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
봄바람이 대학 캠퍼스를 가볍게 스치는 저녁, 신입생 환영 파티가 열리는 학생회관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화려한 조명이 번쩍이는 홀 한쪽에 서 있던 엘리오는 불편한 듯 셔츠 칼라를 만지작거렸다. 그의 까만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날렵한 턱선과 깊은 눈매는 주변 여학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그의 마음은 이런 사교적인 자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봐, 엘리오! 그냥 구석에 처박혀 있을 거야?"
룸메이트 조가 두 잔의 펀치를 들고 다가왔다. 조는 엘리오와 달리 사교성이 넘치는 성격으로, 벌써 여러 신입생들과 인사를 나눈 듯했다. 그의 밝은 미소와 활기찬 목소리는 언제나 주변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난 이런 파티 별로 안 좋아해." 엘리오가 마지못해 펀치를 받아들며 대답했다.
"알아, 알아. 천재 물리학도는 파티보다 양자역학이 더 재밌지." 조가 장난스럽게 그의 어깨를 툭 쳤다. "하지만 대학 생활은 책만 읽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특히 오늘 무용과 신입생들의 공연이 있는데, 놓치면 정말 후회할 거야."
엘리오는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학생회관은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신입생들은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표정으로 서로를 탐색하고 있었고, 선배들은 여유로운 태도로 신입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군중 속에서 항상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는 '천재 수학 소년'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고, 그것이 그를 다른 학생들과 분리시켰다.
"잠깐만, 공연이 시작하는 것 같아!" 조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무대 조명이 어두워지고, 스포트라이트가 중앙을 비추기 시작했다. 관객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고, 모두의 시선이 무대로 향했다. 엘리오도 무심코 시선을 무대로 돌렸다.
그 순간, 그의 세계가 멈춘 것 같았다.
무대 중앙에 한 여학생이 서 있었다. 길고 우아한 목선, 가녀린 어깨, 그리고 달빛처럼 창백한 피부를 가진 그녀는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처럼 보였다.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깊은 바다를 닮은 푸른 눈동자는 관객을 향해 있었지만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했다.
음악이 시작되고, 그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은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처럼 유연하게 흐르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슬픔, 기쁨, 그리고 갈망이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에 담겨 있었다. 엘리오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숨조차 쉬지 못하고 그녀의 춤을 바라보았다.
'내가 그녀를 알고 있어.' 갑자기 그의 마음속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어.'
하지만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여학생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데자뷰가 그를 덮쳤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녀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 그녀의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엘리나야. 엘리나 소피 테일러." 조가 엘리오의 귓가에 속삭였다. "무용과 신입생 중에서도 특별한 장학생이래. 춤 실력이 엄청나다고 소문났어."
엘리나. 그 이름이 엘리오의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왜 이 이름이 이토록 친숙하게 느껴지는지, 왜 그녀의 춤이 그의 영혼을 이렇게 강하게 흔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홀을 가득 채웠다. 엘리나는 우아하게 인사를 하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엘리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방금 본 광경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가서 인사해볼래?" 조가 제안했다. "네가 그녀에게 완전히 매료된 것 같은데."
엘리오는 머뭇거렸다. 평소의 그라면 절대 낯선 여학생에게 다가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밤, 그는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 그녀를 만나야 한다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강한 충동이었다.
"어... 그래, 잠깐 인사만 할게."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조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와, 정말로 그러겠다고?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엘리오는 대답 대신 펀치 잔을 조에게 건네고 무대 쪽으로 향했다.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 그는 여자들과 대화하는 데 능숙한 타입이 아니었다. 물리학 공식이나 수학 문제는 쉽게 풀 수 있었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은 항상 그에게 난제였다.
무대 뒤로 향하는 복도에서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냥 돌아가는 게 낫겠어.' 그는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복도 저편에서 엘리나가 나타났다. 그녀는 공연 의상을 벗고 간단한 청바지와 흰색 블라우스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어깨 위로 자유롭게 흘러내리고 있었고, 얼굴에는 여전히 공연의 흥분이 남아 있었다.
엘리오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엘리나는 그를 발견하고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이상하게도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엘리오의 머릿속에 갑자기 끔찍한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엘리나, 그녀의 창백한 얼굴, 그리고 심장 모니터의 단조로운 경고음. 그 이미지는 너무나 생생해서 그는 잠시 숨을 쉴 수 없었다.
"괜찮아요?"
엘리나의 목소리가 그를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그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 네... 괜찮아요." 엘리오는 간신히 대답했다. "그냥... 당신의 공연이 정말 인상적이어서요."
엘리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는 마치 어두운 방에 빛이 들어온 것처럼 그녀의 얼굴을 환하게 밝혔다.
"고마워요. 처음 보는 얼굴인데, 신입생이세요?"
"네, 물리학과 1학년이에요. 엘리오 제임스 윌슨이라고 합니다."
"엘리나 소피 테일러예요. 무용과 1학년이죠."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 "물리학이라... 정말 똑똑하신가 봐요."
엘리오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냥... 숫자와 공식이 좋아요."
"저는 숫자랑은 영 안 맞아요. 하지만 음악과 움직임,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좋아해요."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엘리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침묵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친구 사이의 편안한 침묵 같았다.
"저기, 혹시..." 엘리오가 용기를 내어 입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엘리나, 여기 있었구나."
키가 크고 잘생긴 남학생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는 비싼 디자이너 옷을 입고 있었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어딘가 차갑고 계산적인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마크." 엘리나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쪽은 엘리오라고, 물리학과 신입생이래."
마크는 엘리오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무관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 마크 앤드류 스미스야. 경영학과 3학년이지."
엘리오는 마크를 보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의 존재 자체가 위협적으로 느껴졌고, 특히 그가 엘리나를 바라보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그녀를 소유물처럼 대하는 듯한 태도였다.
"엘리나, 내가 예약해 둔 레스토랑에 가야 해." 마크가 말했다. "네 공연을 축하하기 위한 특별한 저녁이야."
엘리나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고마워, 마크. 하지만 오늘은 좀 피곤해서..."
"아, 제발." 마크가 그녀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이건 네 성공을 축하하기 위한 거야. 그리고 몇몇 중요한 사람들을 소개해 주고 싶어. 네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야."
엘리나는 여전히 망설이는 표정이었지만, 마크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잠깐만 가방 가지고 올게."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마크는 엘리오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들어봐, 신입생. 엘리나는 특별한 사람이야. 그녀에게 시간을 낭비하게 하지 마."
엘리오는 마크의 위협에 당황했지만, 이상하게도 그에게 맞설 용기가 솟아올랐다. "그건 엘리나가 결정할 일 아닐까요?"
마크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조심해, 꼬맹이. 너는 이 학교에서 누가 진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군."
엘리나가 가방을 들고 돌아오자 마크는 즉시 표정을 바꾸어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준비됐어? 가자."
엘리나는 떠나기 전에 엘리오에게 미소를 지었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엘리오. 다음에 또 봐요."
"네, 다음에 봐요." 엘리오는 간신히 대답했다.
마크는 엘리나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그녀를 데리고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리오의 가슴속에서 이상한 불안감이 솟아올랐다. 마치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엘리나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어땠어?" 조가 그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모르겠어." 엘리오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특별해."
"오, 이런. 첫눈에 반한 거야?" 조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엘리오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웃음을 거두었다. "무슨 일 있었어?"
"그냥... 이상한 느낌이 들어. 마치 그녀를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그 선배, 마크라는 사람...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아."
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크 스미스? 그는 학교에서 꽤 유명해. 부유한 가문 출신이고, 학생회에서도 영향력이 커. 하지만 여자 문제로 몇 번 소문이 있었지. 그를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엘리오는 생각에 잠겨 고개를 끄덕였다. 파티가 계속되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엘리나의 얼굴, 그녀의 춤, 그리고 그들이 눈을 마주쳤을 때 느꼈던 이상한 연결감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 좀 나갔다 올게." 그는 조에게 말했다.
"뭐? 파티가 이제 막 시작됐는데!"
"미안, 머리가 좀 아파서.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
조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일 봐."
엘리오는 학생회관을 빠져나와 캠퍼스의 어두운 산책로를 걸었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봄바람이 부드럽게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는 오늘 밤 일어난 일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엘리나를 보았을 때 느꼈던 강렬한 데자뷰, 그리고 그녀가 마크와 함께 떠났을 때 느꼈던 불안감.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기숙사에 도착한 엘리오는 방 불을 켜고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하얗게 변한 머리카락 한 줌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게 뭐지...?" 그는 떨리는 손으로 그 하얀 머리카락을 만졌다. 그것은 분명 염색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마치 하루아침에 노화가 진행된 것처럼 보였다.
엘리오는 혼란스러움과 공포를 느끼며 침대에 주저앉았다. 오늘 밤 일어난 모든 일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엘리나와의 만남, 마크의 위협, 그리고 이제 이 이상한 하얀 머리카락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그는 자문했다.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을까?'
창밖으로 보이는 별들이 그에게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오늘 밤, 그의 인생이 영원히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엘리나 소피 테일러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는 것.
엘리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웠다.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엘리나의 춤추는 모습이 맴돌고 있었다. 그녀의 우아한 움직임, 깊은 푸른 눈동자, 그리고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이상한 친밀감.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왜 그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했는지 알아내야 했다.
'내일, 모든 것을 알아내기 시작할 거야.' 그는 결심했다. '엘리나를 다시 만나고, 이 이상한 느낌의 정체를 파악해야 해.'
그날 밤, 엘리오는 엘리나가 차 안에서 마크와 다투는 꿈을 꾸었다. 차가 통제를 잃고 도로를 이탈하는 순간, 그는 땀에 젖은 채 잠에서 깨어났다.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
"그냥 꿈이야..." 그는 자신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는 것을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기억이었다. 미래에서 온 기억.
엘리오는 창가로 걸어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이 그에게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반짝였다. 그는 이 모든 것의 의미를 아직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는 엘리나를 지켜야 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창밖으로 새벽이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날, 새로운 시작. 엘리오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결심했다. 그는 이 수수께끼를 풀어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엘리나를 지킬 것이다.
그의 하얀 머리카락은 달빛 아래에서 은빛으로 빛났다. 그것은 시간과의 계약, 그리고 앞으로 그가 치러야 할 대가의 시작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