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3: 위험한 매력**
차가운 도심의 밤공기가 레이첼의 볼을 스치며 지나갔다. 고급 레스토랑 '라 메종'의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평소의 단단한 CEO와는 사뭇 달랐다. 어깨를 감싸는 짙은 자주색 실크 블라우스는 그녀의 창백한 피부와 대비되어 더욱 우아함을 자아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지난 일주일간의 불안이 깃들어 있었다.
회사에서 벌어진 공격 사건 이후, 레이첼은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어둠 속에서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그리고 그 순간 나타나는 에단의 모습. 그 기이한 속도와 힘. 현실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모든 것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레이첼은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에단이 그녀 앞에 서 있었다. 그의 검은 코트는 어깨에 내린 가벼운 빗방울로 반짝이고 있었다. 늘 완벽하게 정돈된 다크 브라운 헤어와 날카로운 턱선,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회색빛 눈동자는 레스토랑의 은은한 조명 아래 더욱 신비롭게 빛났다.
"괜찮아요. 방금 도착했어요." 레이첼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에단은 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치고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그의 움직임에는 묘한 우아함이 있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프로젝트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레이첼이 대화를 시작했다. 비즈니스 얘기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경환 팀장의 기술적 지원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에단이 와인 리스트를 살펴보며 대답했다. "오늘 저녁은 제가 추천해도 될까요?"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단이 웨이터를 불러 와인을 주문하는 동안, 그녀는 그를 관찰했다. 인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신감 넘치고 세련된 모습이었다. 그의 프랑스어 발음은 원어민처럼 완벽했고, 와인에 대한 지식도 전문가 수준이었다.
웨이터가 물러간 후, 에단은 레이첼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잘 지내셨나요? 회사에서... 그 일 이후로."
레이첼은 테이블 위의 촛불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 불꽃이 그녀의 갈색 눈동자에 반사되어 작은 별처럼 빛났다.
"솔직히 말하면, 잘 지내지 못했어요."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매일 밤 악몽을 꿔요.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나타날 수 있었는지..."
에단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의 눈에 잠시 경계심이 스쳐 지나갔다.
"운이 좋았던 거죠." 그가 말했다. "마침 근처에 있었고, 소리를 듣고 달려왔을 뿐입니다."
"정말 그런가요?" 레이첼이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은 제게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 에단."
그 순간 웨이터가 와인을 가져왔고, 두 사람 사이의 긴장된 공기는 잠시 흩어졌다. 에단은 와인을 시음한 후 고개를 끄덕였고, 웨이터는 두 사람의 잔에 루비색 액체를 따랐다.
"건배할까요?" 에단이 와인 잔을 들어 올리며 제안했다.
"무엇에 대해서요?" 레이첼이 물었다.
"진실과 신뢰에 대해서." 그가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레이첼은 잠시 망설이다가 잔을 들어 그의 것과 부딪혔다. 크리스탈 잔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그들 사이의 긴장을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대화는 비교적 안전한 주제들로 이어졌다. 회사 프로젝트, 업계 동향, 그리고 최근의 기술 발전에 대해. 에단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지식이 풍부했고, 레이첼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당신은 정말 인턴이 맞나요?" 디저트를 기다리며 레이첼이 물었다. "경험이 너무 풍부해 보여요."
에단은 미소를 지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봤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회사는... 특별해요. 제가 오랫동안 찾아온 것이죠."
"무슨 뜻이에요?"
에단이 대답하려는 순간, 그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었다. 그는 레스토랑 입구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무슨 일이에요?" 레이첼이 물었다.
"지금 바로 나가야 합니다." 에단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계산은 제가 미리 해놨어요.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뒷문으로 나가세요."
"뭐라고요? 왜—"
"제발, 레이첼." 그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저를 믿어주세요."
레이첼은 그의 눈에서 진심을 읽었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핸드백을 집어 들었다. 에단은 그녀의 팔을 살짝 잡고 레스토랑 뒤편으로 안내했다. 그들이 주방을 지나 뒷문으로 나가는 동안, 레이첼은 에단의 긴장된 자세와 주변을 경계하는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바깥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고, 가벼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레스토랑 뒤편의 좁은 골목은 희미한 가로등 하나만이 그들의 길을 비추고 있었다.
"이제 설명해 주실래요?" 레이첼이 물었다.
에단은 주변을 살폈다.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레스토랑에 들어올 때부터 느꼈습니다."
"누구요?"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에단이 망설였다. "당신을 해치려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요."
레이첼은 갑자기 오한을 느꼈다. 그것은 비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 차는 저쪽 주차장에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안돼요. 당신의 차는 이미 그들이 알고 있을 겁니다. 제 차를 타야해요."
에단은 레이첼의 손을 잡고 골목을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이 모퉁이를 돌았을 때, 레이첼은 뒤에서 발소리를 들었다. 누군가가 그들을 따라오고 있었다.
"서둘러요." 에단이 속삭였다.
그들은 골목을 빠져나와 한적한 거리로 나왔다. 에단은 주머니에서 자동차 키를 꺼내 근처에 주차된 검은색 아우디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레이첼은 뒤를 돌아보았고, 어둠 속에서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검은 실루엣을 보았다.
"에단!" 그녀가 경고했다.
에단은 재빨리 레이첼을 차 안으로 밀어넣고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그가 시동을 거는 순간, 검은 실루엣이 그들의 차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안전벨트 매세요." 에단이 말했다.
그는 가속 페달을 밟았고, 차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출발했다. 백미러를 통해 레이첼은 그들을 쫓던 인물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보았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위험에 처해 있어요, 레이첼." 에단이 도로에 집중하며 말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여기 있습니다."
"무슨 말이에요? 누가 나를 해치려 하는 거죠? 왜?"
에단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손가락이 핸들을 꽉 쥐었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당신이 2년 전 연쇄살인마 마커스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가 마침내 말했다.
레이첼은 충격으로 몸이 굳었다. 그녀의 과거에 대해 회사 내에서는 극소수만 알고 있었다.
"당신은 어떻게..."
"마커스가 돌아왔어요." 에단이 그녀의 질문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는 미완의 일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레이첼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2년 전의 끔찍한 기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어둠. 비명. 피. 그리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자신.
"어떻게 그걸 알죠?"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에단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어요. 하지만 당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임무라고요? 당신은 대체 누구예요?"
그들의 차는 이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주택가로 들어서고 있었다. 에단은 속도를 늦추고 레이첼을 향해 잠시 시선을 돌렸다.
"저를 믿어주세요, 레이첼." 그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당신의 안전이 제게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레이첼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에단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느꼈지만, 동시에 그가 많은 것을 숨기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당신의 아파트는 지금 안전하지 않아요." 에단이 말을 이었다. "오늘 밤은 제가 알고 있는 안전한 장소로 가야 합니다."
레이첼은 잠시 생각했다.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지만, 지금 상황에서 에단을 믿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어 보였다.
"좋아요."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하지만 내일 아침에는 모든 것을 설명해 주셔야 해요."
에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합니다."
차는 계속해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교외 지역으로 향했다. 레이첼은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2년 전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은 그 끔찍한 밤이 다시 그녀를 찾아온 것 같았다.
약 30분 후, 그들은 숲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별장 앞에 도착했다. 현대적인 디자인의 이 건물은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레이첼이 물었다.
"제 별장입니다." 에단이 차에서 내리며 대답했다. "아무도 이곳을 모릅니다. 당신은 여기서 안전할 거예요."
그는 레이첼의 문을 열어주고 그녀를 안으로 안내했다. 별장 내부는 미니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가구들로 꾸며져 있었다. 커다란 유리창은 숲의 전경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고, 벽난로에는 장작이 타오르고 있었다.
"마음에 드나요?" 에단이 물었다.
"인턴 월급으로 이런 곳을 유지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네요." 레이첼이 약간의 의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에단은 미소를 지었다. "투자를 잘했죠."
그는 주방으로 향했다. "커피 한 잔 어떠세요? 아니면 더 강한 것이 필요하신가요?"
"위스키가 있다면 좋겠네요." 레이첼이 대답했다. "오늘 밤 같은 날엔 필요할 것 같아요."
에단은 캐비닛에서 크리스탈 위스키 잔과 병을 꺼냈다. 그가 위스키를 따르는 동안, 레이첼은 거실을 둘러보았다. 책장에는 다양한 언어로 된 오래된 책들이 가득했다. 라틴어, 그리스어, 심지어 그녀가 식별할 수 없는 언어로 된 책들도 있었다.
"당신은 언어학자인가요?" 그녀가 책장을 가리키며 물었다.
"취미입니다." 에단이 위스키 잔을 건네며 대답했다. "오래된 언어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요."
그들은 벽난로 앞의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불빛이 그들의 얼굴에 따뜻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제 설명해 주실래요?" 레이첼이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 "마커스가 어떻게 돌아왔는지, 그리고 당신이 어떻게 그것을 알게 되었는지."
에단은 자신의 잔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동자에 불빛이 반사되어 마치 내면에 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마커스는 죽지 않았어요."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경찰은 그가 도주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다른 이름으로, 다른 모습으로."
"그걸 어떻게 알죠?"
"저는... 그를 오랫동안 추적해왔습니다."
"FBI인가요?" 레이첼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아니요." 에단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독립적으로 일합니다."
"사설 탐정이라고요?"
"그렇게 부를 수도 있겠네요." 그가 미소지었지만, 그 미소는 눈까지 도달하지 않았다.
레이첼은 그의 대답에 만족하지 않았지만, 일단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마커스가 왜 나를 노리는 거죠? 2년 전에 그는 나를 죽이지 않았어요. 다른 모든 사람들은 죽였지만, 나는 살려뒀죠. 왜죠?"
에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그에게 특별해요, 레이첼. 당신의 혈액이..."
그의 말이 끊겼다. 에단은 갑자기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의 눈이 현관문을 향했다.
"무슨 일이에요?" 레이첼이 불안하게 물었다.
"조용히 해요." 에단이 속삭였다. "누군가 왔어요."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조용히 문 쪽으로 다가갔다. 레이첼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에단이 문 앞에 서자, 갑자기 큰 소리와 함께 문이 부서지며 열렸다.
어둠 속에서 한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그는 천천히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가로등 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자, 레이첼은 숨을 멈췄다.
마커스였다.
"오랜만이야, 레이첼." 그가 미소지었다. 그의 미소는 차갑고 잔인했다. "그리고 에단, 우리의 게임에 끼어들어서 고마워."
에단은 레이첼 앞에 보호하듯 서 있었다. "그녀에게서 떨어져, 마커스."
마커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그녀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늦었어. 이번에는 그녀를 데려갈 거야."
그가 한 걸음 다가오자, 에단은 믿기 힘든 속도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두 남자가 충돌하는 소리는 천둥 같았다. 레이첼은 공포에 질려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에단과 마커스의 싸움은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빠르고 강력했다. 그들은 초인적인 속도로 움직였고, 가구들은 그들의 충돌로 산산조각이 났다.
레이첼은 벽난로 옆에 있던 철제 포커를 집어 들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꽉 쥐고 싸움을 지켜보았다.
마커스가 에단을 벽에 세게 밀쳐 붙였다. 충격으로 벽이 갈라졌다. 마커스의 눈이 이상하게 빛났다. 그것은 마치... 빨간색이었다.
"이제 네 차례는 끝났어, 에단." 마커스가 으르렁거렸다.
그 순간, 레이첼은 용기를 내어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녀는 철제 포커를 마커스의 등에 세게 내리쳤다.
마커스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에단을 놓았다. 그가 레이첼을 향해 돌아섰을 때, 그의 눈은 완전히 빨갛게 변해 있었고, 입에서는... 송곳니가 보였다.
레이첼은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이것은 현실이 아니었다. 악몽이어야만 했다.
마커스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려는 순간, 에단이 다시 그를 덮쳤다. 그는 마커스를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이번에는 그의 눈도 빨갛게 변해 있었다.
"도망쳐요, 레이첼!" 에단이 소리쳤다. "차 키는 탁자 위에 있어요. 지금 당장 떠나세요!"
레이첼은 망설였다. 그녀는 에단을 혼자 두고 가고 싶지 않았다.
"가요!" 에단이 다시 소리쳤다.
마커스는 에단을 밀쳐내고 일어섰다. "넌 도망칠 수 없어, 레이첼. 네 운명은 정해져 있어."
레이첼은 탁자 위의 차 키를 집어 들고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바깥은 어둡고 조용했다. 별빛만이 그녀의 길을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에단의 차로 달려가 문을 열고 탔다. 떨리는 손으로 시동을 걸었을 때, 집 안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레이첼은 공포에 질려 집을 바라보았다. 한쪽 벽이 무너지고, 불꽃이 치솟기 시작했다.
"에단!" 그녀가 소리쳤다.
그녀는 차에서 내려 집을 향해 달려가려 했지만, 갑자기 에단이 불길 속에서 나타났다. 그의 옷은 찢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상처가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서 있었다.
"빨리 차에 타요!" 그가 소리쳤다.
그들은 함께 차에 올라탔고, 에단이 운전석을 차지했다. 그는 시동을 걸고 급하게 출발했다. 백미러로 보이는 별장은 이제 완전히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마커스는요?" 레이첼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망쳤어요." 에단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올 거예요."
레이첼은 에단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의 상처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아물고 있었다.
"당신... 당신은 대체 뭐죠?"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에단은 그녀를 향해 잠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은 이제 다시 정상적인 회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당신이 정말로 알고 싶은가요?" 그가 물었다.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모든 진실을 알고 싶어요."
에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인간이 아닙니다, 레이첼."
"그럼 뭐죠?"
"저는 뱀파이어입니다."
레이첼은 그 말을 듣고 웃으려 했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 에단의 진지한 표정과 방금 전 목격한 초자연적인 광경들이 그녀를 멈추게 했다.
"마커스도요?" 그녀가 물었다.
에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는 매우 오래되고 강력한 뱀파이어입니다. 그리고 그는 당신의 피를 원해요."
"왜죠?"
"당신의 혈액에는 특별한 것이 있어요, 레이첼. 그것은 마커스에게 엄청난 힘을 줄 수 있어요. 그래서 그는 2년 전에 당신을 살려둔 거예요. 그는 당신이 성숙해지기를 기다렸던 겁니다."
레이첼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뱀파이어? 특별한 혈액? 이것은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이게 다 미친 소리처럼 들려요." 그녀가 말했다.
"알아요." 에단이 대답했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위험에 처해 있어요. 마커스는 멈추지 않을 거예요."
"그럼 당신은 왜 나를 돕는 거죠? 당신도 내 피를 원하는 것 아닌가요?"
에단의 눈에 상처받은 표정이 스쳤다. "아니요, 레이첼. 저는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여기 있어요."
"왜요?"
에단은 잠시 침묵했다. "그것은...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당장은 당신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 우선이에요."
레이첼은 창밖으로 지나가는 어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삶이 갑자기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변해버렸다.
"어디로 가는 거죠?" 그녀가 물었다.
"도시로 돌아갑니다." 에단이 대답했다. "제 다른 안전가옥이 있어요. 거기서 당신은 밤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 내일 우리는 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너무 지쳐서 더 이상 질문할 에너지가 없었다. 그녀의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곧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꿈에서, 그녀는 다시 2년 전의 그 밤으로 돌아갔다. 마커스가 그녀의 친구들을 하나씩 죽이는 모습. 그리고 그가 그녀에게 다가와 속삭이는 소리: "넌 특별해, 레이첼. 네 피는 나에게 필요해."
그리고 갑자기,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나타나 그녀를 구했다. 그의 얼굴은 흐릿했지만, 그의 눈... 그 회색 눈동자는 분명했다.
레이첼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차는 이제 도시의 한적한 아파트 단지 앞에 멈춰 있었다.
"괜찮아요?" 에단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레이첼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회색 눈동자는 꿈에서 본 그것과 똑같았다.
"당신이었어요." 그녀가 속삭였다. "2년 전, 나를 구한 사람... 당신이었죠?"
에단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때 말하지 않았어요?" 레이첼이 물었다.
"때가 아니었어요." 그가 대답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마커스에 대해 집중해야 해요."
레이첼은 더 많은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에단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그만두기로 했다. 그녀는 조용히 차에서 내렸고, 에단은 그녀를 새로운 안전가옥으로 안내했다.
아파트는 작지만 깔끔했다. 현대적인 가구와 보안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여기서 쉬세요." 에단이 침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오겠습니다."
"당신은 어디 가는 거죠?" 레이첼이 불안하게 물었다.
"마커스의 흔적을 찾아야 해요. 그리고 당신의 회사와 아파트를 확인해봐야 합니다."
"혼자 있기 무서워요." 그녀가 인정했다.
에단은 그녀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차가웠지만, 이상하게도 위안이 되었다.
"이 아파트는 안전해요." 그가 말했다. "마커스는 이곳을 찾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제가 곧 돌아올게요."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하세요?"
"약속합니다."
에단은 잠시 망설이다가 레이첼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맞춤했다. 그의 입술은 차가웠지만, 그 접촉은 그녀의 가슴에 따뜻한 감정을 일으켰다.
"잘 자요, 레이첼." 그가 속삭였다.
그는 문을 향해 걸어갔고, 레이첼은 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갑자기 매우 외롭고 취약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앉았다. 오늘 밤의 사건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뱀파이어. 특별한 혈액. 2년 전의 기억들. 그리고 에단... 그녀를 구하기 위해 두 번이나 나타난 신비로운 남자.
레이첼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불빛들이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영원히 변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에단과 함께, 마커스라는 악몽과 맞서 싸워야 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레이첼은 에단의 차가운 입술 감촉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녀는 이상하게도, 그 모든 공포와 혼란 속에서도 그에 대한 이상한 끌림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게 정상일까?' 그녀는 생각했다. '뱀파이어에게 끌리는 것이?'
하지만 그녀의 심장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정상이든 아니든, 그녀는 에단을 신뢰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밖에서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녀를 자장가처럼 달래주었고, 서서히 그녀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이번에는 악몽 없이, 에단의 회색 눈동자만이 그녀의 꿈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