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row_back_ios0
settings
chevron_left이전

**에피소드 6**

새벽녘, 테라 쉘터 외곽 연구소는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특수부대원들과 어스 협회 정예부대가 연구소 주변을 조용히 포위하고 있었다. 한지율은 윤슬, 나인과 함께 북쪽 입구를 담당하며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의 목에 있는 문양이 미세하게 따끔거렸지만, 그는 이를 무시하고 통신기를 귀에 댔다.

"모든 팀, 대기 상태 확인. 작전 개시 5분 전." 어스 협회장의 침착한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지율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자신의 이능력을 가다듬었다. 바람을 다루는 능력은 아직 완전히 통제하기 어려웠지만, 오늘만큼은 실수할 수 없었다. 이 연구소에서 발견한 생체실험 자료들은 그의 가슴을 분노로 가득 채웠다. 인간을 크리쳐로, 크리쳐를 인간으로 변환하는 끔찍한 실험들. 그리고 '가이아의 씨앗'이라는 프로젝트 문서에서 발견한, 자신의 목 문양과 유사한 심볼.

"괜찮아?" 옆에서 윤슬이 조용히 물었다. 그녀의 푸른빛 눈동자는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냥... 이 모든 게 내 목 문양과 관련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율은 목을 만지며 대답했다.

윤슬은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지율, 네가 알아야 할 것이—"

"모든 팀, 작전 개시!" 통신기를 통해 협회장의 명령이 떨어졌고, 윤슬의 말은 중단되었다.

특수부대원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율은 바람 이능력을 활용해 몸을 가볍게 하며 연구소 담장을 넘었다. 나인은 전기 이능력으로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시켰고, 윤슬은 물 이능력으로 안개를 더욱 짙게 만들어 그들의 침투를 가렸다.

"북쪽 입구 확보. 진입합니다." 지율이 통신기에 대고 말했다.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연구소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이상하게도 내부는 너무 조용했다. 대부분의 장비가 이미 철수된 흔적이 역력했다.

"뭔가 이상해." 나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자기 신호가 거의 없어."

지율도 불안함을 느꼈다. "모두 경계하고, 계속 진행하자."

그들이 중앙 실험실로 향하는 복도를 지나는 순간, 갑작스러운 진동이 건물 전체를 흔들었다. 이어서 요란한 경보음이 울려퍼졌다.

"모든 팀! 크리쳐 다수 발견! 동쪽에서 접근 중!" 통신기를 통해 다른 팀의 다급한 보고가 들려왔다.

"함정이었어." 윤슬이 날카롭게 말했다. "누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 순간, 복도 끝에서 끔찍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평범한 크리쳐와는 다른, 지능적인 눈빛을 가진 크리쳐 무리가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방어 태세!" 지율이 외치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강력한 바람의 벽이 형성되어 크리쳐들의 진격을 잠시 저지했다.

나인이 전기 충격파를 발사해 몇 마리의 크리쳐를 쓰러뜨렸지만, 더 많은 크리쳐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이들은 마치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것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중앙 실험실로 후퇴하자!" 윤슬이 제안했다. "그곳에서 다른 팀과 합류할 수 있을 거야."

세 사람은 크리쳐들과 교전하며 천천히 후퇴했다. 지율의 바람 이능력은 강력했지만, 감정이 격해질수록 제어가 어려워졌다. 한 순간의 집중력 저하로 그의 방어벽이 흔들렸고, 크리쳐 하나가 틈을 노려 윤슬을 향해 돌진했다.

"윤슬, 조심해!" 지율이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순간, 나인이 몸을 날려 윤슬을 밀쳐냈고, 크리쳐의 공격을 대신 받았다. 그의 어깨에서 피가 솟구쳤다.

"나인!" 윤슬이 비명을 질렀다.

분노가 지율의 내면을 가득 채웠다. 그의 목 문양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푸른빛을 발했다. 그는 양손을 앞으로 뻗으며 거대한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냈다. 칼날은 복도를 가로질러 크리쳐들을 쓸어버렸다.

"나인, 괜찮아?" 지율이 다가가 물었다.

"살... 만해." 나인이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계속 가야 해."

윤슬이 물 이능력으로 나인의 상처를 임시로 치료하며 말했다. "내가 도울게. 지율, 앞장서서 길을 열어줘."

그들은 간신히 중앙 실험실에 도착했지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다른 팀원들이 아닌 더 많은 크리쳐들이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어스 협회장이 크리쳐들에게 둘러싸인 채 서 있었다.

"협회장님!" 지율이 외쳤다.

협회장은 자신의 대지 이능력으로 크리쳐들과 싸우고 있었지만, 이미 여러 군데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그는 지율을 보자 잠시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지율! 조심해! 이 크리쳐들은 일반적인 것들과 달라!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어!"

그 순간, 실험실 천장이 무너지며 더 많은 크리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번에는 이전에 본 적 없는 형태의 크리쳐들이었다. 일부는 인간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고, 일부는 이능력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 바로 그 실험의 결과물인가..." 윤슬이 충격에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혼란 속에서 지율은 실험실 구석에 있는 컴퓨터 화면에 '가이아의 씨앗 - 최종 단계' 라는 문구가 깜빡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다가가려는 순간, 갑자기 모든 크리쳐들이 일제히 협회장을 향해 돌진했다.

"협회장님!" 지율이 달려갔지만, 크리쳐들의 벽에 막혀 접근할 수 없었다.

협회장은 마지막 힘을 다해 대지 이능력을 폭발시켰다. 실험실 바닥이 갈라지며 크리쳐 몇 마리가 추락했지만, 그 틈을 타 한 크리쳐가 협회장의 가슴을 관통했다.

"안돼!" 지율의 비명과 함께, 그의 이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실험실 전체를 휩쓸며 크리쳐들을 날려버렸다. 하지만 그의 이능력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윤슬과 나인까지 위험에 빠뜨렸다.

"지율! 진정해!" 윤슬이 외쳤지만, 그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폭풍 속에서 지율은 협회장에게 다가갔다. 협회장은 이미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지만, 지율의 손을 꽉 잡았다.

"지율... 들어라..." 협회장이 피를 토하며 말했다. "가이아의 씨앗은... 파괴가 아닌 희망을 위한 것이다. 네 부모님은... 그들은 단순한 순찰대원이 아니었다. 그들은..."

협회장의 말이 끊겼다. 그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협회장님! 안돼!" 지율의 절규와 함께, 그의 목 문양이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통제되지 않는 바람의 폭풍이 실험실 전체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윤슬은 필사적으로 물의 방벽을 만들어 자신과 나인을 보호했다. "지율! 제발 진정해! 우리까지 다치게 할 거야!"

그러나 지율은 자신의 능력을 제어할 수 없었다. 분노와 슬픔, 혼란이 그의 마음을 지배했다.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안에 있는 힘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것은 파괴가 아닌 보호를 위한 것이다.'

지율은 갑자기 그 목소리를 인식했다. 이전 암습 때 들었던 것과 같은 목소리, 카오스의 목소리였다.

'네 분노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흐르게 하라. 억누르려 하면 할수록 더 폭발적이 될 뿐이다.'

지율은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자신의 분노와 슬픔을 억누르려 하지 않고, 그것들이 자신을 통해 흐르도록 허용했다. 놀랍게도 바람의 폭풍이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윤슬이 안도의 표정으로 말했다.

지율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자신의 이능력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바람을 집중시켜 남아있는 크리쳐들을 밀어냈다.

"모든 팀, 즉시 철수하라! 협회장님이... 협회장님이 전사하셨다." 지율이 통신기에 대고 말했다.

그들은 협회장의 시신을 들고 연구소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복도를 지나는 동안, 지율은 연구소장의 사무실을 발견했다. 문은 열려 있었고, 내부는 서둘러 철수한 흔적이 역력했다.

"연구소장이 도주한 것 같아." 나인이 말했다.

지율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빠르게 살폈다. 대부분의 자료는 파기되었지만, 책상 서랍에서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다. 그것은 오래된 사진으로, 두 명의 과학자가 어린 쌍둥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진 뒷면에는 '프로젝트 가이아의 씨앗 - 쌍둥이 실험체'라고 적혀 있었다.

지율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사진 속 과학자들의 얼굴은 흐릿했지만, 어딘가 익숙했다. 그리고 쌍둥이 중 한 아이의 목에는 그의 것과 같은 문양이 희미하게 보였다.

"지율, 가야 해!" 윤슬의 다급한 목소리에 지율은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들이 연구소를 빠져나오는 순간, 건물 전체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마치 자폭 장치가 작동한 것처럼 보였다.

"모두 뛰어!" 지율이 외쳤다.

그들은 간신히 안전 지대로 도달했다. 뒤돌아보니 연구소는 화염에 휩싸여 무너지고 있었다. 다른 팀원들도 대부분 탈출에 성공했지만, 몇몇은 부상을 입었고, 두 명은 실종된 상태였다.

그때, 센터의 요원들이 나타났다. 그들 중에는 그림자도 있었다. 그는 마스크 뒤에 얼굴을 감추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차갑고 계산적이었다.

"어스의 작전이 실패했군." 그림자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우리가 경고했잖아. 이 연구소는 단순한 생체실험 시설이 아니라고."

"그럼 당신들은 뭘 알고 있는데?" 지율이 분노에 차 물었다.

그림자는 잠시 지율을 관찰하더니 대답했다. "가이아. 그녀는 크리쳐 아포칼립스의 원인 중 하나야. 그리고 네 목의 문양은 그녀와 연결되어 있어."

"무슨 소리야?" 지율이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

"네 부모님에 대해 궁금하지 않아? 그들은 단순한 순찰대원이 아니었어. 그들은 가이아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비밀 조직의 일원이었지." 그림자가 말했다.

지율은 충격에 휩싸였다. 협회장의 마지막 말과 그림자의 말이 일치했다. 그는 주머니 속의 사진을 만지작거렸다.

"그럼 내 목의 문양은...?"

"그것은 보호의 표식이야. 하지만 동시에 가이아가 네게 관심을 갖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해." 그림자가 대답했다.

그때, 센터의 다른 요원들이 연구소 잔해에서 살아남은 연구원들을 끌고 왔다. 그들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이들은 어떻게 할까요?" 한 요원이 그림자에게 물었다.

그림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냉정하게 대답했다. "처리해."

"뭐?" 지율이 놀라 외쳤다. "안돼! 그들은 증인이야! 우리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

하지만 그의 항의는 무시되었다. 센터 요원들은 즉시 연구원들을 처형했다. 그 광경을 본 지율은 충격과 분노로 몸을 떨었다.

"이건 살인이야!" 지율이 그림자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윤슬이 그를 막았다.

"그만해, 지율! 지금은 때가 아니야." 윤슬이 그를 단단히 붙잡았다.

그림자는 마스크 뒤에서 미소 짓는 것 같았다. "네 분노를 이해해. 하지만 이것은 전쟁이야. 그리고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싸우지. 어스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야."

그림자와 센터 요원들은 더 이상의 말 없이 사라졌다. 남겨진 어스 요원들은 침묵 속에 서 있었다. 협회장의 죽음, 연구소의 파괴, 그리고 센터의 잔혹한 행동은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나인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율은 협회장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은 혼란스러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는 진실을 찾아야 했다. 자신의 부모, 목의 문양, 그리고 가이아에 대한 진실을.

"먼저 돌아가자." 지율이 침착하게 말했다. "협회장님을 위한 장례식을 치르고... 그 다음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결정하자."

그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연구소 폐허를 뒤로하고 테라 쉘터로 향했다. 지율은 주머니 속의 사진을 꽉 쥐었다.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테라 쉘터로 돌아가는 길, 지율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마치 앞으로 다가올 폭풍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그의 목 문양이 다시 한번 따끔거렸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해.'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반드시 진실을 찾아낼 거야.'

연구소 폐허 너머, 숨겨진 통로를 통해 빠져나가는 한 인영이 있었다. 한쪽 눈이 실명된 노인, 연구소장이었다. 그는 작은 데이터 디스크를 꽉 쥐고 있었다.

"가이아님, 저는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해월로 향하겠습니다." 그가 통신기에 대고 속삭였다.

통신기 너머에서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그리고 그 소년, 한지율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져와. 그는 우리 계획의 열쇠야."

연구소장은 미소를 지었다. "네, 가이아님. 그의 DNA는 우리 프로젝트의 완성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그렇게 철거 작전은 끝났지만, 더 큰 폭풍의 전조에 불과했다. 한지율의 운명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