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4**
엘리오는 도서관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 시간 이론과 평행우주에 관한 책들을 쌓아둔 채 열심히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봄날의 햇살이 책장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간간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릴 때마다 하얗게 변한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그의 손가락 사이로 보였다.
'이게 꿈이 아니라면... 내가 정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건가?'
엘리오는 책에 적힌 양자 얽힘 이론과 시공간의 왜곡에 관한 문단을 손가락으로 따라 읽으며 생각했다. 학문적 호기심으로 시작한 연구였지만, 이제는 자신의 생존과 엘리나의 안전이 걸린 문제였다.
그때, 누군가 그의 테이블 앞에 서는 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엘리나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햇살을 등진 그녀의 실루엣은 마치 빛의 아우라에 둘러싸인 듯했다.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창백한 피부는 도서관의 노란 조명 아래 더욱 도자기처럼 빛났다.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엘리나가 책상 위에 놓인 책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펴보며 물었다.
엘리오는 당황하여 재빨리 시간 이론에 관한 책을 다른 책 아래로 숨겼다. "그냥... 물리학 과제야. 도슨 교수님 수업 관련해서."
"와, 정말 어려워 보인다." 엘리나가 의자를 끌어당겨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나도 여기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같이 해도 될까?"
엘리오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공기가 달라지는 것 같았다. "물론이지."
엘리나는 가방에서 무용 이론 책과 노트를 꺼내 책상 위에 펼쳤다. 그녀가 책을 펼치는 동안, 엘리오는 그녀의 목덜미에 있는 별자리 모양의 문신을 발견했다.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그 문신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문신... 특별한 의미가 있어?" 엘리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엘리나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목덜미로 향했다. "이거? 어렸을 때 사고로 생긴 흉터를 가리기 위한 거야." 그녀의 목소리에 슬픔이 배어 나왔다. "열두 살 때 교통사고가 있었어. 의사들은 내가 살 확률이 거의 없다고 했지만, 기적적으로 회복됐어."
엘리오는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그녀의 과거에 대한 모든 정보가 퍼즐 조각처럼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 부모님이 이혼하셨어." 엘리나가 계속해서 말했다. "아버지는 사고의 책임이 어머니에게 있다고 생각하셨거든.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가 데리러 오기로 했는데 늦으셨거든."
엘리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참았다. 대신 진심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 힘들었겠다."
"그래서 깊은 관계가 좀 무서워." 엘리나가 작은 목소리로 고백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었다가 다시 상처받는 게 두려워. 특히 부모님처럼... 서로 사랑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원수처럼 변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
도서관의 조용한 공간에 그들의 숨소리만 가득했다. 엘리오는 그녀의 이야기가 자신의 가슴 깊은 곳을 건드리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그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 엘리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를 잃었어. 자살이었는데... 내가 그 징후를 알아채지 못했어. 내가 그날 밤 그의 전화를 받았더라면, 혹은 그의 우울증 신호를 더 빨리 알아챘더라면..."
엘리오의 목소리가 떨렸다. 엘리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고, 그 온기가 엘리오의 차가운 손을 감싸안았다.
"네 잘못이 아니야."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까지 다 알 수는 없어."
엘리오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순간, 그들 사이에 무언가 특별한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을 느꼈다.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조용한 약속 같은 것.
도서관의 창문 너머로 석양이 지기 시작했고, 그들은 각자의 공부에 집중했다. 때때로 시선이 마주치면 미소를 교환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고, 도서관이 곧 문을 닫는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벌써 이렇게 늦었네." 엘리나가 책을 덮으며 말했다. "같이 공부하니까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것 같아."
'시간...' 엘리오는 그 단어에 가슴이 조여왔다. 그에게 시간은 이제 단순한 개념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조작할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생명을 지불해야 하는 무언가였다.
"배가 고픈데, 학생 식당에 가볼까?" 엘리나가 제안했다.
엘리오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녀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자 거절할 수 없었다.
"좋아, 가자."
그들은 책을 가방에 넣고 도서관을 나섰다. 캠퍼스는 이미 어둠에 잠겨 있었고, 가로등만이 그들의 길을 비추고 있었다. 봄밤의 차가운 공기가 그들을 감쌌다.
식당으로 가는 길, 엘리오는 문득 불안감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엘리나를 보호하려는 듯 그녀의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섰다.
"왜 그래?" 엘리나가 그의 표정 변화를 알아차리고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엘리오는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식당에 도착해 음식을 받아 자리에 앉았을 때, 엘리오는 창가 너머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의 등줄기로 한기가 흘렀다.
"엘리오, 너 정말 괜찮아?" 엘리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요즘 좀 창백해 보여. 그리고..." 그녀는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네 머리카락... 일부가 하얗게 변한 것 같아."
엘리오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카락을 만졌다. 더 많은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 이거... 스트레스 때문인가 봐. 기말고사 준비하느라."
엘리나는 그의 설명을 완전히 믿지는 않는 듯했지만, 더 추궁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화제를 바꿨다. "이번 주말에 무용과에서 작은 공연이 있어. 와서 볼래?"
"물론이지." 엘리오가 즉시 대답했다. 그녀의 춤을 보는 것은 언제나 특별한 경험이었다. 엘리나가 춤을 출 때면 마치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다.
그들이 식사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엘리나가 갑자기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저기 봐, 오리온자리." 그녀가 별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 문신이 바로 저 별자리야."
엘리오는 그녀가 가리키는 별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그녀의 목에 있는 문신과 하늘의 별자리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더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
"별들은 우리에게 뭔가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아." 엘리나가 속삭였다. "가끔 꿈에서 별들이 나에게 이야기를 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내가 특별한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엘리오는 그녀의 말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녀도 뭔가를 느끼고 있는 것일까? "전혀 이상하지 않아." 그가 진심으로 말했다. "나도... 가끔 그런 느낌이 들어.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닌 것 같다는."
엘리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이해와 공감, 그리고 뭔가 더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네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거구나."
그들의 시선이 길게 이어졌다. 엘리오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자신의 시간 능력에 대해, 그녀가 미래에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그리고 그가 얼마나 그녀를 지키고 싶은지에 대해.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내일 수업에서 보자." 엘리나가 그의 생각을 깨뜨리며 말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가볍게 그의 뺨에 키스했다. "오늘 같이 공부해서 즐거웠어."
엘리오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그녀가 기숙사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뺨은 그녀의 입술이 닿았던 자리가 여전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기숙사로 돌아온 엘리오는 방 안의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이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많아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불과 몇 주 전보다 피부에 미세한 주름이 생긴 것 같았고, 눈 밑에는 피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내가 시간을 조금이라도 되돌릴 때마다 이렇게 노화가 진행되는 건가?' 엘리오는 자신의 상태를 걱정하며 생각했다.
그때, 룸메이트 조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야, 오늘 늦었네. 도서관에서..." 말을 하던 조가 갑자기 멈춰 섰다. "엘리오, 너 머리가 왜 그래? 그냥 염색한 거야?"
엘리오는 거울에서 시선을 돌려 조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언젠가는 조에게도 진실을 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아." 그가 대답했다. "곧 괜찮아질 거야."
조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알았어. 근데 오늘 뭐 특별한 일 있었어? 왠지 기분 좋아 보이는데."
엘리오는 미소를 지었다. 엘리나와의 시간이 떠올랐다. "그냥... 좋은 사람과 시간을 보냈어."
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하, 그 무용과 여학생이구나. 엘리나, 맞지?"
엘리오는 대답 대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천장을 바라보며 그는 오늘의 대화를 되새겼다. 엘리나의 사고, 부모의 이혼, 그리고 그녀가 느끼는 특별한 운명에 대한 이야기. 모든 것이 퍼즐 조각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녀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엘리오는 고민했다. '내 능력으로 그녀를 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대가는...?'
그날 밤, 엘리오는 악몽에 시달렸다. 꿈에서 그는 다시 병원 응급실에 있었고, 의사들이 엘리나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었다. 그저 무력하게 그녀의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구해줘..." 엘리나의 목소리가 꿈속에서 메아리쳤다.
엘리오는 식은땀을 흘리며 벌떡 일어났다. 방은 여전히 어두웠고, 조는 평화롭게 자고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물 한 잔을 마시고, 창가로 다가갔다.
밤하늘에는 여전히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특히 오리온자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엘리나의 문신과 동일한 별자리. 그는 문득 자신이 시간을 되돌렸을 때 느꼈던 그 이상한 감각을 떠올렸다. 마치 별들이 그를 인도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확실해졌어. 내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건.' 엘리오는 결심했다. '그리고 이 능력으로 엘리나를 지킬 거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누웠지만,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질문들이 맴돌았다. 왜 하필 자신에게 이런 능력이 생긴 것인지, 엘리나의 별자리 문신은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얽혀 있는지.
다음 날 아침, 엘리오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도슨 교수의 연구실로 향했다. 그는 교수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해야 했다. 시간 이론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혹시 교수가 시간 능력에 대해 알고 있는지도 조심스럽게 알아보고 싶었다.
연구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엘리오는 안에서 나오는 낮은 목소리를 들었다. 도슨 교수가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었다.
"그 학생이 능력을 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슨 교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엘리나와도 접촉했습니다."
"위험합니다." 다른 목소리가 대답했다. "크로노스 코퍼레이션이 이미 그들을 감시하고 있어요. 특히 엘리나의 별자리 문신에 관심이 많습니다."
엘리오는 충격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도슨 교수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엘리나의 문신이 중요하다는 것, 더욱이 그들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그는 조용히 문에서 물러났다. 지금은 더 많은 정보를 모아야 할 때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엘리나를 보호해야 했다.
캠퍼스를 걸으며 엘리오는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자신과 엘리나가 단순한 대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더 큰 무언가의 일부였고, 그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물리학 강의실로 향하는 길에, 엘리오는 문득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평범한 학생들만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부터 더 조심해야 해.' 엘리오는 생각했다. '그리고 엘리나에게 진실을 말해야 할 때가 곧 올 거야.'
강의실에 들어서자 엘리오는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봄날의 햇살이 캠퍼스를 비추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다가올 폭풍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더 잘 이해하고 통제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엘리나를 지켜야 했다.
그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을 만졌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의 대가는 자신의 수명이었다. 그것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엘리나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그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떤 희생이 필요하더라도, 나는 그녀를 지킬 거야.'
그의 결심은 확고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이용해 엘리나를 구할 것이다. 그것이 그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라고 느꼈다.
도슨 교수가 강의실에 들어오자 학생들이 조용해졌다. 엘리오는 교수의 눈빛이 잠시 자신에게 머무는 것을 느꼈다. 그 눈빛에는 걱정과 함께 뭔가 다른 감정이 담겨 있었다. 마치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묵직한 이해 같은 것.
강의가 시작되었고, 엘리오는 노트에 필기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시간과 운명, 그리고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어떻게 그와 엘리나의 이야기를 형성해 나갈지에 대해.
창밖으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가 그의 시선을 끌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그 새처럼, 엘리오도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운명은 엘리나와 함께 엮여 있으며, 그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이 하나둘 강의실을 빠져나갈 때, 도슨 교수가 그를 불렀다.
"엘리오, 잠시 시간 있나?"
엘리오는 천천히 교수에게 다가갔다. 이것이 그가 기다려온 순간일지도 모른다. 진실을 알게 될 순간.
"교수님, 시간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엘리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특히... 시간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요."
도슨 교수의 눈이 잠시 놀라움으로 커졌다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내 연구실로 오게. 우리가 나눠야 할 이야기가 많아 보이는군."
엘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교수를 따라 나섰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위안이 되는 동시에, 더 큰 책임감을 의미했다.
연구실로 향하는 복도를 걸으며, 엘리오는 창밖으로 무용과 건물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곳 어딘가에 엘리나가 있었다. 그녀는 아마도 우아하게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별자리 문신이 빛나고, 그녀의 운명이 조금씩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기다려, 엘리나. 내가 널 지킬게.' 엘리오는 마음속으로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은 그의 존재 전체를 통해 울려 퍼졌다. 마치 시간 자체가 그의 결심을 듣고 승인하는 것처럼.
도슨 교수의 연구실 문이 닫히고, 엘리오는 자신의 운명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는 준비되어 있었다. 어떤 희생이 필요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