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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4**

한지율은 테라 쉘터 중층부의 버려진 창고 앞에 서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달빛이 간간이 새어 들어오는 창고 주변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특수부대 통신기를 통해 들려오는 윤슬의 목소리가 그 정적을 깼다.

"지율, 위치 확인. 지금 어디야?"

그는 목에 달린 통신기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렀다. "창고 앞이야. 들어가볼게."

"단독 행동은 위험해. 내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지율은 잠시 망설였다. 윤슬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그의 직감은 이 창고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있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며칠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그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기다릴 시간이 없어.'

그는 통신기를 끄고 창고 문을 향해 다가갔다. 녹슨 철문은 그의 힘에 쉽게 열렸고,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다. 지율은 손바닥에 작은 바람을 일으켜 희미한 빛을 만들어냈다. 푸르스름한 바람의 빛이 창고 내부를 비추자, 먼지 쌓인 상자들과 오래된 기계 부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없나...'

그때였다. 창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지율은 즉시 경계 태세를 취하고 손바닥의 바람을 더 강하게 일으켰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날리고, 짙은 갈색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빛났다.

"누구야?"

대답 대신 들려온 것은 금속성 물체가 바닥을 긁는 소리였다. 지율은 천천히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창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공기는 더욱 무거워졌고, 그의 목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갑자기 그의 왼쪽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움직였다. 지율은 반사적으로 그 방향으로 바람 공격을 날렸지만, 어둠 속에서는 명중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내 오른쪽에서도, 그리고 뒤에서도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포위당했어.'

지율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중앙으로 물러나 사방을 경계했다. 바람의 빛이 비추는 범위 밖은 칠흑같은 어둠이었고,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그를 노리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윤슬의 말을 들을걸."

그의 중얼거림과 함께, 어둠 속에서 첫 번째 크리쳐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율은 숨을 멈췄다. 그것은 일반적인 크리쳐와는 달랐다. 인간의 형상을 어설프게 모방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피부는 회색빛 비늘로 덮여 있었고,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 크리쳐의 이마에 새겨진 기호였다. 지율은 그것이 자신의 목에 있는 문양과 어딘가 유사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뭐지..."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크리쳐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인간의 언어와 비슷하지만 어딘가 왜곡된 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이...아...의...씨...앗..."

지율의 눈이 크게 떠졌다. '가이아의 씨앗'이라는 단어는 그가 꿈에서 반복적으로 들었던 것이었다.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크리쳐는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지율은 본능적으로 바람의 장벽을 만들어 방어했지만, 크리쳐의 힘은 예상보다 강했다. 그의 바람 장벽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다른 크리쳐들도 어둠 속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두 첫 번째 크리쳐와 같은 모습이었고, 모두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젠장!"

지율은 바람을 더 강하게 일으켜 크리쳐들을 밀어냈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다가왔다. 그의 이능력은 아직 완전히 제어되지 않았고, 이런 압박감 속에서는 더욱 불안정해졌다. 바람이 통제를 벗어나 창고 내부를 휩쓸기 시작했고, 먼지와 파편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한 크리쳐가 그의 방어를 뚫고 들어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의 어깨를 할퀴었다.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졌지만, 지율은 이를 악물고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 반격했다. 크리쳐는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지만, 곧 다른 크리쳐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대로는 안 돼. 도움이 필요해.'

지율은 통신기를 다시 켜려 했지만, 한 크리쳐가 그의 손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간신히 피했지만, 통신기는 바닥에 떨어져 부서졌다. 이제 그는 완전히 고립되었다.

크리쳐들의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율의 호흡은 가빠졌고 체력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 그의 바람 이능력도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그는 후퇴하려 했지만, 크리쳐들이 출구를 막고 있었다.

'이게 끝인가...'

절망감이 그를 덮쳤을 때, 갑자기 그의 목에 있는 문양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따뜻한 느낌이었지만, 곧 화상을 입을 것 같은 열기로 변했다. 지율은 고통에 신음했지만, 동시에 그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네 안에 있는 힘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것은 파괴가 아닌 보호를 위한 것이다.'

낯선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렸다. 깊고 평온한 목소리였지만, 동시에 강력한 권위가 담겨 있었다. 지율은 본능적으로 그 목소리의 주인이 '카오스'라는 것을 알았다.

그의 목 문양이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그 빛은 점차 그의 전신을 감쌌다. 지율은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고, 그의 바람 이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는 양손을 들어 올렸고,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그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크리쳐들은 그 힘에 놀란 듯 잠시 물러섰지만, 곧 더 격렬하게 공격해 왔다. 하지만 이제 지율의 바람은 달랐다. 그것은 더 이상 통제하기 어려운 혼돈의 힘이 아니라, 그의 의지에 완벽하게 반응하는 정교한 무기였다.

"내가 두려워했던 건... 이 힘이 아니었어."

지율은 깨달음을 얻은 듯 중얼거렸다. 그의 바람이 크리쳐들을 하나씩 밀어냈고, 일부는 그 힘에 의해 분해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더 많은 크리쳐들이 계속해서 나타났고, 지율의 체력은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때, 창고 문이 강하게 열리며 밝은 빛이 내부를 비췄다. 윤슬과 나인이 도착한 것이다.

"지율!"

윤슬의 외침과 함께, 강력한 물줄기가 크리쳐들을 향해 쏟아졌다. 나인은 전기 이능력을 사용해 크리쳐들을 마비시켰다. 두 사람의 도움으로 상황은 급격히 반전되었고, 크리쳐들은 점차 물러나기 시작했다.

마지막 크리쳐가 사라지자, 지율은 힘이 빠져 무릎을 꿇었다. 그의 목 문양의 빛은 이미 사그라들었고,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이능력도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윤슬이 재빨리 다가와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괜찮아? 어떻게 혼자 들어갔어? 얼마나 위험한지 알잖아!"

윤슬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함께 분노가 섞여 있었다. 그녀의 긴 검은 머리카락은 물을 다루는 이능력 사용으로 인해 살짝 젖어 있었고, 날카로운 눈빛은 지율의 무모한 행동에 대한 질책을 담고 있었다.

"미안... 하지만 이건 꼭 확인해야 했어."

지율은 힘겹게 일어섰다. 나인이 다가와 그의 어깨를 부축했다. 1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인의 얼굴은 이미 많은 것을 겪은 듯한 성숙함을 담고 있었다. 그의 짧은 갈색 머리는 전기 이능력의 사용으로 살짝 곤두서 있었다.

"형, 이 크리쳐들... 보통이 아니야. 뭔가 다르다고."

나인의 말에 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나를 노리고 있었어. 특히 나를. 그리고..."

그는 잠시 망설였다. '가이아의 씨앗'이라는 단어를 들었다는 것을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아직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그리고 뭐?" 윤슬이 날카롭게 물었다.

"...아니, 중요한 건 이 크리쳐들이 일반적인 것들과 다르다는 거야. 그들은 마치...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것 같았어."

윤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럴 리가 없어. 크리쳐들은 본능에 따라 행동할 뿐이야."

"내가 본 건 그게 아니었어." 지율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들은 조직적이었고, 목적이 있었어.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목 문양을 만졌다. "그들 중 하나는 이마에 기호가 있었어. 내 문양과 비슷한..."

윤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지율은 그녀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추궁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여기서 나가자. 다른 크리쳐들이 올 수도 있어."

세 사람은 서둘러 창고를 빠져나왔다. 밖은 이미 깊은 밤이었고, 테라 쉘터의 인공 조명만이 주변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지율은 자신의 어깨 상처를 확인했다. 깊지는 않았지만, 치료가 필요해 보였다.

"본부로 돌아가서 보고해야 해." 윤슬이 말했다. "이건 단순한 [도시 청소] 임무가 아니야."

지율은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목 문양이 다시 한번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지만, 이번에는 빛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경고와도 같았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

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앞으로 더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

특수부대 본부는 테라 쉘터의 중층부에 위치해 있었다. 건물 외관은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이었지만, 내부는 최첨단 장비들로 가득했다. 지율, 윤슬, 나인이 도착했을 때, 작전실은 이미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너희들 어디 갔다 온 거야?" 작전실 중앙에 서 있던 팀장 서현이 날카롭게 물었다. 그녀는 40대 중반의 여성으로, 이능력은 없었지만 탁월한 전략가로 특수부대를 이끌고 있었다. 짧게 자른 머리와 항상 단정한 차림새는 그녀의 규율 있는 성격을 반영했다.

"크리쳐 습격이 있었습니다." 윤슬이 공식적인 어조로 대답했다. "테라 쉘터 중층부 버려진 창고에서요. 일반적인 크리쳐와는 달랐습니다."

서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봐."

지율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조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제는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들 중 하나는 말을 했습니다."

작전실이 순간적으로 조용해졌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지율에게 집중되었다.

"무슨 말을?" 서현이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가이아의 씨앗'이라고 했습니다."

서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결심한 듯 말했다. "이 정보는 즉시 어스 협회장에게 보고되어야 해. 너희 셋은 나와 함께 오도록."

지율은 윤슬과 나인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교환했다. 무언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어스 협회 본부는 테라 쉘터의 상층부에 위치해 있었다. 건물은 쉘터의 다른 부분과 달리 유리와 강철로 지어져 있어, 인공 하늘과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자랑했다. 지율은 이곳에 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매번 이 장소의 웅장함에 압도되었다.

협회장 박진우는 60대 후반의 남성이었지만, 그의 강인한 체격과 위엄 있는 태도는 그보다 훨씬 젊어 보이게 했다. 그의 대지 이능력은 테라 쉘터를 건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는 창가에 서서 인공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가, 그들이 들어오자 천천히 돌아섰다.

"서현, 무슨 일이지?" 그의 목소리는 깊고 안정적이었다.

서현은 짧게 상황을 설명했고, 지율에게 자신이 경험한 것을 직접 말하라고 지시했다. 지율은 가능한 한 상세하게 창고에서의 사건을 설명했다. 크리쳐들의 특이한 행동, 그들이 자신을 특별히 노렸다는 사실, 그리고 '가이아의 씨앗'이라는 단어까지.

협회장은 지율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표정 변화 없이 그를 응시했다. 하지만 지율은 그의 눈에서 깊은 우려와 무언가... 두려움과 비슷한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제 목 문양이 갑자기 뜨거워지면서 빛났습니다." 지율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때 제 이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리고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목소리?" 협회장이 날카롭게 물었다.

"네. '네 안에 있는 힘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것은 파괴가 아닌 보호를 위한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협회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창가로 돌아가 잠시 침묵했다.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고, 지율은 자신이 무언가 중요한 정보를 공개했다는 것을 느꼈다.

"협회장님, 이 '가이아의 씨앗'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지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협회장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지율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지율아, 네 부모님에 대해 얼마나 기억하니?"

예상치 못한 질문에 지율은 당황했다. "많지 않습니다. 제가 11살 때 크리쳐 습격으로 돌아가셨고... 그때 제 이능력이 처음 발현되었습니다."

협회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 부모님은 단순한 순찰대원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는 말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야. 하지만 곧 모든 것을 알게 될 거야."

지율은 답답함을 느꼈지만, 협회장의 결정을 존중했다. 그는 자신의 목 문양을 무의식적으로 만졌다.

"이 문양... 이것도 부모님과 관련이 있나요?"

협회장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슬픔이 묻어있었다. "그것은 보호의 표식이야. 네가 특별한 아이라는 것을 항상 알고 있었지. 그리고 이제 그 특별함이 깨어나기 시작했어."

그는 서현을 향해 돌아섰다. "특수부대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테라 쉘터 외곽의 연구소를 조사하도록 해. 그곳에서 '가이아의 씨앗'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협회장은 다시 지율을 바라보았다. "지율아, 앞으로 더 많은 위험이 닥칠 거야. 하지만 너는 혼자가 아니야. 윤슬, 나인, 그리고 우리 모두가 네 곁에 있어."

지율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있었다. 그의 부모님은 누구였고, 이 문양은 무엇이며, '가이아의 씨앗'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가 들었던 목소리의 주인 '카오스'는 누구인가?

회의가 끝나고 세 사람은 본부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지율은 침묵 속에 잠겨 있었고, 윤슬과 나인도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윤슬, 넌 뭔가 알고 있지?" 지율이 갑자기 물었다. "내 문양을 봤을 때 네 반응이... 넌 이미 알고 있었어."

윤슬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해. 하지만... 그래, 네 문양이 특별하다는 건 알고 있었어. 협회장님이 네가 특수부대에 합류했을 때 나에게 너를 지켜보라고 했어."

"왜 나를? 왜 내 문양이 중요해?"

윤슬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모든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아. 하지만 네 문양은... 그것은 오래된 이능력자 전설과 관련이 있어. '균형의 표식'이라고 불리는 것과 비슷해."

"균형의 표식?"

"그래, 파괴와 창조, 혼돈과 질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자의 표식이라고 해. 하지만 이건 그냥 전설일 뿐이야.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지율은 자신의 목을 다시 한번 만졌다. 이제 문양은 차가웠지만, 그는 여전히 그 안에 잠재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이아'는? 그건 뭐야?"

윤슬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좋은 것 같지는 않아."

나인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형, 나 연구소에 대해 좀 알아봤어. 테라 쉘터 외곽에 있는 그 연구소는 공식적으로는 농작물 개량 연구를 하는 곳이래. 하지만 실제로는..."

"실제로는 뭐?" 지율이 물었다.

"실종된 사람들이 그곳으로 보내진다는 소문이 있어. 그리고 크리쳐 연구도 한다고."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큰 음모가 있다는 것은 분명했고, 그들은 이제 그 중심에 서 있었다.

"내일 연구소 조사가 있을 거야." 윤슬이 말했다. "그때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지율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그는 오늘 밤 꿈에서 또 '카오스'를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더 많은 질문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그날 밤, 지율은 예상대로 꿈에서 카오스를 만났다. 꿈속 공간은 끝없는 별들로 가득한 우주와 같았고, 카오스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그 윤곽은 계속해서 변화했다.

"네가 드디어 깨어나기 시작했구나." 카오스의 목소리는 지율의 마음속에 직접 울렸다.

"당신은 누구죠? 그리고 '가이아의 씨앗'은 무엇인가요?"

카오스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균형을 지키는 자야. 그리고 '가이아의 씨앗'... 그것은 네 안에 있어."

"제 안에요? 무슨 뜻이죠?"

"아직 모든 것을 알 때가 아니야. 하지만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고 있어. 네 목의 문양은 내가 너를 보호하기 위해 남긴 표식이야. 가이아로부터."

"가이아가 누구죠?"

카오스의 형상이 흔들렸다. "가이아는... 한때 나의 동료였어. 하지만 이제는 적이 되었지. 그녀는 인류를 멸망시키고 크리쳐 중심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려고 해."

지율은 충격을 받았다. "크리쳐들을 조종하는 건 가이아인가요?"

"그래, 그녀는 크리쳐들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어. 그리고 지금은 너를 노리고 있어. 네가 그녀의 계획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야."

"제가요? 어떻게요?"

"네 안에 있는 힘이 완전히 깨어날 때, 너는 그것을 알게 될 거야. 하지만 조심해. 가이아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그리고 그녀는 이미 테라 쉘터 내부에 침투했어."

꿈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카오스의 목소리도 점점 희미해졌다.

"조심해, 한지율. 네 주변을 신뢰하라. 하지만 모두를 믿지는 마라..."

지율은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의 목 문양은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테라 쉘터의 인공 하늘은 아직 어두웠지만, 곧 새벽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새벽과 함께, 그의 운명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