다."

아리엘과 핀은 안개 자욱한 부두를 따라 걸었다. 미스트 헤이븐의 거리는 기이한 광경으로 가득했다. 한 노점상은 모래시계를 팔고 있었는데, 그 안의 모래는 위아래로 동시에 흘러내렸다. 또 다른 가게에서는 시계들이 각자 다른 속도로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복장은 다양한 시대와 장소에서 온 것 같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있니?" 아리엘이 핀에게 물었다.

핀은 주머니에서 자신의 회중시계를 꺼냈다. 시계는 미약하게 빛나고 있었다. "시간의 파도를 따라가면 됩니다."

그들은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지나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위치한 주점에 도착했다. 간판에는 '시간의 파도'라고 쓰여 있었고, 그 아래에는 모래시계와 바다 파도가 교차하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주점 안으로 들어서자 다양한 시대의 해적과 선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벽에는 이상한 지도들과 시계, 나침반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바 뒤에는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거대한 게 발 모양의 의수를 가진 남자가 서 있었다.

"바르톨로메오 '바트' 크래브." 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스트 헤이븐의 귀와 눈이라고 합니다."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바에 다가갔다. 바트는 그녀가 다가오자 유일한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다.

"오호, 새로운 얼굴이군." 바트의 목소리는 오랜 세월 럼주를 마신 것처럼 거칠었다. "아니, 잠깐... 새롭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하군."

아리엘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전에 만난 적이 있나요?"

바트는 웃음을 터뜨렸다. "시간은 미스트 헤이븐에서 직선이 아니라 원처럼 흐르지. 어쩌면 우리는 내일 처음 만났을 수도 있고, 어제 마지막으로 만났을 수도 있어."

그는 게 발 모양의 의수로 두 잔의 호박색 액체를 따랐다. "안갯바다의 럼이라고 하지. 시간의 맛이 난다고들 하더군."

아리엘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잔을 바라보았지만, 핀은 서슴없이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정보를 찾고 있어요." 아리엘이 직접적으로 말했다. "크로노스 섬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바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주변의 대화 소리도 갑자기 잦아들었다. 그는 아리엘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그녀의 왼쪽 손목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문신..."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스톰의 딸이로군."

아리엘은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내 아버지를 아세요?"

바트는 주변을 둘러본 후, 그들에게 뒷문으로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들은 주점의 뒷방으로 이동했다. 방은 책과 해도, 이상한 장치들로 가득했다.

"데이비드 스톰은 내 친구였다." 바트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위대한 항해사였지... 그리고 크로노스 섬에 집착했던 사람이기도 했어."

아리엘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저 희미한 얼굴과 따뜻한 목소리의 조각들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는 어디 있나요? 살아있나요?" 아리엘이 간절하게 물었다.

바트는 슬픈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15년 전, 크로노스 섬을 찾아 떠났어.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지."

아리엘은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핀이 그녀의 팔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는 왜 크로노스 섬을 찾아갔나요?" 핀이 물었다.

바트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시간을 통제하기 위해서였지. 그는 안갯바다의 시간 왜곡이 점점 심해지는 것을 발견했어. 크로노스 섬이 그 원인이자 해결책이라고 믿었지."

그는 벽에 걸린 오래된 해도를 가리켰다. "크로노스 섬은 시간의 근원이라고 전해져. 섬 중심에 있는 '시간의 심장'이라 불리는 크리스탈이 안갯바다의 시간 흐름을 조절한다고 해. 하지만 수세기 동안 아무도 그 섬을 찾지 못했어... 찾았다 해도 돌아오지 못했거나."

아리엘은 나침반을 꺼내 들었다. "이것은요?"

바트의 눈이 커졌다. "저주받은 나침반... 데이비드가 찾던 바로 그것이야! 그것만이 크로노스 섬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고 했어."

그때 갑자기 주점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누군가가 큰 소리로 아리엘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숨어!" 바트가 급하게 말했다. "세레나 블랙우드의 부하들이야. 그녀는 오래전부터 크로노스 섬과 그 힘을 찾고 있었어."

아리엘과 핀은 재빨리 방 구석의 커튼 뒤로 숨었다. 바로 그때 방문이 열리고 검은 코트를 입은 거친 남자들이 들어왔다.

"바트, 새로운 선장이 왔다고 들었다. 붉은 머리에 녹색 눈을 가진 여자라던데."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바트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오늘 미스트 헤이븐에는 수십 명의 선장들이 드나들었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게."

"타임리스호의 선장, 아리엘 스톰이라고 해. 그녀가 특별한 나침반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아리엘은 커튼 뒤에서 숨을 죽이며 나침반을 꽉 쥐었다. 그 순간, 나침반이 따뜻하게 빛나기 시작했고, 그녀는 손목의 문신도 함께 맥동하는 것을 느꼈다.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 없네." 바트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내 주점에서 나가주게. 손님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남자들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방을 둘러보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떠났다. 그들이 나간 후, 아리엘과 핀은 숨어있던 곳에서 나왔다.

"서둘러야 해." 바트가 급하게 말했다. "세레나 블랙우드는 위험한 여자야. 그녀는 시간 유물을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네 나침반을 알게 되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빼앗으려 할 거야."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바트. 더 알고 싶은 게 많지만, 지금은 떠나는 게 좋겠네요."

그들이 뒷문을 통해 나가려는 순간, 바트가 아리엘의 팔을 잡았다. "잠깐, 한 가지 더. 미스트 헤이븐에는 시간 마법사가 있어. 엘리아 문라이트라고 하지. 그녀는 크로노스 섬의 고대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야. 그녀를 찾아봐."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핀과 함께 뒷문을 통해 빠져나왔다. 그들은 좁은 골목길을 통해 서둘러 항구로 향했지만, 곧 미로 같은 미스트 헤이븐의 거리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이상하네." 핀이 중얼거렸다. "방금 전까지 항구가 보였는데..."

아리엘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들이 있는 골목은 점점 더 안개가 짙어지고 있었고, 주변의 건물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아리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허리춤의 단검에 손을 올렸다.

그때 안개 속에서 한 여성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그녀는 은빛 머리카락과 별빛처럼 반짝이는 파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긴 로브는 마치 시간의 흐름처럼 끊임없이 색이 변하고 있었다.

"아리엘 스톰." 여성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여러 시간대에서 동시에 울리는 것 같았다. "마침내 만나게 되었군요... 아니,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아리엘은 경계를 풀지 않은 채 물었다. "당신이 엘리아 문라이트인가요?"

여성은 미소지었다. "그렇습니다. 시간 마법사라고들 부르죠. 그리고 당신이 찾는 것을 도울 수 있을 것 같군요."

엘리아의 시선이 아리엘의 나침반으로 향했다. "그 나침반... 정말 존재했군요. 전설로만 들었는데."

아리엘은 나침반을 더 꽉 쥐었다. "이것에 대해 뭘 알고 있나요?"

엘리아는 한 걸음 다가왔다. "그것은 단순한 나침반이 아닙니다. 시간의 흐름을 가리키는 유물이죠. 크로노스 섬으로 향하는 길을 알려주는 유일한 열쇠입니다."

그녀는 아리엘의 손목 문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문신...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증거죠."

아리엘은 혼란스러웠다. "내가 누구라는 거죠?"

엘리아는 대답하려다 말고 갑자기 주변을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세레나의 부하들이 우리를 찾고 있어요. 제 집으로 가시죠. 거기서 더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엘리아를 따라 미스트 헤이븐의 높은 탑으로 향했다. 탑은 마치 시간의 흐름 속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일부는 고대의 석조 건축물 같았고, 또 다른 부분은 아직 지어지지 않은 듯 반투명했다.

탑 내부는 책과 두루마리, 시계와 별자리 지도로 가득했다. 벽면에는 아리엘이 이해할 수 없는 고대 문자로 가득한 문서들이 붙어 있었다.

"이곳은 제가 시간의 흐름을 연구하는 공간입니다." 엘리아가 설명했다. "미스트 헤이븐에서 유일하게 시간이 일정하게 흐르는 곳이기도 하죠."

아리엘은 벽면의 문서들을 바라보았다. "이 문자들... 읽을 수 있나요?"

엘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로노스 섬의 고대 문자입니다. 제 가문은 대대로 이 문자를 연구해왔어요."

그녀는 책장에서 오래된 책 한 권을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책에는 아리엘의 나침반과 똑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시간의 나침반." 엘리아가 말했다. "크로노스 섬의 시간 수호자들이 사용하던 도구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크로노스 섬의 위치를 찾아내죠."

아리엘은 자신의 나침반을 바라보았다. 바늘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어떤 일정한 방향을 가리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떻게 사용하는 건가요?" 아리엘이 물었다.

엘리아는 아리엘의 손목 문신을 가리켰다. "당신의 혈통이 열쇠입니다. 그 문신은 크로노스 섬의 왕가 혈통을 나타내는 표식이에요."

아리엘은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핀은 조용히 그녀의 옆에 서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말이에요? 내가... 왕가의 혈통이라고요?" 아리엘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엘리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설에 따르면, 크로노스 섬이 위험에 처했을 때 마지막 공주가 안갯바다 밖으로 보내졌다고 합니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기억을 가렸고, 성장한 후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찾아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죠."

아리엘은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항상 단편적이고 흐릿했다. 그녀는 자신이 해적 선원들 사이에서 자랐다고만 알고 있었다.

"그럼 내 부모는..." 아리엘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엘리아는 슬픈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크로노스 섬의 마지막 수호자들이었습니다. 당신의 아버지 데이비드 스톰은 안갯바다에서 온 항해사였고, 어머니는 크로노스 섬의 공주였죠. 그들은 사랑에 빠져 결혼했고, 당신이 태어났습니다."

핀이 갑자기 앞으로 나섰다. "그럼 아리엘은 크로노스 섬으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인가요?"

엘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만이 나침반을 사용할 수 있고, 크로노스 섬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안갯바다의 시간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리엘은 자신의 손목 문신을 바라보았다. 문신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미약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 아버지가 크로노스 섬을 찾아 떠난 이유가... 나를 찾기 위해서였나요?" 아리엘이 물었다.

엘리아는 망설였다. "부분적으로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을 거예요. 안갯바다의 시간 왜곡은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크로노스 섬의 시간의 심장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신호죠. 당신의 아버지는 그것을 바로잡으려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 갑자기 탑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통해 미스트 헤이븐의 항구 쪽을 바라보니, 검은 돛을 단 거대한 배가 타임리스호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블랙 타이드..." 엘리아가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세레나 블랙우드의 배입니다."

아리엘은 재빨리 일어섰다. "서둘러야 해! 내 선원들이 위험해!"

그들은 서둘러 탑을 나와 항구로 향했다. 미스트 헤이븐의 거리는 이제 혼란에 빠져 있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질려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세레나의 부하들로 보이는 해적들이 거리를 수색하고 있었다.

항구에 도착했을 때, 블랙 타이드호는 이미 타임리스호 옆에 정박해 있었다. 두 배의 선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타임리스호의 갑판에는 토비아스가 서 있었고, 블랙 타이드호에는 검은 코트를 입은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의 긴 검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휘날렸고, 날카로운 황금빛 눈은 마치 맹수처럼 타임리스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세레나 블랙우드..." 아리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레나는 갑판 난간에 서서 확성기를 들고 외쳤다. "아리엘 스톰! 나와서 대면하라! 네가 가진 나침반을 내놓으면 너와 네 선원들을 살려주겠다!"

아리엘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엘리아와 핀을 바라보았다. "당신들은 여기 있어요. 내가 처리할게요."

엘리아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조심하세요. 세레나는 위험한 여자입니다. 그녀도 크로노스 섬과 그 힘을 찾고 있어요."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항구를 가로질러 타임리스호로 향했다. 그녀가 배에 오르자 선원들이 안도의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선장님, 그들이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토비아스가 급하게 말했다. "세레나는 당신을 찾고 있어요. 나침반을 원한다고 합니다."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갑판 난간으로 나아갔다. 그녀는 세레나와 눈을 마주쳤다.

"내가 아리엘 스톰이다!" 아리엘이 큰 소리로 외쳤다. "내 배와 선원들을 위협하는 이유가 뭐지?"

세레나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스톰의 딸... 마침내 만나는군. 네가 가진 나침반을 원해. 그것은 네 것이 아니야."

"이 나침반은 내 것이야." 아리엘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넌 절대 가질 수 없어."

세레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럼 힘으로 빼앗아야겠군!"

그녀는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고, 블랙 타이드호의 선원들이 일제히 타임리스호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아리엘의 선원들도 재빨리 무기를 들고 방어 태세를 갖췄다.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칼과 총의 소리가 항구에 울려 퍼졌다. 아리엘은 단검을 꺼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해적들과 맞서 싸웠다. 그녀의 움직임은 빠르고 정확했다. 해적 선장으로서 수많은 전투를 겪어온 그녀는 쉽게 적들을 물리쳤다.

하지만 세레나의 부하들은 계속해서 밀려들었고, 타임리스호의 선원들은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아리엘은 토비아스가 세 명의 해적에게 둘러싸인 것을 보고 그를 돕기 위해 달려갔다.

그때 세레나가 직접 타임리스호로 뛰어올랐다. 그녀는 긴 검을 들고 아리엘을 향해 돌진했다.

"나침반을 내놔!" 세레나가 외쳤다.

두 여성 사이의 검투가 시작되었다. 세레나의 공격은 강력하고 빨랐지만, 아리엘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들은 갑판을 오가며 치열하게 싸웠다.

"왜 그렇게 나침반을 원하는 거지?" 아리엘이 세레나의 공격을 막아내며 물었다.

세레나의 눈에 분노가 번뜩였다. "그것은 크로노스 섬으로 가는 열쇠야. 내가 15년간 찾아온 것이지!"

"크로노스 섬에서 뭘 원하는데?" 아리엘이 다시 물었다.

"시간의 심장!" 세레나가 외쳤다. "그것만이 과거를 바꿀 수 있어!"

아리엘은 세레나의 공격을 피하다 갑판 난간 쪽으로 밀렸다. 그녀는 위기에 처했음을 느꼈다. 그때 그녀의 손목 문신이 갑자기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고, 나침반도 함께 반응했다.

아리엘은 본능적으로 나침반을 꽉 쥐었고, 그 순간 주변의 시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세레나와 그녀의 부하들, 심지어 아리엘의 선원들까지 마치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려졌다.

아리엘만이 정상적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세레나의 검을 쳐냈고, 그녀를 갑판 위에 넘어뜨렸다.

시간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아리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레나는 갑판에 누워 충격받은 표정으로 아리엘을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 세레나가 중얼거렸다.

아리엘도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침반의 힘을 통해 시간을 일시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물러나." 아리엘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면 다음번에는 시간을 완전히 멈추게 할지도 몰라."

세레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과 동시에 욕망이 번뜩였다. "네가 정말 그녀로군... 크로노스 섬의 마지막 공주."

그녀는 한 걸음 물러섰다. "오늘은 물러나겠어.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야, 아리엘 스톰.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날 거야."

세레나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신호를 보냈고, 그들은 서둘러 블랙 타이드호로 돌아갔다. 배는 곧 항구를 떠나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위기가 지나간 후, 아리엘은 엘리아와 핀이 항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을 타임리스호로 초대했다. 그들은 선장실에 모여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했다.

"세레나가 물러난 것은 일시적일 뿐입니다." 토비아스가 말했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아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가 먼저 크로노스 섬을 찾아야 해."

그녀는 엘리아를 바라보았다. "우리와 함께 가주겠어요? 당신의 지식이 필요해요."

엘리아는 미소지었다. "물론이죠. 크로노스 섬의 비밀을 해독하는 것은 제 평생의 꿈이었어요."

아리엘은 토비아스에게 눈을 돌렸다. "토비, 너는 내 아버지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니? 왜 이제야 말해주는 거야?"

토비아스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당신의 아버지는 제게 약속하게 했어요. 당신이 준비될 때까지 진실을 말하지 말라고요. 그는 크로노스 섬을 찾아 떠나기 전, 당신을 저에게 맡겼습니다. '그녀가 나침반을 찾으면, 그때가 그녀가 진실을 알 때'라고 말했죠."

그는 아리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당신의 아버지는 크로노스 섬의 시간의 심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떠났습니다. 그는 그것이 불안정해지면 안갯바다 전체가 시간의 혼돈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어요. 그리고... 당신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서였죠."

아리엘은 충격을 받았다. "내 어머니? 그녀는 살아있어?"

토비아스는 슬프게 미소지었다. "우리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아버지는 그녀가 크로노스 섬에 갇혔다고 믿었어요. 시간의 흐름 속에..."

아리엘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미스트 헤이븐의 안개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나침반을 바라보았다. 바늘이 이제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 깊은 안갯바다의 미지의 영역을 향해.

"우리는 내일 아침에 출발한다." 아리엘이 결심한 듯 말했다. "크로노스 섬을 찾아서, 내 부모님의 운명을 알아내고, 안갯바다의 시간 왜곡을 바로잡을 거야."

핀이 조용히 물었다. "그리고 당신의 운명은요? 오블리비온이 되지 않기 위해?"

아리엘은 놀라서 핀을 바라보았다. "오블리비온? 그게 누구야?"

핀은 창백해졌다. "저...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갑자기 떠올랐어요."

엘리아가 긴장된 표정으로 핀을 바라보았다. "오블리비온... 시간의 저주를 받은 자의 이름이에요. 크로노스 섬의 전설에 나오죠."

방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리엘은 자신의 앞에 놓인 운명의 무게를 느꼈다. 그녀는 이제 단순한 해적 선장이 아니었다. 그녀는 크로노스 섬의 공주였고, 시간의 수호자였으며, 안갯바다의 운명을 결정할 열쇠를 쥐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함께 할 거야." 아리엘이 마침내 말했다. "운명이 어떻게 흘러가든, 내가 그것을 만들어갈 거야."

창밖으로, 안갯바다의 영원한 안개 속에서 별들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여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크로노스 섬을 향한, 시간과 운명을 가로지르는 여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