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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5**

봄이 무르익은 대학 캠퍼스는 연둣빛 새순들로 가득했다. 개강 한 달이 지나자 학생들은 각자의 일상에 익숙해지며 캠퍼스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엘리오와 엘리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조금씩 인정하며 가까워지고 있었다.

캠퍼스 카페 '스타더스트'는 오후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창가 자리가 인기였다. 엘리오는 그 자리 중 하나를 차지하고 엘리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하얀 머리카락 몇 가닥이 섞여 있었지만, 그는 긴 앞머리로 그것을 가리려 노력했다. 창밖을 바라보며 시간 능력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그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엘리나가 들어왔다. 햇살을 받아 빛나는 그녀의 갈색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내려왔고, 가볍게 걸을 때마다 물결처럼 흔들렸다. 소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고, 그 미소는 엘리오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었다. 그녀는 연한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녀의 우아한 무용수 체형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기다렸어?" 엘리나가 테이블에 앉으며 물었다.

엘리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방금 왔어."

사실 그는 3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나와의 만남을 위해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오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의 시간 능력과 엘리나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 무용 연습은 어땠어?" 엘리오가 물었다.

엘리나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 좋았어! 교수님이 내 동작에 만족하셨대. 기말 공연에서 솔로 파트를 맡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정말? 축하해!" 엘리오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는 엘리나가 춤을 출 때의 모습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녀의 몸은 마치 음악과 하나가 되어 흐르는 물처럼 유연하게 움직였다. 그 모습은 너무 아름다워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카페 문이 열리고 마크가 들어왔다. 그의 완벽하게 정돈된 금발 머리카락과 값비싼 캐시미어 스웨터는 다른 학생들과 그를 구분짓게 했다. 마크의 날카로운 눈빛이 엘리오와 엘리나를 발견하자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엘리오는 마크를 보는 순간 등줄기에 한기가 느껴졌다. 그는 마크가 엘리나에게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래에서 그는 마크의 차 안에서 엘리나가 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았다. 그 기억은 그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악몽이었다.

마크는 그들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엘리나,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 오늘 정말 예뻐 보여."

엘리나는 불편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마크."

"혹시 내일 있을 파티 소식 들었어? 베타 하우스에서 열리는 거. 무용과 학생들도 많이 온대." 마크는 엘리오를 완전히 무시한 채 엘리나에게만 말을 걸었다.

엘리오는 마크의 존재감에 압도되는 것을 느꼈다. 마크는 키가 크고 운동으로 다져진 체격에 부유한 가정 배경까지 갖추고 있었다. 반면 엘리오는 비록 잘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마크처럼 자신감 넘치지는 않았다. 그는 마크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무시하는 것에 분노를 느꼈지만, 감정을 억누르며 침착함을 유지했다.

"저기, 우리 지금 대화 중이었는데." 엘리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마크는 마치 그때서야 엘리오를 발견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오, 미안. 방해했나? 그런데 자네 머리가 왜 그래? 스트레스 때문에 백발이 생긴 건가?" 그의 목소리에는 조롱이 묻어 있었다.

엘리오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하얀 머리카락을 가렸다. 그는 마크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냥 유전적인 거야."

"흥미롭네." 마크는 다시 엘리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쨌든, 파티에 대해 생각해봐. 내가 데리러 갈게."

엘리나는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마워, 하지만 난 아직 모르겠어. 연습이 많아서..."

"연습 후에 갈 수도 있잖아. 내가 기다릴게." 마크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엘리오는 엘리나의 불편한 표정을 보았다. 그녀는 분명히 마크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직접적으로 거절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엘리오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엘리나는 이미 내일 나와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하기로 했어."

마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의 눈에서 분노가 번쩍였지만, 곧 미소로 감춰졌다. "그래? 아쉽네.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그는 엘리나의 어깨를 가볍게 쓰다듬고는 자리를 떠났다.

마크가 떠나자 테이블에는 불편한 침묵이 흘렀다. 엘리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해." 엘리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불편해 보여서 그랬어. 정말 내일 같이 공부하고 싶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괜찮아."

엘리나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엘리오. 마크는... 좋은 사람이긴 한데, 가끔 너무 집요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어."

'좋은 사람이라고?' 엘리오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마크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엘리나에게 설명할 수 없었다. 어떻게 미래에서 온 지식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녀가 믿어줄까? 엘리오는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교차하며 혼란스러웠다.

"사실 내일 같이 공부하면 좋을 것 같아." 엘리나가 말했다.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있잖아."

엘리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정말? 그럼 도서관에서 만날까?"

"좋아." 엘리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엘리나는 무용에 대한 열정을, 엘리오는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나누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은 풀리고 웃음이 늘어갔다.

카페에서 나온 후, 그들은 캠퍼스를 산책하기로 했다.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캠퍼스 중앙 광장에는 벚꽃이 만개해 분홍빛 꽃잎이 바람에 흩날렸다.

"여기 정말 아름답다." 엘리나가 감탄했다.

엘리오는 엘리나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떨어진 벚꽃 잎이 더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꽃잎을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엘리나는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이 마주쳤고,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엘리오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는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그때 갑자기 자전거를 탄 학생이 그들 옆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엘리나가 놀라 뒤로 물러서다 균형을 잃고 도로 쪽으로 비틀거렸다. 바로 그 순간,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오토바이가 보였다.

엘리오의 눈이 커졌다. 그는 엘리나가 위험에 처한 것을 즉시 알아차렸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엘리나는 도로로 넘어지고 있었고, 오토바이는 그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 사이의 거리는 불과 몇 미터. 엘리오는 달려가 그녀를 구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안돼!'

본능적으로 엘리오는 시간을 되돌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눈을 감고 모든 의식을 집중했다.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왔다. 마치 뜨거운 바늘이 뇌를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그의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엘리오는 포기하지 않았다. 엘리나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는 더 강하게 집중했고, 마침내 주변의 세계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소리가 멀어지고, 색채가 바래지며, 모든 것이 거꾸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엘리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들은 다시 벚꽃 나무 아래 서 있었다. 엘리나의 머리카락에 벚꽃 잎이 떨어져 있었고, 그는 방금 전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시간이 몇 분 전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여기 정말 아름답다." 엘리나가 다시 말했다.

엘리오는 혼란스러웠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그는 엘리나의 손을 잡고 "이쪽으로 가자"라고 말했다. 그는 그녀를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벤치로 이끌었다.

바로 그때, 자전거를 탄 학생이 지나갔고, 뒤이어 오토바이가 빠르게 달려갔다. 엘리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벚꽃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왜 갑자기 여기로 온 거야?" 그녀가 물었다.

엘리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여기서 보는 경치가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러나 시간을 되돌린 대가는 컸다. 엘리오는 갑자기 심한 두통을 느꼈다. 그의 시야가 흐려지고 다리에 힘이 빠졌다. 그는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엘리오? 괜찮아?" 엘리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엘리오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그냥 조금 어지러워서..."

엘리나는 그의 옆에 앉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 얼굴이 창백해. 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엘리오의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엘리오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져보았다. 그는 더 많은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을 되돌릴 때마다 그의 머리카락은 점점 더 하얗게 변했고, 그것은 그의 생명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였다.

"이게... 언제부터 이랬어?" 엘리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엘리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엘리나는 믿지 않는 듯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손을 뻗어 엘리오의 하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만졌다. "난 괜찮아 보이는데. 독특해."

엘리오는 그녀의 다정함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는 엘리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걱정과 함께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호기심? 아니면 더 깊은 감정?

"고마워." 그가 말했다.

그들은 잠시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벚꽃 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두 사람 주위로 분홍빛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네 목에 있는 그 별자리 문신... 특별한 의미가 있어?" 엘리오가 문득 물었다. 그는 엘리나의 목 왼쪽에 있는 작은 별자리 문신을 가리켰다.

엘리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문신을 만졌다. 그녀의 눈에 잠시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 "이건... 사실 문신이 아니야. 흉터야."

엘리오는 놀랐다. "흉터?"

엘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렸을 때 사고가 있었어. 내가 12살 때,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큰 사고가 났어. 난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목에 이 흉터가 남았어."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이 자꾸 물어봐서 별자리처럼 보이게 문신을 덧그렸어."

엘리오는 그녀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팠다. 그는 엘리나가 겪은 트라우마를 상상할 수 있었다. "많이 힘들었겠다."

"그 사고 이후로 부모님은 이혼하셨어. 아버지는 자신을 탓하셨고, 어머니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셨어." 엘리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이후로 난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두려워졌어. 누군가에게 너무 가까워지면 그 사람도 떠날까 봐..."

엘리오는 충동적으로 엘리나의 손을 잡았다. "난 떠나지 않을 거야."

엘리나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우리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그런 약속을 할 수 있어?"

엘리오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엘리나의 미래를 알고 있었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조금씩 희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그냥... 알아." 그가 마침내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순간이 흘렀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연결감이었다. 엘리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엘리오의 어깨에 기대었다.

"이상하게도 네 말을 믿을 것 같아." 그녀가 속삭였다.

그들은 한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벚꽃 잎이 계속해서 내리고, 멀리서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완벽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엘리오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불안감이 자라고 있었다. 그는 엘리나를 구하기 위해 시간을 되돌릴 때마다 자신의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는 것은 그 증거였다. 그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계속 시간을 되돌리면 내 수명은 얼마나 줄어들까? 하지만 엘리나를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서라면...'

엘리오는 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강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의 시야가 흐려지고, 귀에서는 이상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눈을 감고 고통을 참으려 했지만, 너무 강렬했다.

"엘리오?" 엘리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엘리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더 이상 벚꽃 나무 아래 있지 않았다. 그는 완전히 다른 장소에 있었다. 주변은 어둡고 안개가 자욱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검은 망토를 입은 인물이 서 있었다.

"엘리오 제임스 윌슨." 그 인물이 말했다. 목소리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넌 시간의 법칙을 어기고 있어."

엘리오는 혼란스러웠다. "당신은 누구죠?"

"나는 시간의 수호자다." 인물이 대답했다. "넌 시간을 되돌려 자연의 법칙을 방해하고 있어. 그것은 허용되지 않는 일이야."

엘리오는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럼 엘리나가 죽게 내버려 두라는 겁니까?"

시간의 수호자는 잠시 침묵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모든 생명에는 끝이 있다. 네가 그 질서를 방해하면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어."

"저는 상관없어요." 엘리오가 단호하게 말했다. "엘리나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시간의 수호자는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후드 아래 가려져 있었다. "넌 그 대가가 무엇인지 알고 있니? 네가 시간을 되돌릴 때마다, 네 생명의 일부가 소멸되고 있어. 그 하얀 머리카락은 네 수명이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야."

엘리오는 이미 그것을 의심하고 있었지만, 직접 확인하니 충격이었다. "그렇다면... 제게 얼마나 시간이 남아있나요?"

"그건 네가 얼마나 자주, 얼마나 멀리 시간을 되돌리느냐에 달려 있어." 시간의 수호자가 말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한다면, 넌 젊은 나이에 노인처럼 죽게 될 거야."

엘리오는 그 말에 전율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괜찮아요. 엘리나가 안전하다면."

시간의 수호자는 고개를 저었다. "넌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시간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더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네가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되돌릴 때, 다른 곳에서는 균형을 맞추기 위한 희생이 필요해."

엘리오는 그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그가 엘리나를 구하면, 다른 누군가가 대신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는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경고하마, 엘리오 제임스 윌슨." 시간의 수호자가 말을 이었다. "네가 시간을 계속 조작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네 생명뿐만 아니라, 네가 지키려는 그 사람까지."

그 말을 끝으로 시간의 수호자는 안개 속으로 사라졌고, 엘리오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엘리오! 엘리오!" 엘리나가 그의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괜찮아? 갑자기 정신을 잃은 것 같았어."

엘리오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벚꽃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가 경험한 것은 꿈이 아니었다. 그것은 너무 생생했고, 그의 가슴에 남긴 공포는 너무 실제적이었다.

"미안해, 잠깐 어지러웠어." 그가 말했다.

엘리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을까? 네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아 보여."

엘리오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정말이야. 그냥 조금 피곤한 것 같아."

엘리나는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표정이었지만,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 "그럼 오늘은 이만 헤어지는 게 좋겠다. 넌 쉬어야 할 것 같아."

엘리오는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시간의 수호자와의 만남으로 인해 혼란스러웠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들은 함께 캠퍼스를 가로질러 엘리나의 기숙사까지 걸어갔다. 엘리오는 그녀가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기숙사 앞에 도착하자, 엘리나가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 즐거웠어, 엘리오. 내일 도서관에서 만나자."

엘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일 봐."

엘리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빠르게 엘리오의 뺨에 키스를 했다. 그녀의 입술이 닿은 곳이 화끈거렸다. "푹 쉬어." 그녀가 말한 후 기숙사로 들어갔다.

엘리오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엘리나가 사라진 문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은 기쁨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엘리나에게 점점 더 깊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지만, 동시에 시간의 수호자의 경고가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내가 시간을 되돌릴 때마다 내 생명이 줄어든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있을까? 그리고 정말 다른 곳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희생이 필요할까?'

이런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을 채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그는 엘리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의 생명이 줄어든다 해도, 그녀가 안전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엘리오는 자신의 기숙사로 향하며 결심했다. 그는 시간 능력에 대해 더 많이 알아내야 했다. 도슨 교수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엘리나를 마크로부터 보호해야 했다. 그는 마크가 엘리나에게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위험이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예측할 수 없었다.

해가 지고 캠퍼스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며 길을 밝혔다. 엘리오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 섰다.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제 그의 머리카락 중 상당 부분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것은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보였다.

엘리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엘리나를 위해서라면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가 침대에 누웠을 때, 창밖으로 별이 빛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특히 밝게 빛났다. 마치 엘리나의 별자리 문신처럼.

'내일은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엘리오는 생각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난 엘리나를 지킬 거야. 내 생명을 걸고서라도.'

그 결심과 함께, 엘리오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의 꿈 속에서, 시간의 수호자가 다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