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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3**

한지율은 테라 쉘터 하층부 빈민가의 어두운 골목을 조심스럽게 걸었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간헐적으로 깜박이는 가운데, 그의 날카로운 눈동자는 주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바람을 다루는 그의 이능력이 불안정하게 피부 표면에서 일렁였다. 첫 임무를 시작한 지 이틀째, 그는 여전히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했다.

"여기가 마지막 실종자가 목격된 장소야."

지율은 손목의 홀로그램 장치를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장치에는 '김태준, 32세, 테라 하층부 정비공, 3일 전 퇴근길에 실종'이라는 정보가 표시되어 있었다. 최근 쉘터 내에서 증가하는 실종 사건들은 상층부의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었다. 어스 협회장의 추천으로 특수부대에 합류한 지율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도시 청소], 즉 이러한 실종 사건과 연관된 범죄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임무를...'

지율은 속으로 불평했다. 그의 목에 있는 신비로운 문양이 따끔거렸다. 어린 시절 부모를 크리쳐에게 잃고 그 순간 발현된 바람 이능력과 함께 생긴 이 문양은 항상 그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특별하다'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갑자기 오른쪽 골목에서 들려오는 금속성 소리에 지율은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작은 바람의 소용돌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누구야?"

아무런 대답이 없자 지율은 조심스럽게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둠 속에서 그는 여러 명의 인영을 발견했다. 그들은 모두 검은 복장을 하고 있었고, 얼굴은 특수 소재의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다.

"특수부대의 신입이군. 한지율."

중앙에 서 있는 인물이 목소리를 변조하는 장치를 통해 말했다. 그 목소리는 기계적이면서도 묘하게 매혹적이었다.

"당신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구역은 현재 특수부대의 수사 중이야. 민간인들은 즉시 퇴거해."

지율의 말에 검은 복장의 인물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민간인으로 보이나? 우리는 '센터'다. 테라의 진정한 수호자지."

그 말과 함께 중앙의 인물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의 마스크는 다른 이들과 달리 은빛 테두리가 둘러져 있었고, 그 뒤로 날카로운 눈동자가 지율을 관찰하고 있었다.

"센터? 들어본 적 없는데."

지율이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

"당연하지. 어스는 우리의 존재를 철저히 숨기려 하니까. 그들이 말하는 '평화'와 '안전'은 통제와 억압의 다른 이름일 뿐이야."

그 인물은 지율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지율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고, 그의 손에서 바람의 소용돌이가 더 강하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물러서. 더 가까이 오면 공격할 거야."

지율의 경고에 그 인물은 멈춰 섰다. 그리고 갑자기 그의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림자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그 인물의 발 아래에서 검은 연기 같은 물질이 피어올랐다.

"그림자 이능력자..."

지율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능력자는 전체 인구의 1% 미만이었고, 그중에서도 그림자를 다루는 능력은 극히 드물었다.

"맞아. 나는 '그림자'라고 불려. 센터의 리더지."

그림자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지율을 가리켰다.

"그리고 너, 한지율. 네 목에 있는 그 문양은 매우 특별해. 고대 이능력자 전설과 연관되어 있지."

지율은 무의식적으로 목에 있는 문양을 손으로 가렸다. 그 문양에 대해 아는 사람은 어스 협회장과 몇몇 의사들뿐이었다.

"당신이 뭘 안다고..."

"나는 많은 것을 알아. 어스가 너에게 숨기고 있는 진실도 말이야."

그림자의 말에 지율의 마음속에 의심의 씨앗이 피어났다. 그는 항상 자신의 과거와 문양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었지만, 협회장은 항상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라는 모호한 대답만 했다.

"무슨 진실?"

지율이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 물었다.

그림자는 천천히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다. 지율은 숨을 멈추고 그 순간을 지켜보았다. 마스크가 완전히 벗겨지자, 그 아래에는 예상과 달리 평범한 중년 남성의 얼굴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왼쪽 뺨에서 목까지 이어지는 검은 문양은 지율의 것과 유사한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종류의 사람들이야, 지율."

그림자의 목소리는 이제 변조 장치 없이 자연스러웠다. 깊고 차분한 음색이었다.

"네 부모님... 그들은 단순한 순찰대원이 아니었어. 그들은 특별한 프로젝트에 관여했고, 그것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지."

지율의 눈이 커졌다.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내 부모님에 대해 뭘 알아?"

"충분히. 그들은 '가이아의 씨앗' 프로젝트의 핵심 연구원이었어. 그리고 너..."

그림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주변에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테라 쉘터의 비상 경보였다.

"크리쳐 침입! 모든 시민은 대피소로 이동하십시오! 반복합니다, 크리쳐 침입!"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지는 경보에 지율과 그림자는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쉘터의 방어막 너머로 수십 마리의 크리쳐가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이건 불가능해. 방어막을 뚫고 들어올 수 없어."

지율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니, 가능해. 누군가가 내부에서 방어막을 약화시켰다면."

그림자의 말에 지율은 충격을 받았다.

"누가 그런 짓을..."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크리쳐들을 막아야 해."

그림자는 다시 마스크를 쓰며 말했다. 그의 주변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우리 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야, 지율. 진실을 알고 싶다면, 나를 찾아와."

그 말을 남기고 그림자와 그의 부하들은 검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지율은 잠시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서 있었다. 그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부모님에 대한 새로운 정보, '가이아의 씨앗' 프로젝트, 그리고 자신의 목 문양과 그림자의 것 사이의 유사성...

하지만 현실로 그를 되돌린 것은 머리 위로 날아가는 크리쳐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였다. 지율은 재빨리 통신 장치를 켜고 윤슬에게 연락했다.

"윤슬 선배, 하층부 제3구역에 크리쳐 침입 확인. 지원 요청."

"지율? 무슨 일이야? 크리쳐가 방어막을 뚫었다고?"

윤슬의 목소리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톤이 묻어났다.

"네, 확인했어요. 그리고... 센터라는 조직을 만났습니다."

통신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센터를 만났다고? 지율, 그들과 어떤 대화를 했지?"

윤슬의 목소리가 갑자기 긴장된 것을 지율은 놓치지 않았다.

"그들의 리더인 그림자가 내 부모님과 이 문양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어요. 그는 제 문양과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었고..."

"지율,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야. 크리쳐 방어가 우선이야. 나와 나인이 지금 너의 위치로 가고 있어. 그때까지 시민들을 보호해."

통신이 끊기고, 지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자신의 과거나 문양에 대해 물을 때마다, 모두가 그 주제를 피하거나 다른 중요한 일을 핑계로 대화를 전환했다.

'언젠가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될 거야.'

지율은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크리쳐들이 공격하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의 손에서 바람의 소용돌이가 더 강하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

테라 쉘터의 하층부는 혼돈 그 자체였다.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대피소를 향해 달리는 가운데, 크리쳐들은 마치 특정한 목표가 있는 것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평소의 무작위적인 공격 패턴과는 완전히 달랐다.

지율은 한 무리의 시민들 앞에 서서 크리쳐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의 바람 이능력으로 형성된 보호막이 크리쳐들의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막아냈다.

"모두 대피소로 빨리 이동하세요!"

지율이 소리쳤다. 시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동안, 그는 계속해서 크리쳐들과 맞서 싸웠다. 그러나 그의 이능력은 아직 불안정했고, 보호막의 강도가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돼...'

지율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팔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크리쳐 중 하나가 보호막의 약한 부분을 발견하고 돌파했다.

"조심해!"

지율은 본능적으로 몸을 날려 시민 한 명을 구했지만, 그 과정에서 크리쳐의 날카로운 발톱이 그의 어깨를 할퀴었다. 날카로운 통증이 전신을 관통했다.

"으윽..."

지율이 무릎을 꿇는 순간, 더 많은 크리쳐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마지막 힘을 모아 바람의 소용돌이를 형성하려 했지만, 이미 체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이렇게 끝나는 건가...'

절망적인 생각이 그의 마음을 스쳐 지나갔을 때, 갑자기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크리쳐들을 향해 날카로운 얼음 창들이 날아가 그들을 관통했다.

"지율! 괜찮아?"

윤슬이 달려왔다. 그녀의 손에서는 물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춤추고 있었다. 윤슬의 뒤에는 나인이 따라왔는데, 그의 몸 주변에는 전기가 파란 빛을 내며 맴돌고 있었다.

"선배... 나인..."

지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 늦지 않아서."

윤슬은 지율의 옆에 무릎을 꿇고 그의 상처를 살폈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괜찮아요, 그냥 긁힌 거예요."

지율이 말했지만,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나인, 크리쳐들을 막아."

윤슬의 명령에 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에서 전기가 더 강하게 맴돌기 시작했고, 그것은 주변의 크리쳐들을 향해 날카로운 번개 형태로 발사되었다.

"이 크리쳐들, 뭔가 이상해요."

나인이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혼란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무슨 뜻이야?"

윤슬이 물었다.

"보통 크리쳐들은 무작위로 공격하잖아요. 하지만 이들은... 마치 특정 목표를 가진 것처럼 움직여요. 그리고..."

나인은 잠시 말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그들이 지율 선배를 노리는 것 같아요."

그 말에 지율과 윤슬의 시선이 마주쳤다. 윤슬의 눈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럴 리가..."

지율이 중얼거렸지만, 그도 이미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크리쳐들이 다른 시민들보다 자신을 더 집요하게 쫓고 있다는 것을.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윤슬은 지율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그녀는 물 이능력으로 주변에 안개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안개는 그들의 모습을 가리는 동시에 크리쳐들의 시야를 방해했다.

"나인, 우리 뒤를 맡아."

윤슬의 지시에 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안개 속에서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윤슬 선배."

지율이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응?"

"센터에 대해 알고 있었죠?"

윤슬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는. 그들은 테라 정부와 어스를 견제하기 위한 안티히어로 집단이야. 이능력자 양성을 목표로 외곽 연구소에 주기적으로 인력을 보내왔어."

"그들의 리더인 그림자... 그는 내 부모님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그들이 단순한 순찰대원이 아니라 어떤 비밀 프로젝트에 관여했다고 했어요."

윤슬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율, 그들의 말을 너무 신뢰하지 마. 센터는 어스를 무너뜨리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아. 그들은 거짓말로 너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할 수도 있어."

지율은 윤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불안과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선배도 뭔가 알고 있죠? 내 부모님과 이 문양에 대해."

윤슬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시선을 돌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은 크리쳐 방어가 우선이야.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항상 그랬다. 지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언제쯤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에 대한 진실을 알 수 있을까?

그들이 안전 지대에 가까워질 무렵, 갑자기 하늘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그것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크기의 크리쳐였다. 그 모습은 거대한 독수리와 유사했지만, 피부는 비늘로 덮여 있었고, 여섯 개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저건..."

나인이 놀라움에 입을 벌렸다.

"S급 크리쳐야."

윤슬이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S급 크리쳐는 극히 드물게 출현하는 최상위 포식자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제압이 거의 불가능했다.

거대한 크리쳐는 그들을 발견하자마자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공격 태세를 취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크리쳐의 눈이 지율을 향해 고정되었고, 그것은 인간의 목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내뱉었다.

"가... 이... 아... 의... 씨... 앗..."

세 사람은 충격으로 얼어붙었다.

"방금... 말했어?"

나인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불가능해. 크리쳐는 말을 할 수 없어."

윤슬이 단호하게 말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도 불안이 묻어났다.

"가이아의 씨앗... 그게 뭐지?"

지율이 중얼거렸다. 그 순간, 그의 목에 있는 문양이 갑자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불에 달군 쇠처럼 뜨거운 통증이 그의 목을 관통했다.

"으아악!"

지율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의 목에서 붉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지율!"

윤슬과 나인이 동시에 소리쳤다. 그러나 그들이 지율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S급 크리쳐가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윤슬은 재빨리 물 이능력을 사용해 크리쳐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그 충격으로 그녀는 뒤로 밀려났다. 나인은 전기 이능력으로 크리쳐를 공격했지만, 그것의 두꺼운 비늘은 거의 손상되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돼... 더 강력한 공격이 필요해!"

윤슬이 외쳤다. 그녀는 모든 힘을 모아 주변의 물을 끌어모았다. 물이 그녀의 주변에서 소용돌이치다가 거대한 물 용의 형태로 변했다. 그것은 S급 크리쳐를 향해 돌진했다.

동시에 나인도 최대한의 전기 에너지를 모았다. 그의 몸에서 파란 번개가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그것은 윤슬의 물 용과 합쳐져 전기가 흐르는 물 용의 형태가 되었다.

그러나 S급 크리쳐는 여전히 강력했다. 그것은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여섯 개의 날개를 펄럭여 강력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 바람은 윤슬과 나인의 연합 공격을 흩트려 놓았다.

"안 돼!"

윤슬이 좌절감에 외쳤다. 그들의 공격이 실패한 것을 본 S급 크리쳐는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그것은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며 윤슬과 나인을 향해 돌진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멈춰!!!"

지율의 목소리가 폭풍처럼 울려 퍼졌다. 그의 목에서 나오는 붉은 빛이 더욱 강렬해졌고, 그의 눈동자도 붉게 빛났다. 그의 주변에서 바람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고, 그것은 점점 더 강력한 태풍으로 변해갔다.

"지율...?"

윤슬이 놀라움에 입을 벌렸다. 지율의 이능력이 이렇게 강력해진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지율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의 손끝에서 바람이 응집되어 날카로운 칼날 형태로 변했다. 그것은 S급 크리쳐를 향해 날아갔고, 크리쳐의 비늘을 뚫고 들어갔다.

"으아아아악!"

크리쳐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것은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하늘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따라 다른 모든 크리쳐들도 쉘터를 떠나기 시작했다.

지율은 크리쳐들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힘이 빠져 무릎을 꿇었다. 붉은 빛이 사라지고, 그의 눈동자도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지율!"

윤슬이 달려와 그를 받아안았다. 지율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의 호흡은 불규칙했다.

"괜찮아? 정신 차려!"

윤슬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선배... 내가... 뭘 한 거죠?"

지율이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 이능력이 갑자기 강화됐어. 그리고... 크리쳐들을 물리쳤어."

윤슬의 대답에 지율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난 그런 힘을 가진 적이 없어요. 그리고 내 목의 문양이... 뜨거워졌어요."

그는 목을 만지며 말했다. 그의 손가락 아래로 문양이 여전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윤슬은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지율, 네 목의 문양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주변에 어스 특수부대원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지율을 의료팀에게 인계했다.

"윤슬, 나인, 상황 보고."

특수부대 팀장인 강철호가 다가왔다. 그는 50대 초반의 남성으로, 단단한 체격과 날카로운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팀장님, 크리쳐들이 방어막을 뚫고 침입했습니다. 그들은 일반적인 패턴과 달리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특히 한지율을 노리는 것 같았습니다."

윤슬이 보고했다.

"그리고 S급 크리쳐가 출현했습니다. 그것은... 말을 했습니다."

"말이라고?"

강철호의 눈이 커졌다.

"네, '가이아의 씨앗'이라는 단어를 말했습니다."

윤슬의 보고에 강철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통신 장치를 켰다.

"협회장님, 상황 보고드립니다. '가이아'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통신 너머로 어스 협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겠네. 한지율의 상태는 어떤가?"

"현재 의료팀에 인계되었습니다. 그의 이능력이 갑자기 강화되어 S급 크리쳐를 물리쳤다고 합니다."

"그렇군... 지율을 즉시 본부로 데려오게. 그리고 윤슬과 나인도 함께."

"네, 협회장님."

통신이 끊기고, 강철호는 윤슬과 나인을 바라보았다.

"들었지? 즉시 본부로 이동한다."

윤슬과 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의료팀이 지율을 실은 호버카를 따라 본부로 향했다.

호버카 안에서 지율은 반쯤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질문이 맴돌았다. 센터와 그림자, 부모님의 비밀, 그리고 '가이아의 씨앗'... 그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그리고 가장 큰 의문은, 자신의 목에 있는 문양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왜 갑자기 활성화되어 그의 이능력을 강화시켰는지였다.

'언젠가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될 거야...'

지율은 의식이 흐려지며 마지막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의 꿈속에서, 그는 다시 한번 그 목소리를 들었다.

"네 안에 있는 힘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것은 파괴가 아닌 보호를 위한 것이다. 가이아의 씨앗..."

---

어스 협회 본부의 의료실에서 지율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시야가 점차 선명해지면서, 그는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어스 협회장을 발견했다.

"깨어났군."

협회장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그의 존재감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협회장님..."

지율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 전체가 무거웠다.

"무리하지 마. 네 몸은 아직 회복 중이야."

협회장의 말에 지율은 다시 누웠다. 그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협회장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제 이능력이... 그리고 제 목의 문양이..."

협회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에는 걱정과 함께 결단력이 깃들어 있었다.

"지율, 네가 알아야 할 시간이 왔을지도 모르겠구나."

지율의 눈이 커졌다. 그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이 드디어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제 부모님... 그들은 정말 단순한 순찰대원이 아니었나요?"

협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부모님은 특별한 임무를 맡은 연구원이었어. 그들은 '가이아의 씨앗' 프로젝트에 관여했지."

"가이아의 씨앗... 그게 뭔가요?"

지율이 간절히 물었다.

"그것은..."

협회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비상 상황이었다.

"협회장님! 외곽 연구소에서 비상 상황 발생!"

통신 장치를 통해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라고? 무슨 일이지?"

협회장이 물었다.

"연구소에서 인간을 크리쳐로, 크리쳐를 인간으로 만드는 생체실험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센터가 연구소를 습격했습니다!"

그 보고에 협회장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즉시 정예부대를 투입하라. 나도 곧 그곳으로 가겠다."

협회장은 통신을 끊고 지율을 바라보았다.

"미안하구나, 지율. 우리의 대화는 여기서 잠시 중단해야겠어. 하지만 약속하마. 내가 돌아오면, 네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말해주겠다."

협회장은 지율의 어깨를 가볍게 쥐고 격려하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재빨리 의료실을 나갔다.

지율은 혼자 남겨진 의료실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항상 진실에 가까워질 때마다 방해받는 것 같았다.

그의 목의 문양이 다시 한번 따뜻해졌다. 그것은 마치 그에게 뭔가를 말하려는 것 같았다.

'가이아의 씨앗... 그것이 나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지율은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테라 쉘터의 방어막 너머로 보이는 황폐한 세상에서, 크리쳐들이 여전히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느꼈다. 그 크리쳐들과 자신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언젠가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그때, 나는 준비되어 있을 거야.'

지율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의 목의 문양이 다시 한번 붉게 빛났다가 사라졌다. 마치 그의 결심에 응답하듯이.

---

그날 밤, 지율은 다시 한번 그 꿈을 꾸었다. 끝없는 황무지에서 그는 홀로 서 있었고, 그의 앞에는 두 개의 형체가 있었다. 하나는 밝은 빛으로 이루어진 인간 형태였고, 다른 하나는 어둠 속에 숨겨진 형체였다.

"네 안에 있는 힘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것은 파괴가 아닌 보호를 위한 것이다."

빛의 형체가 말했다. 그것은 지율이 이전에 들었던 목소리였다.

"가이아의 씨앗... 그것은 네 안에 있다. 그리고 그것이 네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어둠 속의 형체가 응답했다. 그 목소리는 차갑고 위협적이었다.

"누구냐? 너희는 누구지?"

지율이 물었다.

"나는 카오스, 균형의 수호자."

빛의 형체가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가이아, 변화의 창조자."

어둠 속의 형체가 응답했다.

"네 목의 문양은 우리의 표식이다. 그것은 네가 선택받은 자임을 의미한다."

카오스가 말했다.

"선택받은 자? 무엇을 위해?"

지율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 세계의 미래를 결정할 힘을 위해."

가이아가 대답했다.

"지율, 네 앞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인류와 크리쳐의 공존을 위한 길, 다른 하나는 완전한 변화와 진화를 위한 길."

카오스가 말했다.

"그리고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것은 이 세계의 운명을 바꿀 것이다."

가이아가 덧붙였다.

"하지만 조심해. 모든 것이 네가 보는 그대로는 아니다. 진실은 종종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 숨어 있다."

카오스의 마지막 경고와 함께, 두 형체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기다려! 더 말해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율이 외쳤지만, 이미 그들은 사라진 후였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깨어났다.

의료실에서 지율은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였다. 그의 목의 문양이 다시 한번 붉게 빛나고 있었다.

'카오스와 가이아... 그들은 누구지? 그리고 내 목의 문양은 정말 그들의 표식인 걸까?'

지율은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었고, 방어막 너머로 크리쳐들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운명이 단순한 특수부대원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의 앞에는 더 큰 운명, 더 큰 책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것은 이 세계의 운명을 바꿀 것이다...'

카오스의 말이 그의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지율은 결심했다. 그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 진실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단계는 센터와 그림자를 다시 만나는 것이었다. 그들은 분명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지율은 조용히 의료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그의 목의 문양이 다시 한번 붉게 빛났다가 사라졌다. 마치 그의 결심을 지지하듯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지율은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그의 운명을 향해.