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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사무실로 쏟아져 들어왔다. 레이첼은 창가에 서서 FBI 지역 사무소로 향하는 검은색 세단을 바라보았다. 어제 밤의 공격 이후,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으로 가득했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니 눈 밑의 다크서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밤새 악몽에 시달린 탓이었다.

"레이첼, FBI 요원이 도착했어요."

소피아의 목소리에 레이첼은 깊은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그녀는 어깨를 펴고 표정을 가다듬었다. CEO로서의 위엄을 유지해야 했다.

"고마워, 소피아. 회의실로 안내해줘."

소피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레이첼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어깨 위에 살포시 손을 올리며 말했다. "괜찮아? 너 정말 지쳐 보여."

레이첼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그냥... 잠을 잘 못 잤을 뿐이야."

회의실에 들어서자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창가에 서 있었다. 그는 레이첼을 향해 돌아섰다. 날카로운 눈매와 단단한 턱선을 가진 남자였다. 그의 얼굴에는 수많은 사건을 다뤄온 경험이 깊은 주름으로 새겨져 있었다.

"레이첼 앤 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FBI 특별 수사관 클라크입니다." 그는 공식적인 어조로 말하며 배지를 보여주었다.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악수했다. "어서 오세요, 클라크 요원.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클라크는 테이블 위에 서류 가방을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았다. "어젯밤 사건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레이첼도 맞은편에 앉았다. 소피아는 조용히 회의실을 나갔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공간에 울렸다.

"물론이죠. 도울 수 있는 건 뭐든지 말씀해 주세요." 레이첼은 침착하게 대답했지만,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클라크는 서류 가방에서 파일을 꺼내 펼쳤다. "앤 씨, 당신은 2년 전 연쇄살인마 마커스의 공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죠."

이것은 질문이 아니라 진술이었다. 레이첼은 갑자기 목이 메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 날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칼날. 비명소리. 피의 냄새.

"그렇습니다." 그녀는 간신히 대답했다.

클라크의 눈이 레이첼의 얼굴을 날카롭게 훑었다. "그리고 어젯밤, 당신의 회사에 침입자가 있었군요. 보안 카메라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운 것처럼요."

레이첼은 불편하게 자세를 바꾸었다. 에단이 그녀를 구한 순간이 떠올랐다. 그의 놀라운 속도와 힘.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움직임.

"전...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갑자기 정전이 됐고, 누군가 사무실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우리 인턴인 에단이 나타나서 저를 도와줬죠."

클라크는 펜을 꺼내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에단 제임스 나이트. 당신 회사에 최근에 합류한 인턴이군요."

"네, 한 달 전에 왔어요."

"그의 배경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레이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에단에 대해 그녀가 아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이력서는 인상적이었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부족했다. 그는 항상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했다.

"그는... 우수한 학력을 가졌고, 기술적 능력이 뛰어나요. 하지만 개인적인 것은 많이 공유하지 않았어요."

클라크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앤 씨, 마커스는 아직 체포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 주 동안, 그의 패턴과 유사한 살인 사건이 다시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레이첼의 얼굴에서 혈색이 빠져나갔다. 그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그가... 돌아왔다고요?"

"확실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유사점이 있어요. 그리고 어젯밤 당신 회사에서 일어난 사건은... 우연이 아닐 수 있습니다."

레이첼은 갑자기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방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아니야, 다시는 안 돼. 그 악몽을 다시 겪을 수 없어.'

클라크는 그녀의 반응을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앤 씨, 2년 전 당신은 어떻게 살아남았습니까? 보고서에 따르면 마커스는 다른 모든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했지만, 당신은 거의 상처도 입지 않았더군요."

레이첼의 눈이 커졌다. 그의 질문에는 미묘한 의심이 담겨 있었다. 마치 그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저... 저도 모르겠어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클라크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파일을 닫았다. "앤 씨, 당신의 안전이 우려됩니다. 마커스가 정말 돌아왔다면, 그는 당신을 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완의 일을 마무리하려 할 테니까요."

레이첼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요."

"보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당분간 경찰 순찰을 늘리고, 가능하면 혼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세요."

클라크가 일어서며 명함을 건넸다. "어떤 이상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24시간 연결 가능합니다."

레이첼은 명함을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클라크가 떠난 후, 레이첼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공포와 불안이 그녀를 압도했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사무실로 돌아갔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소피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어땠어? 무슨 일이야?"

레이첼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얘기할게. 지금은... 에단을 좀 찾아야 해."

소피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묻지 않았다. "그는 기술팀과 회의 중이야. 3층 회의실에 있을 거야."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이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녀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에단은 누구인가? 어젯밤 그가 보여준 능력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나타난 시점과 새로운 살인 사건의 시작이 일치한다는 사실은... 우연일까?

3층에 도착해 회의실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레이첼은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돌아보자, 에단이 그곳에 서 있었다.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레이첼을 응시했다. 그는 마치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레이첼." 그가 부드럽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깊고 차분했다.

레이첼은 그에게 다가갔다. "에단, 우리 얘기 좀 해야겠어."

에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FBI가 왔었군요. 무슨 얘기를 했나요?"

그의 질문은 너무 직접적이었다. 마치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어떻게 알았지?" 레이첼이 놀라서 물었다.

에단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슬픈 미소였다. "그들이 오는 걸 봤어요. 당연한 절차죠."

레이첼은 주변을 둘러본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젯밤에 대해 얘기해야 해. 넌... 넌 어떻게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었어? 그리고 그 힘은... 정상적이지 않았어."

에단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의 눈에 경계심이 스쳤다. "여기서 얘기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네요. 퇴근 후에 만날 수 있을까요?"

레이첼은 잠시 망설였다. 클라크의 경고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그녀는 진실을 알아야 했다.

"좋아. 오후 7시, 내 사무실에서."

에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뵙겠습니다."

그가 돌아서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레이첼은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에단은 그녀를 구했다. 하지만 그가 정말 누구인지, 무엇인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레이첼은 컴퓨터 앞에 앉아 에단의 이력서를 다시 검토했다. 그의 학력과 경력은 인상적이었지만,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했다. 이전 직장에 대한 세부 사항이 없었고, 개인 정보도 최소한만 기재되어 있었다.

레이첼은 인터넷 검색창을 열고 '에단 제임스 나이트'를 검색했다. 몇 가지 소셜 미디어 프로필이 나왔지만, 모두 최근에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사진도 거의 없었다. 마치 그가 디지털 흔적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

"뭘 숨기고 있는 거지?" 레이첼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회사의 기술 책임자인 김경환에게 연락했다. 그는 몇 분 후 그녀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레이첼, 무슨 일이에요?" 김경환이 물었다. 그는 30대 중반의 날카로운 지성이 느껴지는 남자였다.

"경환 씨, 에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김경환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는 정말 뛰어나요. 우리 팀에서 가장 빠르게 시스템을 이해했고, 문제 해결 능력도 탁월해요. 하지만..."

"하지만?"

"좀 이상해요. 때로는 너무 많이 알고 있어요. 마치 이미 우리 시스템에 익숙한 것처럼요.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아요."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배경에 대해 뭔가 더 알아낼 수 있을까요?"

김경환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공식적으로요, 아니면...?"

"비공식적으로요. 하지만 조심해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김경환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살펴볼게요."

그가 나간 후, 레이첼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오후의 햇살 아래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2년 전의 그날을 떠올렸다. 어둠 속에서 공포에 질려 숨어 있던 순간.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구원자. 그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 순간의 안도감은 여전히 생생했다.

'혹시... 에단이었을까?'

그 생각이 떠오르자 레이첼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만약 에단이 2년 전 그녀를 구했다면, 왜 지금 다시 나타난 것일까? 그리고 그는 어떻게 그런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시간은 빠르게 흘러 저녁이 되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퇴근한 후, 레이첼은 사무실에 혼자 남아 에단을 기다렸다. 창밖으로는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7시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레이첼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들어오세요"라고 말했다.

에단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검은색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의 어두운 머리카락은 약간 헝클어져 있었고, 날카로운 턱선과 깊은 눈동자가 그의 얼굴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앉으세요." 레이첼이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에단은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의 움직임은 우아하고 통제된 느낌이었다. 마치 모든 근육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 같았다.

"어젯밤에 대해 얘기해 봅시다." 레이첼이 말했다.

에단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깊고 강렬했다. "무엇이 알고 싶으신가요?"

"당신은 누구죠? 정말로."

에단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건... 복잡한 질문이네요."

"단순하게 대답해 주세요. 당신이 보여준 그 능력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어요."

에단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매우 관찰력이 뛰어나시네요."

"장난치지 마세요." 레이첼의 목소리가 약간 높아졌다. "FBI가 새로운 연쇄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요. 마커스와 유사한 패턴으로요. 그리고 당신은 한 달 전에 나타났죠. 이게 우연일까요?"

에단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살인자라고요?"

"저는 모르겠어요. 당신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으니까요."

에단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레이첼, 저는 당신을 해치러 온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예요."

"무슨 뜻이죠?"

"저는... 당신을 지키기 위해 여기 있어요."

레이첼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를 지킨다고요? 무엇으로부터요?"

"마커스로부터요."

그 이름을 듣자 레이첼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당신은 마커스를 알아요?"

에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돌아왔다는 것도 알아요. 그는 당신을 찾고 있어요, 레이첼. 미완의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요."

레이첼은 갑자기 추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팔을 감싸 안았다. "어떻게 그걸 알죠?"

"제가 그를 추적해 왔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요."

"당신은 FBI 요원인가요?"

에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좀 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레이첼은 그의 말을 곱씹었다. 그가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에단은 그녀의 적이 아니라 보호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다.

"증명해 보세요."

"뭘요?"

"당신이 말하는 게 사실이라는 것을요. 마커스에 대해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말해보세요."

에단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마커스 윌리엄 블랙. 40대 초반. 6피트 1인치 키에 갈색 머리. 오른쪽 뺨에 흉터가 있어요. 그는 피해자들을 특별한 패턴으로 선택합니다. 모두 어떤 식으로든 특별한 능력이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죠."

레이첼의 눈이 커졌다. 그 설명은 너무 정확했다.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피해자들? 그녀는 그런 패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무슨 말이에요? 특별한 능력이라고요?"

에단은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레이첼, 당신은 왜 마커스가 당신만 살려뒀다고 생각하세요?"

그 질문은 레이첼을 당혹스럽게 했다. 그녀는 수없이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왔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저... 모르겠어요."

"당신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어요. 마커스는 그것을 원했지만, 어떤 이유로 그날 밤 당신을 죽이지 못했어요. 그리고 이제 그가 돌아왔어요."

레이첼은 혼란스러웠다. 그녀에게 무슨 특별한 것이 있다는 말인가? 그녀는 평범한 사업가일 뿐이었다.

"저는 특별한 게 없어요.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에단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따뜻하면서도 슬픈 미소였다. "당신은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지 모르는군요."

그의 말에 레이첼은 불편함을 느꼈다. 마치 그가 그녀에 대해 그녀 자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은 여전히 제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누구죠?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죠?"

에단은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그의 눈에는 내적 갈등이 보였다. 마치 무언가를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제가 누구인지 말해드리면... 당신은 저를 믿지 않을 거예요. 아니, 더 정확히는 두려워할지도 모르겠네요."

레이첼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이미 충분히 두려워하고 있어요. 진실이 더 나쁠 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에단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저는 인간이 아닙니다, 레이첼."

레이첼은 잠시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무슨 말이에요?"

"저는 뱀파이어입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레이첼은 그가 농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단의 표정은 진지했다.

"뱀... 뱀파이어요?" 그녀는 웃음을 참으려 했지만, 에단의 진지한 표정에 웃음이 사라졌다. "그건... 말도 안 돼요. 뱀파이어는 존재하지 않아요."

에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죠.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믿어지도록 노력해왔어요."

레이첼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에단이 미쳤거나, 아니면 그녀를 속이려 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해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저를 혼란스럽게 하지 마세요."

에단도 일어났다. "증명해 드릴까요?"

레이첼이 대답하기도 전에, 에단은 갑자기 사라졌다. 그녀가 눈을 깜빡이는 사이, 그는 방 반대편에 나타났다.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속도였다.

레이첼은 충격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다리가 떨려왔다. "이... 이게 어떻게...?"

에단은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의 눈이 잠시 붉게 빛났다가 원래의 갈색으로 돌아왔다. "이제 믿으시겠어요?"

레이첼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세계관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뱀파이어가 실존한다고? 그것은 미친 소리였다. 하지만 그녀는 방금 그것을 목격했다.

"당신이... 정말로 뱀파이어라면... 왜 저를 도와주는 거죠?"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에단은 한 걸음 다가왔다. 레이첼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제가 당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약속드립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진심 어린 것 같았다. "저는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여기 있어요. 마커스는 위험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는 당신을 원해요."

"왜요? 제가 뭐길래요?"

에단은 잠시 망설였다. "그건... 아직 말씀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곧 알게 될 거예요."

레이첼은 갑자기 화가 났다. "이봐요! 당신은 내 삶에 나타나서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고, 이제 와서 비밀을 지키겠다고요?"

"당신의 안전을 위해서예요.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그것이 당신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어요."

레이첼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이미 위험해요. FBI 요원이 오늘 저를 찾아왔어요. 마커스가 돌아왔다고요. 그리고 이제 당신이 뱀파이어라고 말하고 있고요. 저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어요."

에단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하지만 오늘 밤은 아니에요. 당신은 휴식이 필요해요. 그리고 저는 당신의 아파트 주변을 확인해야 합니다. 마커스가 이미 당신을 찾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레이첼은 반박하려 했지만, 갑자기 극도의 피로감이 밀려왔다. 지난 24시간은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내일... 내일 모든 것을 설명해 주세요." 그녀는 마침내 말했다.

에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합니다. 이제 집에 가시죠.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레이첼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동의했다. 그녀는 가방을 집어 들고 에단을 따라 사무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는 에단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그는 인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것은 분명 인간의 능력이 아니었다.

'뱀파이어...' 그 생각만으로도 레이첼은 현실감을 잃는 것 같았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에단은 레이첼의 차까지 그녀를 에스코트했다. "제가 당신 뒤를 따라가겠습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변을 확인하겠습니다."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차에 타기 전, 그녀는 잠시 멈춰 서서 에단을 바라보았다.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당신은... 피를 마시나요?"

에단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 "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저는 인간을 해치지 않아요.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레이첼은 그 대답에 안도하면서도 여전히 불안했다. 그녀는 차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 백미러로 에단이 자신의 차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레이첼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뱀파이어가 실존한다면, 다른 어떤 초자연적 존재들이 세상에 숨어 있을까? 그리고 마커스는? 그도 뱀파이어일까?

아파트에 도착하자, 에단의 차가 그녀 뒤에 주차했다. 그는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다가왔다.

"안으로 들어가세요. 저는 주변을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파트 건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층으로 올라가면서, 그녀는 오늘 밤 잠을 잘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너무 많은 것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레이첼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방 안이 평소보다 차갑게 느껴졌다. 그녀는 천천히 불을 켰다.

그리고 그녀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거실 창문이 열려 있었다. 그녀는 분명히 닫고 나왔다. 그리고 창틀 위에는 뭔가가 있었다. 레이첼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종이 한 장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우리의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M"

레이첼은 공포에 질려 종이를 떨어뜨렸다. 그녀는 뒤로 물러서다가 누군가와 부딪혔다.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에단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이첼, 진정해요. 저예요."

그녀는 돌아서서 에단을 보았다.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가... 그가 여기 있었어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에단은 종이를 집어 들고 읽었다. 그의 눈이 어두워졌다. "당신은 이 아파트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어요.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디로 가죠?"

"제 안전가옥으로요. 그곳이라면 마커스가 찾지 못할 겁니다."

레이첼은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방금 알게 된 뱀파이어와 함께 가야 하는가? 하지만 마커스가 이미 그녀의 집을 찾았다. 여기 있는 것은 분명 위험했다.

"짐을 좀 챙겨야 해요." 그녀는 마침내 말했다.

에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하세요. 우리에게 많은 시간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레이첼은 서둘러 침실로 가서 가방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겼다. 옷, 세면도구, 노트북, 그리고 휴대폰 충전기. 그녀는 서랍에서 작은 액자를 꺼내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녀의 부모님 사진이었다. 오래 전에 돌아가셨지만, 그녀는 항상 그 사진을 가지고 다녔다.

가방을 메고 거실로 돌아오자, 에단이 창문 밖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는 레이첼을 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됐어요?"

"네."

그들은 함께 아파트를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레이첼은 자신의 삶이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변할 수 있는지 의아했다. 24시간 전만 해도 그녀는 성공적인 CEO였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뱀파이어와 함께 연쇄살인마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주차장에 도착해 에단의 차에 올라탔다. 그것은 고급스러운 검은색 세단이었다. 내부는 가죽 시트와 최신 기술로 꾸며져 있었다.

에단이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백미러를 자주 확인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레이첼이 물었다.

"도시 외곽에 있는 제 집이요. 그곳은 안전합니다. 마커스는 그곳을 모릅니다."

레이첼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불빛이 점점 희미해지고, 어둠이 깊어졌다. 그녀는 갑자기 매우 피곤함을 느꼈다. 지난 24시간의 긴장과 공포가 그녀를 지치게 했다.

"좀 쉬세요. 도착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에단이 말했다.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그녀는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레이첼은 다시 그 날 밤으로 돌아갔다. 어둠 속에서 숨어 있는 그녀. 마커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그림자. 너무 빨라서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구원자. 하지만 이번에는, 그 구원자의 얼굴이 보였다. 그것은 에단이었다.

레이첼은 깜짝 놀라 깨어났다. 차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고, 에단은 집중해서 운전하고 있었다.

"악몽이었나요?" 그가 물었다.

레이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기억이었어요."

그녀는 에단을 바라보았다. 그의 프로필은 달빛 아래 뚜렷하게 보였다. 강한 턱선, 높은 광대뼈, 깊은 눈. 그는 정말 아름다웠다. 인간이라면 불가능할 정도로 완벽한 외모였다.

"당신이었어요, 그렇죠?" 레이첼이 갑자기 물었다.

에단은 그녀를 힐끗 보았다. "무슨 말씀이세요?"

"2년 전, 저를 구해준 사람. 당신이었어요."

에단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손가락이 핸들을 꽉 쥐었다가 풀었다. "네, 저였습니다."

레이첼은 그 대답에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의심이 맞았다. "왜요? 왜 저를 구했어요?"

"그건... 내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약속대로요."

레이첼은 더 묻고 싶었지만, 에단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더 이상 질문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제 도시를 완전히 벗어나 숲이 우거진 지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몇 분 후, 차는 숲 속의 외딴 도로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큰 철문 앞에 멈췄다. 에단은 리모컨을 눌러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그들은 길고 구불구불한 진입로를 따라 운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숲 속에 자리한 우아한 현대식 저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유리와 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여기가 당신의 집인가요?" 레이첼이 놀라서 물었다.

에단은 미소를 지었다. "네, 제 은신처 중 하나입니다."

"은신처가 여러 개인가요?"

"200년 이상 살다 보면, 여러 곳에 안전한 장소가 필요해집니다."

레이첼은 그의 말에 다시 한번 현실감을 잃는 느낌이 들었다. 200년 이상이라니. 에단은 정말로 뱀파이어였다.

차를 집 앞에 세우고, 에단은 레이첼의 가방을 들어주었다. 그들은 함께 현관으로 향했다. 에단이 문을 열자, 넓고 우아한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높은 천장, 대리석 바닥, 그리고 현대적인 가구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었다.

"손님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에단이 말했다.

그는 레이첼을 2층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넓은 침실이 있었다. 킹사이즈 침대, 드레싱 테이블, 그리고 전용 욕실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에단이 말했다. "주방에는 음식이 준비되어 있고, 욕실에는 모든 필수품이 갖춰져 있습니다."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에단은 문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내일 아침에 모든 것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쉬세요."

그가 문을 닫고 나가자, 레이첼은 침대에 앉았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모든 것이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뱀파이어의 집에서 밤을 보내다니.

그녀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소피아에게서 몇 통의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있었다. 레이첼은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괜찮아. 며칠 동안 출장 중이야. 걱정하지 마."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빛 아래 숲이 어둡게 빛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는 이것이 현실임을 알았다. 그리고 내일, 그녀는 더 많은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레이첼은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이 그녀의 긴장을 조금이나마 풀어주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잠옷을 꺼내 입고 침대에 누웠다. 놀랍게도, 그녀는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